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인생의 흙탕물
눈앞이 다 깜깜해질 만큼 삶이 막막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견디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을까?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24.03.30. 03:00 조선일보
한 유튜브에서 개그우먼 정선희가 남긴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그녀는 한동안 TV에서 자취를 감췄는데 웃음을 주는 직업을 가진 그녀에게 그 일은 치명적이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정신을 차린 그녀는 포털 사이트에 눈물 흘리는 자신의 사진이 너무 많이 도배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포털 측과 상담 전화 끝에 사진을 지우는 건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울컥한 마음에 “내 사진인데 못 지우면 어떡하냐!”고 항변했더니 포털 직원의 조언은 새로운 사진으로 업로드하라는 말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리기 힘들다. 일기예보에는 맑은 날이 많지만 삶에는 비 오는 날도 많다. 우산을 써도 비 오는 날 길을 걷다가 흙탕물을 뒤집어쓸 때도 있다. 기대와 다르게 삶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내 컵 속의 물이 흙탕물이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시간에 기대어 불순물인 흙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다려도 그 컵의 물은 마실 수 없다. 컵을 들어 움직이는 순간 가라앉은 흙이 다시 떠올라 흙탕물이 되기 때문이다.
언젠가 흙탕물 실험 영상을 본적이 있다. 투명한 컵 속에 흙이 들어가 뿌옇게 보였다. 실험 속 인물은 어떻게든 흙을 꺼내 덜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흙을 덜어내려 할수록 다른 흙도 함께 떠올라 컵 속의 물은 더 혼탁해졌다. 실험자가 마지막으로 택한 방법은 깨끗한 새로운 물을 컵에 붓는 것이었다. 새로운 물이 컵 속으로 들어가자 바닥에 가라앉은 흙이 떠올라 컵 밖으로 흘러넘쳐 사라졌고, 마침내 컵 속에는 깨끗한 물만 남았다.
눈앞이 다 깜깜해질 만큼 삶이 막막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견디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눈물의 시간을 버틴 후 끝내 우리가 알아야 할 건 결국 눈물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는 것이다. 내 힘으로 일어날 수 없다면 타인의 손을 잡고라도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지금 절망의 시기를 보내는 사람은 기억해야 한다. 지금 내 컵의 흙탕물은 오직 새로운 물로만 깨끗해질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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