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정세와 장생(長生)
장생(長生)이란 바둑 용어중 하나로, 사활에서 같은 형태가 반복되는 특수한 형태를 일컫는다. 실전에서는, 흑백 양쪽이 서로 물러나 주지 않을 경우 규칙에 따라 무승부로 처리된다. 장생은 불행의 상징 삼패와 대비되어 행운을 상징하며, 바둑을 두는 모든 사람의 건강을 가져다준다는 속설이 있다. 장생은 아마바둑에서는 평생 한번 나올까 말까하고 프로 바둑에서도 매우 드물게 나온다. 호선바둑에서는 6호반 덤이란 제도로 늘 이기거나 지는 두 가지 경우밖에 없지만 이 장생이 나오면 결국 바둑은 승자 패자 없이 비기게 된다.
요즈음 우리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국제정세를 보면 그야말로 미. 일. 중. 소의 각축장이 되었음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대륙세력의 해양진출의 전초기지가 되었고 반대로 해양세력이 대륙으로 진출하는 길목이 되었다.
중국은 100여 년 전 서방과 일본에 일방적으로 당했던 치욕의 역사를 씻고자 한다. 미국은 날로 세력이 커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대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고 일본과 한국을 끌어들이고자 하고 있다. 푸틴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이 서방세계의 공조가 허술한 점을 이용하여 자국의 이익달성을 힘으로 밀어 붙이고 있고 시베리아 개발과 아시아 태평양 진출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며칠 전 일본은 마침내 전쟁할 수 있는 나라임을 선포하였다.
일본의 방위성은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갖는다. 또한 일본의 군사기술 특히 전자정보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이들은 기존의 민간 정보망에 더하여 전 세계에 걸쳐 치밀한 군사정보조직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만들 수 있고 핵무기도 정책결정만 하면 단숨에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재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시진핑의 방한으로 한중관계는 더한층 밀접해 졌다고 볼 수 있겠다. 한중FTA협상도 속도를 더할 것이고 그 밖에 여러 가지 상호협력의 깊이를 더해갈 것이다.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하여 공동의 대처를 하며 일본의 집단자위권 문제에 대하여 공동으로 우려를 표명하는 등 나름으로 외교적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나는 여기서 우리의 핵심과제, 핵심이익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이를 줄기차게 추구하여 기어이 달성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 우리의 핵심과제와 핵심이익은 무엇인가?
그것은 적어도 현시점에서 우리가 통일을 이루고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편의 하나로 우선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즉 북의 핵을 확실히 효과적으로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시진핑 과의 공동성명에는 북핵 제거란 말 대신 한반도 비핵화란 아리송한 표현이 들어가 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북의 핵에 대한 가장 확실한 억지력은 한국정부도 핵을 갖는 것이다. 이게 어려우면 주한 미군의 전술핵이라도 다시 들여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한반도의 비핵화를 선언함으로서 한국은 독자적인 핵 개발은 물론 주한 미군의 핵도입도 막고 만 것이다. 한국이 핵을 갖겠다고 하면 중국은 물론 미국이나 일본도 극력 저지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대로 미중일소 여러 나라가 적극적으로 북핵 제거에 나서게 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다음으로 탈북자의 강제송환문제이다. 독일의 통일은 베르린 장벽이 무너짐으로서 촉발되었다. 그런데 베르린 장벽은 갑자기 무너진 것이 아니고 여기 저기 구멍이 뚫리면서 서서히 무너져 내린 것 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북한체제의 자연스런 붕괴가 있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북한주민의 대량탈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김정은은 이를 한사코 막으려고 광분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북의 이런 조치를 묵과 내지 방관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시진핑 방한 시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하지 말도록 강력히 요구했어야 했다. 과연 우리 외교 안보팀에 국가의 장단기 전략과 실천방안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는 지금 바둑으로 치면 매우 상대하기 어려운 고수들과 그것도 동시에 여러 명을 상대해야 하는 다면기(多面碁)를 두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 우리가 이들에게 이기기는 매우 어렵다. 여기서 한 두 수만 잘못 두면 천길 나락으로 떨어진다. 즉 100 여 년 전 같이 저들의 속국이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면 최선의 방책은 무엇인가?
나는 바둑에서처럼, 그것은 나나 상대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장생구도로 몰고 가는 것이다. 즉 최선은 빅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 최소 우리는 지지 않는다. 즉 우리의 생존은 보장받게 된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필살의 무기를 준비해야 한다. 아무도 우리를 함부로 건들이지 못하도록...그것이 핵이던 무엇이던 ......(끝)
첫댓글 "머리(지식-생각)는 크고 넓게, 손(글쓰기)은 작고 치밀하게... 이게 기자교육의 기본^^인데
썬샤인의 이번 글은 글쓰기의 전범으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주 잘 쓴 칼럼이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논리에 대한 찬반여부는 읽는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잘것 없는 잡문에 과찬이십니다. 작금의 나라 안팍의 정세에 마음이 무거워 몇마디 주절거려본 것일 뿐입니다.
뒷메가 칭찬하는 글이면 대단합니다. 시진핑이 다녀간 자리가 음습합니다. 위성국이나 다름없는 북한의 핵을 중국은 오히려 속으로 반기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래야 미국이 북한에도 신경쓰고 중국에도 신경쓰는 고도의 전술이라고 하는군요. 북한의 핵이 없으면 미국은 쉽게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애기드군요. 여러 마리 코끼리 다리들 안에서 떨고 있는 토끼같은 한국이라고 누가 그랬습니다. 어려운 묘수풀이 힘들어도 풀었으면 좋겠습니다.
뒷메는 늘 이렇게 사람을 띄우는 못된 버릇이 있습니다. 속지 마시길...ㅋㅋㅋ
역사에 정확한 시각과 현 정세의 맥을 짚어내는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네요.
탈북자 송환금지를 요청했어야 한다는 지적은 정곡을 찔렀네요. 북한에게는 핵개발 금지보다 보다 더 무서운 무기인데....
.괜히 너무 치키지 마시길...부끄럽고...
다만 탈북자 문제는 꼭 집고 넘어갔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