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여행기] 제2부. 하앍~ 갈길이 멀다

[철이]

해는 이미 졌고, 땅거미가 지고..

찬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사방에서 모기가 들러붙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곳은 진도.. 진돗개.. 맹견이다 ㅡㅡㅋ

밤되면 사람들이 개를 풀어놓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어둠속에서 진돗개가 날 습격하려는 스피드로 어디선가 달려오는데..

미치고 환장하겠더라.

'댐비기만 해봐라.

스티븐 시갈이 빙의해서 니들 목을 다 꺾어주마.

난 한국의 스티븐 시발이다.'

다행히 멍멍이들이 나한테 덤벼들진 않았다.

그저 짖을 뿐...

'훗~ 이자식들이 날 무서워하는군...'

애써 자위하며 길을 재촉한다.

주변엔 무슨.. 전복 양식장 같은 곳들만 잔뜩 있었고

민가도 보이지 않고, 사람 또한 보이지 않았다

진도 남쪽해안을 돌아 벽파리로 가서 마을회관에서 1박을 부탁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당연한 것이..

가로등 하나 없고 사방엔 언덕으로 둘러싸여서 엄습하는 공포감...

더이상의 전진은 무리였다.

그러다가 문득 저 멀리서 보이는 불빛들..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문자로 대화하면서 무서움을 달래며

가로등 하나 없는 길거리, 저수지 뚝방을 구글맵에 의존해서 걸어가면서

드디어 작은 마을 한군데..

"저기요~ 어머니~ 이장님 댁이 어디에요?"

"이장님은 뭐하러 찾는다냐?"

"여행객인데 마을회관에서 하룻밤 신세 어쩌고 저쩌고..."

그렇게 찾아간 이장님들...

무려 두군데의 마을에서 거절을 당했다 (-_-)

도둑이 들었네, 수리중이네...

그럴만도 하지.. 세상이 워낙 험악하니까..

오밤중에 시커먼놈이 나타나서 재워달라고 하는데, 누가 선뜻 재워주겠어...

시간은 어느덧 열시가 넘어가고.. 어쩔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교회 뿐....

하지만,

교회도 두군데 거절 당하고 나니..

이나이에 눈물이 찔끔 나더라. 앞이 캄캄.. 난 어디로 가야하나...

한군데만 더 가보고 거절당하면, 진도 읍내 콜택시 불러서 모텔에서 자기로 마음먹고

동네사람들에게 수소문하여

한군데 있는 안식일교회 전화번호를 받아 전화를 걸었다..

"저.. 여행객인데요, 괜찮으시면 오늘 예배당 한구석에서 좀 재워주시면.. 어쩌고 저쩌고..."

개불쌍 모드가 통했을까...

"일단 한번 와보세요~"

휴.. 다행이다.

교회 옆에 사시면서 예배당 관리하시는 장로님 부부께서

그 늦은 시간에 이렇게.. 시골밥상도 차려주시고

수박도 썰어주시고..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몇번을 조아리며 감사인사를 드렸다.

잘 먹고 이야기 좀 나누다가

씻고 나서 자기전에 수첩에 기록을 남겼다

- 7월 20일.

난감한 상황이 이런것인가 싶다.

제칠일안식일교단, 가장 기피하던 곳이 가장 고마운 곳이 되었다.

사람 대 사람으로 봤을때는 다 똑같은 것을...

발 뒤꿈치 물집. 오랜만이다. 군대 제대하고 처음인 듯.

앞으로 이틀정도는 힘이 많이 들 듯 하다.

많이 힘들면 그냥 버스 타자. 그게 맘 편할지도..

전남 진도군 군내면 까지.. 총 연장 55km. 징그럽다

약간의 오버페이스

악으로 깡으로 걷는거지 뭐

좋은것도 먹고 그래야지..

여행은 거지모드로 하지만, 거지는 여행 안한다.

잠이나 자자

- 잠들기 전 기록

다음날...

저멀리 진도 금골산과 어제 나를 재워준 교회..

장로님 따님의 도움으로 진도터미널까지 와서

해남으로 나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해남터미널에서 땅끝으로 이동, 땅끝을 밟아보고 거기서부터 완도까지가 오늘의 목표 여정.

진도 터미널의 모습. 시골 터미널 치고는 규모가 좀 된다.

진도도 큰 섬이라 오가는 사람이 많다.

버스는 제2진도대교를 건넌다.

해남 터미널에서 버스를 내리니, 땅끝으로 가는 버스가 바로 옆에서 곧장 출발하였다.

오전 10시반, 땅끝정류소 도착

땅끝도 처음 와봤다.

이제 대한민국 육지에서 내가 안가본 곳은 없다.

땅끝 공원

땅끝탑으로 가는 길..

땅끝탑이 있는 곳.

인터넷이나 여러 경로로 이곳을 봤을땐

여자친구랑 같이 뱃머리처럼 생긴 저 난간에서

영화 타이타닉의 유명한 포즈를 취해보고 싶었건만..

쳇~

땅끝탑.

바다를 바라보며 망중한에 빠졌다.

웨이크팬츠...

걷기엔 더없이 좋은 복장이다.

카운터 이용해서 사진도 좀 찍어보고..

이렇게 잠시 휴식을 가진 후에

오늘의 목적지.. 완도로 향한다. 총 길이는 약 42km...

도착예정은 오후 8시~9시.

'완도에 가면 반드시 전복죽 한그릇 먹을 것이다' 라고 다짐하며...

저멀리 보이는 땅끝 전망대.

날이 흐려서 올라가보진 않았다.

돈쓰러 온 여행도 아니고...ㅋ

땅끝마을을 나설때 만난 꼬마아이.

자기네 집이 펜션한다고 하면서 다음에 놀러오라 하는... 집안의 살림꾼 역할을 한다.

자기가 첫째딸인데, 동생이 세명이나 된다면서 자랑한다.

역시 첫째딸은 살림밑천이라는데, 그말이 틀린 말이 아닌가보다.

부럽다 너가...

아저씨가 애 욕심이 참 많은 사람인데...아직까지 총각이네 ㅜㅜ

나도 딱 넷만 낳았음 좋겠구나~

이 꼬마와도 다음에 만남을 기약하였다

77번 국도.

차를 끌고 가면 참 좋을만한 길이다.

경치가 너무 좋아서...

남창 삼거리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

해남/강진/완도, 세군데로 갈라지는 남창 삼거리에서 완도 방향으로 방향을 튼다

완도교로 가는길

완도군 경계를 지나서 완도교를 건너다.

완도교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다리이며,

첫번째 완도교는 임진강철교에서 사용된 트러스를 재활용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건넌 두번째 완도교는 5년뒤에 준공된 것이며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

옆에 보이는 세번째 웅장한 다리는 '완도대교'로서,

이제 좀 있으면 준공을 앞두고 있는 현수교이다.

완도 안에 들어와서도 완도 읍내까지는 세시간 넘게 걸어들어와야 한다.

어쨌든 오늘도 총 60km에 육박하는 거리를 걷고 또 걸어서

완도에 도착하였다.

무사히 걸어온 내가 자랑스럽고 뿌듯하여

내 몸에 무언가 포상(?)을 하고 싶은 마음...

뭐가 좋을까..

전복?

아냐.... 조개류따윈..

"옛다~ 도미!"

매운탕까지 시켜서 소주 한병과 함께 흡입모드(?)로 들어 주시고...

완도 해안공원을 가로질러

읍내의 찜질방으로 향한다.

[3부에서 계속]..

[재건정보통신]

도미에 소주에 찜질방이라...전날에 아픔이 싹 가셨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