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국이라고는 단 한번 일본에 가 보았었다.
99년 가을경 친구 놈이 일본에 유학생으로 가 있어 기숙사에 신세를
지기로 하고, 놀러 갔었다.
기억나는 단편들..
라면은 무지 먹었다. 찐한 돼지고기 국물에 나오는 탄력있는 면발의
국수랄까.. 근데 얘네는 단무지 조차도 없고 라면만 달랑 나온다.
여학생애들의 교복치마 길이는 장난이 아니다.
모두들 우리나라에선 정말 대담한 처녀들이나(아니면 직업 여성들..
ㅡㅡ;;) 입고 다닐 만한 수준이다.
그러고서 다리 벌리고 앉고, 치마 입고 자전거 타고 다니고..
(이거 보고 일본 이민가고 싶은 사내들 많아지겠군..)
일본엔 정말 자전거가 많다.
워낙 전철이 방대하게 뻗어 있어서 버스보다는 전철의 이용도가
훨씬 높고, 역부터의 이동은 거의 자전거를 이용하기 때문에
집마다 자전거가 있고 역마다 자전거 하치장이 있다.
일본에서 먹은 진로 소주는 칵테일 타입이었다.
호프 집에서 요즘 흔히 보이는 300cc 정도의 맥주잔에 소주와
토닉워터 등을 넣어 희석시키고, 얼음까지 잘게 띄워 마시는 형태..
소주 맛이 안 난다.. ㅡ.ㅡ;;
일본남자들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물론 관심도 별루 없다..)
일본 처자들은 한국 아낙들과 확연하게 체형의 차이가 난다.
한국 여성들은 늘씬하고, 마른 타입의 체형이 많은 반면에
일본 여성들은 대부분 아담하면서 거의가 글래머 형의 풍만한
몸매를 자랑한다.(모모씨가 생각나는군.. ^^;;)
단지 며칠 묵었을 뿐이고, 시내 구경도 많이 하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느꼈던 걸 보면 그 차이가 정말 확연하긴 한가 보다.
친구랑 록본기의 밤거리를 한번 가봤다.
유난히도 눈에 많이 띄는 건 한복을 입은 여인의 그림과 한국
여인의 안마 어쩌구 하는 문구들..
한국형 안마가 어떤 건 진 모르겠지만, 그 바닥에선 그 게 상당한
인기 품목이었나 보다..
(근데 그런 업소에선 진짜 한복을 입고 안마를 해줄까..?)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 귀국하는 날이 바로 코스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공항에서 모임 장소로 직행했던 기억이 난다.. 흐흠..
2.
어렸을 때부터 눈이 굉장히 나빴다.
초딩 3학년 때 학교에서 시력검사라는 걸 하는데, 맨 위에 글씨조차
부연 것이 아닌가.. (어린 가슴에 충격 받았었다.. ㅡ.ㅡ;;)
결국 초딩 4학년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고, 무려 20년 가까운
시간 지속될 유리 너머의 세상이 시작되었다.
이미 그 때 시력이 0.3 수준이어서 집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졌는데..
그래서 궁리 끝에 당시 유행하던 눈체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에 가서 이런 저런 트레이닝(?)을 받곤 했는데, 결국 별 효과는
보지 못 하고 끝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급속도로 일시적인 시력 감퇴에 있는 사람은 효과를 보지만,
나같은 경우는 좀 어렵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렇게 그렇게 안경은 두꺼워져 가고..
이미 대학교 1학년 때는 9, 10디옵터까지 가 있었다.
그리고 렌즈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꼈다.
그 해에 군대 면제.. 흠.. 뺑이 치면서 국방의무 다한 분껜 죄송..
(대신 내 동생이 땅개로 내 몫까지 뺑이 치고 왔음..)
원래 눈이 약하고 충혈이 잘 되서 렌즈는 외출할 때만 끼고 보통은
안경을 끼고 생활을 했다.
고시생활이 이어지면서 안경렌즈는 압축렌즈로 다시 초고압축렌즈로..
이렇게 강력해진 안경은 왠만큼 아스팔트에 패대기쳐서는 끄덕도
하지 않은 수준까지 갔다.
이제는 밤에는 안경없인 한발자국도 떼지 못할 정도였고, 나안으로는
아무리 책을 눈에 가까이 대도 읽을 수가 없는 지경까지 갔다.
결국 고시생활이 마감된 후 공백기간 동안 라식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 처음 검사를 받고 집에 오는데,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 던지..
이제 그 바보같이 두터운 안경도, 눈이 무지하게 피곤한 렌즈도 안 낄 수
있다니.. ㅡㅜ
항상 무슨 천형처럼 이고 다니던 짐들이 사라지는 느낌~
허나..
수술 후 꽤 오랫동안 고생을 했다.
우선 남들은 수술 2, 3일 후면 바로 시력이 나와서 돌아 다닐 수 있다는데,
나는 그 기간동안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 했다.
그러고도 거의 몇 개월에 걸쳐 조금씩 눈이 회복하기 시작했다는..
(그래서 어느 순간 갑자기 "보인다! 보여~" 하는 감동적인 장면은 연출하지
못했다..)
시력이 회복된 뒤에도 몸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회사에 들어간 후에도
엄청 고생을 했는데, (아마 원래 눈이 약한 데다 체력까지 약한 상황에서
몸에 부담가는 칼질을 하는 바람에 그리 된 게 아닐까 하는..)
결국 헬스를 시작하면서 간신히 몸이 회복되었다는..
지금도 사실 몸이 피곤하면 시야부터 뿌얘지기 시작하고, 빛번짐으로 밤
운전이 상당히 힘든 문제가 있긴 하지만, 워낙 시력이 나빴었기 때문에
그 정도야.. 모..
안경없이 불편없이 산다는 거 자체가 예전의 나에겐 꿈과 같은 생각이었기
땜시..
3.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으면 그런 내용이 나온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자기 인생
최고의 책으로 꼽으며 그런 얘기를 한다.
생각날 때마다 그 책의 어느 페이지를 열어서 읽어도 어느 곳 하나
재미없는 곳이 없더라고..
내게는..
<노르웨이의 숲>이 그랬다.
통독으로만 따지면 10여번 정도 읽었으리라 짐작되지만, 그 외에도
수없이 이 곳 저 곳 내키는 데로 펴서 읽곤 했다.
(집에 가면 세 가지 종류의 번역본이 있다.. ^^;;)
하긴 이 것 저 것 다독하기 보다는 좋아하는 책을 반복해 읽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이 것 역시 와타나베의 스타일..)
원래 소설 같은 걸 안 좋아했지만, 뒤늦게 이문열에 빠져 한동안
고시공부 제쳐두고 ㅡ.ㅡ;; 그의 모든 글들을 찾아 읽고 다녔었고,
그 이후로는 박완서에 잠깐, 신경숙에 잠깐, 몰두하긴 했지만,
결국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오지게 빠지게 되었었다.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이문열은 지적이었고, 박완서는 냉소적이었고, 신경숙은 애처로왔으며
하루키는 쿨했다.
그 것이 그들의 매력이었다.
첫댓글 요즘 저도 고시생활 접고(?) 체력보강에 들어갔다는...장기간 공부하면서 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음...공부하면서도 운동 꾸준히 하세여~~..얼른 취직해야쥐~~-.ㅡ
두번째...눈은..저도 안경을 꽤 오래 사용하는데...수술한..사람들이 젤루 부러워여~ 눈이 좋은 사람들은...눈이 나쁜 사람의 고통은 모르지...음..난..솔직히..위대한 개츠비..뭔말인지 모르겠던뎅...ㅡ.ㅡ;
몰라서 죄송합니다 ^^;;
갑자기.... 아주 갑자기.... 저위에 언급된 모모씨가,.. 나를 지칭하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뒷통수를 팍~ 쳤쑴,,, ㅠ0ㅠ''; 혹시 제발 저리는건 아닐까?? 흑,.
눈 좋은 사람들 정말 축복받은거져~~일어나서 눈 뜨자 마자 바루 시간이 보이는게 내 작은 소원~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