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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야를 환하게 달궜던 한국 축구 대표팀의 투르크메니스탄전 승리는 이번 연휴동안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줬다. 어린 아이부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까지, 골수팬으로서 충성도를 떠나 한국 축구가 오랜만에 거둔 쾌승은 설날 덕담처럼 주고받은 반가운 신년뉴스였다.
언론의 찬가도 드높았다. 기사의 헤드라인을 뽑는데, 550분간의 무득점 공포(?)에서 빠져나온 것만큼 뚜렷한 메시지를 담긴 말이 어디 있었겠나. 또 대중적 지지 기반이 두꺼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풀럼) 이영표(토트넘)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의 활약에 집중하지 않을 이가 누가 있었을까. 승부를 가르는 골이 축구의 본질이라는 것에 기대, 골침묵을 깬 수비수 곽태휘(전남)와 '프리미어급' 골몰이를 전해준 설기현 박지성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팬들과 언론의 시선이 그 곳에 꽂히는 것은 응당 자연스런 귀결이랄 수 있다.
박주영은 6일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최전방 꼭지점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
일부에서는 프리미어리거들의 가세가 이번 투르크메니스탄전 승리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며 앞으로는 '허정무호'에서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아우라'(Aura)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네 골의 골몰이가 결국은 미드필더나 수비수가 만들어낸 것을 지적하며 전형적인 공격수가 골을 넣지 못한 것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골 못넣는 골잡이라고 재단(裁斷)하지 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이끈 득점자 위주의 뉴스보도를 통해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박주영(FC서울)의 역할론이 잊혀진 것은 경계한다. 개인적으로는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가장 발전적 변화를 이끈 선수라고 내세우고 싶다.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그냥 공격수로 뭉뚱그려졌던 그가 원톱으로서 보여준 활약은 고무적이었다. 한국축구의 원톱에 대한 논의의 장을 넓혀준 주역이었다.
박주영은 이 날 4-3-3 전형(엄격히 말해서는 4-2-3-1 전형)에서 최전방 꼭지점에 섰다. 전반 초반에는 염기훈(울산)과 설기현이 좌우에서,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중앙에서 받쳤다. 전반 종반부터는 김두현이 염기훈을 대신해 투입되면서 좌우에 박지성 설기현, 중앙에 김두현이 그를 받드는 모양새가 됐다.
정조국(서울)과 조재진이 부상으로 도중하차하면서 원톱으로 나선 것은 불가피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원톱으로 나선 것은 2006년 12월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정조국을 대신해 출전했던 베트남전과 바레인전 이후 처음이었다.
박주영(왼쪽)이 설기현(가운데)이 골을 터뜨리자 김남일과 함께 |
대개 박주영의 자리는 주로 투톱 체제에서 처진 스트라이커 혹은 스리톱 체제에서는 측면 공격수로 틀지워졌다.(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팀에서 박주영은 투톱 중 하나로 활용된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6독일월드컵 스위스전에서 박주영은 왼쪽 윙포워드로 나섰다)
박주영은 등대처럼 공격의 빛을 비췄다.
그리고 원톱 박주영은 감독의 기대에 충실히 부응했다. 무엇보다 움직임이 깊고 넓었다. 물론 상대 포백 수비가 허술해 박주영의 발걸음을 편하게 해준 측면도 있었다. 오프사이드 선언이 잦았지만 수비 뒷공간 침투를 통해 위협적인 공격전개가 이뤄졌고, 좌우로 길게 펼친 횡적 움직임으로 수비수들을 교란했다.
설기현과 박지성의 골은 결정력도 칭찬할 만하지만 박주영의 폭넓은 움직임의 산물이었다. 전·후반 5~6차례의 결정적인 찬스에서 골을 터뜨리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지만, 최전방 꼭지점에 서서 공격의 빛을 비추는 등대역할은 충실히 소화해냈다. 후 12분 설기현이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터뜨린 골은 박주영이 페널티지역내 오른쪽에서 수비진 사이로 내준 패스가 발판이 됐고, 26분 박지성이 아크 왼쪽에서 터뜨린 골 또한 왼쪽 진영까지 깊숙이 침투했던 박주영이 리턴패스로 내주며 공간을 열어줬기에 가능했다.
최전방 꼭지점 스트라이커로서 상대수비와 공중볼을 다투는 |
한국 축구 원톱의 적자(適者)를 묻다. 2002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즐겨써 온 스리톱 체제에서 꼭지점 공격수 '원톱'은 '가장 외로운' 자리였다. '원톱' 체제는 한국 축구에서 그 효용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2002월드컵 후 이동국(미들즈브러) 조재진 등이 주로 이 자리에 배치됐는데, 이들은 '고립'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야 했다. 측면 공격수 자원이 많다는 장점을 극대화한 전술적 선택이었지만, 지나치게 측면 위주의 공격에 치중하다 단조롭고 무력한 모습에 빠지곤 했다. '원톱'은 타깃맨으로서 훤칠한 체격조건과 수비 1~2명을 제낄 수 있는 출중한 개인능력, 그리고 좋은 위치선정과 폭넓은 활동력, 그리고 킬러감각까지 갖춰 '투톱' 체제의 공격수보다는 더 많은 역할이 필요한 포지션이다. 그래서 적임자를 찾는 게 더 힘들었다.
와중에 박주영이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원톱으로 기능하며 새로운 활력소가 된 것은 반갑다. 한국 축구의 원톱으로서 가능성을 던졌다. 박주영은 체격조건만 놓고 본다면 이동국 조재진처럼 원톱에 가까운 공격자원은 아니었다. 180㎝ 초반의 신장으로 그들만큼 헤딩력이 출중한 편은 아니다. 타깃맨으로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체구가 좋은 선수들이 가지지 못한 활동성, 그리고 공을 받기 위해 최일선에서 선행적으로 공간을 파고드는 감각적인 면모는 훌륭하다. 최전성기를 되돌아보면 문전에서의 결정력도 다른 이들보다 못하지 않다.
박주영은 좌우상하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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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을 청소년 대표부터 현 올림픽 대표까지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박성화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박주영을 조재진 이동국과 비교해보면, 신체적 조건이 왜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결코 그는 체격이 안좋고 몸이 약하지도 않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측면 공격과 공격형 미드필더, 최전방 공격까지 모두 실험해봤는데, 사이드보다는 전방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다만 주로 처진 공격수로 쓰인 것은 그의 활동폭을 넓혀주고 수비 부담을 적게하면서 충분히 기량을 발휘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 경기만으로 원톱에 적합하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원톱으로 나서도 충분히 통할수 있는 선수다. 체구가 작은 웨인 루니나 테베스도 맨유에서 원톱으로 쓰이지 않나."
원톱이든 투톱이든 유용성을 갖춘 공격수라는 평가다.
설 연휴를 쉬고 9일 밤 파주NFC에서 재소집되는 '허정무호'는 오는 17일 중국 충칭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선수권대회를 향해 재발진한다. 박주영의 잊혀진 포지션 '원톱'을 찾아준 허 감독이 설 구상이 더 궁금해졌다.
동아시아대회에서는 일본 중국 북한 등 맞수들과의 결전이라는 부담이 있지만 전형상의 다양한 포맷을 짜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물론 공격의 경우 원톱이 됐든, 투톱이 됐든간에 박주영이 중요한 롤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은 가능하다.
또 하나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원톱 박주영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 것은 박지성 설기현 염기훈 김두현 등 그의 주위에서 패스 줄기를 형성해준 이들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동아시아대회에서 최전방 공격의 기능을 원활히 이끄는 미드필드진의 전술적 틀을 공고히 하는 것도 더 중요한 숙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오광춘기자 okc27@sportsseoul.com
첫댓글 내말이...박주영이 골을 좀 못넣어서 그렇지....그렇다고 그 기회가 결정적인 찬스라고 하기도 뭐한 상황이었고...새로운 원톱 스타일이라고 해야 되나...무식하게 몸싸움하는데 힘다빼고..정작 골못넣는 원톱은 더이상 필요없죠..
박주영은 지금까지 한국축구 원톱스타일과는 다른 유형의 새로운 원톱스타일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함
222222222222222 뻥축구 안봐서..다행...
A매치기록도 준수하다는... 거의 윙포로 출전햇엇고 출전시간도 많앗다고는볼수없죠..
222 그렇죠 기자들이 하도 요란을 떨어대서 멋대로 기대치를 높혀놔서 그렇지 기록면에서도 좋은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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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킥쩔죠ㅋㅋ
관우
그다지
귀네슈감독이 창조자적인 마인드를 가진선수라고 극찬하기도 했었음 두뇌플레이를 하는 선수죠.
요근래 본 기사중 가장 맘에 드는 기사네요.
에투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