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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대회 다녀온지가 벌써 2주나 지났는데, 그 때 그 곳의 감동이 너무 깊었는지 기억을 다시 들추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손에 땀이 납니다. 더욱이 지난 봄 부상으로 5개월 이상 운동을 쉰 상태에서, 다리마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무릎 보호대를 차고 달려야 했던 대회. 과연 완주나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그 대회에서, 나라도 다르고 아는 이 하나 없는 그 곳에서, 마치 도시 전체가 내 응원단인양, 온전히 주로 양옆을 가득 메운 현지 시민들의 응원과 격려의 힘만으로 26.2마일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잊지 못할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 봅니다.
내년 2020년은 뉴욕 마라톤 대회 50주년이 되는 해로, 벌써부터 대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꼭 내년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큰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고자 하시는 분들을 위해, 대회 참가 과정부터 여행 관련 정보들까지 경험했던 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제 49회 New York City Marathon 대회 (2019년 11월 3일)
" It will move you."
참가 신청
마라토너라면 누구나 한번쯤 달려보고 싶어하는 보스턴 대회가 세계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회라면, 뉴욕 마라톤은 가장 많은 참가자로 유명한, 세계 6대 마라톤 대회(보스턴, 뉴욕, 시카고, 런던, 베를린, 도쿄) 중 하나이다. 6대 마라톤 모두 유명한 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 원래 목표했던 보스턴 마라톤은 40대 후반 남자 주자일 경우, 3시간 20분이 참가 안정권이라 올해 한번 도전을 해볼려고 했지만 다리 부상으로 더 멀어졌고, 도쿄 마라톤은 3년째 신청하곤 있지만 번번히 추첨에서 탈락, 4수째 (풀코스만 3만명 모집에 33만명 신청, 경쟁률이 11:1 ^^;;) 요즘 분위기도 그렇고 나랑은 인연이 없나 보다...
뉴욕 대회 또한 참가하기 만만치 않지만, 참가 루트가 여러가지 있다.
2020년 뉴욕 마라톤 참가 방법 (runnersworld.com 퍼옴)
미국에 거주하지 않은 외국인으로써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첫번째 나와있는 "온라인 신청하고 추첨 받기" 와 네번째 "NYRR(뉴욕로드러너 협회)와 협약된 한국 여행사를 통해 여행 상품과 더불어 참가권을 '구매'"하는 방법이다. 현지인들은 "2000 달러 이상 기부"를 한다든지, "NYRR가 지정한 9개의 대회를 뛰고 1개 대회 자봉"하여 참가권을 받는 방법도 있다. 특히, 내년 뉴욕 마라톤 5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대회가 있었던 11월 3일부터 11월 5일까지 "50시간" 동안 참가 신청 사이트를 열어놓고, 그 기간 참가 신청을 한 주자들을 대상으로 추첨, "50명"을 미리 뽑는 행사도 진행되었다.
NYRR과 협약된 한국 여행사로는 "오픈**"와 "에**투어" 정도가 있는 듯. 내년 대회 4박 6일 일정 가격을 보니 대략 290만원대. 대회 참가 접수비 550불은 별도이다. 확정된 참가권을 주는 거니, 당연히 개인이 직접 접수해서 추첨을 기다릴때 드는 참가 비용(358불, 이 비용 또한 현 환율로 41만원정도 되니 동마 참가비 5만원은 정말 저렴한 셈^^;;)보다 비싸다.
난 당연히, 첫번째 방법으로. 워낙 추첨운이 없는데다(도쿄도 3번 떨어짐ㅎ) 대회 홈페이지를 보니 2년 연속 추첨이 안되면 세번째는 무조건 참가할 수 있도록 자격을 준다 하기에, 일단 질러보고 3년을 기다려보자 하는 심정으로 참가 접수가 시작되는 2019년 1월 30일,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참가 신청을 했다. 주의할 것은 참가 신청 당시 신용 카드 정보를 기입하는데, 운좋게 당첨이 되면 바로 참가비가 결제가 되고 환불은 되지 않는다.^^;; 내가 신청할 당시, 몽블랑 UTMB 대회 참가가 확정이 된 상태라, 이것까지 당첨되면 한 해에 유럽으로, 미국으로, 여행 경비 출혈이 너무 커진다. 하지만, 설마 이것도 당첨이 되겠어? 하는 심정에 "신청 확인" 버튼을 눌러 버렸다.^^
참가 신청 페이지. 2020년 참가 신청 기간은 2020.01.30~02.13.
대회 참가권 추첨일인 2월 27일 저녁.(미국은 27일 아침)
마침 집사람과 "올해 나만 UTMB 가는거 미안하고, 갔다와서 잘 할께~♡" 뭐 이런 얘기하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메일이 하나 날라왔다. 동시에 문자 메세지도 띠리링~ "**카드 358불이 해외 승인 되었습니다." ^^;;
추카추카~ 넌 올해 뉴욕에서 뛰게 될꺼야~ㅋㅋ
"여보, 나 뉴욕도 된거 같아...;;;;;"
"..........."
평생 당첨운이라곤 1도 없던 내가, 그렇게 뽑히기 어렵다는 국제 대회 2개를 연이어 당첨되어 한 해 쓸 운을 다 쓴 때문인지, 아님 와이프의 저주(ㅋ)였는지, 결과적으론 6월말 부상으로 UTMB는 포기(주최측에 부상 얘기를 했더니 내년으로 옮겨줌 ㅎ), 뉴욕 대회는 좀 더 부담없이(?)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후방 십자인대가 끊어진 왼쪽 다리는 사고 후 5개월이 지나도록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뉴욕 대회 출전이 확정된 후, 예전부터 가끔 연락을 주고 받던 뉴욕 사는 (정확히 뉴욕은 아니고, 인근 롱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사촌 여동생에게 연락을 했더니, 흔쾌히 놀러 오란다. 마침 여동생 딸도 우리집 큰 딸과 같은 나이라 서로 친구도 맺어줄 겸, 직장 문제로 함께 여행할 수 없는 집사람 대신 큰 딸을 함께 동행하기로. 문제는 큰 딸이 이제 겨우 10살. "아빠와 함께 떠나는 뉴욕 마라톤 여행" 컨셉은 나름 멋졌지만, 과연 13시간의 시차나 빡빡한 일정들을 딸내미가 잘 견뎌줄지...^^;;
출전이 확정된 선수들에게 주최측에서 여러 가지 정보나 행사 안내를 담은 메일을 주기적으로 보내준다. 대회 한 달을 앞두고는 "Confirmation Form"을 작성하라는 메일이 온다. 내용인즉, 대회 당일 대회장으로 가는 무료 셔틀 버스를 어디에서 몇 시에 승차할 건지, 그리고 출발전 개인 짐을 맡길 건지, 아님 짐을 맡기지 않는 대신 골인후 보온용 무료 판초우의를 받을 건지를 결정해서 대회 홈페이지의 내 계정에 입력하는 것이다. 난 숙소가 맨허튼 중심가와 가까운 관계로 "뉴욕 시립 도서관 앞에서 5:30에 출발하는 버스"를 선택. 보스턴 대회 폭탄 테러 이후 보안상의 이유로, 주최측에서는 짐을 맡기는 것 보다는 판초우의를 선택하도록 많이 유도하는데, 무엇보다도 짐을 맡겼을 경우 골인 후 짐 찾는데만 1시간 이상 걸린다고 겁을 준다. 해서 시간도 아낄겸, 기념품 하나 더 챙길 목적으로 판초우의 선택.
예상 완주시간 03:30:00 (1월 대회 신청시 적어낸 예상 시간.... 그땐 당연 330 할 줄 알았지...ㅠㅜ)
이것까지 작성하고 나면, 이메일로 확정된 "Confirmation Form"이 배번과 함께 날라온다. 이걸 다운 받은 후, 본 대회 전 목요일부터 토요일 (올해에는 10월 31일~11월 2일)에 열리는 뉴욕 마라톤 엑스포장에 가서 여권과 함께 보여주면, 진짜 배번과 기념품을 준다. 그럼 진짜로 대회 참가 준비 끝. 1월 말 참가 신청을 했으니, 배번 받기까지 거의 10개월 걸린 셈. 그나마 첫 신청에 당첨 되었기 망정이지, 운이 없으면 3년이 걸렸을 수도.ㅎㅎ
배번: 16520, 출발 시간: 오전 9:40, 대회 셔틀: Midtown Bus(NYPL) 오전 5:30
배번 밑에 "Green Wave 1 Corral D"라는 출발 정보가 나와 있다. 우리나라 메이저 대회로 말하면, 공식 대회 기록에 따른 출발 그룹 개념과 비슷한 건데, 5만명 이상이 한꺼번에 뛸 수 없으므로 좀 더 세분화 되어 있다. 세 가지 색깔(Blue, Orange, Green)은 대회장 도착후 출발 전까지 대기하는 공간(Village라고 부름)을 나타내고, Wave 1~4는 각각 출발 순서, 마지막으로 Corral은 같은 색깔 그룹을 다시 A~F까지 나눠 출발하는 순서를 나타낸다. 대회 준비하면서 이 개념이 영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막상 가보니 색깔 그룹은 크게 상관없이 Wave 순서 (방송에서 "자, Wave 1 출발해요~" 하면 사람들 따라 움직이면 된다.)에 맞추어 색깔별 Corral (난 녹색의 D) 출입문만 잘 찾아가면 된다. 자세한 출발 얘기는 다음 편 후기에..ㅎㅎ
난 9:40에 출발하는 Wave 1의 녹색 그룹에서 출발 (화살표 표시).
대회 참가 준비는 Confirmation Form을 받음으로써 끝났고, 이제는 여행 준비. 항공권은 참가 확정이 되고 후 3월 초에 구입. 대한 항공편이 직항에, 출발 시간대(금요일 오전 10시에 출발하면, 미국 현지 시간으로 당일 오전 11시 도착ㅎ)도 좋고 가격도 적당해 딸아이 것과 함께 구입. (왕복: 어른 100만원, 초등 80만원)
인천<-> 뉴욕 JFK 공항, 갈때 14시간, 올땐 14시간 반 ^^;;
문제는 숙소인데... 유럽 유명 관광지만큼이나 비싸다 ㅠㅜ. 중심가에 가깝다 하면 1박 30만원대도 찾기 힘들다. 사촌 동생이 기꺼이 자기 집으로 오라고는 했는데, 대부분 관광지와 대회 셔틀 탑승 장소, 골인 지점이 모여 있는 맨허튼 중심가와는 거리가 있어, 대회 후 2박만 신세를 지기로 하고 대회전 2박을 보낼 숙소는 맨허튼에서 잡아야 했다. 구글 지도를 펼쳐 놓고 동선을 고려해 가장 저렴한 숙소를 골라보는데, 혼자라면 침대 하나만 빌리는 게스트 하우스나 한인 민박(대략 15~20만원/1박)등 고려해 볼텐데, 딸아이와 함께 쓸거라 방 하나를 빌려야 한다. 공동 샤워장을 사용 해야하는 3급 호텔 방이 25만원대에 나와 예약을 했다가 딸에게 너무 불편할 것 같아 취소. 대회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협력 여행사(Anthony Travel) 홈피에 들어가 봤더니 대회 참가자 특별 할인가를 제공하는 호텔들을 있다. 대부분 5성 급이라 그나마 1박 50만원 이상~ㅠㅜ. 마침 위치 좋고 깨끗해 보이는 4성급 호텔이 2박에 세금 포함 555불(65만원)로 나와 바로 예약. 맨허튼 이스트 29번가에 위치한 The Redbury New York Hotel.
대회 당일 새벽, 바나나,초코바,이온음료 서비스. 가방 보관, 오후 3시 레잇 체크아웃 서비스도 제공.
호텔 위치. 뉴욕 공립 도서관이랑 1km 거리. 화살표는 배번 수령 장소인 제이컵 K. 재비츠 센터
비행기표랑 호텔도 정했고.... 참, 미쿡이니 비자도 받아야 되는쿤....^^;; 예전엔 준비할 서류도 많고, 종로에 있는 미 대사관 앞에서 긴 줄 섰다가 인터뷰도 해야 하고... 복잡했는데... 요즘엔 2년간 유효한 ESTA 비자를 홈페이지를 통해서 간편하게 받을 수 있다. 첨 해보는 거라 긴장했는데, 뉴욕 대회 신청하는 거보다 간단.ㅎ 1인당 14불씩 비용을 내면, 신청 당일 허가 승인. 좋은 세상이네~^^
이제 정말 준비 끝??!!
아니.... 가장 중요한 거... 풀 코스 달릴 몸을 못 만들었다...ㅠㅜ 6월 22일 사고 이후, 단순 골절(이것도 사고 한 달 후에 발견함 ;;)이라고 생각해서 방치했던 다리가 8월 말 정밀 검사를 통해 후방 십자 인대 파열 진단. 당시 의사쌤이 수술하기엔 너무 늦어서 보존 치료를 추천. 말이 치료이지 무작정 쉬는 거.ㅠㅜ 대회일은 다가오지, 운동은 못하지... 진단 당시 최소 3~4개월은 운동하지 말하고 하셨는데, 이제 대회까지 2개월 밖에 안남았으니...
9월 한 달은 말 잘 듣는 착한 환자가 되어 땀나는 운동은 절대 금하고, 에헤라 디야~ 열심히 목운동만..ㅋㅋ 대회 한 달 남았는데, 몸무게는 5~6키로가 늘고 다리에는 여전히 통증이.... 예전엔 풀 3주전부터 30K-20K-10K 식으로 테이퍼링을 해왔는데 테이퍼링은 커녕 근 4개월동안 하프도 한 번 못 뛰어봤으니... 대횔 포기하고 관광이나 하고 올까? ㅠㅜ
대회 3주 전. 이러다 안되겠다 싶어, 전날 약국에서 구입한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최근 아스콘 포장이 되었다는 영산강 자전거 길로. 속도는 상관없이 어디까지 달려지나 보자 심정으로 4개월만에 첨으로 로드런. 왼쪽 무릎 신경 쓰며 최대한 천천히 뚸 보는데, 3키로 지점에서 통증이 오는가 싶더니 곧 사라지고 6분 페이스로 달려진다. 11키로가 조금 넘었나, 나루터 쉼터까지는 걷지 않고 달렸다. 숸한 음료수 마시고, 턴. 돌아오는데 15키로부터는 다리가 움직이질 않고, 호흡도 막힌다. 걷.뛰를 반복, 간신히 25km를 채웠다. 시간은 2시간 40분. 마치 풀 뛴 것처럼 다리가 묵직했지만, 장거리를 뛰었다는게 신기할 정도. 대회 2주 전엔 부주산에서 15km, 대회를 일주일 앞둔 10월 27일, 역시 부주산에서 10km를 채우고 대회 준비 마무리. 대회 당일, 무릎만 버텨 준다면, 걷더라도 끝까지 가보자.
출국 몇일전 구입한 zamst 무릎 보호대까지 여행 가방에 잘 챙겨 넣고, 큰 딸과 새벽 2시 30분 인천 공항 제2 터미널 행 버스를 타고 4박 6일간의 마라톤 여행 시작.^^
첫댓글 형님 글 읽고나면, 우리 목마클 회원님들이 뉴욕에 직접 다녀온듯한 착각에 빠진다에 1표~
2편이 기대됩니다~
후기 잘 읽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