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佛國寺) 名刹佛國楓中寂(명찰불국풍중적)-이름난 절 불국사 단풍 속에 고요하고 冬內靑松千年佛(동내청송천년불)-겨울 속 푸른 소나무 천년불심을 보여주네 吐含靈山朝瑞氣(토함령산조서기)-토함산 아침 서기(瑞氣) 영험하게 서리고 半月古城晚霞染(반월고성만하염)-반월성에 저녁노을이 조용히 물든다 地拔舍利奉釋多(지발사리봉석다)-땅에서 솟아나온 사리모신 석가 다보탑 聖德神鐘哀切哭(성덕신종애절곡)-에밀레종에 울려오는 애처로운 울음소리 忽然家族冬旅遊(홀연가족동려유)-어느 날 홀연히 가족과온 겨울여행 紫霞門下追憶遺(자하문하추억유)-자하문 아래서 추억을 남긴다 古刹踏來旅客步(고찰답래여객보)-옛절을 찾아온 나그네의 발걸음에 佛鄕慶州心深藏(불향경주심심장)-불교의 고향 경주 마음 깊이 간직한다 농월(弄月) 친구가 겨울 여행에서 보내온 불국사 사진 친구가 경주 불국사 여행에서 사진을 보내왔다. 아들가족과 조촐한 불국사 여행 중에 필자의 유적지답사 취미를 알고 단풍이 물든 불국사 사진을 보내 온 것이다. 겨울 여행 ! 인생의 참맛은 겨울여행이라 하였다. 만상(萬象)이 고요히 잠든 누리 속에 호젓이 사색(思索)하며 떠나는 겨울 여행, 지나온 인생의 시비곡절(是非曲折)을 홀홀 벗은 겨울산위를 떠가는 구름 같이 부질없음이 여행길에 비워진 맑은 머릿속에 조용히 자리 한다. 시선(詩仙) 이백(李白)은 그가 지은 춘야도리원서(春夜桃李園序)글에서 夫天地者萬物之逆旅(부천지자)-하늘과 땅은 만물이 쉬어가는 여관이요 光陰者百代之過客-세월은 영원한 나그네. 而浮生若夢爲歡幾何-인생은 한바탕 덧없는 꿈, 세상 기쁨 누린들 얼마나 계속되랴. 라고 하였다. 여행처럼 긴 여정(旅程)의 인생이었는데 돌아보면 어제 같은 짧은 시간이다. 내가 옳고 너는 그르고 나는 너보다 더 이쁘고 돈도 많고--- 하여 본들 그 아름답던 시절과 힘들었던 순간순간들이 섬진강위를 떠가는 한잎 낙엽 같으니 겨울 여행이 주는 상념(想念)은 남은 인생을 정리정돈 하는데 냉엄한 교훈을 주는 시간이다. 농월
▲多寶塔(다보탑) 舍利舊藏多寶塔(사리구장다보탑)-사리는 예부터 다보탑에 감췄는데 沙彌猶扣下堂鍾(사미유구하당종)-사미는 오히려 하당의 종을 치네. 蓮花晝集聽經鳥(연화주집청경조)-연꽃에는 새가 모여 대낮에 경(經)을 듣고 雲氣秋盤入洞龍(운기추반입동룡)-구름 기운 가을로 서리어 골짜기 용이 드네. 絶境偶拚人外賞(절경우변인외상)-절경에 우연히 인간 밖을 보게 되어 振衣伋陟望高峯(진의급척망고봉)-옷 떨쳐입고 이내 망고봉(望高峯)에 올르네 허균(許筠) ▲석가탑(釋迦塔 無影塔) (믿믿) 釋迦異名無影塔(석가이명무영탑)-석가탑 다른 이름 무영탑이여 佛國寺前立千年(불국사전립천년)-불국사 대웅전 앞에 천년 세월을 서있네 百濟阿斯匠手下(백제아사장수하)-백제 석공 아사달의 손길아래 風雨歲月與削石(풍우세월여삭석)-비바람 맞아가며 깎긴 돌과 함께 精誠石刻蓮不落(정성석각련부락)-그 정성 돌에 새긴 연꽃 지지 않고 今日冬中開花有(금일동중개화유)-오늘도 겨울 속에 피어 있구나 夫慕投身影池所(부모투신영지소)-남편이 그리워 몸을 던진 영지(影池)에는 阿斯女魂釋迦影(아사녀혼석가영)-아사녀의 혼(魂)이된 석가탑의 그림자 石石淚結無影塔(석석루결무영탑)-돌마다 눈물 맺인 무영탑(無影塔)은 無聲自影抹消也(무성자영말소야)-소리 없이 제 그림자마저 지우는구나 농월(弄月) 신라 경덕왕은 불국사를 건축하면서 석탑을 세우려 한다. 이 석탑을 맡을 자로 백제 석공(石工) 부여의 아사달(阿斯達)이 선발된다. 아사달은 스승의 딸이자 아내인 아사녀(阿斯女)를 홀로 남겨 둔 채 신라로 온다. 아사녀도 남편을 찾아 신라로 떠난다.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신라에 도착한 아사녀는 탑이 완성될 때까지 아사달을 만날 수 없고 기다려 달라는 주지의 말을 듣고 탑이 완성되면 그림자가 비칠 것이라는 인근의 못가에서 기다렸다.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던 아사녀는 문득 못 속에서 탑의 환상(幻想)을 보고 아사달을 부르며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석가탑을 완성하고 아사녀가 기다리는 영지(影池)로 찾아 온 아사달 역시 아내의 죽음을 알고 아사녀를 부르며 못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아사녀가 남편을 기다릴 때 탑의 그림자가 이 연못에 비추었다 하여 그림자 못이라는 한자로 “영지(影池)”라 하였고, 그림자를 비춘 다보탑(多寶塔)을 유영탑(有影塔), 그림자를 비추지 않은 석가탑(釋迦塔)을 무영탑(無影塔)이라고 불렀다. ▲첨성대(瞻星臺) 첨성대(瞻星臺) 靑天落葉草皮上(청천낙엽초피상)-하늘 푸르고 낙엽지고 황금색 잔디밭에 其中瞻星高百尺(기중첨성고백척)-그 가운데 높이 솟은 첨성대가 백척이라 根而地神深深植(근이지신심심식)-뿌리는 땅귀신되어 깊게 깊게 박혀 있고 高身向天空中突(고신향천공중돌)-높은 키는 하늘을 향해 공중에 우뚝하네 爲民觀測日月星(위민관측일월성)-백성을 위해 일월과 별들을 관측하고 瞻臺登高雷雲占(첨대등고뢰운점)-첨대(瞻臺)에 높이 올라 뇌성 구름을 점쳤다네 日氣豫報民無頉(일기예보민무이)-일기를 예보하니 백성들이 무탈하고 五穀豊盛太平歌(오곡풍성태평가)-오곡이 풍성하니 태평가를 노래하네 晝農夜紡不知時(주농야방부지시)-낮에는 농사일 밤에는 길쌈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니 似雷流歲何多少(사뢰류세하다소)-번개같이 지나는 세월 풍상이 몇 번인고 歷史變遷闕痕無(역사변천궐흔무)-역사는 변하여 궁궐 흔적 없으나 新羅手藝永久傳(신라수예영구전)-신라의 찬란한 솜씨 영원히 전하여 지리 농월(弄月)
▲단풍 遠上寒山石徑斜(원상한산석경사)-멀리 겨울 산을 오르니 돌길이 비껴 있고 白雲深處有人家(백운심처유인가)-흰 구름 깊은 곳에 인가가 있구나. 停車坐愛楓林晩(정차좌애풍임만)-단풍 숲이 아름다워 수레를 멈추니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서리 맞은 잎사귀는 봄꽃보다 붉구나. 두목(杜牧) ▲자하문(紫霞門) 박목월 불국사 자하문(紫霞門) 흰 달빛 자하문(紫霞門) 달안개 물소리 대웅전(大雄殿) 큰 보살 바람 소리 솔 소리 범영루(泛影樓) 뜬 그림자 흐는히 젖는데 흰 달빛 자하문(紫霞門) 바람 소리 물소리. ▲에밀레종 “어째서 종소리가 이리 탁하단 말이오?” 경덕왕의 말에 봉덕사 스님들이 고개를 떨구었다. 옷자락에 쌩 소리가 나게 경덕왕은 화를 내며 절을 떠났다. 스님들은 화가 난 경덕왕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꼼짝도 못했다 잠시 뒤, 주지 스님이 말문을 열었다. “종이 제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정성이 부족해서입니다. 여러분들이 힘을 내서 시주(施主)를 모아 오세요.” 주지 스님의 말에 한 스님이 대답했어요. “좋은 종을 만들려면 정성어린 시주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저희들도 압니다. 하지만 지금 신라의 백성들은 매우 가난하여 끼니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백성들에게 시주를 얻는 것은 힘들고 매우 미안한 일입니다.” 그러나 스님들은 종을 만들기 위해 다시 시주를 받으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봉덕사 주지 스님이 낡고 허름한 집에 들렀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시주를 해 주십시오.” 가난한 집 여인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저희 집에 있는 것이라곤 이 아이뿐입니다.” 여인은 아이를 주지 스님에게 시주하려 했다. “아, 아닙니다. 아이를 시주로 받을 수는 없지요.” 주지 스님은 깜짝 놀라며 얼른 발길을 돌렸다. 가난한 집에 시주를 하라고 한 것을 오히려 미안하게 생각했다. 그 날 밤 주지 스님은 꿈을 꾸었다. “봉덕사의 종을 제대로 울리려면 그 아이가 필요하니 어서 데려오거라.” 너무나 생생한 꿈을 꾼 주지 스님은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주지 스님은 밤새 고민을 하다 아침이 오자 곧바로 여인을 찾아갔다. “부인, 전에 말씀하신 아이를 시주로 내어 주시겠습니까?” “꼭 원하신다면 보내 드려야지요.” 여인은 아이를 내어 주며 눈물을 흘렸다. “모든 것이 부처님의 뜻이니 슬퍼하지 마십시오.” 주지 스님도 눈물을 흘리며 여인을 위로했다. 봉덕사에서는 새로운 종을 만들며 아이를 쇳물이 끓는 가마에 넣었다. “부디 좋은 세상에 태어나 행복하게 살거라.” 주지 스님은 아이의 넋을 위로하는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그 동안 계속 깨지고 찌그러지던 종이 너무도 쉽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종이 완성되었다. 종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혜공왕은 봉덕사로 찾아왔다. “그토록 기다리던 종이 완성되었다니, 어서 울려 보거라.” 스님들이 힘껏 종을 쳤다. “에밀레 에밀레” 놀랍게도 종소리는 엄마를 간절하게 부르는 아이의 우는 소리 같았다. 종소리를 들은 모든 사람들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워할 때 그때 한 여인이 주저앉으며 목 놓아 울었다. “아가야, 네가 나를 원망하는구나. 이 어미를 용서해 다오.” 그녀는 얼마 전 아이를 시주로 바친 여인이었다. 사람들은 어미를 부르는 듯 슬픈 소리를 내는 이 종을 “에밀레종”이라고 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