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나도 전에 하루키 단편집중에서 '화요일의 여자들'이라는 책에서
이 글을 읽은듯 하네요.
앵비님!
피천득도 좋아하고 하루키도 좋아하고 문학소녀였네^^
--------------------- [원본 메세지] ---------------------
갠적으로 좋아하는 하루끼 아자띠의 단편 소설중 하납니다.^^
꽤 유명한걸루 알구 있는데..>>ㅑ>>ㅑ>>ㅑ
이 소설 읽으면서 하이네켄이라는 맥주두 알고..
걍 이소설을 읽으면 맘이 따뜻해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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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이 폐쇄되었을 때, 마을 사람들은 서로 돈을 내 코끼리를 손에 넣었다.
동물원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너절한 동물원이었고, 코끼리는 늙고 진이 빠져 있었다.
너무나도 늙고 진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어느 동물원에서도 그 코끼리를 인수하려고 하지 않았다.
코끼리는 그렇게 오래 살면서도 선택될 것 같지는 않아 보였고, 그런 관에 한쪽 다리를 처 넣은 것 같은 코끼리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인수하려고 할 만큼 유별난 것을 좋아하는 동물원도 없었다.
동물 거래업자도 그 코끼를 처치 곤란해하며 거저라도 좋으니까 코끼리를 인수해 주지 않겠느냐고 마을에 말을 꺼냈다.
"나이를 먹어서 먹이도 그렇게 많이 먹지 않습니다. 난폭하게 굴지도 않습니다. 큰소리로 울어 주변에 폐를 끼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장소만 있으면 됩니다. 싸게 잘 사시는 겁니다. 여하튼 거저라니까요."
라고 업자는 말했다.
마을 회의에서 한 달 정도 옥신각신한 끝에 마을은 결국 코끼리를 맡게 되었다.
온 세계를 둘러보아도, 코끼리를 갖고 있는 마을 따위는 좀 처럼 없을 것이다.
물론 인도나 아프리카에는 그런 마을도 몇 개인가 있겠지만, 적어도 북반구에는 그다지 있을 리가 없다.
산림을 소유하고 있는 농가가 코끼리가 살 곳을 제공하고, 노화되어 부수기 직전의 국민학교 체육관이 코끼리 오두막으로 이축되었다.
사료는 학교 급식의 찌꺼기로 충분했다.
퇴직한 마을 사무소의 직원이 코끼리 사육사로서 코끼리를 보살펴 주었다.
마을의 재정은 꽤 넉넉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예산이라면 쉽게 짤 수가 있었다.
게다가 코끼리라고 해도 전혀 아무런 쓸모도 없는 건 아니다.
마을이 코끼리에게 준 일은 빈 깡통 밟기였다.
우선 코끼리의 발 모양에 맞춰 콘크리트 파이프가 만들어지고, 피리 소리가 나면 코끼리가 발을 그곳에 처박도록 훈련을 시켰다.
매주 금요일에 마을의 빈 깡통이 수거되어 트럭으로 코끼리 오두막으로 운반되었다.
맥주 깡통과 수프 깡통과 김 깡통, 그런 모든 깡통이 코끼리의 오두막 앞에 쌓여갔다.
코끼리 사육사는 콘크리트 파이프 안에 세 양동이분씩 빈 깡통을 던져 놓고 피리를 분다.
피리 소리가 나면 코끼리는 그곳에 한 발을 처박고 빈 깡통을 와지끈 밟아 부수어, 한 장의 평평한 금속 조각으로 변하게 했다.
마을이 왜 그런 귀찮은 빈 깡통 처리 방법을 생각해낸 것인지 나로서는 잘 알 수가 없다.
컴프레서(압축기)로 해치워 버리면, 그런 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 버린다.
굳이 코끼리를 쓸 정도의 일도 아니다.
결국, 마을은 어떤 형태로든 코끼리의 존재 가치를 확립시키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리라.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은 일부러 코끼리를 위해서 그런, 그다지 효과가 있다고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깡통을 밟고 있을 때의 코끼리와 사육사는 굉장히 행복한 듯이 보였다.
코끼리 사육사가 피리를 불면 코끼리는 즉각 파이프 안에 발을 처넣고 깡통을 납작하게 했다.
나는 종종 금요일에 빈 깡통을 잊고 버리지 않은 적이 있었고, 그런때는 늘 스스로 빈 깡통을 코끼리의 오두막까지 가지고 갔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은 코끼리도 코끼리 사육사도 한가했기 때문에, 그들은 나 한 사람의 빈 깡통 때문에라도 특별히 깡통 밟기를 해 주었다.
나는 한 번 하이네캔 맥주의 빈 깡통을 한 다스 모아서 코끼리에게 밟게 했던 적이 있다.
코끼리 사육사의 피리 소리와 함께 12개의 하이네캔 깡통은 멋진 한 장의 초록빛 판이 되었다.
그 초록빛 판은 5월의 태양 아래 하늘에서 본 아프리카 평원같이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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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하이네켄 맥주의 빈깡통을 밟은 코끼리에 대한 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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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1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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