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Stoic
(Emily Brontë)
Riches I hold in light esteem,
And love I laugh to scorn;
And lust of fame was but a dream
That vanished with the morn:
And if I pray, the only prayer
That moves my lips for me
Is, “Leave the heart that now I bear,
And give me liberty!”
Yes, as my swift days near their goal,
'Tis all that I implore--
Through life and death a chainless soul,
With courage to endure.
늙은 금욕주의자
(장영희 역)
부귀 영화를 난 가볍게 여기네.
사랑도 까짓것, 웃어 넘기네.
명예욕도 아침이 오면
사라지는 한때의 꿈일 뿐이었다네.
내가 기도한다면, 내 입술 움직이는
단 한 가지 기도는
"제 마음 지금 그대로 두시고,
저에게 자유를 주소서!"
그렇다, 화살같은 삶이 종말로 치달을 때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삶에도 죽음에도 인내할 용기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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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The Old Stoic'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에밀리 브론티가 20대 초반에 쓴 시라고 합니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뜰 것을 예감했는지, 젊은 아가씨의 글답지 않게 세상의 이런 저런 부대낌을 편안하게 극복한 듯한 그녀의 혜안(慧眼)이 느껴집니다.
시를 읽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주제와 관련된 좋은 글들이 떠올라 참고 삼아 올립니다. 이런 저런 과욕을 잠 재우고 싶어 하는 중늙은이 금욕주의자인 제가 종종 들여다 보며 저를 단련하는데 도움을 받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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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가난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선행입니다. 왜냐하면, 가난을 참아낼 수 있는 사람은 육체적으로는 괴롭겠지만 영혼이 평화를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굳센 영혼은 자발적인 가난에 의해서 점점 더 강해집니다.(법정스님, 텅빈충만, 212쪽)
一家富貴千家怨(일가부귀천가원): 한 집의 부귀는 천 집의 원한이라고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부자이고 싶어 하면서 남의 재산 많은 것은 흘겨 본다.
재산을 늘리는 기본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돈을 버는 사람은 많고 쓰는 사람이 적으며, 빨리 벌고 더디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하면 재산은 항상 족할 것이다.('大學'에 나오는 蓄財法)
「生財有大道 生之者衆 食之者寡 爲之者疾 用之者舒 卽財産恒足矣」
疾(병 질, 빠를 질), 舒(펼 서, 천천히 서)
名爲公器無多取(명위공기무다취) / 利是身災合少求(이시신재합소구): 명예는 여럿이 쓰는 그릇과 같아서 많이 가지면 안 되고, 이로운 것(재물)은 몸에 재난이 되므로 조금만 구하는 것이 합당하다.
Love of glory can only create a hero; contempt of it creates a great man. (명예를 사랑하면 단지 영웅이 되는데 지나지 않지만, 명예를 가볍게 보면 위인이 된다.
인생의 낙은 과욕(過欲)에서보다 절욕(節欲)에서 찾아야 한다.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욕심을 제어하면 그 속에 절로 낙이 있으며, 봉변을 면하게 된다.(禮記)
많은 사람들은 생각과 삶의 자세를 바꾸지 않은 채 기존의 탐욕 위에 마음의 천국까지 더해지기를 원한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떠날 때 천국에 이룰 수 있다.
삶을 바꾸는 인생 매뉴얼은 자발적 단순함(voluntary simplicity) - 단순한 삶을 목표로
하늘이 짠 그물은 하도 커서 비록 그 올이 성기어도 무엇 하나 빠뜨리는 것이 없다. (天網恢恢 疎而不失) -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죄를 받지 않고 잘 나가는 것 같아 속상할 때 위안이 되는 말
형편이 어려워 고기를 사 먹을 수 없었던 디오게네스(Diogenes)가 값싼 푸성귀를 물에 씻고 있는 것을 본 유복한 친구가 지나가며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고개 수그리는 법을 조금만 알아도 호의호식(好衣好食)할 수 있는 것을…"
그러자 그 친구를 돌아다 보며 디오게네스가 하는 말이 "조의조식(粗衣粗食; 거친 옷과 거친 음식)하는 법을 조금만 알아도 고개를 수그리지 않아도 되는 것을…"
행복의 원리는 간단하다. 불만에 속지 않으면 된다. 어떤 불만 때문에 자기를 학대하지만 않는다면 인생은 즐거운 것이다.(러셀)
드러난 상벌보다 보이지 않는 화복(禍福)이 크니라.
은혜는 평생으로 잊지 말고 수원(讐怨)은 일시라도 두지 말라. (진선여고 강당에 씌어 있는 글)
첫댓글 에밀리 브론테의 시를 참 좋아합니다. "Through life and death a chainless soul,/ With courage to endure"가 참 좋습니다. 이 세상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죽음 앞에서 죽음 너머 영원 속에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가치를 의미한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