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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선운문화재에서 보은염 이운행사를 재현하고 있는 선운사 사부대중과 마을주민들. |
소금을 둘러싼 여러 주장들
몸에 해로울까? 이로울까?
소금 통해 얻는 나트륨 부족은
각종 질병 원인…부작용 야기
최근 독일을 여행했던 예 모(서울 암사동, 65세)씨는 음식을 먹고 깜짝 놀랐다. “대부분 음식이 너무 짰다. 우리나라 음식이 오히려 훨씬 싱겁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예 씨는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유럽지역에 안개와 습도가 높아 소금을 많이 먹어야 몸이 유지된다고 한다. 그동안 소금이 나쁘다고 들었는데 의아했다”고 전했다. 소금, 정말 해로운 것인가? 또 어떤 소금이 좋을까를 알아봤다.
세계적인 콩팥 전문가인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가 발표한 한 자료를 보면 “인간은 소금을 먹지 않아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우리가 섭취한 소금은 소변과 대변, 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일부러 소금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미국심장협회(AHA)는 하루 권장 소금량은 1.5g으로 크게 제한하고 있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소금이 발견되기 전, 구석기 시대 사람들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768mg에 지나지 않았던 점을 꼽는다. 반면 한국인의 평균 일일 소금 섭취량은 12g으로, AHA 권장량의 8배 수준이다. 세계적 평균 섭취량 6g 보다도 높은 수치다.
그런데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이 서민들을 진료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처방한 약이 바로 소금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쉽게 한약재를 구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소금을 처방해 많은 질병을 치료하도록 한 것. 생리학에서도 소금을 분해하면 생기는 나트륨 성분은 체액의 항상성과 체온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나트륨이 부족할 경우 우리 몸은 심각한 질병과 맞닥트리게 된다.
한편으로 지난 2011년 미국의학협회(AMA)가 발표한 저염식에 대한 연구에서는 “저염식이 뇌졸중과 심장마비의 확률을 높인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 연구에서는 “사망률이 가장 낮은 나트륨의 섭취범위는 일일 4~6g으로 조사됐으며, 나트륨 섭취가 고혈압을 유발시킨다는 어떤 연관성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또다른 의학지에서는 2012년 “저염식을 하면 콜레스테롤과 트리글리세라이드, 레닌 등의 수치가 높아진다. 저염식이 혈액 호르몬과 지질을 증가 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의 많은 학자들은 “고혈압, 당뇨 등과 소금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인삼죽염으로 유명한 김윤세 인산가 대표는 “싱겁게 먹다보면 체내 염분 부족으로 오히려 여러 질병이 생긴다. 반면 천일염을 직접 먹을 경우 바다 오염과 소금 자체의 성분으로 좋지 않다. 가급적 우리 조상들이 했듯, 소금을 볶거나 발효를 시켜서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천일염을 볶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날아가고 순수한 소금만 남게 된다. 과거에는 또 천일염을 지하 1m 이상 땅속에 묻어서 3년간 묵힌 후 먹기도 했다.
세종시 영평사 영농법인에서 생산하는 자죽염 |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좋은 소금은 자죽염. 대나무에 소금을 넣어 9번을 구어내면 소금이 자줏빛으로 변한다. 죽염을 개발한 것은 1300년 전. 사찰에서는 스님들 사이에 민간요법으로 전수돼 왔는데, 우리나라에서 천일염을 만들고, 죽염을 만드는 기술은 사찰에서 비롯됐다.
전북 고창 선운사에는 보은염이란 상표를 단 천일염이 제조 판매되고 있다. 1400년 전, 선운사 검단스님이 도적들을 불러 모아 천일염을 만드는 법을 전수, 도적질을 그만두고 양민으로 살아가게 도우면서 시작된 보은염은 바닷물을 걸러 낸 후 구워 만드는 방식이다.
부안 개암사에서도 영농조합을 설립해 자죽염을 생산하고 있다. 사찰에 내려오는 전통방식으로 제조하는 자죽염은 변산반도 곰소염전에서 생산된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3년 이상 자란 대나무통에 넣고 소나무 장작으로 8번 구어낸다. 그리고 마지막 9번째에는 소나무 송진을 뿌려 가열온도를 높이는데, 그러면 소금이 녹아 흐르면서 자죽염이 된다. 또 세종시 영평사와 포항 보경사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자죽염을 생산하고 있다.
부안 개암사 자죽염 |
자죽염은 아무리 짜게 먹어도 해롭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여름철 땀이 많이 흐를 때, 조금씩 먹으면 일사병을 예방하고 원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귀한 식재료였던 소금은 1970년대 들어 미국 레위스 다힐박사가 “쥐를 비롯한 동물에게 매일 소금을 먹였더니 고혈압이 발생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건강에 유해성을 주목받게 됐다.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은 “소금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물질”로 보고 있다. 반면 “실험에 사용된 소금의 양이 500g에 해당하는 매우 많은 양이다”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굽는 방식으로 생산하는 선운사 보은염. |
논란에서 벗어나 건강 걱정없이 맛있는 식단을 만드는 법은 두 가지다. 해조류나 생선 등을 통해 나트륨을 섭취하는 방법과 볶거나 자죽염 등 처리과정을 걸친 소금을 먹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8년 3월28일을 ‘천일염의 날’로 지정,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날을 맞아 천일염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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