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회 詩하늘 시 낭송회에는 대구문인협회 공영구 회장을 초대 시인으로 모십니다.
공영구 시인은 1996년 ‘우리문학’ 추천으로 등단했으며, 이후 ‘심상’으로 재등단했습니다.
98년 첫 시집 『엄마의 땅』을 발표한 것에 이어
『‘여자가 거울을 보는 것은』(2006), 『오늘 하루』(2009) 등의 시집과
문집 『방앗간집 아들』등을 냈습니다.
공영구 신임회장은 2012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3년간 문인협회 회장직을 맡습니다.
“대구문협을 화합과 소통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또한 “필요하다면 ‘대구문학상’과 같은 회원의 시상제도를 확대해 운영하고,
대형서점에 지역 문인의 책 판매 코너를 마련하며,
국내외 문학기행을 다채롭게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대구의 봄이 봄 같지 않아 여름으로 풀쩍 뛰어넘어갈까 걱정인데 아직은 봄의 언저리
수성못가 케냐에서 시를 나누고자 합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오십시오.
-일시 : 2013년 5월 2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 대구시 수성구 수성못 케냐 레스토랑(대형 주차장 완비)
-회비 : 없음. 식사와 음료는 직접 구매하셔야 합니다
-제공 : 낭송용 시집, 시하늘 봄호
-연락처 : 편집운영국장 보리향/이온규 010-2422-6796
사무국장 김양미 010-2824-8346
발행인 겸 편집주간 가우/박창기 010-3818-9604
케냐 레스토랑 053-766-8775
매화차
-공영구
외딴 찻집도 아니고 선방도 아니면서
늘 사람 그리워 낙서만 가득한 집
오래 전에 심은 매화 요염한 몸짓
누군가 기댄 흔적도
누군가 꽃 딴 흔적도 없는데
잔잔한 여인이 내민 매화차
투박한 토기 넓적한 목기소반
김이 날 듯 말 듯 한 청아한 분위기
창문 열려 있어도 두렵고 어두운 마음
바늘 같은 흔들림 차 한 모금에 녹는다
향기 살아날수록 귀 뚫리고
잔에 뜬 꽃송이 눈 뜨이고
습관처럼 두 손 비비며 깍지 끼는 욕망
창 밖 무성한 매화나무 날 보고 웃는다
입 다물수록 오래오래 남는 당신의 체취
노을
-공영구
서녘하늘에 노을진다
하늘이 옷 다 벗고
바지만 발에 걸치고 씩- 웃는데
나도 웃어주다가 물웅덩이에 빠졌다
내 오른발과 함께 놀도 빠졌는데
지붕의 태양초마저 다 가져갔다
오늘 하루
-공영구
모처럼 저녁놀을 바라보며 퇴근했다
저녁밥은 산나물에 고추장 된장 넣고 비벼먹었다
뉴스 보며 흥분하고 연속극 보면서 또 웃었다
무사히 하루가 지났건만 보람될 만한 일이 없다
그저 별 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라고 자책하면서도
남들처럼 세상을 탓해보지만
세상살이 역시 별 것 아니라고
남들도 다 만만하게 보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살라고 하시던 어머니 말씀 생각났다
사실 별 것도 아닌 것이 별 것도 아닌 곳에서
별 것처럼 살려고 바둥거리니 너무 초라해진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니
밤하늘에 별이 별 것처럼 왔다 갔다 한다
별 것이 다 잠을 설치게 하네
속 시끄럽게
그래도 오늘 하루 우리 가족
건강하게 잘 먹고 무탈한 모습들 보니
그저 행복의 미소가 눈언저리까지 어린다
저 산 너머
-공영구
저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길래
늘 아버지는 저 산 바라보시며 담배를 피웠을까
이따금 술 드실 때도 고추나 멸치보다
저 산을 더 많이 씹으시며
한 병 다 비우셨다
늘 궁금하여
고향 가는 길에 산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저 그런 흔한 산이라는 생각뿐
고향집 들어선 나도
어느덧
저 산을 바라보고 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편안하고
누구보다 더 만만하고 믿음직하다
산딸나무 그늘
-공영구
어릴 적
아까시아 꽃 핀 어둑어둑한 산길
겁에 질려 노래 부르며 지나간 기억 있다
비오는 봄 날 어스름 무렵
화사하게 눈부신 산딸나무꽃들
바람에 몸 의지하고 늘어졌다
잔별에서 쏟아지는 어둠
잡풀에서 솟아오른 어둠
산딸나무 그늘로 모여들고
가느다란 비는 겁먹고 가장자리 내리고
꽃에 내린 비는 어둠 뚫고 떨어진다
그늘이 똑똑 소리낸다
개떡
-공영구
춘향전을 읽고 있을 때
이사 온 아래층에서
팥시루떡 가져왔다
이몽룡 떡이 춘향이라 생각했는데
변학도 뺏어 먹으려 한다
떡 한 입 먹으면서 계속 읽었다
암행어사 출도야!
변학도 또 떡 되었다
백성들이 그 떡 보고 즐거워한다
지난 날, 떡 된 추억
되살아 날 때 마다 늘 부끄러웠다
생각할수록 분통 터졌다
왠지 이제 와서 만인의 떡이 되고 싶다
딱 한번이라도
뭇사람 떡매 감싸줄 개떡 같은...
희망사항
-공영구
정월 초사흗날 눈 내렸다
나흗날에는 기온도 따라 내렸다
하늘은 아직 회색빛인데
하늘 닮은 어제 산 하얗게 바뀌고
해 바뀌어도 내 몸 그대로인데
모두들 뭔가 변해야 한다니
눈처럼 양털처럼 순하고 부드럽게
세상 보는 눈 바꾸고 싶다
빈집
-공영구
아직도 고향에는 등기된 집 한 채 있다
아버지가 애써 일군 집
어머니가 금비녀처럼 가꾸신 집
오남매 꿈이 영글어 피어난 외딴집
썩어가는 기둥에 녹 쓴 못
거미줄이 애써 감싸고
몸통 드러낸 주춧돌
잡초에 메달린 채 힘겨워하며
찢어진 양철지붕 빗물 막으려
용쓰다 뒤집혀 바람 겁나 떨고 있다
그을린 정지문 붙잡고 의지하는
뒤뜰 가죽나무의 무성한 입사귀
주인 없이 지켜온 텅 빈 마음
십 년 상처 다독이고 있다
점점 넓혀가는
타성바지 틈에 끼어, 그래도
가끔이면 가 보고 싶은 집
여자가 거울을 보는 것은
-공영구
사내대장부가
산등성이 푸른 소나무를 좋아하지 않고
물기 축축한 개울가 수양버들 좋아하는 것은
마음 읽어 주는 맑은 물 때문일까
노송 찾아드는 학의 깊은 울음보다
버들가지 속 숨어 우는 방정맞은
매미울음이 더 그리운 것은
지난 삶이 깨어진 거울 같아서일까
여자가 거울을 보는 것은
아름다워지려는 마음보다
변한 모습을 보려 함일 것이다
머리 쓸어 올린 버들가지
물이랑에 몸 비추고
거울 보듯 하고 있는 시늉을 보라
어혈
-공영구
톡 톡 톡
자잘한 꽃망울 터지는 소리
숲실마을 계곡이 자욱하다
요염한 자태로 여기저기 다리 벌린 가지들
그것도 모자라 은은한 향기 머금은 꽃송이
꽃술은 촉촉한 혓바닥 살짝 내민다
향기에 취한 벌 한 마리
혼 빠진 듯 가랑이 사이를 헤매다가
꽃술에 대가리 꽉 박고 발광한다
실핏줄 터지는 아픔에 온 동네가 노랗다
모질게 사무친 어혈
붉은 열매
산수유
반지
-공영구
언제부터인가
사랑으로 태어나
화려한 징표로만 살기로 했다
많은 여인의 눈물이 되고
많은 사내들의 아픔이 되어
사랑과 증오를 한 고리로 잇고는
반짝이는 광채 앞에서
많은 돌들은 침묵으로 대신하며
갈라진 동상처럼
아픔을 씹는다.
동그란 그늘 따라
어설픈 사각의 미소 지으며
별처럼 당당했을 모습에
항상 가까이 하기를 원했다
보이지 않는 님의 입김
손가락에 보오얀 흔적만 남긴 채
오늘도 둥굴게 둥굴게 살아가려는
애절한 멍에의 그림자 되어
어느덧
두 갈래 세 갈래로 갈라져
거울 앞에 쌓인다.
첫댓글 대구 문협 회장님의 낭송회를 하게 되어 시하늘 회원으로써 기쁩니다.
그날 그 자리에 함께 하겠습니다.
길손님 시 한편 찜 하세요.^^
시는 누구나 낭송할 수 있습니다.
낭송하실 시를 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 산 너머 " 유년의 고향을 그리며 낭독 해 보고 싶습니다.
공영구 회장님의 시하늘 낭송회 기대됩니다
"여자가 거울을 보는 것은" 낭독하겠습니다
낭송하실 시를 찜해 주세요.
1. 매화차
2. 노을
3. 오늘 하루 - 가우 박창기님
4. 저 산 너머 - 비단골 김금주님
5. 산딸나무 그늘
6. 개떡 - 하모하모 하정철님
7. 희망사항
8. 빈집 - 범관 김청수님
9. 여자가 거울을 보는 것은 - 한선향님
10. 어혈
11. 반지- 뚜버기 박종천님
저는 '오늘 하루'를 찜합니다.
ㅎㅎ 재미난 시가 있네요. 개떡 찜하겠습니다. 떡은 사람이 될 수 없지만 사람은 떡이 될 수 있다는 광고장면이 생각납니다.
그러세요.
개떡 찜해놓겠습니다.
고향 생각하며 "빈집" 찜합니다
저는 반지를 찜하겠습니다
어혈 찜합니다
마치고 달려가겠습니다
8시쯤 도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조심 조심 오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