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마태10,34)
마태오 복음 10장 34절에서 39절까지는 제자들이 세상과 겪게 되는 갈등의 필연성과
절대적 헌신의 요청에 대해 말하고 있다.
희랍어 원문은 마태오 복음 10장 34절과 35절에는 과거 시제, 36절에는 현제
시제, 그리고 39절에는 미래 시제가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에 있어서는, 복음으로 인한 피할 수 없는 세상과의 갈등 및 박해,
제자로서 요구되는 절대적 헌신의 삶, 자신의 목숨보다도 예수님을 더 사랑해야 함에
대해서 차례대로 다루고 있다.
마태오 복음 사가는 여기서 점층법적 구조를 통해 위의 세 개의 작은 단락 중에 마지막
단락에서 예수님을 위해서 목숨도 아끼지 않는 수준의 헌신의 자세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스승되는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모든
것이 삶의 기준이 되어야 하고, 그외의 것들과 심지어 세상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신의 목숨까지도 희생을 해야 한다.
이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이 영원한 생명과 구원의 길(道)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는 자만이 실천할 수 있는 높은 신앙의 경지이다.
여기서 '평화'에 해당하는 '에이레네'(eirene; peace)는 세상과의 타협을
말하고, '칼'에 해당하는 '마카이라'(machaira; a sword)는 하나의
은유로서 세상의 모든 죄악과 불신앙에 대해서 복음을 들고 싸우는 적극적인
대처를 각각 상징한다.
병행구절인 루카복음 12장 51절을 보면, '칼'은 '분열'(division)로 해석되어 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그가 제자라서 시원한
물 한 잔이라도 마시게 하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42)
여기서 '작은 이들'에 해당하는 '미크론'(mikron; little ones)은 마르코 복음
9장 37절과 요한 복음 21장 5절에 나오는 나이 어린 어린이를 가리키거나 상징적인
뜻으로 사회에서 소외받는 연약한 자를 가리키지 않는다.
이것은 제자들로부터 시작되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자들의 무리가 점점
확대되어 감을 묘사하는 가운데, 가장 마지막 순서에 해당하는 가장 폭 넓고 일반적인
개념의 평범한 그리스도인의 무리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그리고 땅이 메마르고 물이 귀하며 무더운 팔레스티나의 상황에서 먼 길을 걸어
손님이 집에 찾아왔을 때에 방금 우물에서 길어낸 시원한 물을 대접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대접이었다.
따라서 이것은 예수님에 관한 복음을 전하는 자나 그 복음에 대해 거절하지 않고
당연히 듣거나 받아들이기를 원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또한 복음을 전하는 제자들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을 대접하는 행위는 그들에게 사소한
도움을 주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는 제자들에게 사소한 도움을 준 사람들이 받을 '상'에 해당하는
'미스토스'(misthos; reward)는 일차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제자들을 영접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얻게 되는 구원을 말하지만(마태25,31-46),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선행에 대한 상급을 말하는 것이다.
그 구원과 상급은 각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주어지며, 결단코 잃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는 확실한 것임을 나타낸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절대적인 사랑 때문에 어떤 고난을 받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주님 구원 사업의 협력자들에 대한 도움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상급으로 이어지며, 모든 것을 상급으로 갚아 주시는 주님의 생명의 말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물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