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보니 물 좋고 산 좋은 수산의 두메산골에서 태어난 게
축복이었나보다.
이맘때면 아이들의 악보 없는 버들피리 연주에
진달래 개나리 춤추었고 종달새도 노래했었지
여름이면 시냇가에 돌을 막아 물 깊게 만들어 멱 감고
소 먹이러 나간 아이들 칡넝쿨 엮어 만든 해먹에 누우면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콧노래가 절로 흥얼거렸지
산딸기 머루 따느라 아이들 얼굴은 까매지고
오디 따먹느라 퍼래진 입술이 깔깔거리고
과수원 서리에 가슴 콩닥이며 서산에 해질녁이면
배 부른 소 집에 가자고 음메하네..
소 이야기가 나왔으니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네
친구들아 ~~
세상에서 가장 급한 사람이 누군 줄 아니 ??
나무꾼이 소나기 쏫아지는 날
소는 날 뛰지... 하필이면 똥은 마렵지... 허리끈은 안 풀러지지...
이렇게 급한 일 아니면 얼굴 보자꾸나.
논에서는 메뚜기잡기에 신났고
삽 든 형과 소죽바가지 들고 미꾸라지 잡이 따라 나섰던
30여 년 전 어린 시절 얼굴들이 그립지 않니... ?
마당엔 모깃불 피워 감자 몇 알 던져놓고
삶은 옥수수 한 알 따서 허공에 띠워 받아먹으면
밤하늘의 별들과 반짝반짝 반딧불이 웃음으로 화답해 주었던
소중한 추억을 너무도 많이 간직한 어린 시절의 축복 받은
우리였네 ...
밤 익어가고 감 익어가는 추석이 오면
객지에 나간 형 누나는 언제 오나 동구밖을 서성이며
그리움 이란 걸 배웠었지...
나무책상에 반을 그어놓고
넘어오면 죽인다고 으르렁대었던 때가
우리에겐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지 않니?
발이시려
누더기처럼 기운 양말을 두 세 겹 덛 신었지만
그래도 밝게 웃을 수 있었고
식어 빠진 도시락을
난로에 벽돌처럼 쌓아놓고 데워먹으며
우리는 꿈을 함께 꾸었고
까까머리 단발머리의 사춘기였던 시절이 어느덧
흰머리염색을 해야 하는 우리가 되었잖아
삶에 골몰하여 내가 가고 있는 인생이 옳은가 고민할 때가 있지
친구들아
성공한 삶을 누구나 추구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미
성공했는지도 모르네..
빈농의 아들딸로 태어나
이제는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고
보고 싶어 하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어찌 우리가 성공하지 아니했다고 할 수 있겠나.
그동안 쌓아온 명성 , 부 부족한 부분 다 내려놓고 만나보세
중학교 때로 돌아 가봤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 과 나 자신
딱 두 가지만 가지고 만나보세
교무실 앞 화단에 서 있던 향나무가 그립고
낮은 곳에 앉아 있던 금잔디 채송화 봉숭아
높은 곳에서 언제나 빙그레 웃기만 하던 해바라기의 미소가 그립네
운동장 끝에 서 있던 플라타너스 그늘 벤치에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던
중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네..
끝으로 기도를 드리고 싶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4월 29일에는 친구들 주변에 죽는 이 없게 하시어
동창회로 오는 발걸음 가볍게 하시옵고
부처님께 비나오니
이 날은 회사의 특별한 업무와 야유회도 취소되게 하시고
동창회 가지 못하게 하는 신랑 마누라들 마음에
넉넉한 관용이 생기게 하시어
동심의 하루가 되게 하여주시길 비나이다.
특별히
멀리계신 알라신께도 비나이다.
동창회에 갈까말까 망설이는 동창들의
갈등에 지름신을 부으시어
환한 웃음으로 만나게 해 주시길
간절히 바라나이다
ㅎㅎㅎ
첫댓글 감동적인 한편의 멋진 시를 느껴봤다!글 쓰느라고 수고 많았구나.
경환아 29일날 일정이 어떻니? 함께 갔으면 하는 바램인데 ~ 현숙이는 어떨지 모르겠다.
셋이서 한차로 가면 즐거운 여행이 될텐데 ....
그렇게 하기로 했던거 아니였어...? 현숙이도 OK 경환이도 OK ,백원장도 OK .나도 OK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