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를 걷는다거나 새처럼 공중을 날아다니는 능력이 있다면, 혹은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두꺼운 벽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는 투시 능력이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초능력에 대한 관심은 불완전한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100미터를 10초 이내로 주파하는가, 마의 9초벽을 넘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인간적인 영역이다. 선수들은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신체를 단련시켜 불가능에 도전한다. 그러나 만약 누가 100미터를 노력하지도 않고 가볍게 5초, 3초, 2초에 주파한다면 우리는 두려움과 경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엑스맨2]는 유전자 변형의 돌연변이에 의해 초능력을 갖게 된 엑스맨들의 두 번째 이야기이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초능력자들에 대한 관심은 이미 수많은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년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이 핵 방사능에 노출되면서 시각장애인이 되지만 다른 감각은 비상하게 발달하는 [데어데블]이나, 만화에서 출발한 [배트맨][슈퍼맨][스파이더 맨] 등등의 주인공들은 모두 하나같이 보통 인간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초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역시 1960년대초 만화적 캐릭터로 탄생한 엑스맨, 즉 진화의 다음 단계를 의미하는 새로운 종의 돌연변이 [엑스맨] 시리즈의 주인공들도 그렇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선뜻 대답하기 힘들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비범한 능력을 소유하고 싶기는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이유, 그것은 남과 다른 삶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되는가를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엑스맨들은 바로 그 부분에서 고통을 겪는다. 그들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뛰어난 능력들, 가령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텔레파시나, 주위의 에너지를 자기 몸으로 흡수할 수 있는 능력, 비가 오게 하거나 구름을 부르고 안개를 퍼뜨리며 기상을 조절하고, 공간을 마음대로 이동하며, 어떤 상처를 입어도 자가치유가 가능한 그런 능력은 분명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 월등하게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 그러나 그것뿐인가?
그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회의한다. 나는 진화된 인간인가? 아니면 또 다른 변종인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차이는 그들을 격리시키고 소외시키며 사람들 속에 섞여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무엇이 행복한 사람을 살 수 있는 조건인가? 만약 당신들이 초능력자와 보통 사람 중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엑스맨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하고, 질문하며,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한 성찰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철학적이다. [엑스맨2]의 영화적 성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단지 보통 인간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현란한 개인기 전시장에 머물지 않고 존재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는 귀중한 시간을 우리에게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SBS-TV의 [도전! 100만 달러, 초능력을 찾아라]도 초능력자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확인시켜준 프로그램이다. 도전자를 찾지 못해 불과 9회만에 막을 내리게 됐지만 초능력을 검증하는 마술사 제임스 랜디와 PD 검증단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선 앞에서, 그 어떤 사이비 초능력자들도 자신들의 초능력이 눈속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지 못했다.
원격 투시를 한다는 미국의 특수 스파이 부대원 폴 스미스나, 맨 손으로 형광등을 켜는 말레이시아의 전기인간 모하메드, 마음으로 물체를 움직인다는 염력의 소유자 러시아의 사귀도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숟가락을 부러뜨리는 키요타 등 8명이 모두 도전에 실패했다. 100만 달러의 상금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 안타깝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러나 초능력자가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심리적 믿음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종의 기원]이후 인간은 진화하지 않았을까? 현재의 사람보다 더 우월한 단계, 호모수퍼리얼(homosuperial)은 불가능할까?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를 사회에서 격리시키려는 인간들에 맞서서, 엑스맨들이 인간들과 전면전을 펼치는 [엑스맨2]는, 전편보다 훨씬 다양한 새로운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의 등장과 함께 화려한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사비에 박사, 울버린, 진, 사이클롭 등 전편의 캐릭터에 파이로, 로그, 스톰, 아이스 맨, 나이트 크롤러 같은 새로운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들이 합류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편의 법칙, 전편의 흥행 성공요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이즈는 훨씬 크게 간다는 기본 방향은 여전하지만 [유주얼 서스펙트]를 연출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초능력자들의 정체성 탐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대중상업영화이지만 철학적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론적 영화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