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의 운명적인 삶
아마 이날은 석남사에서 가장 바쁜 날이었지 않나 싶다. 선원장 스님의 생신이었기 때문이다. 선원장 스님은 절에서 가장 높은 스님을 의미한다. 내가 선원장 스님을 처음 뵌 것은 작년 중2 여름방학 전에 엄마 일로 인해 석남사에 갔을 때였다.
그 때 스님을 처음 뵈었는데 참 맑으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엄마도 그렇게 느끼셨는데 하늘에서 선녀 한분이 내려온 줄 아셨다 한다. 근데 알고 보니 선원장 스님의 세속에서의 이름이 권자 ‘선(仙)자 녀(女)’자 라고 하시니 참 아이러니하다.
아빠께서는 스님이 참 고우신 분이라고 표현하셨다. 석남사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날 아빠는 선원장 스님께 삼배를 드리는데, 그때 난 우리 아빠가 참 자랑스러웠다. 스님을 정말 공경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절을 하는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엄마도 그랬다.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늘 ‘민수야, 희수야 너희는 어렸을 때부터 불교를 접한다는 것은 참 의미있고 소중한 거란다’ 라며 우리에게 늘 다정하고 자상한 목소리로 말씀하시곤 했다. 그땐 무슨 의미였는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께서 그런 말씀을 해주신 게 불교에 더 각별한 마음을 갖게 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다시 선원장 스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스님께서는 양반집 자제분이셨는데 어느 날 탁발하러 오신 인홍 노스님의 도반스님께서 반야심경을 염불하시는 걸 보고 절에 들어가고 싶었다고 한다. 스승이신 인홍 노스님의 권유도 있었기에 출가의 결심을 더 굳히신 것 같다.
스님께선 ‘자신이 스님이 될 거라는 것을 짐작이라도 하셨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스님이 출가하시게 된 건 우연이 만들어준 운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탁발을 하러 오신 스님을 못 뵈었더라면 스님이 되시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그래도 출가를 하셨을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끈이 스님과 불교를 이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아침에 우선 400배를 하고 별당에 가서 스님께 생신축하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무위스님과 초발심 공부를 했다. 그 다음 후원에 가서 밥을 먹고 금동이에게 치즈를 준 다음 방에 들어와서 좀 쉬다가 대웅전 뜰방을 청소했다.
노전스님께서 뜰 방 청소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난 그렇게 섬세하게 해야하는지 몰랐었다. 그냥 눈으로 보기에 깨끗해 보이면 되겠지 싶었는데 스님께서는 틈새에 낀 먼지 하나하나 걸러내셨다. 그래서 쉬운 줄 알고 해봤는데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한곳을 다섯 번씩 쓸어도 먼지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해보니 두 번만에 먼지가 쓱 밀려 나갔다.
그 때 난 ‘아 이런 거구나’ 싶었다. 무슨 일이든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한다면 다 해결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넘길 수도 있었지만 일일이 세심하게 다 설명해주셔서 값진 깨달음을 얻게 해주신 노전스님께 또 한 번 감사를 드린다.
그렇게 뜰방을 청소하고 절을 300배 했다. 하고 나니 무위스님께서 오늘 선원장스님 생신이시기 때문에 손님이 많을 거라며 손님맞이를 도와달라고 하셨다. 우선 별당에서 떡볶이와 설거지도 하고 과일 내가고 치우고를 반복했다.
난 그렇게 조금 일했는데도 힘들었는데 무위스님께선 일상이 그렇다고 생각하니 더 힘을 내서 열심히 일했다.
점심을 먹고 좀 쉬는데 선원장 스님 생신이라고 차공양이라는 것을 했다. 보살님들께서 준비를 해주셨다. 차 종류에는 말차, 녹차, 오미자차, 송화차 등 꽤 있었다. 집에서는 거의 마실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차공양을 마치고 또 별당에 갔다. 노스님 세 분이 선원장 스님의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모이셨다. 케익에 촛불을 붙이고 나와 스님 두 분이 생신 축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나서 스님 두 분께서 차례로 장윤정의 ‘어머나’랑 자우림의 ‘매직카페라이트’란 노래를 부르셨다. 그 스님께선 출가하시기 전 어떤 노래자랑대회에서 대상을 받으셨다고 한다. 그스님께선 애교를 살짝 넣어서 부르셔서 그런지 노스님께서 매우 좋아하셨다. 듣기에도 아주 좋았다. 그리고 두 번째 부르신 스님께선 목소리에 힘이 있어서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석남사의 두 스타스님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물론 반응은 뜨거웠다. 스님들께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고 보살님께서는 ‘어머, 잘부르신다’를 몇 번이나 외치시며 분위기를 띄우셨다. 그리고 난 두 스님께서 매우 쑥쓰러워하시는 걸 느꼈는데 노스님들 앞에선 티를 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거 역시 노스님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었나 싶다. 무엇보다 노스님께서 기뻐하시는 것 같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다른 스님께서도 노래를 부르셨다.
스님들께서 나보고도 노래 한곡 하라 하셨지만 결국 부끄러움에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죄송하다. 다음 번엔 노래연습을 열심히 해놔서 기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좀 한가해져서 쉬고 있는데 불필노스님께서 ‘희수야, 너 가는날 3000배 해서 10000배 채워라, 그래서 부모님 기쁘게 해드려라. 넌 분명 절기도를 함으로써 아주 중요한 걸 얻게 될거다. 아주 좋은 경험을 하는 거다.’라고 말씀하셨다. 불필스님을 처음 뵜을때 솔직히 약간 엄하신 분 같았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몇 번 더 뵙고 또 석남사에서 지내면서 참 따뜻하신 분이란 걸 느꼈다. 늘 절하고 지친 나에게 용기를 심어주시고 격려해주셨기 때문이다. 또 지나가다가도 나를 부르셔서 몇 번 했냐고 물으시면서 관심을 가져주셨다. 이런 말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참 인정 깊은 할머니같은 느낌이드는 분이시다.
스님께서 나에게 10000배를 하라고 하셨을 때 걱정은 되었지만 난 잘해 낼 자신이 있었다. 스님께 ‘네. 스님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린 뒤 별당을 나와서 좀 쉬고 나서 주지스님께 가서 차를 한잔 했다. 스님께서 너무 좋으신 말씀을 해주셔서 참 좋았다.
그 후 저녁 공양을 하고 나머지 300배를 했다. 그 다음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피곤해서 바로 잠들었던 것 같다.
작년 엄마와 석남사에 갔을때 사진하나 남기자며 나를 스님들사이에 앉혔다. 그 다음 쑥쓰러움이 가득찬 얼굴로 차를 마시는데 그만 찍혀 버렸다. (좌측부터 선원장스님, 나, 불필노스님)
불교와의 인연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때론 엄격하시지만 재미있으시고 다정하신 스님이 참 좋습니다.
첫댓글 희수님이 참 부럽습니다. 묻혀있던 깊은 불연의 싹을 틔우는 우리 희수님. 그 인연 아름답고 귀하게 이어가길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 _()_
_()_아름다운 시간에 합장합니다.아미타불.
전에보다도 매사에 자신이 붙은 스스로가 놀라울 거예요.그쵸? 차마시는 부끄러운 미소가 일품입니다 미인희수님!!! 행복하세요.나무아미타불_()_
"무슨 일이든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한다면 다 해결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귀한 깨달음을 얻었네요. 이런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잇는 희수님은 정말 복받은 부처님이예요. 아름다운 모습이네요.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금동이게-->금동이에게
불교와의 인연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은 희수 부처님! 참으로 장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석남사에서의 아름다운 시간에 찬탄합니다. 희수님은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네요.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감사합니다. 희수님~~ 좋은 깨달음을 전해주셔서.... 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쑥스러운 미소가 매력적인 희수님! 장하십니다. 희수님을 통해 많이 배웁니다. ^^ 나무아미타불_()_
불교와의 깊은 인연! 감사드리고 감사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_()_
불법과의 인연 무량으로 아름다워라!!! 희수 부처님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_()_ 아미타불!
왠 미녀가 저기 앉아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깊은 인연 행복할지니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내가 하는 일이 무슨일이냐가 중요한것이 아니라 어떤일이든 얼마만큼의 정성스런 마음을 담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희수님의 이글을 통해서 절실히 느껴봅니다......정성스런 마음 즉 참마음은 어떤것이든 통하지 않는것이 없겠지요......감사합니다.....희수님........아미타불..............()()()
휘수부처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집니다. 나무아미타불 _()_
마음의 법문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희수님! 나무 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