흙먼지로 건물 짓고, 물로 산소 생산… ‘달 거주’ 선점 경쟁
《1969년에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11호를 타고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딘 지 54년. 냉전시대였던 당시 기술력과 힘을 과시할 목적으로 경쟁한 결과 소련의 무인 달 착륙(1966년), 미국의 유인 달 착륙(1969년)이 연이어 성공했다.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라 소강상태를 맞았던 달 탐사는 최근 다시 대립이 격화된 국제정치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이라는 유인 달 상주기지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2035년까지 국제 달 연구 기지 계획을 밝혔으며 유럽우주국, 일본, 인도 등도 이미 달 착륙선을 조만간 발사할 예정이다. 한국도 작년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에 힘입어 2032년 달 탐사 착륙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美中 기술패권 경쟁 우주로 확대
미국은 우주 항공 기술의 대표 격인 항공우주국(NASA)을 두고 있으며 아마존의 블루오리진, 스페이스 엑스 등 민간기업의 기술력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달 유인기지 구축을 위해 유럽과 일본, 캐나다 등 다양한 나라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여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중국 중심의 달 기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제정치적 기술패권 싸움이 우주로까지 확대되는 형국이며 이는 결국 달에 있는 각종 활용 가능한 자원을 선점하여 장기적으로 인류의 우주 활동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아르테미스 계획은 무엇이고 우리나라가 10번째로 가입했다는 아르테미스 협정은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은 아폴로 계획 이후 미국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의 끝에 달 탐사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폴로 계획이 단기적으로 달에 사람이 착륙하는 것이었다면 아르테미스 계획은 달에 상주하는 것과 나아가 화성에 단기간의 유인 착륙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달에서 화성까지(Moon to Mars)’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
작년에 성공한 아르테미스 1호의 우주선 오리온은 NASA가 개발한 세계 최대의 발사체인 SLS 블록1을 이용하여 무인으로 달 궤도를 돌다가 귀환했다. 내년 11월 발사할 아르테미스 2호는 같은 오리온이라고 부르는 유인 우주선이 달 궤도를 다녀오고, 2025년 아르테미스 3호로는 여성 우주인을 포함한 사람이 달에 착륙할 예정이다. 오리온 우주선이 지구 저궤도에서 스페이스 엑스사의 달유인착륙시스템으로 도킹하면, 우주인이 옮겨 타고 달에 착륙하고 돌아올 때에도 오리온 우주선으로 지구에 귀환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단기적인 계획이다.
달 극지방에서 물과 에너지 확보
달 궤도에 구축될 우주정거장인 ‘게이트웨이’의 상상도. 게이트웨이는 달 착륙과 화성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사진 출처 NASA 홈페이지
미국은 장기적으로 후속 임무를 통해 달에 유인기지를 구축하기 위한 아키텍처를 구성하고 있다. 달 궤도에 게이트웨이라는 우주정거장을 설치하여 지구 저궤도와 게이트웨이 간 우주 고속도로로 활용하고, 지구 발사장에서 지구 저궤도 및 달 게이트웨이에서 달 표면까지 물자와 인력을 수송하는 발사·착륙 시스템을 구성해 지구에서 달 표면까지 운송을 다양한 국가와 기업체들이 참여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달 표면에 장기적으로 사람이 상주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태양 에너지와 달 표면의 표토(흙먼지), 달 극지방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물 그리고 헬륨-3 등이 대표적이다. 달의 앞면이 계속 지구만 바라보며 지구를 돌고 있기 때문에 태양의 입장에서는 달이 한 달에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보인다. 즉, 지구의 시간으로 15일은 낮이고 15일은 밤이다. 하지만 달은 지구보다 자전축이 덜 기울어져 있어서 극지방의 특정한 지역에서는 끊임없이 태양빛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이 있는데, 여기에서 우주에서 유일한 자연 에너지원인 태양빛을 연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
달 상주기지 예상 이미지(큰 사진)와 우주인 거주지를 확대한 모습(작은 사진). 지구에서 완성해 로켓으로 이송한 원통형 캔 모듈에 달 표면의 흙먼지로 돔을 덮어 방사선과 유성 등을 막는다는 구상이다. 전력 생산을 위한 태양전지판과 작물을 재배하는 온실도 갖춰져 있다. 사진 출처 ESA 홈페이지
또 극지방에서 운석 충돌구와 같은 움푹하게 파인 지역에서는 영원히 태양빛을 받을 수 없는데, 여기에 혜성 충돌 등으로 일단 물이 유입되면 대기가 없는 달에서는 태양빛이 없으면 섭씨 영하 200도 가까이 떨어지므로 이곳에서 물을 얻을 수 있다. 물이 있으면 식용수뿐 아니라 산소로 공기를 만들고 수소를 우주 추진제로 사용하거나 수소연료전지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조건이 잘 갖추어진 극지방은 선점의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다누리호에 실린 미국의 탑재체 섀도캠은 달의 영구 음영 지역을 볼 수 있는 매우 감도가 높은 장비로 미래 달 기지를 선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당초 다누리호는 2023년 한 해만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NASA와의 성공적인 협력으로 임무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달 표토를 이용하여 벽돌을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하여 건물을 짓는 기술들도 이미 지상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추진되고 있으나 지역에 대한 경쟁보다는 누가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짓는가의 이슈일 뿐이다.
한국도 참여하는 달 탐사 프로젝트
달 기지가 거주용, 실험용, 창고용 등의 용도에 따라 여러 건물이 필요하거나 다양한 국가들이 참여하여 점점 규모가 커지면 각각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주체들이 다양해질 것이다. 특히 에너지원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태양뿐 아니라 원자력, 수소연료전지 등 여러 백업 장치로 분산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주인이 장기간 거주하면서 달 기지에서 해야 할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순수 물리, 생명공학, 자원 탐사, 천문학 등 각종 연구 주제들을 발굴하고 절차를 만들어 추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민간 기업이 대거 참여하기 때문에 과거 정부가 주도하는 때와는 다르게 우주 탐사의 속도는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구글의 루나엑스프라이즈 같은 달 착륙 공모전 등을 통해 달 착륙에 준비된 민간 기업들에 미국 정부가 달 착륙 서비스의 사용자가 되어 일정 기간 동안 달에 많은 자원과 인프라가 구축되도록 이끌고 있는데, 상업용 달 탑재체 서비스이다. 아직 달에 대해 알지 못하는 지식을 탐구하고 미래 활용 가능한 다양한 기술들을 시험하는 등의 목적으로 NASA는 30여 개의 탑재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준비가 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달 표면에 보낼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4개의 과학탑재체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여 조만간 달 표면에 설치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최근 우리 독자 발사체의 누리호 발사와 달궤도선 다누리호의 성공적인 달 궤도 안착을 통해 우주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하고 있고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우주 관련 활동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우주항공청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것과 우주 탐사 시장에서 우리가 지속적으로 기여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템을 잘 구성하여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