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하나 없어 조용한 변소에,
어둑한 한 구석에 양변기 하나.
산정까지 지하수 끌어올리는 노고에도
우리는 말을 잇지 않았다.
외로운 변기는 틈만 나면 힘차게
뿌우웅, 끼잉, 삑삑.
인기 많은 소변기가 물 내리면,
더 유명한 세면대가 물 토하면,
뻔뻔한 거울 앞에서 수다 떨면,
위로도 응원도 없이 문지방 넘으면,
외롭고 힘겨운 양변기는 홀로
뿌우웅, 끼잉, 삑삑.
닫힌 문 뒤에서 들리는 으슬한 소리.
이에 묻지 않을 수가 없구나.
양변기는 혹등고래의 꿈을 꾸는가?
첫댓글 변기라고
꿈을 못꾸나요 머 ?
오물을 씼어주는 철학도 있는데요
변기 물내리면 일어나는 소용돌이 아래
고래가 살지도 모릅니다.
변기통에 번뇌 근심 불만 모두 집어 넣고 시원하게 물 내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