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35층에서 49층 꿈 이어간다는데 가능성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2. 10. 20.
강남권 재건축 '대어' 은마아파트가 추진위원회 설립 후 20년 만에 재건축 '7부 능선'으로 여겨지는 서울시의 정비계획 심의를 통과하면서 후속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이번에 최고 35층 설계안으로 심의를 통과했으나 내년 상반기 조합이 설립된 이후에는 49층 층고 상향을 중점 추진할 전망이다.
1. 추진위원장 "층고 35층→49층 정비계획 변경 추진", 서울시도 변경 가능성 인정?
최정희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20일 본지 통화에서 "현행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 하에선 최고 35층 밖에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이 기준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한 것"이라며 "내년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뒤 최고 49층 높이의 정비계획으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아파트 '35층 룰'을 폐지한 2040 도시기본계획을 시행하면 이 같은 구상이 가능하다는 게 최 위원장의 판단이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선택한 인근 대치 미도아파트도 양재천 방면 3개 동을 49층 높이 설계로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계획 변경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도 "도계위 심의에선 최고 35층 설계안으로 통과했지만 앞으로 조합이 설립되고 세부 건축심의를 진행하면서 층고, 세대 수 등 세부 사항은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통과된 정비계획안은 28개 동 4424가구를 33개 동, 57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로 탈바꿈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층고 상향이 현실화하면 용적률과 건폐율도 바뀔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3월 2040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최고 층수를 높이는 대신 건폐율(대지 안에 건물 비중)을 낮춰 단지 내 주거 쾌적성을 높이는 유연한 설계안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층고 규제를 폐지한 2040 도시기본계획은 지난 6월 공청회, 8월 시의회 보고를 거쳐 도계위 심의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계위 최종 심의를 위한 사전 절차를 마쳤다"며 "연내 확정·고시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2. 상가 조합원 동의 늦어지면 '분리 재건축' 추진할 수도, 시공사는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 유지할 듯하다. 재건축의 첫 발을 내디뎠지만 업계에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넘어야 할 숙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조합 설립 과정에서 상가 지분을 보유한 조합원과의 기싸움이 예상된다. 은마아파트 앞에는 연면적 6000㎡ 규모 상가가 형성돼 있다. 재건축부담금 산정 대상은 주택이어서 상가 시세는 반영되지 않아 상가 조합원의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면 이들이 반발할 수 있다. 최근 6개월 간 공사가 중단됐다가 극적으로 재개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도 상가 문제가 적잖은 영향을 줬다.
추진위는 이런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일정 기간을 제시해 상가 조합원들의 동의율이 낮다면 이곳은 제외하고 아파트 부지만 개발하는 '분리 재건축'도 배제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상가 내에 이주가 어려운 교회나 지분을 쪼갠 투자자도 거의 없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협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도 법개정과 정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 문턱도 넘어야 한다. 정부가 9월 말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며 부담금 부과 시점을 추진위 구성에서 조합 인가로 조정해 분담금이 예전 추정치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수 억원대 분담금을 내야 할 수 있다. 금리인상 기조와 맞물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도 사업 정상화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시공사는 지난 2002년 결정한 삼성물산, GS건설 컨소시엄을 그대로 유지할 전망이다. 업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인데다 안정적 사업 운영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도 큰 변수가 없다면 조합원들이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단지 지하 50~60m 대심도를 지나는 것으로 설계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 변경 여부도 남은 과제다. 주민들은 노선이 지하를 관통하면 지반 붕괴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GTX-C 노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지난 7월 우회 노선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최 위원장은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GS건설도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3. 추진위, 2030년 사업 마무리 청사진 제시 재건축 호재 당장 시장 자극 우려 낮다.
최 위원장은 후속 인허가 절차 및 이주, 공사 기간을 고려할 때 이르면 2030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조합 선거에 나올 때 공약이 인허가와 이주까지 3년이었다"며 "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5년경 철거를 마무리하고 아파트 공사 기간이 약 3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8년에는 입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4400여 가구 은마아파트 철거 과정에서 이주 대책 필요성을 제기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잠실주공5단지에 이어 은마까지 이주가 본격화하면 강남권 전세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책 당국이 이런 점을 고려해 전세 시장 불안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권 대어로 꼽히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집값이 다시 출렁일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단기간에 시장 분위기를 뒤바꿀 재료가 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금 부동산 시장의 최대변수는 금리"라며 "다른 변수를 압도할 정도로 금리에 민감한 시장이기 때문에 재건축 기대감으로 다시 급등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