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환(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주거안정
재건축구역 절반 이상 지지부진 - 문제는 연한 아닌 사업성 부족 - 서울 노원·강남구 등만 수혜 - 청약 이미 과열…완화 의미 없어 - 임대주택 의무공급 5% 줄어
1일 정부가 내놓은 '9·1 부동산 대책'에 대해 부산지역 부동산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수도권 재건축 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비수도권에는 돌아올 혜택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의 '경기 살리기'를 통해 비수도권을 활성화한다는 고전적인 '탑 다운' 방식을 취해왔다. 이번에도 정부는 노골적으로 수도권의 특정지역을 상대로 한 '맞춤형 정책'을 폈다는 비판이 거세다.
■서울 '신바람'…부산 '그림의 떡'
서울 부동산 업계는 이번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14단지 2만6629가구가 가장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목동 단지는 1985~1988년 말 준공한 아파트로 5층 이하의 저층과 15층 이하의 고층 아파트가 혼재돼 있다. 용적률도 단지별로 110∼160%대로 낮고 양천구청이 재건축 기본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여서 이번 9·1 대책 직후 재건축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노원구, 강남권의 송파구 문정동 방이동 등도 최대 수혜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이들 지역을 타깃으로 삼고 국가 전체의 재건축 규정을 낮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부산에서는 심리적인 부분 외에는 실효성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부산에는 지난 5월 말 현재 90개의 재건축 구역이 지정돼 있으나 절반 이상인 53개 구역은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부산의 재건축이 부진한 것은 연한 문제가 아니다. 입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가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청약통장 기준 완화의 경우도 철저히 수도권용이다. 청약에 더 많은 수요자와 투자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다"면서 "하지만 부산은 이미 청약이 과열돼 있다. 부산과 무관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주택 건설업계는 재건축 조합조차 결성하지 못한 노후 소규모 단지는 재건축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부산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소규모 단지는 재건축 추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민 주거안정은 외면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저소득층과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조치를 마련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으로 건설사의 배만 불리게 길을 열어주면서,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은 완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재개발 사업 시 지역별로 전체 가구수의 5∼20%(수도권 8.5∼20%, 지방 5∼17%), 연면적 기준은 3∼15% 범위 내에서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이를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인수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연면적 기준은 폐지하고 가구수 기준도 가장 높은 비율을 5%포인트씩 낮춰 수도권은 전체 공급 가구수의 15% 이하, 비수도권은 12% 이하만 확보하면 되도록 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임대주택 의무공급 비율을 줄인 것은 사업성을 개선해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그 정도로 부산 재건축 시장이 활성화될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서민층의 주거안정을 해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대책에는 경기도 일산 등 신도시 택지개발의 근거였던 택지개발촉진법이 폐지된다. 수도권 과밀을 부추겨 놓고 이 법을 폐지해 국가 자원을 수도권에 집중한 뒤 다른 지역에는 분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먹튀 정책'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