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과 작비금시(昨非今是) ♡
이번 주말이면 설날이지요
마트에는 설 선물세트가 가득 진열돼 있고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설 연휴 계획을 짜고 있어요
그런데 설을 '구정(舊正)'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그래서 구정 선물세트, 구정 연휴처럼 ‘설’과 ‘구정’이란 말을 함께 쓰고 있어요
그럼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설은 추석·한식·단오와 더불어 4대 명절의 하나로 우리민족 최대 명절이지요
설날은 정월 초하루, 즉 음력 1월 1일이지요
구한말 양력이 들어 온 이후에도 우리민족은 여전히 이날을 설 명절로 쇠어 왔어요
그러나 설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시련을 겪었지요
일제는 우리 문화와 민족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우리 명절을 부정하고
일본 명절을 쇠라고 강요했어요
특히 우리 ‘설’을 ‘구정’(옛날 설)이라 깎아내리면서
일본 설인 ‘신정’(양력 1월 1일)이 대세라며 양력설을 쇠라고 강요했지요
이때부터 ‘신정(新正)’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구정(舊正)’이란 말이 생겨나
쓰이게 되었어요
일본에는 음력설이 없지요
일찍부터 서양 문물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일본은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음력을 버리고 양력만 사용 했어요
이때부터 설도 양력 1월 1일로 바꿨고 지금도 양력설을 쇠고 있지요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원래 ‘신정’ ‘구정’이란 개념이 없었는데
이들 이름은 일제가 설을 쇠지 못하게 하기 위해 설을 ‘구정’이라
격하한 데서 유래한 것이지요
따라서 ‘구정’ 대신 가급적 ‘설’ 또는 ‘설날’이라 불러야 하지요
그런데 해마다 설날이 오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결심(決心)들을 하지요
그러나 그 결심은 오래가지 못하지요
그래서 '작심3일(作心三日)'이란 말이 생겨 났어요
도연명(陶淵明)의 시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보면
"이제껏 마음이 육신의 부림 받았으니
어이 구슬피 홀로 슬퍼하리요.
지나간일 소용없음 깨달았지만
앞일은 따를수없음 알고 있다네.
실로 길 잃음이 아직 멀지 않으니
지금이 옳고 지난날이 그른줄을 깨닫는다오"
이는 도연명(陶淵明)이 붕 떠있던 허깨비인생을 걷어내고
내가 주인되는 삶을 살겠다는 선언이기도 하지요
돌아보면 왜 그랬나 싶어요
눈에 뭔가 씌었던 것이 틀림없지요
욕심을 털고 탐욕을 내려놓고
내닫기만하던 마음을 거두자 숨이 잘 쉬어지지요
지금이 옳았어요
그때는 왜 몰랐을까?
사람들은 늘 반대로만 생각하지요
"그때가 좋았어" 만 되뇌다가
금쪽같은 지금을 탕진하고 있어요
그러나 한꺼번에 만회하려다 큰 수렁에 빠지기도 하지요
단박에 뒤집으려다 회복 불능이 되기도 하지요
로또로 역전되는 인생은 없어요
벼락같은 행운은 더 큰 비극의 시작일수도 있지요
옛말에 작비금시(昨非今是)란 말이 있어요
전날에는 그르다고 여기던 것이
오늘에 와서는 옳다고 여기게 됨을 뜻하는 말이지요
그래서 나이들면 철난다고 했나봐요
나날이 향상되는 작비금시(昨非今是)의 삶이 좋은 거지요
잘 나가다가 실족하는 작시금비(昨是今非)의 길을 가면 안되지요
춘추시대 위나라 대부 거백옥(蘧伯玉)은 50세때 인생을 돌아보곤
지난 49년간의 삶이 잘못되었음을 알았어요
그래서 지난날의 나와 과감히 결별하고 자신의 삶을 새로 포맷했지요
50세를 지비(知非) 라고 하는데 여기서 나온 말이지요
명나라 때 정선(鄭瑄)은 자신의 거처 이름을 아예 작비암(昨非庵)으로 지었어요
그 안에서 날마다 지난 삶을 돌아보며 허물을 걷어냈지요
인생의 성찰을 담은 작비암일찬(昨非庵日纂)이란 귀한 책을 남겼어요
"고요 속에 언제나 지난 잘못 생각하고,
한가할 땐 젊은 날 읽던 책을 다시 읽네"
(靜裏每思前日過, 閑時補讀少年書).
반성 없는 나날은 발전이 없어요
지난 잘못을 돌이켜 오늘의 밑바탕으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앞으로 나가는 것만 알고, 뒤를 돌아볼 줄 모르면 슬프지요
그래서 젊은 시절 읽었던 책을 먼지 털어 꺼내 읽으며
한번씩 오늘 내 삶의 자세를 가다듬어 보는 것도 좋을듯 하지요
이제 몇일후면 설날이 오지요
설날이 오면 새로운 결심들을 하는데
어제의 날보다 새로운 날이 되어야 하지요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이는 진정으로 그 날 하루가 새로웠다면 나날이 새롭게 살 것이며
또 나날이 새로워진다는 뜻이지요
새봄도 멀지 않았어요
코로나의 긴 터널도 끝이 보이고 있지요
구태를 벗어나 새시대도 열렸어요
모든것이 새로운 설날이 되시길 빌께요
이번 설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세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一松) *-
첫댓글 구정 신정이라는 단어 대신 설날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좋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늘 풍성한 지식을 담아 써주시는 글 감사드립니다. ^^
그래요 고마워요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오고 있어요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세요 ~~
녹림처사님~
올리신 글 잘 보고 갑니다
우리 고유의 명절 설날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래요 감사해요
복 많이 받으세요 ~~
구정 신정 ᆢ 저는 그냥 설날이
참좋은 단어로 느껴집니딘
그래요 맞아요
반드시 설날이라고 해야 하지요 ~~
언제나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널을 보니 아버지가 널을 놓아주셨던 생각이 납니다 .
좋은 설날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그러시군요
요즘은 널뛰는 모습도 보기 힘들지요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