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동문
3년 동안 700억 투자금 조성 “유니콘 10마리 키워낼겁니다”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18호(2021.05.15)
목승환(재료공학98-05) 최연소 서울대 기술지주 대표
펀드투자로 사업영역 넓혀 - 기술창업 일류 투자사 약진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는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창업팀을 민간주도로 선발,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술 아이템만 있으면 팁스 운영사의 투자와 정부 R&D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실패 부담 없는 창업 생태계 조성의 밑거름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 창업의 허브라고 할 수 있는 ‘팁스타운’에서 목승환(재료공학98-05)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대표가 최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났다. 쟁쟁한 창업가들과 함께 팁스 운영사 중엔 유일하게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것. 5월 3일 서울대연구공원 본관 2층에 있는 회의실에서 목승환 동문을 인터뷰했다.
“지난 3년여 동안 약 7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 데 이어 2020년엔 61개 팁스 운영사 중 1위에 선정됐습니다.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수준을 일찌감치 뛰어넘어 일류 투자사들과 경쟁하고 있죠. 참 대단한 일을 해냈고 또 하고 있는데 학내에선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좀 섭섭해요(웃음).”
2008년 출범한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상법상 주식회사지만, 서울대가 100% 지분을 보유한다. 대학이 가진 연구 역량과 기술을 사업화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다시 교육 및 연구환경 개선에 투입하고자 설립되는 대학의 기술지주회사는 공익법인적 성격과 함께 영리법인의 성격을 동시에 띤다. 2016년 말 목 동문이 당시 투자전략팀 팀장으로 입사하면서 기존 기술지주의 틀을 깨고 펀드 투자로 사업 영역이 확장됐다.
최연소이자 내부승진 인사로는 처음으로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대표가 된 목 동문은 재학 시절부터 창업에 도전했으며, 2009년 ‘나무앤’을 비롯해 8년 동안 100종 이상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서비스한 뒤 스타트업 투자사인 ‘더벤처스’에 매각했다. 이후 더벤처스 투자이사를 역임했고, 서울대 팁스 운영 센터장과 S-이노베이션 창업보육 센터장을 겸임하기도 했다.
“서울대 교수의 기술창업이 연 30건에 달하는데 대학의 자회사로 시작하는 예는 한두 건에 불과했습니다. 투자지원이 적으니 다른 팁스 운영사에 뺏기는 경우가 허다했죠.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저희 투자를 받아 순조롭게 사업을 추진하는 성공사례가 축적되면서 투자금 조성 여력뿐 아니라 잠재력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도 놓치지 않게 됐어요. 실력을 검증받은 셈이죠.”
서울대 공대 실험실 창업기업 ‘어썸레이(대표 김세훈 섬유고분자공학95-00)’가 대표적이다. 탄소나노튜브에 기반한 초소형 엑스레이 장치를 개발해 세균, 미세먼지는 물론 바이러스까지 잡는 친환경 공기정화장치를 출시한 이 회사는 창업 2년여 만에 스타트업의 꿈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 서울대 기술지주의 초기 투자 후 기업가치가 15배 상승했으며, 후속 투자 또한 유치했다.
건설현장에 드론 솔루션을 개발해 제공하는 ‘엔젤스윙’은 조지아 텍 항공우주공학부 학생이었던 박원녕씨가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설립한 회사. 드론으로 촬영한 데이터를 업로드 하면 플랫폼을 통해 자동 편집돼 곧바로 측량 결과물을 볼 수 있다. 2015년 네팔 대지진 때 구조대를 지원할 방법을 고민하다 떠올린 아이템으로 기술지주의 투자 후 기업가치가 11배 뛰었다.
“눈앞의 이익만 좇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울대 기술지주는 다른 투자사와 차별화됩니다. 서울대에 거는 기대에 걸맞게 공공성 또한 중요시하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좀 위험하지만,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높이 평가해 투자를 감행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농산물 유통 정화기 제조업체 ‘퓨어 스페이스’를 들 수 있죠. 유통과정에서 부패해 한 입도 못 먹고 버리는 농산물이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합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800조에 달하죠. 이 회사의 기술을 통해 버려지는 농산물을 조금만 줄여도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어요.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선영 동문이 부친의 사업을 뜯어말리다 되레 그 사업에 반해 대표까지 맡았죠. 지금은 저희가 투자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중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사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IBM 왓슨연구소에서 AI 반도체 설계를 맡았던 오진욱(전기공학03-08) 동문과 삼성전자에 다녔던 신성호(대학원20졸) 동문이 카이스트 출신 박성현, 김효은 씨와 함께 공동 창업한 ‘리벨리온’은 시제품을 내놓기도 전에 55억원의 초기 투자를 유치해 기대가 크다. 국가대표급 AI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금융사 등 각 영역에 특화된 AI 반도체 기술 개발로 반도체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 서울대 기술지주가 투자한 것은 물론이다.
목 동문은 10년 내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학의 사회적 소명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교육, 연구를 거쳐 이제는 기술의 사업화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거예요. 처음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두진 않았지만, 대학이 축적해놓은 그 동안의 연구 성과와 역량이 기업의 연구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 대학 나아가 서울대 기술지주의 경쟁력이죠. 저희가 만든 5개 펀드 중 1호 펀드에 서울대 동문이 참여한 전례가 있는 만큼 동문 참여 펀드를 개발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겠습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