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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최근 벤처투자의 급격한 감소에 대응한 스타트업 자금 지원 방안은 정책당국의 모험자본시장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는 측면에서 벤처투자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벤처투자의 위축은 금리인상기에 민간자본 확대라는 정책 방향이 중첩되며 나타난 현상으로 투자 재원의 부족보다는 시장 수급의 공백으로 인한 일시적 투자 지연의 결과로 판단되므로 민간 모험자본시장 조성 정책은 여전히 의미 있는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모험자본시장 정책의 목표는 민간의 자율적인 투자 역량과 투자 창의성이 제고되고 시장 원리에 기초한 투자자금 배분을 통해 투자자금이 대형화되는 생태계 조성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래 전략기술 분야의 부상으로 새로운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벤처투자 감소와 원인
2022년 중반부터 시작된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이 2022년 4분기부터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하며 자금모집과 신규 투자가 급감하였다. 연간 기준 자금모집은 2021년 17.8조원에서 2022년 17.3조원으로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신규 투자는 동기간 15.9조원에서 12.5조원으로 21.8% 감소하였다. 분기 기준으로는 시장 위축이 좀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데 벤처투자조합 기준으로 자금모집은 2022년 1사분기 2.7조원에서 2023년 1사분기 0.6조원으로 78.6% 감소하였으며, 신규투자는 동기간 2.2조원에서 0.9조원으로 60.3% 감소된 상황이다.
최근 벤처투자의 감소는 투자 재원의 부족보다 투자조건에 대한 벤처기업과 투자자 간의 이견 또는 투자자가 시장의 저점을 확인한 후 투자를 집행하고자 하는 의도로 인한 일시적 투자 지연의 결과로 판단된다. 현재 벤처펀드의 미소진약정액(dry powder)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벤처투자조합만 고려할 경우에도 최소 10.3조원1)으로 추산되고 있어 최근의 자금 경색은 벤처투자 재원의 절대적 부족으로 인한 현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변화된 시장 환경에 따른 새로운 투자 조건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점진적으로 벤처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2) 현재 상황은 벤처투자 시장의 주기적인 활황-침체 순환 국면 중 침체기 초입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며 과거 우리나라와 미국의 사례를 보면 투자 위축세가 일정 시간을 지나 회복된 바가 있다.
벤처투자 감소에 대한 정책 대응 및 평가
최근 벤처투자 감소와 관련하여 금융위와 중기부는「혁신 벤처ㆍ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정책금융 확대 및 민간 벤처투자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3) 동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기업의 성장 단계별 자금수요에 맞추어 정책금융, 정책펀드, R&D 자금 등 총 10.5조원을 추가 지원하고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한도를 자기자본의 0.5%에서 1%로 2배 확대하며, M&Aㆍ세컨더리 펀드 결성 지원과 CVC 규제개선을 통해 민간 벤처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금 투입 확대와 더불어 스톡옵션 부여가 가능한 외부전문가를 확대하고 기존 논의되어 온 복수의결권을 신속히 도입하며 현재 2027년 일몰이 예정되어 있는 벤처기업법의 상시화 논의 등 벤처기업의 경영안정 지원과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전반의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동 정책 방안은 성장단계별로 융자, 투자 및 R&D 자금 배분에 차이를 두고 있으며 회수지원과 민간 재원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포함하는 등 전반적으로 민간재원 확대와 벤처투자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번 정책 대응은 벤처투자 시장의 경색기에 시장 참여자가 정책당국의 시장안정 의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만 시장의 조정기능에 의해 전반적인 경색이 나타나는 경우의 시장안정 대책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벤처ㆍ스타트업에 대한 전방위적 유동성 공급이 되어서는 곤란하며 자금 공급자의 선별 기능을 통해 유망한 벤처ㆍ스타트업이 자금난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운영될 필요가 있다.
민간 중심 모험자본시장의 의의
2000년대 중반 이후 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국내 모험자본시장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정책금융의 역할이 컸던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최근 모태펀드 출자 예산의 감소에서 나타나듯이 재정이나 공공 재원의 지속 가능성과 우리나라 모험자본시장의 성숙을 위해 민간 모험자본의 역량 강화가 필요함을 고려할 때 점차적으로 민간 중심의 모험자본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분명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모험자본시장 전반의 개선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벤처투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스케일업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벤처펀드의 평균 규모와 후속투자 비중에서 잘 나타난다. 2015~2021년의 7년간 결성된 벤처펀드의 평균 규모는 미국이 1,900억원, 중국이 1,100억원 규모인 반면 우리나라는 279억원에 불과하다. 또한 과거에 비해 그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으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벤처조합의 후속투자 비중은 2021년 기준 미국의 92.6% 대비 다소 낮은 71.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창업후기 대규모 지분투자를 수행할 자금이 크지 않으며 다양한 국내 자본시장 투자자 층이 두텁지 않은 상황이다.4)
이러한 전반적인 우리나라 모험자본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투자 창의성과 자율성 확대를 통해 투자 역량을 제고하고 시장 원리에 기초한 투자 자금 배분을 통해 투자 자금이 대형화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즉 민간 모험자본 시장 조성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스케일업 그리고 더 나아가 유니콘이 육성될 수 있는 모험자본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최근 모험자본시장의 급격한 경색은 벤처투자 시장의 자율적 숨고르기 시기에 민간자본 확대라는 정책 방향이 강조되며 나타난 현상으로 민간 모험자본시장 조성 정책의 근본적인 의의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다만 벤처투자 시장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정책 범위와 강도를 설정할 필요는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정책금융의 역할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 모험자본시장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바 향후에는 양적 성장의 지속과 더불어 질적 성숙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는데 현 정부 정책기조의 하나로서 민간 모험자본에 대한 강조는 이러한 중장기적 정책 변화의 필요성에 부합하는 방향의 정책기조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그간 마중물 역할을 통해 모험자본시장 생태계 조성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정책금융의 역할도 재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모험자본 분야에 있어서 정책금융의 역할은 특정 투자 분야의 높은 투자 위험과 이로 인한 과소투자라는 시장실패에 대한 대응 또는 교정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시장실패적 성격이 강한 신규 투자 분야가 지속적으로 등장함으로써 향후에도 정책금융의 역할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분야로는 대표적으로 미래 전략기술에 대한 투자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민간 투자자가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정부 역량의 결집과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현재 초격차 기술ㆍ딥테크, 국가전략기술 등으로 불리며 범정부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미래 기술은 높은 위험성과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으로 인해 시장실패가 높은 분야이다.5)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격차ㆍ딥테크 분야는 일국의 미래 기술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어 국가 간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기도 하다.
기존 스타트업 투자가 시장 불확실성을 기본적인 특징으로 한다면 초격차ㆍ딥테크 분야는 기술 불확실성과 시장 불확실성이 공존하기 때문에 기술개발부터 사업화 및 매출 발생까지 소요 기간이 길고 시제품 제작 전 단계에서 상당 규모의 시험ㆍ설비투자 등 자금수요가 크다. 초격차ㆍ딥테크 분야의 불확실성과 긴 투자 회임 기간은 일반 스타트업 투자보다 강도 높은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를 필요로 한다. 또한 일반 스타트업 투자와 비교하여 매출 발생 전에 지속적인 자금 수요가 발생하므로 주로 매출의 발생 여부에 기초해 투자 결정이 이루어지는 일반 벤처캐피탈 투자 방식으로는 적절한 규모의 민간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다.6) 따라서 이러한 분야의 투자는 기존의 모험자본에 더하여 지식자본ㆍ인내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며 민간투자가 확대되기 전까지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
미래 기술 분야에서의 효율적 정책금융 공급을 위해서는 미래 기술 분야가 다양한 정부 부처의 소관인 만큼 범정부적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즉 미래 산업과 기술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전략적 미래 기술 분야를 설정하고 우선순위화하며, 유망 기업 발굴을 위해 유망 기업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통해 중복 투자를 방지하거나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 때 관련 분야의 민간전문가를 활용하고 수요자 중심의 발굴 체계를 수립하는 등 전략 분야의 발굴과 정책금융의 집행을 최대한 민간 또는 시장 친화적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정책금융 공급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기적인 성과평가를 통해 정책금융 지원의 효과를 분석하고 이를 정책금융 운용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1) 벤처조합 평균만기 7.8년, 투자기간 3년을 가정하였다.
2) 미국은 금융위기로 인해 2009년 자금모집과 투자가 각각 62.2%, 24.8% 감소하였으나 다음 연도인 2010년에 다시 67.2%, 16.1% 증가하며 투자 위축세가 일부 회복된 바 있다. 우리나라도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2012년 자금모집과 투자가 각각 66.1%, 2.2% 감소한 바 있으나 직후 년도인 2013년에 99.0%, 12.3% 증가하였다.
3) 중소벤처기업부ㆍ금융위원회, 2023. 4. 20,「혁신 벤처ㆍ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발표, 보도자료.
4) 창업후기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 층의 부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EU 에서도 한계점으로 인식하는 모험자본시장의 문제점이다(Quas, A., Mason, C., Compañó, R., Testa, G., Gavigan, J.P., 2022, The scale-up finance gap in the EU: Causes, consequences, and policy solutions, European Management Journal 40, 645-652).
5) 구체적으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ㆍ헬스, 모빌리티, 친환경ㆍ에너지, 로봇, 빅데이터ㆍAI, 사이버보안, 우주항공, 차세대원전, 양자기술 등을 포함한다.
6) IFC, 2021, Financing Deep Tech,
BCG, 2021, The Deep Tech Investment Paradox: a call to redesign the investor mo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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