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호산나교회가 농어촌 교회 목회자 부부들을 부산으로 초대했다. 이들은 2박 3일간 부산 일대를 관광하며 모처럼의 휴일을 즐겼다. 호산나교회 홍민기 목사는 자신의 부모 역시 작은 교회에서 사역했다며 그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사역하는 목회자 부부를 조금이나마 격려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이번 행사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
황금연휴를 맞은 부산엔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때 이른 더위 탓인지 해운대나 광안리 인근에는
벌써 물놀이에 나선 이들이 보였고,
저녁이면 추억 쌓기에 나선 연인들이 해안가를 거닐었다.
그들 사이에 오랜만의 여유로운
나들이를 즐기는 목회자 부부들이 있었다.
50대 후반의 한 사모는 19년 만에 첫 주말 나들이라고 했다.
통영·의령·마산에서 온 도산제일교회 김용진·김정례 부부,
부림교회 최용준·문종금 부부
그리고 욱곡교회 황혜영 전도사가
호산나교회(홍민기 목사)의 초청으로
6월 6일 저녁부터 9일까지 2박 3일 동안
해운대·용두산공원·광안리 등 부산 명소를 관광했다.
호산나교회는 교회 재정이 어렵고,
목회 연수가 오래된 교회 세 곳을 선정해
목회자 부부를 초청했다.
도산제일교회(김용진 목사)는 경남 통영시 도산면에 있다.
김용진 목사(61)는 무교회 지역인 도산에서 19년간 사역했다.
경남 의령군 부림면에 있는 부림교회(최재영 목사)는
교인 수가 30명 남짓이다.
그중 3분의 2 이상은 장애인이다.
최재영 목사(66)는 합천·대구 등지에서 목회하다
2002년에 부림교회를 개척했다.
바지락을 캐며 전도한다는 황혜영 전도사(56)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욱곡교회에서 11년째 사역 중이다.
이들 교회는 호산나교회가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인적·물적으로 후원하는 교회들이다.
2013년 성탄절에 1000여 명의 교인들이
107곳의 교회로 흩어져 성탄 예배를 드렸다.
아름다운 동행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았고,
교회에 재정 후원을 하고 있다.
교인들 스스로 긍휼사역팀을 꾸려 한 달에 대여섯 교회를 돌며
사택·교회 수리를 지원하는 등 사역을 이어 왔다.
|
|
|
▲ 6월 7일 농어촌 목회자 부부들은 남포동 투어에 나섰다. 김용진 목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곳은 오랜만이라고 했다. 홍민기 목사 부부는 이들과 동행하며 부산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점심 식사 후에는 근처 카페에 들려 자신들의 목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
교회는 잠시 맡기고 부산 투어…
"선물 받은 새 옷 입고 곧 태어나는 손녀에게"
텅 비어 버릴 교회 걱정에 목회자 부부들은 초청을 고사했다.
주말이면 목회자는 설교 준비·차량 운행,
사모들은 식사 준비와 교회 청소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민기 목사가 교회를 직접 방문해
목회자들을 안심시켰다.
홍 목사는 목회자들이 부산으로 가 있는 동안
호산나교회 부교역자들을 각 교회에 두 명씩 파견해
교회 행정과 예배를 맡을 것이라며 이들을 설득했다.
목회자 부부는 첫날 해운대 백사장 모래 축제를 즐기고
인근 호텔에서 하룻밤 묵었다.
최재영 목사는 이렇게 좋은 방에서 묵기는 처음이라며
정말 편하게 쉬었다고 말했다.
호텔에서 조식을 들고 부산 남포동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부산 투어를 시작했다.
용두산 전망대, 남포동 맛집과 커피숍 등을 들리며
간만의 시내 구경에 나섰다.
가이드 역할을 자청한 홍민기 목사 부부가 이들과 함께했다.
호산나교회는 김정례·문종금 사모와
황혜영 전도사에게 정장 한 벌을 선물했다.
욱곡교회 황혜영 전도사는 맞춤 정장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옷을 맞추는 내내
소녀처럼 부끄러워했다.
도산제일교회 김정례 사모는 "미국에 있는 둘째 딸이
8월에 아이를 출산한다.
그때 입고 갈 옷이 마땅치 않아 걱정했는데,
이렇게 새 옷을 선물 받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며
호산나교회 교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남성들은 홍민기 목사와 함께 기독교 서점으로 이동했다.
홍 목사는 가격이 얼마든 상관없다며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맘껏 고르라고 했다.
하지만 목회자들은 서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만 했지
쉽사리 책을 고르지 못했다.
그들은 갈 때가 돼서야 책 2~3권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이를 본 홍 목사는 부담 갖지 말고
적어도 10권씩 더 고르라고 했다.
하지만 목회자들은 그저 웃기만 하고
쉽사리 책을 고르지 못했다.
홍민기 목사가 직접 나서
책을 한 보따리 골라 와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
|
|
|
| |
▲ 목회자들은 책 선물을 받았다. 최재영 목사는 부산에 오면 구입하기 위해 미리 몇 권의 책을 적어 왔다. 그는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에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홍민기 목사는 자신이 쓴 책은 값이 싸니 고르지 말고, 비싼 책만 담으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
도산제일교회 김용진 목사는
"책을 사기 위해서는 통영 시내까지 나가야 하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 책 구매가 쉽지 않다.
이렇게 좋은 대접 해 주는 것만도 감사한데
책까지 한 아름 사 주니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시는 목회자들이 많은데
자신들만 너무 큰 선물을 받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뱀 나오는 농어촌 목회 이야기…자녀 얘기에 눈시울 불거져
6월 8일 호산나교회 주일예배는 특별했다.
부산을 찾은 김용진·최재영 목사와 황혜영 전도사가 설교자로 섰다.
이들은 농어촌 사역을 하며
겪은 여러 일을 호산나교회 교인들과 나눴다.
3부 예배 설교를 한 황혜영 전도사는 예배당 안에는 뱀이 들어오고,
교회 마당에는 멧돼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고 했다.
여자 홀로 산기슭에서 지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지금은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지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교인들은 빛도 없이 자신의 사역을 묵묵히 감당하는
목회자들의 설교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그들이 어떻게 사역하는지 더 많이 알려져 격려할
기회가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또 아름다운 동행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농어촌 교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2014년 성탄절에는 준비를 더 철저히 해 교회를 방문할 계획이다.
호산나교회는 부산을 찾은 손님들에게
가장 좋은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농어촌 교회 목회자들은 대접받는 것보다
대접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
문종금 사모는 시골 교회의 경우
사택이 교회 옆에 있어 교회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예고 없이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며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족발 요리가 자신의 특기라고 소개했다.
황혜영 전도사는 교회가 바다 근처라
매운탕 요리가 특기라고 했다.
웬만한 횟집 매운탕보다 맛있게 끓일 수 있다며
나중에 교회에 꼭 한 번 방문해 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부족한 것투성이인 농어촌 목회에
별 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필요한 곳에 사역할 수 있어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녀들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밝던 표정과 분위기는 이내 잦아들었다.
김정례 사모는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급식을 한 번도 먹여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하루 용돈으로
500원밖에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녀들이 불평 한마디 없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밝게 자라 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뭐 그리 미안한 것이 많은지
그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
|
|
▲ 시골 교회 목회자들은 노회나 시찰회에서 보내 주는 부부 동반 여행을 주로 간다. 김용진 목사는 아내와 단둘이 다녀온 여행은 신혼여행 빼고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호산나교회에서 좋은 숙소를 마련해 준 만큼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
열악한 환경보다 힘든 건
교인들의 죽음, 대형 교회 쏠림 현상
목회자들은 파도가 출렁이는
광안리 밤바다를 거닐며 속 얘기를 꺼냈다.
김용진 목사는 처음 교회를 개척했을 당시
18평 상당의 1층 상가를 얻어
예배당과 사택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불교 신자여서 십자가를 세울 수도 없었고,
마이크도 없이 강대상만 하나 사들여
한동안 예배를 드렸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보다 그를 더 힘들게 했던 건
교인들의 죽음이었다.
사역 초창기, 어렵게 전도한 교인이
세례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며
그는 한동안 밥도 먹지 못했다.
교인의 대부분이 노인들인 시골 교회 특성상
어김없이 반복되는 일이지만,
기도할 때마다 떠나간 교인들이 아른거린다고 했다.
부림교회 최재영 목사는 12년 전 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농어촌 사역의 가장 어려운 점은
주민들의 의식과 재정 문제라고 했다.
시골 사람들은 교회에서 무언가 받기를 원한다며
교인이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감기약을 사 들고 심방 차 들렸고,
쌀이 떨어졌다고 하면 없는 살림에
쌀을 팔아 줄 때도 있었다고 했다.
자신들의 사정이 어떻든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 한 번이라도 나오면
그저 감사했다고 말했다.
농어촌 교회 목회자들이
대형 교회에 바라는 점은 많지 않았다.
그들은 어렵게 전도한 젊은이들이
좋은 프로그램과 시설을 갖춘
대형 교회로 떠나가는 일이 많다고 했다.
큰 교회에서 교인 한두 명이 늘어나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교인 한 명이 떠나갈 때마다
시름에 잠겨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전했다.
홍민기 목사, '아름다운 동행' 계속 이어갈 것
홍민기 목사는 농어촌 교회 목회자 부부 초대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반기에는 더 많은 목회자 부부를 초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문제 대부분이 대형 교회에 일어나지만
그 피해는 작은 교회가 입는다고 했다.
대형 교회가 작은 교회를 섬기는 데
더욱 힘을 모아 한국교회를 살리는
작은 불씨를 지피길 바란다고 했다.
|
|
|
|
|
|
▲ 6월 8일 호산나교회 예배는 김용진 목사가 1, 2부 설교를, 황혜영 전도사와 최재영 목사가 각각 3부와 4부 설교를 맡았다. 교인들은 목회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설교를 마친 후 목회자들은 좋은 대접을 해 준 호산나교회 교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
첫댓글 휴~~~ 대형교회들 농어촌 교회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합니다.
호산나 교회와 같은 교회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도 미자립 교회들이 어려운 것은 왜일까요?
큰 교회 목회자들이 미자립 교회 담임 목사로 부임하는 것은 어떨지...
반대로 그 교회 목사를 큰 교회 담임으로 청빙하는 예가 있나요?
하나님 앞에서 평등인 목회자 그룹이 이를 현실에서 실천해 보이지 않고서는 그래서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시골교회든, 미자립교회의 애로점과 왜? 모이지 않는지를~~~결코 알수 없습니다.
사명이 다르다고요? 웃기는 변명꺼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