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충주 인등산(666.5m)
천등과 지등 사이 사람을 부르는 산
인등산은 충주시 동량면과 산척면의 경게에 자리한 해발 666.5m의 산이다.
충주시에서 산척면과 동량면에 걸쳐 천등산(807m), 인등산, 지등산(535m)이 솟구친다. 하늘을 상징하는 북쪽의 천등산, 땅을 상징하는 남쪽의 지등산, 그 사이에 사람을 상징하는 인등산이 의미심장하게 남북으로 일직선상에 자리하여 산군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는 1997년 초겨울에 홀로 인등산을 올랐는데, 올해는 한국철도산악연맹 김윤수 구조대장의 배려로 단풍열차를 이용한 인등산 산행에 참가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600여 명의 산꾼산꾼들이 참가한 인등산 단풍산행의 들머리는 충북선의 동량역. 역사를 나와 굴다리를 지나니 철도와 평행선을 이룬 조동천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소모천 비포장 과수원길에는 탐스럽게 잘 익은 빨간 사과가 산꾼들을 반긴다. 주렁주렁 달린 사과를 배경으로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 선녀들의 얼굴은 말 그대로 희희낙락(喜喜樂樂)이다. 인등산 남서자락을 에돌아 가는 허리길에는 풀향기가 천지에 가득하다. 취재산행 때마다 동행자가 없어 상당히 곤혹스러웠는데 오늘은 슈퍼모델 뺨치는 선녀들이 부지기수라 싱글벙글이다.
소모천을 지나 대모천 들머리의 과수원길에 들어서니 인등산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대모천회관을 지나자 지능선길이시작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질서정연하게, 화기애애하게 오르는 산꾼들의 모습에서 성숙한 산악문화의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리라. 참나무 숲길을 지나면 솔숲길이, 솔숲길이 끝나면 다시 참나무숲길이 이어지는 산길에는 가을이 소리없이 깊어가고 있다.
독골고개에서 올라오는 능선삼거리에서 산길은 오른쪽으로 굽어 돌고, 해발 510m로 짐작되는 이정표 삼거리에 이른다. '인등산 1.5km' 라고 적힌 이정표에서 동쪽으로 이어가는 능선길에는 선홍색 단풍이 참으로 황홀하여 산꾼들마다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윽고 인등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작은 헬기장 정수리에는 1980년에 마련한 넓은 삼각점과 최근 SK그룹에서 세운 정상팻말이 자리하고, 동쪽 구석에는 충주시에서 마련한 오석 정상빗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북녘으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천등산의 산세를 마음껏 감상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동녘 비탈을 내려가니 다시 헬기장이 나오고 뒤이어 이정표 삼거리에 이른다. '전망대 0.8km'로 표시된이곳에서 남쪽의 전망대를 거쳐 하산하는코스와, 그대로 동녘으로 직진하는 코스는 아 아래쪽인 임도 삼거리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해발 410m쯤으로 짐작되는 임도 삼거리(장재, 동량 6.8km, 전망대 1.5km)에서는 약간의 주의를 요한다. 이곳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능선길을 벗어나 북쪽으로 내려가는 계곡길이 시작된다.
계곡길 입구에는 새하얀 겁질로 치장한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장관을 연출한다. 지그재그로 굽어도는 계곡길은 그 아름다운 꽃향유가 지천으로 피어 보랏빛 꽃불을 지피고 또 지핀 향기로운 산길이다. 꽃향기 풀향기에 취해 몽롱한 상태로 내려온 길가에 가는쑥부쟁이가 환상의 꽃을 피웠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야생화~..."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내림길이다.
도덕마을을 지나 명서교를 건너 유원지로 유명한 삼탄마을에 이른다. '명돌' 이라 새긴 빗돌 옆에 삼탄의 유래를 알려주는 안내판과 '삼탄강' 이란 한시를 새긴 비석이 자리한다.
사족이 될 필자의 설명은 생략하고 그 안내문과 시비를 그대로 소개한다.
'삼탄이란 여울이 셋이란 뜻으로 제일 위의 광천소 여울(굴밖), 가운데의 소나무소 여울, 제일 아래쪽의 따개비소 여울(따개바위, 체육공원 앞)을 말한다. 옛날에는 인적이 드문 산간벽지로, 서북쪽의 천등산을 주산으로 하여 서쪽에는 인등산, 남쪽에는 지등산이 뻗어 있어 큰 변란이 있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피난처로 이용되기도 하였다.산수의 경치가 빼어나고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얼굴이 비치도록 맑게 흐르는 삼탄강은 해마다 많은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인등산록하O탄 人登山麓하O灘
인등산자락에 맑은 여울 소리나니
청탁탄성무인적 淸濁灘聲無人跡
맑고 탁한 물소리 인적은 간데 없네
지등산암벽하곡 地登山岩壁下谷
지등산 암벽 계곡 밑
청탄산포칠색홍 淸灘散泡七色虹
푸른 여울물 튀어 무지개빛이라
천등산만봉진홍 天登山萬峯盡紅
천등산 봉우리 단풍 물들면
정운비조적막심 定雲飛鳥寂莫深
구름 쉬고 새가 날아 적막한 더해주네
인등지등천등계 人登地登天登界
인등산 지등산 천등산 지계에
삼탄곡류한강수 三灘曲流漢江水
삼탄여울 흐르니 바로 한강수일세
단풍열차의 인등산 산행을 기념하여 이날 삼탄에는 먹거리축제가열렸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먹음직한 두부와 생두부, 배추 겉절이, 잔치국수, 고구마막걸리 등, 삼탄주민들의 애향심과 정성이 듬뿍 들어간 값싸고도 푸짐한 음식들이 인등산을 내려온 뭇 산군들을 그 옛날의 농경사회로 이끈, 참으로 화기애애(?)한 영화 속 같은 장면을 연출하였다. 어찌 그 뿐이랴. 삼탄역으로 이어지는 다리 위에서 들이킨 막걸리 한 병에 알알한 기분으로 굽어본 저 제천천. 충주호를 눈앞에 둔 소멸 직전의 제천천이, 산이며 단풍이며 산꾼들의 마음까지도 모조리 삼켜 이승인지 저승인지, 만남인지 이별인지, 기쁨인지 슬픔인지... 구별이 안되는 늙은 산꾼시인의 두 뺨에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으니.
*산행길잡이
동량역-(30분)-대모천회관-(1시간50분)-인등산 정수리-(50분)-임도 삼거리-(50분)-삼탄역
동량역~삼탄역을 잇는 인등산 산행의 들머리는 충주시 동량면에 자리한 충북의 동략역이다. 역사를 나와 굴다리를 지나 대수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포장도로를 조금 이어가면 오른쪽으로 과수원길이 보인다. 과수원길을 이어 산자락을 돌아가면 시멘트포장길에 내려서고 인등과선교를 지나 대모천회관에 이른다(동량역에서 531번 도로를 따라 대모천회관으로 바로 가도 됨). 회관 뒤로 돌아가면 본격적인 능선길이다.
북족 능선길을 이어가면 서쪽의 독골고개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는 능선 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동쪽) 능선길을 따르면 전신철탑과 이정표(인등산 1.5km, 동량 3.8km)가 자리한 삼거리를 지나 인등산 정수리에 닿는다. 헬기장인 정수리에는 1980년에 세운 삼각점과, 충주시에서 세운 정상석 등이 자리하고 북쪽으로 천등산이 손에 닿을 듯 다가든다.
정상에서 동녘 능선을 내려가면 다시 헬기장을 만나고 전망대 이정표(전망대 0.8km, 장재 0.9km, 인등산 0.9km) 삼거리가 나온다. 동쪽 능선은 이정표(전망대 1.5km, 동량 6.8km)가 자리한 임도로 이어진다(전망대 코스를 거쳐도 이곳에서 만난다). 이곳에서부터 능선길을 벗어나 왼쪽(북쪽)의 자작나무 조림지로 들어서면 계곡을 만나고, 계곡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도로다. 오른쪽(동쪽)으로 포장도를 따라 명서교 지나 슈퍼와 식당이 즐비한 삼탄마을로 가면 된다.
*교통
충주 또는 제천으로 가서 충주와 제천을 오가는 시외버스(1일 20회)를 이용해 충주시 산척면까지 간다. 산척에서 산척택시(043-853-5059)를 이용해 대모천회관 또는 독골고개로 가면 된다. 요금은 6,000원쯤. 하산지점인 삼탄도 산척택시를 이용해 오갈 수 있다. 요금은 8,000원. 충주시 택시(843-7508)를 이용하면 20분쯤 걸리고, 요금은 15,000원.
충주시내버스가 동량까지 다니지만 이용이 불편하다.
*잘 데와 먹을 데
들머리 산척면과 동량면 시가지에 식당과 숙박시설이 있다. 날머리 삼탄에는 현덕슈퍼민박, 삼탄슈퍼민박(852-4324), 삼탄약수 가든민박(852-6936) 등 식당과 숙박시설이 여럿 있다.
글쓴이:김은남
참조:인등산
참조:천등산, 인등산, 지등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