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일의 숙성기간을 거친 홍매실이 드디어 제 주인을 찾아 나섰다.
지난 6월.
혹한의 산고를 이긴 홍매실을 그냥저냥 박스에 담아 팔기엔 지난 겨울의 아픔이 너무
애처러울것 같았다.
그렇쟎아도 때늦은 서리로 올 한해 농사를 걱정하시던 농업인을 바라보며
매실 한 알이라도 제값에 팔아 농업인의 깊게 패인 주름을 잠시나마 펴볼 수 있기를
희망하였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에너지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였다.
산지 홍매실을 엄선하여 1.6톤에 달하는 최고의 상품을 서울로 공수하였지만 이번엔
소비자의 아픈 현실이 문제였다.
지속된 경기침체로 영업점을 오가는 손님들의 발걸음에는 짙은 한숨이 배어나오고
설상가상으로 이상기온에 의한 품목별 물가변동은 그렇쟎아도 휠대로 휜 소비자의
허리 위에 눈물 봇짐을 더하였다.
홍매실진액 담그기 시연행사!
마트가 열리고 처음으로 기획한 행사인만큼 망설이지도, 주저하지도 않았다.
그래^^
농업인에겐 최고가의 소득보전을 -
소비자에겐 단순한 매실진액 한통에 불과하지만 판매가격 할인으로부터 숙성관리,
완성 후 배송까지 판매유통이 실천하기 어려운 감동을 그렇게 드리고자 하였다.
최고의 남도산 홍매실 10Kg과 황설탕 10Kg 그리고 20Kg들이 통을 포함하여
100여일에 걸친 숙성관리 전 과정까지 60,000원이라는 믿기지 않을 소비자가격을
고시함과 동시에 처녀행사인만큼 공정마다 정성에 정성을 더하였다.
그리고 주문고객에 대한 완성품 배송완료!
'진액을 거르신 다음 남은 알맹이엔 담금주 5L를 붓고 한달 후 맛을 보시라
신선주에 약주가 부럽지 않을 것이외다' 끝까지 훈수를 아끼지 않았다.
@안**님 - 수고하셨습니다. 매실색깔이 참 곱네요 잘 먹겠습니다.
@임**님 - 감사합니다. 넘 맛있어요^^
@박**님 - 찾으러 가려했는데 배송까지 미안해서 어떡해요. 잘 먹을께요.
@조**님 - 색깔도 곱고 맛도 일품이네요 수고하셨어요.
@오**님 - <저녁 10시>방금 잘 받았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감사합니다.
@이**님 - 작년에 한 제 것보다 훨씬 맛있고 무엇보다 색깔이 참 곱네요..,
24분의 고객으로부터 감사와 더불어 격려메시지가 핸드폰에 전달되었다.
부재중인 고객까지 이틀간에 걸친 배송을 마치고 내년 6월을 다시 기약하기로 한다.
조간회의를 마치자마자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마포나루 행사준비와 더불어 대파공선출하회의 10월 출하를
계획하기 위하여 농가를 방문하였다.
한가위의 여유를 즐긴 농가도 천고마비의 가을날씨만큼 지난 여름의 고통은 찾을데없고
익어가는 황금벼처럼 얼굴가득 희색이 만연하다.
추석전후로 강원도 고랭지 대파수확에 전념하고 있는 출하농가주들의 수고가
한해농사 커다란 보람으로 이어지길 소원하며 고추잠자리떼가 점령한 원당 대파밭을
빠져 나와 급히 어머니에게로 발길을 옮긴다.
암 수술 후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방사선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다소 곤란한 판단을 오늘은 내려야 한단다.
방사선 치료를 하자니 재발암에 대한 근심은 사라질거라 하지만 치료전 식이요법과
약물복용으로 우울증 의심이 더 무섭다 한다.
담당 전문의의 소견을 살펴 수술 후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실천한다면 애써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아도 큰 걱정은 없을 것이라 하여 결국 우울증을 예방하는 쪽으로
방사선치료를 마다하였다.
어머니도 되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퇴근을 서둘러 단골손님이 끊이질 않는 메밀국수집을 찾았다.
세안을 즐길만큼 커다란 양푼에 직접 손으로 빚은 메밀국수 앞에서 아버지 어머니모두
풍경에 즐거워 하신다.
북적거리는 가을에 병을 잊은체 얼굴가득 웃음이 떠나질 않으신다.
내일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되는 딸래미. 마무리 점검에 심혈을 기울인다.
시험철이면 유난히 '아빵표 된장찌개'를 찾는 딸래미를 응원하여
감자와 애호박, 표고버섯과 가을꽃게가 어울린 '구수표 된장찌게' 를 내놓았다.
피곤타 짜증부릴만도 한데..,
아빵 앞에서만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소로 화답하는 딸래미는
새주의 멘토이며 지 오빠의 시누이격이다.
건강관리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아들녀석에게 이 가을은 지 삶의 방향키를 설정하는
촌음의 시험무대.
새벽 별보기로 일상을 달리고 있는 아들에게도 구수한 된장국을 뚝배기가득 남겨둔다.
가을비는 어느새 선선함을 걷어버리고 매실향 그득한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를
선물한다.
감나무와 목련 사이에 걸린 시린 별들이 을씨년스러운 가을 밤!
곱디 고운 색깔로 멋스러울 매실차가 이 동네 저 동네 은은한 향내와 함께 100일의
기다림을 자축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