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쉬르적 전통의 기호학은 구조주의 언어학으로부터 출발한다. 소쉬르는 기호(Sign)를 기표(Signifier)와 기의(Signified)의 결합으로 보았다. 우리가 '꽃'이라는 소리나 글자를 들을 때 머리 속에 향기로운 꽃이 떠오르게 되는데, 이 때 소리나 글자는 기표가 되고, 이것의 자극으로 우리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관념은 기의가 된다.
흔히 기표를 기호의 물리적 형태로 정의하지만, 이는 소쉬르가 본래 지니고 있던 생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소쉬르는 기표 역시 정신적인 심상(image)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호는 사물과 이름의 결합이 아니라, 개념과 소리-심상(sound-image)의 결합이다. 여기서 소리-심상이란 물질적인 소리, 즉 순전히 물리적이 사물이 아니라, 그 소리가 우리의 정신 속에 남기는 자국이요 인상일 뿐이다."
의미작용(Signification)
소쉬르에 따르면, 기호의 가장 큰 특성은 기표와 기의 간의 자의성(arbitrainess)이다. 즉 "꽃"이라는 소리나 글자는 그것이 지시하는 관념과 아무런 유사성이나 연관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둘이 결합될 자연적 동기나 필연성은 없지만, 사회적 관습(convention)에 의해 종이의 양면처럼 결합되어 있다. 여기서 기표와 기의의 구분은 개념적 이해를 위한 인위적인 도식일 뿐, 그 자체로 구분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표와 기의의 상호작용을 의미작용(Signification)이라고 한다. 의미작용은 기호가 의미를 발생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것이다.
가치(Value)
소쉬르의 기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호가 현실의 외부대상을 지칭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기호는 다른 기호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낳는 것이지, 결코 언어 밖의 물리적 현실을 지시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꽃"이라는 기표는 저 밖의 물리적 대상과 연관될 필요도, 연관될 수도 없으며, 단지 "잎," "줄기," "열매" 등의 다른 기표들과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산출한다는 것이다.
"꽃"은 "잎"이 아니고, "줄기"가 아니며, "열매"도 아니고…라는 식으로 기호의 다발 속에서 차이를 통해 의미를 드러낼 뿐이라는 것이다. 즉 "갑"이라는 기호가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을"이나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선택된 기호의 의미는 선택되지 않은 다른 기호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소쉬르는 기호의 이러한 특성을 가치(Value)라고 부르고 있다. 의미작용이 기표와 기의의 상호작용이라면, 가치는 기호들 간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계열체(Paradigm)와 통합체(Syntagm)
하나의 기호가 지닌 의미는 그것이 아닌 다른 기호에 의해서 결정된다. "나는 영희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는 말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대상이 "순희"나 "지희"가 아니기 때문이며, 함께 본 것이 "발레"나 "미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의 완전한 의미체계, 즉 통합체(Syntagm)를 구성하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항목을 계열체(Paradigm)라고 한다.
소쉬르의 기호학을 문화현상에 적용했던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계열체와 통합체를 옷입기(garment system)와 메뉴선택(food system)의 은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계열체는 우리가 동일한 신체 부위에 동시에 입거나 쓸 수 없는 의류로서, 이것에 변화를 줄 때 옷입기의 의미가 달라진다. 모자-두건-머리띠를 예로 들 수 있다.그리고 통합체는 종류가 다른 의류들을 함께 구색을 갖추어 입는 것이다. 치마-블라우스-자켓의 배열이 통합체의 예이다."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1857~1913)는 스위스의 언어학자로 언어를 사회 현상으로 봐야하며 언어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통시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구조적인 체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오늘날 언어학에서 흔히 쓰이게 된 2가지 용어, 즉 언어의 심리적·물리적 의지와 지능에 의한 개인적인 행위를 뜻하는 파롤(parole)과 영어처럼 특정 사회 속의 특정 시대에 존재하는 체계적이며 독립적이고 구조적인 언어인 랑그(langue)의 개념을 도입했다. 파롤과 랑그의 구별은 구조주의 언어학의 출발점으로 간주되었다.
학창시절에 쓴 〈인도유럽어 원시 모음 체계에 관한 논문〉에서 인도유럽어의 모음교체 가운데 가장 복잡한 'a'의 교체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설명했다. 1901~13년 제네바대학교에서 언어학 교수로 일하면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소쉬르의 강의록과 자료를 모은 〈일반 언어학 강의 Cours de linguistique générale〉(1916)가 사후에 제자들에 의해 출간되었다. 이 저서의 출판은 흔히 20세기 언어학의 출발점으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