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우리나라에서 제일루~ 아름다운 말로만 듣던산.
언젠가 한번은 가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그 꿈이 실현 되었다.
태백산 여행 때 미리 예약을 받는다기에 앞,뒤 상황 생각도 안하고 무조건 신청을
해놓았다. 그런데 여행 3일전 랑이가 삼척 출장에 동행해야한다고 다른 스케줄
잡지 말라고 해 그때서야 설악산 이야기를 하니 역정을 내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ㅜㅜ
내 마음이 이미 산하들로 기울고 있는 것을 알고는 고맙게도 크게 반대는 하지 않았지요.
어디를 가려면 먼저 꼭 결재를 받고 신청을 해야 하는 신세. 지현이가 이렇게 살아요.
25년 전 가을. 직장동료들과 내장산 무박 여행을 다녀온 후로 처음 가는 설악산 무박여행
지금도 그때 내장산을 빨갛게 물들였던 단풍의 극치를 잊을 수가 없는데, 이번에도
거기에 버금가는 환상적인 풍경일거라는 팀장님의 점괘를 믿고 기대가 아주 컸다.
무박여행은 일단 달콤한 새벽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정신없이 가지 않아도 되니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좋았고, 멀리 떠난다하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가슴이 콩닥거리고 있었다.
일찍허니 제기동으로 가던 도중 종로3가역에서 우리 산하들의 호프 성화 고문님을 만났다.
그냥 보아서는 알 수 없었을텐데,, 배낭에 달려있는 산하들의 노란 이름표가 한눈에 쏙 들어왔다.
지하철에서 만나 설악산 여행내내 단짝이 되어 동거동락 하는 사이가되었다. 평소 똑부러지는
고문님의 쾌활한 성격을 알고는 있었지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어찌나 자상한지 평소 사랑을
많이 받은 분 이란걸 알 수 있었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정모 때 해주시던 시낭송이다.
나도 시간이날 때면 가끔씩 결혼식에 가서 새 출발하는 신랑신부에게 당부의 말과 함께
시낭송을 해주곤 했는데, 애송시의 하나가 도종환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이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 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세상의 어느 한계절
화사이 피었다면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깍거나 갯벌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요즘엔 시로써 병을 치료하는 시 치료사 자격증도 있다는데
나도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다.
토요일밤 10시. 베스트 드라이버 김용환 기사님이 쌩하니~ 우리를 안전하게 오색약수에 내려놓았다.
여느 기사분과는 달리 산하들에게 호의적이고 우호적인 분이라 여행분위기가 한결 좋아짐을 느꼈다.
새벽1시30분.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할수 없는 깜깜한 밤에 노오란 나트륨 등의 인도 아래 길가에 앉아서
먹는 따끈한 된장국과 겉절이 별미로 산행을 위한 에너지를 보충하고 1시간 후 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같은 등산객들이 개미떼처럼 많아 깜짝놀랐다. 세상에 그 이른 새벽 등산에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할 수 있단말인가
해드랜턴을 착용하고 꼬리에 꼬리를 문 사람들의 행렬로 설악산은 긴 인간띠를 만들고 있었다
나도 인간띠의 일원이 되어 어둠을 더듬으며 앞만 보고 성지순례하는 듯이 묵묵히
걸었다. 깜깜절벽 보이는 것은 오로지 하늘의 달과 간간이 보이는 몇 개의 별들이 전부다.
어둠에 가리워진 등산로는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어디쯤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행여 팀원을
놓치깔봐 조마조마했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법.계곡을 타고 시원하게 흐르는 우렁찬
물소리에 발을 맞춰 가다가 쉬다가를 얼마나 반복하였던가. 후두둑 빗방울도 만나고
산전수전 겪고 나니 5시30분 어둠이 서서히 물러나고 여릿한 새벽이 왔다.
흑백티비를 보는 것 같은 풍경들. 빛이 없으니 나무들도 생명력이 없어 보이는 시간이다.
이젠 랜턴이 없어도 되고 겁도 나지 않았다. 잠시 사이드로 빠져서 쪼그리고 앉아
한잔의 술로 나 자신을 위로하며 마셨던 감칠맛나던 팩 와인이 생각난다.
그리고는 1,708미터 대청봉 정상에 섰다.밤새 걸어서~흐린아침 정상에서 아침 맞이했다.
그러나 명산에 어울리지 않는 이정표에는 등산객들이 바위에 홍합처럼
다닥다닥붙어서 엉켜있으니 기념사진 찍는것도 마뜩치 않았다.머뭇거리다 안되겠다 싶어
아쉬움을 뒤로하고는 다시 길을 걸었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진짜로 설악의 진면목을 볼수 있는
시간이다 동서남북 시시각각 변하는,,구름이 끼었다가 금방 걷히고 나면 한 장면씩 보여지는
장엄하고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비경들이 입을 쩍벌어지게 했다. 대청에서 중청으로 이어지는
풍경에 빨려들어가는 것같은 아찔함 이래서 그렇게 힘든 등산을 하는구나하는 보상을 받는 느낌이랄까.
매스컴에서는 다음주가 단풍의 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잘못된 정보다.
벌써 피크가 지나고 있는데 그 정보를 듣고 이주에 오는 사람들은 실망을 하겠구나.ㅉㅉ
우린 대청에서 중청을 지나고 있는데 선발대는 벌써 봉정암에서 점심을 하고 있다고 했다
텀이 너무 많아서 합류하지 못하고 우리끼리 오붓하게 점심을 했다. 이젠 날씨가 추워져
그냥 도시락은 먹기가 안좋았다. 이렇게 세월은 흘러서 보온도시락을 필요하고 하고 있구나.
급할것이 없는 우리는 유유자적 봉정암의 아름다운 단풍에 취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좋은 경치를 두고 뫼그리 급하고 빨리 떠난 사람들을 원망아닌 원망을 하면서~~~ㅎㅎ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벽계수 낙마곡이라는 부르는 조선 중기의 명기 황진이의 시조가 생각난다.ㅎ
봉정암. 백담사의 부속암자로 대표적 불교 성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적멸보궁의 하나다.
그 유명한 절에서 성화고문님이 108배를 하는 동안 나이롱 불교신자들은 봉정암을 배회하고 있었다.
봉정암 뒤편의 단풍이 아름다워 올라가보니 오세암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다섯 살의 동자가 관세음보살의
신력으로 살아난것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해 관음암을 오세암으로 고쳐불렀다는 유명한 절. 오세암이란
책에서 보았던 그 절이 근처에 있다하니 가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때까지만해도 나의 컨디션은 봄날씨였으니까.
봉정암을 지나고 얼마되지 않아 다리에 조금씩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설마설마했는데 명지산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었다. 백담사까지는 4시간이 소요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설마 그렇게 많이 걸릴까하는 의구심으로 난 받아들일 수 없어 마음속으로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도 심해지고 몸은 지쳐서 주저앉고 싶었다.
나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고 정말로 산악인 구조 헬기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
그 고통을 어떻게 말로 할까?
그로인해 백담사를 보기 위해 설레이던 마음은 사라지고 지리멸렬한 시간이 흘러
백담사의 기가막힌 경치들은 별로 기억에 없다.
어렵사리 백담사에 내려와서는 난리통에 피난가는 사람들의 행렬처럼 마을 버스를 타기위한
긴 기다림이 또 기다리고 있었다. 산너머 산이라더니 1시간이상을 기다려 뒷풀이 장소에 도착
잔치가 끝난 뒤 잔치집에 간 것 같은 기분으로 뒤풀이 시간을 가졌다.
나와 동행한 죄로 박고문님과 장고문님 성화고문님께 너무나 많은 폐를 끼쳐드렸다
끝까지 밝은 얼굴로 인내심을 발휘해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인생은 짧은 담요와 같다.
끌어당기면 발끝이 춥고
밑으로 내리면 어깨가 싸늘하다
그러나 긍정적인 사람은
무릎을 구부려 쾌적한 밤을 보낸다.
지나고 보니 고생했던 기억보다는 아름다운 기억이 더 많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답다고 하는게 아닐까?
설악산을 같이 등산한 산하님 모두에게 승리의 박수를 보냅니다.
첫댓글 와우 지현님 완주를 축하합니다^^ 홍합같이 따닥 따닥 붙어있다는 표현 압권이었읍니다..^^ 잘읽었읍니다.
글속에 고스란이 필자의 인품이느껴지는군요이젠산꾼의 중독성을 시나브로 물들어갈겁니다 생활은날로 겁고윤택해지며 삶의질이산하들과함께 고품격으로 우리는황제이니까이미 완등을드려요 다비타의집신청하세요
고생이 많았군요.ㅠㅠ
다들 그렇게 미처간답니다.
홧ㅡ팅~~
설악산 대청봉 정복했으니 다른산은날아갈거야 그치누님 ㅎ ㅎ 후기많이 가다려쪄 빨랑올려주셔 ㅋ ㅋ 감사~~~담 산행때 뵈요 ♥♥♥
ㅎㅎ 이제야 진정한 산행의 고충을 아셨으니 그대는 프로요 누구도 그대를 추월 하지 못하리
아픔속에 성숙이 있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그대는 이제부터 진정한 산악인으로 거듭나리 영원히 ...........
김 지현님마니마니 힘 드셨을텐데 문안 안부 드리지 못 해 매우 죄송했답니다.아름다운 詩 기행문 감사합니다. 산하님과의 아름다운 여행 좋은추억 오래오래 간직하시구요소통하는 일상 오늘도 행복 가득한 하루되세요
좋은글 읽고 생각하며 가슴에 담아 갑니다
후기글 잘읽고 갑니다 좋은글자주올려주시고 즐거운한주되시고 일요이에만나요
지현! 대단한데 ㅎ 후기길 잘 읽고 감사한 마음 놓고 갈게 지현! 덕분에 설악산 산행 많이 행복했어
송이 버섯 요리 지금도 침이 꿀걱 넘어가는데...ㅎㅎㅎ 지현 알 라 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