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 : 주촌리-수정봉-여원제-고남산-통안제-유치제-매요리-사치제 (총18km)
산행일자 : 2004년 3월 14일 일요일
지난번 산행에서 고생을 톡톡히 한 덕분에
헬스클럽에서 런닝머시인으로
정성을 기울여 준비하며 기다리던 2회 산행이었다.
새벽4시에 일어나서 교회에 다녀와서
간단히 식사를 마친다음 집결지로 향했다.
두번째 산행이기도 했지만
지난산행에서 직사게(?) 고생한 덕분에
이번산행에 임하면서 두려움은 하나도 없었다.
산행준비한다고 전날 동창회 모임도 안 나가고
잔뜩 별러온 산행이었다.
2회산행에 합류한 오경씨를 맞이하기위해서
고속터미널 맞은편에서 버스를 타고
우리 일행은 대전T/G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아침 7시50분경)
대전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지나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경유하는데
중간에 함양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뒤
우리일행을 태운 버스는 88고속도로위를 달렸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봄의 들녁은 완전한 봄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앞에서 뒤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도 낯설지않았는데
이렇게 하면서 우리는 팀을 이루어 나가는구나하는 생각을 잠시했다.
드디어 버스는 남원 T/G를 빠져나와서 산행출발지인 주촌리 가재마을에 당도했다.(오전10시20분경)
봄기운이 가득배인 날씨탓에 우리는 대부분 자켓을 차에 벗어놓고
배낭도 버스에 놔두고 가벼운 차림으로 가재마을을 지나 마을 뒷산에서 기념촬영을 했는데
산에 오를 사람들을 반겨준다고 해야할까?
아니 이곳까지 오는동안 긴장된 마음들을 넉넉하게 만들어 준다는게 더 맞을것 같다.
아름드리 소나무 네그루가 서있었는데 정말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나서 우리 일행은 수정봉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산에 오르자 지난번 산행때는 앙상하기 그지없던 나뭇자지들이
파릇파릇한 망울을 터트리며 봄을 노래하며 우리를 반겨줬고 솔향기가 물씬벤 산길은
산을 찾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한걸음 한걸음 내 디디는동안 지난산행에서 나를 그렇게 괴롭혔던 숨고르기가
여지없이 내 숨소리를 거칠게 만드는데 잠깐이었지만 이런 고생을 왜 사서하지?하는
말같지도 않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사실 이번 산행을 준비하면서 매일 두시간씩 헬스클럽에서 런닝을 했는데도
그리 쉽지않은 산행이 될것같은 불안한 마음이 내 마음을 억누른다.
다행스러운것은 이번 산행에 함께한 오경씨가 내 곁에서 많은 도우미가 되어준것이다.
힘들면 같이 기다려주고 말동무도 되어주고...
사실 지난 산행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많이 외로운 산행이었었다.
나는 숨이차서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데 함께한 오경씨는 어쩌면 그렇게 쌩쌩한지
내가 땀으로 목욕하는동안 혼자만 시원한 솔바람을 즐기기라도하듯
사뿐사뿐 가볍게 산행을 즐기는것이 아닌가?
부럽기도하고 고맙기도하고 정말 좋은 벗을 만나기는 했구나하는 생각으로
옆에서 내 베낭까지 대신 지고가는 오경씨가 자랑스러웠다.
이래서 산행이 좋다고 하나보다. 누구라도 금새 친해질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렇게 우리는 수정봉 정상까지 올라갔다.
백두대간...
누가 맨먼저 이 등반을 시작했을까?
남에서 북으로, 백두에서 한라까지 연결되는 대간 등정의 문을 연사람이 궁금했다.
김성묵대장님이 누구라도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솔직이 그말에 힘을 얻고 이 등반을 시작했다.
평소 다니던 가까운 산에 오르는것과 내 수준에서 조금 비교해 본다면
일반적인 산행은 휴식시간이 많았던 반면 이번 산행에서는 특별한 휴식이 있는것은 아니고
죽으나 사나 앞만보고 진도를 나간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초보산행을 하는 내가 얼마나 힘이 들었겠는가.
수정봉을 찍고 입망치라고하는 지점을 거쳐 남원-함양을 이어주는 24번 국도에 다다르니
그곳에 여원제라는 펫말이 세워져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앞서간 일행들은 식사를 다 마치고 출발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제서야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우리보다는 나라는 표현이 맞겠네...)
힘들게 산을 내려오고나서 먹는 도시락이 맛이라...
꿀맛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바로 그맛을 내가 보고있다는 생각도 내 기분을 도왔다.
먼저온 사람들은 쉴만큼 쉬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배부른 그대로 쉴틈도 없이 다시 길을 재촉해야했다.
지난번 산행에서 홀로아리랑을 불러본 나로서는 두번다시 그일을 겪고싶지 않아서였다.
[ 잠시 과거를 돌아본다면... 눈보라치죠. 길은 미끄럽죠. 주위엔 아무도 없죠.
두 다리는 힘이빠져 후들거리죠.적막강산을 혼자걸어가는 모습... ]
우리가 다시 향하는 목표지점은 846m인가 하는 고남산이었는데
산이 높아보이기는 했지만 솔바람소리와 솔향기기 있어서인지 생각만큼 힘은 들지않았다.
고남산직전에 암릉이 있었는데 밧줄을 타고 올라가야하는 지점이 있었다.
다 가고 맨뒤를 따르던 나는 쉽게 밧줄을 잡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팔힘이 그렇게 약해있었단 말인가?
낑낑대다가 하는수 없이 히든 카드를 끄집어 냈다.
뻔한것 아닌가... 도우미 오경씨에게 119를 쳤다.
공사교관으로 손색없는 오경씨가 오고나서야 나는 그곳을 통과할수 있었다.
암릉을 지나자 산불감시초소가 있었고 그 옆에는 통신탑이 세워져 있었다.
그 탑을 돌아서 내려오니 포장된 도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내려오는데 앞에서 흥겨운 노랫가락이 들려왔다.
나는 "어떤 사람들이 묻지마 관광산행와서 산에는 안 올라가고 니나노판이 벌어졌구나." 했는데
아 글쎄 그 사람들은 다름아닌 앞서가던 우리 일행이 아닌가?ㅎㅎㅎㅎㅎㅎ
표현할수 없을정도로 6차팀의 넉넉함이 마음껏 발산되는 순간이었다.
"그래 이런 분위기니까 우리 6차팀은 멋지게 해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제를 지나 매요리마을에 당도해보니 앞에간 사람들이 막걸리와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우리도 뒤질세라 막걸리를 시켜서 산골할매가 맛나게 담근 김치를 안주삼아 걸쭉하게 한잔 들이키고
아스팔트를 따라서 오늘의 종착지에 도착했다.
도착해보니 오늘도 여지없이 아르바이트를 즐기는 고참들이 있었다.
돌아돌아 더 앞서나가서 다시 회군하는 일행...
우리는 준비해간 막걸리로 하산주를 양껏 마시고는
다음에 갈 산행길을 남겨둔채로 대전으로 향했다.
오면서 새로합류한 사람들 소개가 있었고 뭔가 또 있었던것 같은데
눈을떠보니 우리를 태운차는 대전 T/G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정말 기분좋은 하루였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 바위산장 김성묵 대장님께 감사한다.
더불어서 오늘 처음 산행에 합류해서 뒷판에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준
묘령의 여인에게도 감사하다는 말과함께 마칠때까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6차 회장님을 비롯한 모든 대원들에게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과 더불어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을 드리고 싶다.
-백두대간 6차 산행팀 다솔-
첫댓글 다솔님 고생하셨습니다. 힘드신 산행중에도 기억을 간직하고 하산하여 기록을 남겨 주어서 감사드립니다.( 죄송하지만 다솔님이 있어야 제가 꼴찌를 안 한답니다. ㅎㅎㅎ ) 끝까지 한번 미쳐 봅시다. 다솔님 화이팅
^^ 감사합니다. 회장님..
솔밭숲에서 웬놈에 군가? 진짜사나이 를... 어릴적 배웠던 童謠 합창소리 도 들리고? 뒤따라가던 난 신청곡으로 홍도야우지마라. 즉석 받아넘겨 불러주던 최원장님. 산짐승이 놀라기는커녕 6차대간팀에 구경꺼리 를 보려고 졸졸 따라오는 느낌? 初春 遠足을 나온듯이 분위기좋은 하루였구요. 다솔님 산행기 잘 쓰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