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나마스테를 읽고 '카일라스'의 존재를 알았다.
히말라야에는 케이투와 에베레스트 정도만 있는 줄 알만큼 무식한 내가
'촐라체'를 읽고 촐라체의 존재를 알고 나마스테를 읽고 카일라스의 존재를 알았다.
나마스테의 주인공 카밀은 마음속 카일라스를 향해 늘 꿈을 꾸듯 떠난다.
수많은 산봉우리 중에서 카일라스의 존재가 무엇이기에 그토록 갈망을 하는 걸까.
카일라스는 산 중의 산이다. 해발고도 674미터에 불과하지만 인도의 영웅 서사시에 등장하는 메루산으로 알려진 이 산은 전설에 따르면 신의 땅으로서 8400개의 봉우리가 줄지어 솟아있고 황금과 수정과 루비와 청금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묘사되어 있다. 또한 아시아 대륙을 관통해가는 갠지스강, 인더스강을 비롯한 4대 강의 발원지이며 힌두교, 불고, 자이나교, 뵌교 등 4대 종교의 성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카일라스를 불교 설화에 등장하는 수미산의 모델이라 여긴다.
작가는 히말라야를 여섯 번이나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토대로 해서 나마스테 같은 작품을 썼다.
그리고 그는 늘 카일라스 순례를 갈망했다고 한다.
기후가 조금만 맞지 않아도 카일라스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카일라스를 향해 떠났을까.
삶은 유랑과 회귀의 반복이다. 돌아오면 떠나고 싶고, 떠나서 천지로 흐르다 보면 돌아오고 싶어진다. 욕망의 헛배가 부르면 부를수록 더욱 그렇다. 죽을 둥 살 둥 바쁘게 욕망을 좇아 달려가면서, 그러나 달려 나가던 어느 길 끝 어두운 골목에 문득 멈춰 서서 뒤돌아보면, 무엇이 거기에 있는가. 모든 일상이 무난할지라도, 그 무엇인가 2프로 혹은 20프로 부족하진 않은가.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용감하게 배낭을 짊어진 작가가 부럽다.
티베트를 걸으며 순정한 눈빛의 사람들을 만나고 중국의 지배에 들면서 문명화가 가속화 되는 걸 몸소 느끼면서
작가는 티베트 사람들이 문명을 반가워하지 않는 다는 걸 안다.
그냥 그대로의 삶이 욕망에 달뜨지 않은 순정한 그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요한 것인가.
티베트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말해준다.
준비해야 할 것은 순정이다. 돈으로 나를 꾸미거나 오만으로 나를 높이 세우고 가는 티베트 여행은 본전치기에도 훨씬 못 미치고 만다. 무엇이든지 빨아들일 수 있는 스펀지 같은 마음, 욕망의 허드레 가면을 버리고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가면 티베트는 놀라운 지름길을 타고 내 안으로 단번에 쏟아져 들어온다....../
순정한 마음으로 티베트를 여행하면 우리의 삶이 욕망에 의해 이지러져 있다는 걸 확연히 느끼고 그러므로 충만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삶의 습관에 따른 관성을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어떤 순간, 죽비로 내려치듯 깨닫는다.
300여 쪽 책을 손에 쥐면 떠남에 대한 동경으로 숨 죽이며 글을 읽게 된다.
글 사이 사이 티베트 곳곳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의 사진이 질 좋은 인쇄로 담겨있다.
그냥 사진 한 장 들여다 보고도 한참을 머물게 된다.
티베트 여행은 영혼의 성소를 찾아 떠나는 성스러움 자체인 것 같다.
한 줄 한 줄 글이 다 명상을 통한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가슴을 울린다.
'고통은 업을 쓸어내는 가장 커다란 빗자루'라는 속담이 있단다.
나는 책을 읽으며 또한 나의 고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어떤 카르마를 지고 세상을 살게 되었기에 나는 이만큼의 고통과 절망을 지고 있을까.
기회가 된다면 꼭 티베트 여행을 하고 싶다.
내 고통과 절망을 그 여행길에서나마 내려놓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말이다.
티베트 사람들이 성스러운 전설과 신화가 깃든 곳을 순례하는 것은 그 시간만이라도 죄를 짓지 않기 때문이다. 죄없이 유지되는 생명은 없다. 살아 있는 것은 어쨌든 다른 무엇을 소비하지 않고선 그 명줄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본질적으로 보면 오래 살수록 죄가 쌓인다. 순례길에 오른 티베트 사람들은 신의 품에 들기를 갈망하는 마음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과 달리 최소한의 소비로서 마음을 정화시키니 순례 중에 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작가는 말한다. 진정으로 마음의 충만을 원한다면 쓸쓸한 유랑을 끝내고 네 마음의 집으로 돌아가서 해답을 구하라고. 별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우렁각시 같은 마음의 언어에 귀를 기울일 수만 있다면, 구태여 이곳에 와서 눈물겨워 할 필요는 없다. 어디에 있든 마음의 참된 말을 듣기만 한다면 그곳이 바로 네 집이다, 라고.
책장을 덮으며 고요한 세계를 꿈을 꾸었을 때 잠자리에 벌떡 일어나지 못 하는 것처럼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아수라장 같은 세상 길을 걸으며 잠시라도 순정한 마음의 세계에 들어
나의 오만과 방종을 집어 던지고 고요해 질 수 있었다는 게 무척 위안이 된다.
하물며 비우고자 더 비우고자 고산병도 아랑곳 하지 않고 기를 쓰고 카일라스를 순례하는 많은 사람들의 틈에 낀다면
내가 짊어진 세상의 고통이 얼마나 하찮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간절해질 거 같다.
하지만 나는 작가의 충고를 절절히 받아들인다.
네 마음의 집으로 돌아가서 해답을 구하라는!
첫댓글 고통은 업을 쓸어내는 가장 커다란 빗자루.위안이 되는 글이군요.고통을 느낄때마다 업이 쓸어져 나간다면 좀 더 곁딜만해질 것 같아요...진정으로 마음의 충만을 원한다면 쓸쓸한 유랑을 끝내고 네 마음의 집으로 돌아가서 해답을 구하라.. 별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우렁각시 같은 마음의 언어에 귀를 기울일 수만 있다면, 구태여 이곳에 와서 눈물겨워 할 필요는 없다. 어디에 있든 마음의 참된 말을 듣기만 한다면 그곳이 바로 네 집이다..암먼,,암먼 그렇고말고..하며 읽습니다. 저도 꼭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나마스테 들꽃 님~~*^^*
네. 기회가 되면 읽어보세요. 꼭 티베트엘 가지 않아도 티베트의 맑은 영혼들의 순정함에 빠져들 수 있어요. 마음의 참된 말을 들으며 살도록 잠시라도 노력하게 되고요.*^^
산다는 것이 다른생명을 착취하고 뭔가를 소비함으로써만이 그 명줄을 유지하게되니 '罪'없이 유지되는 생명은 없다' -고로 죄를 죄라고 생각한는 건 각자의 몫이다. 대강 그런 답이 떨어지네요?ㅎ 내 죄를 씻기 위해 순례지를 더럽히진 않겠습니다.
다른 생명을 착취하고 소비하는 생명 줄....... 어쩐지 장엄해지기까지 해요. 살아갈수록 쌓아가는 업을 어떻게 씻을지...... .
비우기,,또 비우기...참 많이도 비우기 하면서 겸손해지려고 합니다,,,사서 봐야겟다싶어서 공책에 메모햇어요,,,들꽃님 고마워요,,^^
아무리 비우고 살고 싶어 해도 살아갈수록 뭔가가 쌓여가네요. 심지어는 체중까지도. 흑흑.
나마스테 읽고 카일라스 가고싶더라니까.
카일라스 가는 길, 읽으면 더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