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님이 그러셨다죠?
“열 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고,
서른에 홀로 섰으며,
마흔에는 누가 꼬셔도 안 넘어가게 되었고,
쉰에 하늘의 뜻을 알았으며,
예순에는 뭔 소리를 들어도 욱하지 않게 되었고,
일흔에는 제 맘대로 막 살아도 ‘법 없이도 살 사람’처럼 되었다.”
2010년 봄에 탁구를 시작해서 금방 그 매력에 빠져들면서,
"이제 탁구에 뜻을 두었으니,
2-3년쯤 후에는 대충 기본 기술을 습득하고,
5년 정도면 누구와 상대해도 만만치 않게 되고,
10년 정도 지나면 탁구의 도를 알게 되고,
20년 정도 지나 몸이 슬슬 녹슬어갈 때면, 가끔 져도 욱하지 않게 되고,
30년 후, 탁구를 내 맘대로 막 쳐도 ‘우아함’이 배어나도록 해야지",
하는, 단순무식, 허무맹랑, 황당무계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10년이 지나니 탁구의 도를 깨닫기는 커녕, ‘도개걸윷모’의 도 자리에 겨우 왔나 싶습니다. 그나마 지난해부터는 가뭄에 콩 나듯 탁구를 치고 있으니, ‘빽도’ 나와서 출발점에 다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12월 중순부터 가게고 뭐고 다 닫은 이 상황에도 스키장은 열어주는 나라에서, ‘탁구 못 치는 김에, 그거 얼마나 재미있나 한 번 해보자’,한 것이 한 달이 조금 지났습니다. 토요일에 한 시간 반씩 다섯 번의 소규모 단체 강습을 받고, 주중에 짬내서 한 두 시간 정도 두어 번씩 복습을 했더니...
십년만에 외도, 한 달 만에 중간 결산.
탁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운동할 수 있다.
스키: 비가 오면 못 탄다. 눈이 펑펑 내려도 불편하다.
탁구: 혼자서는 서비스 연습이나 로봇 상대 밖에 못한다.
스키: 혼자 슬슬 타는 것도 할 만하다.
탁구: 30분 차 몰고 가서, 옷 갈아입고 운동. (자전거 타고 10분이면 가는 클럽 두고, 저 윗 동네 클럽에서 운동하느라...)
스키: 집에서 옷 차려입고, 25분 차 몰고 가서 운동. (차로 30분 거리 안에 스키장이 다섯 개)
탁구: 운동후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제격이다.
스키: 운동후 따끈한 정종 한 잔이 제격이겠지만, 그건 없고, 코코아 한 잔이 생각난다.
탁구: 10년이 지나도 늘 초보같은데,
스키: 한 달 정도면 초보 딱지 뗀다.
탁구: 자나 깨나 탁구 생각난다.
스키: 타다가도… 탁구 생각난다.
탁구 못 친지 두 달. 실내 체육 금지 명령이 한 달 더 연장되었습니다. 탁구채 곰팡이 안슬었나 살펴봐야겠습니다.
첫댓글 ㅎㅎㅎ탁구의 경력을 공자의 말씀에 비유한 것도 넘 재밌고,
10년이 지나도 도개걸윷모의 도 자리..그나마도 지금은 빽도 느낌이라는 말씀에 완전공감하며,
탁구와 스키의 비교ㅎ
탁구:자나깨나 탁구 생각난다.
스키:타다가도...탁구 생각난다.
에 빵 터졌습니다.ㅎㅎ
운전하다가 신호대기때 옆에 서 있는 운전자를 보고 씨익~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열심히 스윙연습을 하더라구요.ㅎㅎ
일요일아침 유쾌한 글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거실 소파 옆에 놓아둔 스윙 연습용 탁구채입니다. 보이시나요?
저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젼 보다가 가끔 집어들고, 앉은채로, 혹은 벌떡 일어나서 스윙 연습을 몇 번 하면, 아내가 옆에서 큭큭거리고 웃습니다. 저는 웃거나 말거나...
10년만에 깨달은건 상대전형이 이상해서, 핌플이라서, 변칙이라서, 반칙서비스라서등이 아니라 내가 실력없어서 진거구나 입니다 ㅠ
20년 지나니 누구랑도 기분좋게 상대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끔씩 욱하는건 어찌 안되구요ㅎㅎ
그래도 10년만에 도를 깨치셨군요.
탁구장에서 마음이 순해지는 것은 공자 아저씨께서 말한 '귀가 순해지는 것'에 비하면 휠씬 어렵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작년 한해에 "뒷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뒷걸"(뒷도에서 윷가락 네개를 다 뒤집은 모양으로 저희 집의 창안으로서 의외성이 더 증대되어 더욱 재미있습니다.^^)이 나온 듯 합니다.ㅠㅠ
빅풀님은 저 멀리 앞서 가셨으니 '뒷걸' 한 번 정도는 하실만도 하죠. 곧 윷이나 모 한 번 하시길.
탁구는...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언제나 할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렇죠? 실내에서 하는 운동이니, 정전만 되지 않으면 됩니다.
타다가도 탁구생각에 심쿵^^
오늘 노는 날이라, 한 시간 개인 레슨 신청해서 받고 방금 들어왔습니다. 리프트 타고 올라갈 때마다 탁구 이야기 했네요. "어떤 동기로 이 나이에 스키 배울 생각을 했냐"는 질문 때문에요.
2년전 탁구가 너무 안되어서 때려치려고 남편따라 배드민턴 레슨을 받았는데 아 글쎄 배드민턴 공이 내 눈앞에 떨어질때까지 포핸드 자세로 기다리고 있는데 . 코치님이 엄청 난감해 하셔서리 ㅠ 그때 알았죠. 난 탁구만 칠수밖에 없구나 하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