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4일 일요일 맑음
오늘은 하숙집 아주머니께서 약속한 대로 Kelly Tarlton's Antartic encounter & Underwater world (켈리 탈튼의 남극 & 수중체험관) 로 데려가 주셨다.
이상하게 서양 사람들 근처로 오면 생물들도 죄다 덩치가 불어나는지 참돔(Snapper), 방어(Yellowtail), 바닷가재(Crayfish - 일반적인 랍스터와는 조금 다르게 생겼는데 집게발이 없으며 크기가 정말 엄청나게 크다), 장어(Eel), 가오리(Stingray), 전갱이(????) 등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생물들이었지만 크기가 하나같이 어른 팔뚝 두세개는 거뜬히 넘는 것들 뿐 이었다.
가는 길은 비교적 쉬웠는데 Queen st. 에서 항구쪽으로 쭉 따라가면 나오는 Quay st. 에서 동쪽으로 계속 가다 보면 Tamaki dr. 를 만난다.
해양박물관은 Tamaki dr. 로 진입하는 바로 그 위치에 있는데 건물 입구가 다소 작고 도로보다 약간 아래쪽에 있어 잘 모르는 사람이 올 경우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너편에 보이는 곳은 Devonport 인데 경치가 참으로 아름다우며 석양이 질 경우 정말 경치가 멋지다는 아저씨의 부연 설명이 있었다.
입장료는 성인 28$, 유아 14$, 학생 21$로 다소 비싼 편이다(한화 20000원 정도). 그런데 고맙게도 하숙집 아주머니께서 입장료를 대신 내 주셨다! 친절도 이 정도면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다. 정말 감사하다고 하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시는데 어찌 신경을 안 쓸 수가 있나.. 나중에 집안일이라도 도와드려야겠다.
수족관의 입장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상세한 정보는 http://www.kellytarltons.co.nz 에서 확인 가능.
재미있는 것은 매 시간마다 각종 이벤트가 진행이 되는데 마침 우리가 수족관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30분이라 수조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대형 가오리를 구경할 수가 있었다.
켈리 탈튼은 뉴질랜드의 해양 탐험가로, 이 수족관은 그의 이름을 기념하여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1985년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해저 터널이며 최초 개관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해저 터널을 구경하기 위하여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해저터널 공법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지만, 1985년 이후의 해저 터널 공법은 전부 이 수족관의 방식을 따랐다는 자랑스러운 설명이 적혀 있었다. 안내판은 여러 나라의 말로 적혀 있는데 한국어 안내판도 물론 있으며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곳의 한글 설명과는 달리 문법도 정확해서 읽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수족관 입구에는 개관 당시 사용했던 유리관의 모형이 있는데 두께가 무려 7cm이며 아치 모양으로 굽어있어 엄청난 수압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수족관은 크게 남극탐험관 (Antarctic encounter), 가오리탐험관 (Stingray bay), 해저세계관 (Underwater world)의 3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참고로 남극탐험관은 1994년에 쓰레기 소각장을 개조하여 증축시킨 것이라고 한다.
입구인 남극탐험관으로 가는 길에는 최초로 남극을 탐험한 Scott 의 남극 베이스캠프를 재현한 Scott's hut 이 있는데 사실 남극탐험이 대단한 일이긴 했지만 나에게는 그다지 감명깊게 와 닿지는 않았다.
남극탐험관은 남극탐험대가 실제로 사용하는 제설차량을 개조한 차량을 타고 정해진 트랙을 도는 것인데 한바퀴를 도는 데 약 8분정도 소요된다.
남극탐험관 내의 노란부리펭귄과 황제펭귄은 TV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그다지 크지 않았다. 오늘은 날이 아니라 큰 녀석들은 따로 나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가장 큰 녀석은 “Fat boy" 라는 이름을 가진 펭귄인데 무게가 125Kg나 나간다고 하지만, 결국 구경할 수는 없었다.
오늘은 날이 아니라고 한다. 펭귄은 굉장히 귀여웠으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청하게 서 있을 때는 마치 사람 같아 보여서 오래 전 초기 남극탐험가들이 충분히 사람으로 오해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극탐험관의 가장 마지막에는 현재 남극에서 학술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가들의 국기를 모아놓은 곳이 있었는데 나는 신경도 쓰고 있지 않았지만 Amy 와 Gemmy 두 꼬맹이들이 한국 깃발도 있다면서 보라고 하는 통에 우리나라도 남극탐험대를 파견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다.
남극탐험관의 출구에는 대왕오징어의 박제를 전시해 놓은 유리관이 있는데 1985년에 잡아올 당시에만 해도 살아있었으나 곧 죽어버렸다고 한다.
몸길이는 약 7M 정도로 덩치가 엄청나게 큰데다 오징어는 빨리 상하기 때문에 박제로 만들기가 굉장히 힘들었다고 하며 옆에는 오징어 빨판의 위력을 보여주는 기구가 있는데 최대 40Kg의 힘으로 희생자를 잡아당기기 때문에 한번 붙잡히면 끝장이란다.
설명을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아마 그 정도 힘이면 사람도 충분히 잡아먹었을 듯 하다. 두 개구쟁이들은 빨판 기구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그 근처를 맴돌면서 벗어날 줄을 몰랐다.
가오리탐험관에는 거대한 수조가 있는데 수조 안에는 가오리와 전갱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으며 아마 전갱이는 관상용 및 가오리의 먹이로 풀어놓은 듯 했다.
가오리의 이름은 Phoebe 로 꼬리를 제외한 크기만도 무려 2m나 된다. 옆의 영어로 된 설명이 참 흥미있었는데 가오리는 다 자랄 경우 경우에 따라 2미터가 넘게 자라기도 한단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Grant 아저씨의 말로는 가오리는 걸려봐야 힘만 세고 간혹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니 짜증나는 녀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크기도 그다지 크지않고 맛이 썩 좋지는 않지만 요리해 먹기도 하는데 이 동네 가오리들은 크기부터가 사람을 압도하는 것이 잡아먹어 봐야 맛도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가오리탐험관을 지나면 해저세계관이 나오는데 고기 구경에 정신이 팔려 내부의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갖가지 상어, 물고기들이 수조 안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백상아리나 청상아리 같은 대형 상어를 구경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나중에 알아낸 사실이지만 7m짜리 초대형 백상아리 한마리가 있었지만 죽어버린 뒤로 대형상어는 구경하기 힘들다고 함)수조 내의 상어들은 대부분 1~3미터 정도로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 녀석들이라고 한다. 워낙에 많은 종류들의 물고기들이 그 곳에 있어서 일일이 열거하기는 힘들다.
수조의 바닥에는 천천히 이동하는 발판이 있어 발판위에 가만히 서 있으면 수족관 내부를 자동으로 관람할 수 있게 된 구조이다. 그 곳은 마치 바닷속을 도보여행 하는 기분이었다.
해저세계관의 끝에는 각종 물고기들을 종류별로 모아놓은 수조가 있는데 해마(Seahorse), 피라니아(Piranha), 복어(Pufferfish, Blowfish), 장어(Eel), 바다뱀(Sea snake), Stonefish (한글이름 까먹음), 바닷가재(Clayfish) 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특히 복어와 피라니아 수조가 마음에 들어서 그 옆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이 좋지 않아 사진을 많이 놓친 것이 정말 아쉽다.
흔들림 보정 기능이 없어 셔터를 누르는 순간 조금이라도 카메라가 흔들리면 상이 흐릿하게 나오는데 수족관 내의 인물사진이 그 모양이라 짜증이 났지만. 뭐 어쩌랴. 동생이 귀국하기 전까지만 조금 더 참기로 하자.
수족관 관람은 그렇게 끝이 났고 오후에 돌아오는 길에는 Grant 아저씨의 친가를 잠시 방문했는데, 할아버지께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큰 관심을 보이셨다.
그는 예전에 해군에서 복무하신 적이 있으며 한국은 가 보지 못했지만(질문을 해 보니 당시에 14살이라 소식만 들었다고 하셨음)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으며 평소 아시아에 관심이 많다고 하시며 다소 장황한 설명을 해 주시는데 우리나라 전쟁사와 이후의 이야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계셔서 다소 놀랐다.
역시 개구쟁이들은 여기가 아빠가 살던 집인데 이방은 누구 방이고... 조잘조잘 대며 이곳저곳을 소개시켜 줬다.
Glenfield 로 돌아오는 길에 주택가에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웅성 대고 있는 모습을 잠시 봤는데 경찰차가 갑자기 들이닥치면서 경찰관들이 안으로 우루루 뛰어들어 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며 피해자는 65세의 할머니이고 용의자는 옆집에 사는 20대 초반의 인도네시아 젊은이로 추정된다고 한다.
피해자의 차량이 현재 없어진 상태인데 용의자가 끌고간 것 같으며, 경찰이 용의자를 추격하는 중이라고 한다.
한가롭게만 보이는 오클랜드에서도 저런 강력 사건이 발생하다니 다소 놀라웠다. 어딜가나 그놈의 돈이 문제인 듯. Grant 아저씨는 그의 친구분인 Gary 아저씨가 비번이어서 다행이라는 조크도 함께 하시면서 피해 할머니가 꽤 유복한 편이었는데 집세 문제로 다투다가 사건이 발생한 것 같으며 용의자의 집에서 주사기와 마약이 발견되었다는 설명을 해 주셨다.
인구 450만의 작은 나라 뉴질랜드지만, 중국계 이민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최대 범죄조직인 삼합회(三合會, Triplets) 까지 같이 뉴질랜드로 왔다면서 다소 언짢은 듯한 설명을 해 주셨다.
게다가 마약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나에게도 각별히 주의하라고 하신다.
뉴질랜드에서는 마약이 흔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엄하게 금지하고 있는 마리화나(대마초)가 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공장소에서는 피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하는 하다. 게다가 약에 취한 상태에서의 범죄는 훨씬 더 위험하니 말이다.
작년 말에 중국인 여학생 납치 사건이 있었는데, 몸값협상이 결렬되자 학생을 죽여버리고 시체를 여행가방에 담아 바다에 버린 사건이 있었다는 부연 설명을 하시니 등골이 오싹해 졌다.
외국인의 시각으로는 한국인이나 중국인이나 일본인이나 다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쥐도새도 모르게 납치당할 수도 있으니.. 생각만 하면.. 으으..
오후에는 집에 돌아와서 TV를 잠시 보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별로 돌아다니지도 않았는데 왜 이리 피곤한지 모르겠네.
첫댓글 제일 끝 사진이 환이 꼭 수더분한 여학생 같다.
아들 사진이 흔들리니 정말 여학생 같네.젬마나 미를 비롯한 여자들만 많은 집에서 살다 보니 닮아가나
저 펭귄은 좀 크네.. 나는 디게 작은 애들 봤는데 넘 이뻐서 울었잖아 ㅠ_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