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강덕수號…파고 만난 STX그룹>
채권단 자율협약 추진…경영정상화 모색 속 위기감 고조
'샐러리맨 성공신화' 강 회장, 무리한 몸집불리기가 발목잡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STX조선해양[067250]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추진하면서 STX그룹이 추진 중인 경영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STX조선해양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한 것은 유동성 위기에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보다는 덜하더라도 경영권에 제약을 받게 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고통도 심해지겠지만, 얼어붙은 조선 업황 속에서 자금난을 해소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선박 제작을 위해서는 금융 지원이 필수적인 조선업의 특성상 기업 재정 악화로 추가 수주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영업실적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자금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STX조선해양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6조2천212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6천987억원, 순손실 7천82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STX그룹이 강덕수 회장이 쓴 '샐러리맨 성공 신화'의 상징이었던 터라 비슷한 배경을 지닌 윤석금 회장의 웅진그룹에 이어 이 신화가 또 다시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강 회장은 쌍용양회[003410]에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입사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쌍용중공업이 퇴출된 이후 스톡옵션을 바탕으로 오너 경영인의 기반을 닦았다.
이후 강 회장은 법정관리 중이던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산단에너지(STX), 범양상선(STX팬오션)을 차례로 인수하고 해외 조선소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해 회사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조선해운업의 장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잔뜩 커진 몸집이 오히려 그룹의 발목을 잡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무리한 M&A로 재무 상태가 악화하면 조선업과 해운업처럼 덩치가 큰 산업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STX그룹처럼 조선업과 해운업을 주축으로 하는 경우 호황일 때는 선박 발주가 늘어나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반대로 해운업이 불황이면 조선업이 뒤따라 침체하게 된다.
세계 조선업계는 불황 장기화로 발주 물량 감소, 신조선가 급락에 더해 건조대금 지급 방식이 계약중도금보다 마지막 잔금의 비중이 높은 '헤비테일'로 바뀌는 추세라 경영을 더욱 악화시켰다. STX팬오션[028670] 역시 업황이 나쁜 벌크 비중이 전체의 80%에 달해 경영난이 심각하다.
STX그룹은 지난해 5월 산업은행과 재구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STX에너지 지분 매각, 유럽 자회사인 STX[011810] OSV과 중국 자회사 STX다롄 매각 등을 추진했다.
이어 그룹의 양대 축 중 하나였던 해운업까지 정리하기로 하고 STX팬오션 매각에 나섰다. 그러나 팬오션은 공개매각이 불발해 산업은행이 사모주식펀드(PEF)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TX그룹이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에 성공할지 공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협약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의 경영권을 내놓는 안이 중요한 변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룹 측은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받아들이면 채무유예와 긴급 유동성 지원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추진 중인 STX다롄의 지분을 포함한 자산 매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 한 관계자는 "이번 주 내에 채권단이 협약 체결을 결정하고 유동성 일부를 지원받는다면 수주전에도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자산 매각에도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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