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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흥신소] 01 - 사건파일 no1 '시작은 고양이로소이다'
S#1. 지하터널 (안/어둠-2007년 10월 1일)
거대한 모래함의 밑이 빠진 것처럼 모래폭포가 화면을 뒤덮는다.
대여섯명의 비명소리... 순식간에 누군가의 몸이 모래 폭포 속에 매몰된다.
용수가 제일 먼저 모래를 피해 달아난다.
공황에 빠져 멍청히 서 있는 백민철을 희경이 잡아끈다.
기절한 은재를 안고 무열이 필사적으로 달린다.
모래가 무열을 덮친다. 은재를 안은 채 무열이 쓰러진다.
무열이 은재를 몸으로 감싼다. 그 위로 모래가 쏟아진다.
빛이 들어오던 입구가 완전히 막힌다.
암전. 코 앞도 안 보이는 어둠이 그렇게 몇 초...
딸깍, 핸드폰 액정이 켜진다.
겁에 질린 용수, 모래가 섞인 침을 뱉고, 얼굴에 묻은 모래를 걷어낸다.
용수 : 무열아... 희경씨? 아무도 없어. 어이!!
용수의 목소리가 동굴벽에 부딪쳐 메아리친다.
용수가 핸드폰 액정의 불빛으로 여기저기를 비춘다.
동굴은 두명이 가까스로 비낄 정도의 넓이다. 핸드폰 조명은 너무 제한적이다.
용수 : (겁이 난다) 박무열. 정희경. 대답해. 다 죽었어?
무열 : (밑에서 나는 소리).... 혀엉.
용수가 소리 나는 쪽으로 핸드폰을 가져간다.
발 밑. 쓰러진 무열의 허리까지 모래가 덮여있다.
무열의 몸 밑에 기절한 은재가 깔려있다.
용수가 은재를 끌어내고, 모래를 대충 걷어내면 무열이 겨우 기어나온다.
무열이 은재를 안고, 보다 안전한 안쪽으로 이동하면서....
무열 : 희경이 누나는?
희경 : 나, 여기 있어.
안쪽에서 불빛이 다가온다.
희경이 든 손전등 덕분에 겨우 얼굴을 알아 볼 정도의 밝기가 된다. 희경의 뒤쪽에 백민철이 언뜻 보인다.
은재를 내려놓은 무열이 다짜고짜 백민철에게 달려든다.
충격에 휩싸여 멍하던 백민철, 무열의 태클에 한덩어리가 되어 구른다.
무열 : (백민철을 되는대로 때리며) 이 나쁜새꺄...너 때문이잖아. 어떡할거야, 어?...죽여버린다. 너 이 개새끼.
불시의 공격에 몇 대 맞던 백민철. 이마로 무열의 안면을 강타한다.
무열 : (순간적인 역습에 코를 잡고 뒷걸음질쳤다가)... 너 죽었어!!
다시 달려드는 무열을 용수가 말린다.
용수 : 좀 참어..
무열 : (방방뛴다) 참어? 뭘 참어? 어떻게 참어? 다 저새끼 때문인데...!!
희경은 안다시피 백민철의 두팔을 잡고 말리고 있다.
백민철 : (경멸하듯) 수다스럽기는.... (무열을 보며 입안의 먼지를 뱉어낸다)
무열 : 너 이 개새....
분기탱천한 무열이 용수를 뿌리치고 달려들려는 순간, 짝!! 백민철의 얼굴이 홱 돌아간다.
희경이 백민철의 뺨을, 그야말로.... 갈겼다.
무열과 용수마저 할말을 잃을 정도로 강렬한 귀.싸.대.기!!
백민철이 혀로 입안쪽을 훑으며 희경을 본다. '이거 재밌네' 싶은 백민철의 시선을 지지 않고 맞받아 보는 희경.
희경 : (백민철과 무열에게) 싸울려면 나가서 싸워!! 다 죽고 싶어? 두 바보가 열 내는 바람에 이안의 공기가 얼마나 축 났는지 알어?
난 살아 나갈 거야. 내가 살아나가는데 걸리적거리기만 해봐, 둘 다 가만 안둬.
(매고 있던 배낭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놓는다. 생수가 두 병, 손전등이 한개, 초코파이가 한상자...)
내가 이런데서 죽을 줄 알어? 안죽어. 핸드백 할부도 겨우 끝났는데 어떻게 죽어? 억울해서 못 죽어.
무열씨 니 가방도 이리 줘봐.
희경의 박력에 밀린 무열이 배낭을 말없이 건네고, 은재 옆에 앉는다. 은재의 얼굴에 묻은 모래를 털어준다.
백민철은 좀 떨어진 곳 맞은편 벽에 기대 앉는다.
용수가 손전등으로 사방을 비춰본다. 완전히 갇혔다.
용수 : (혼잣말처럼)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카메라는 이 다섯 사람을 지나 어둠속을 응시한다.
앞쪽은 완전한 어둠이다. (f.o)
S#2. 타이틀
연습장에서 찢어낸듯한 종이-용수철이 꽂혔던 찢어진 구멍이 있고,
왼쪽 상단에 '얼렁뚱땅 흥신소'라는 로고가 박힌- 위에 탁탁탁... 타자소리와 함께 뜨는 타이틀.
'의뢰 넘'까지 쓰다가 '넘'자 지워지지고, 'NO1. 시작은 고양이로소이다!!'
(E) : 날카로운 고양이 울음소리
S#3. 골목 (밖/낮)
담벼락에 기대놓은 쓰레기 봉투를 찢어발기는 꾸질한 도둑고양이, 먹을 걸 찾는다.
(하단 자막. 4개월 전)
휘리릭 날라오는 장난감 칼. 후다닥 몸을 피하는 고양이.
태권도복 차림의 8살짜리 남자아이 둘, 여자아이 하나가 장난감 칼을 휘두르며 고양이를 쫓아간다. (그중에 하나가 강모다)
'이코놀로지 파이어!' '다이 어택' '회오리 킥' 무슨 뜻인지도 모를 구호들을 제각기 내지르며 상가가 늘어선 골목을 내달린다.
덕수궁 돌담이 보이는 걸로 봐서 이곳은 종로의 고궁 근처다.
S#4. 황금빌딩 앞 (밖/낮)
높은 곳에서 본 4층짜리 황금빌딩 주변.
고층건물로 둘러쌓인 고도 제한 지역의 낮은 건물구역은 섬처럼, 혹은 쓰레기더미처럼 우중충하다.
개발제한구역의 한쪽엔 덕수궁의 모습이 보인다. (이런 장소를 못찾으면 CG로 만들수도 있다)
골목에서 뛰어나온 꼬마들. 고양이를 포기하고 황금빌딩 안으로 들어간다.
카메라는 높은 곳에 올라간 고양이를 일별하고, 황금빌딩 쪽으로 줌인해 들어간다.
(아이들 구호) : 태권!!
1층 유리창 너머 옷들 사이로 미싱을 돌리는 선이 고운 수선집 여자(30대 초반)가 언듯 언듯 보인다.
'옷 수선해드립니다'를 비롯한 황금빌딩의 상호들.
'미나네수퍼''호돌이 태권도장''만화월드''운명을 믿는자-아란샤''기원''심부름 센타''솔로몬 독서실' 등등...
어떤 상호는 이가 빠져 있다.
(무열) : 하단 지르기!!
S#5. 태권도장 (안/낮)
세련되지 못한 태권도장. 아이들 여덞명이 품새 훈련중이다.
태권사범, 무열이 아이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품새'를 봐주고, 추임새를 넣어준다.
아이들은 태권동작 중간 중간에 '태권'소리를 지른다.
카메라는 도장 사범 무열을 쫓는다.
(무열) : 오전에 열 한명, 오후에 열네명, 합하면 스물 다섯명.
무열 : 배에 힘주고... (아이들과 함께) 태권!!
아이들 : (동시에) 태권!!
(무열) : 두당 8만원. 25 곱하기 8하면 5,8...40... 4 올라가고 2,8.. 16이니까... (계산에 집중하는데)
아이들 : 태권!!
무열 : (소리에 놀라 계산을 까먹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옆에서 아이의 주먹을 잡아 주면서) 손목에 힘!!
(무열) : 보자, 보자. 어디까지 했지. 5,8...40..2,8은 16이니까 200만원... 아니지 이놈은 5만원이지.
뺀질하게 생긴 여덟살쯤 남자아이, 강모다. 좀전에 고양이를 쫓을때 제일 앞장섰던 그 놈이다.
강모와 눈이 마주치자 무열 씨익 웃는다.
강모, '별꼴'하는 얼굴로 무시한다.
무열 : 하단 막기!!
(무열) : 월수 197만원에... 도장임대료 100만원 나가면 97만원. 각종 공과금 40만원으로 맞추고. 한달 57만원... !! 좋아.
무열 : (혼잣말과 이어지듯이 박치면서) 오케이!!
아이들, 품새를 마친다.
무열 :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15일, 무슨 날이야? 관비 가져오는 날인 거 알지?
한아이 : 사범님.
무열 : 어, 한창호!!
창호 : 나 내일부터 안 나와요.
무열 : (급하게) 왜에?
'왜'소리와 함께 벽에 걸려있던 '태권의 길'이라고 써붙인 액자가 삐끗한다.
창호 : 영어학원 다녀야 돼요.
액자가 뚝 떨어진다.
(무열) : 오마이 갓!!
S#6. 2층 복도 (안/낮)
복도를 사이에 두고 태권도장 맞은편에 만화월드와 '심부름센타'가 있다.
심부름센타 유리창에 셀로판지를 오려붙인 광고문구가 인상적이다.
'무슨 일이든 해드립니다. 어떤 돈이든 받아드립니다. 어떤 놈이든 찾아드립니다'
태권도장에서 아이들이 빠져나온다.
몇 명은 계단을 내려가고 강모를 비롯한 몇 명은 태권도장 맞은편에 있는 '만화월드'로 들어간다.
카메라도 같이 만화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S#7. 만화가게 (안/낮)
제법 큰 규모의 만화대여점. (비디오와 겸하지 않는 단독 만화대여점이다) 서가가 2중 3중으로 되어 있다.
입구쪽에 카운터가 있고, 용수가 책상앞에 앉아 한쪽을 노려보고 있다.
고등학생 남자애들 세명이 서서 만화를 읽고 있다. 킥킥 웃으면서...
용수가 살짝 벽시계를 본다.
(아이) : 아저씨!
초딩 두명이 만화책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여전히 놈들을 응시한 채 손만 뻗어 바코드를 찍는 용수.
용수 : (아이들은 보지도 않은채로) 800원!!
아이들이 각자 400원씩 올려놓고 간다.
고등 학생놈들 중 한놈이 한권을 다읽고 다음권을 빼서 읽는다.
끄윽~ 끓어오르는 분노. 용수가 지긋이 눈을 감으며 분노의 콧김을 뿜어낸다.
고등학생들이 읽는 만화책을 툭 치면서 2중 서가가 드르륵 지나간다. 고등학생 놈들이 신경질적으로 돌아본다.
용수가 책 정리를 하는 척 놈들 앞을 지나간다.
그러나 놈들 뒷걸음질쳐 용수에게 길을 터줄 뿐 서서 읽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용수 : 니들... 안 빌릴 거냐?
놈1 : (불량하다) 고르는 거예여.
용수 : 참고서 고르는 것도 아닌데 대충 해라. 니네 책 고른지 40분 지났다.
놈2 : (혼잣말처럼) 드럽게 쩨쩨하네.
용수 : (발끈) 뭐 임마. 드럽게? 400원 아낄려고 서서 보는 니들은 깨끗하냐.
너 이 자식들, 그 돈 아껴서 담배 사 필려 그러지? 피부 트러블 난거 봐라. 그 얼굴로 니가 10대냐?
내내 등돌리고 있던 놈3이 돌아선다. 제일 험악하게 생긴 놈이다.
여드름 장난 아닌데, 주제에 들고 있는 만화책은 권교정의 '어색해도 괜찮아'정도의 순정류...
놈3 :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얼굴이 뭐요?
위협적으로 얼굴을 들이민다.
놈3의 얼굴, 오목하게 왜곡되어 더욱 무섭다.
S#8. 황금빌딩 앞 (밖/낮)
웰웰거리는 경찰차 2대. 뒤늦게 도착하는 앰블런스.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다.
기자 : (frame in 되면서) 서서 만화책을 읽는 고등학생들을 훈계하던 30대 중반의 만화가게 주인이
고등학생들에게 얻어맞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리포팅하는 기자 뒤로 고등학생 세놈이 경찰들에 의해 끌려나온다.
기자 : 오늘 낮, 만화가게 주인 김모씨가, 학생들에게 서서 읽은지 40분이 지났다며 빌리지 않을거면 그만 가라고 말하자
이에 발끈한 학생들은 '드럽게 쩨쩨하다'고 응수, 감정이 격해진 쌍방은 책을 집어던지는 난투극 끝에
주위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제압당했습니다.
학생들이 끌려나간뒤 기절한 용수가 들것에 실려나온다.
카메라는 용수의 얼굴로 줌인해 들어간다.
(기자) :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KBA뉴우~스 연보흥입니다.
S#9. 만화가게 (안/낮)
책상 앞에 앉아 고등학생을 응시하며 상상하던 용수, 움찔한다.
(용수) : 어어...클날뻔했다. (고등학생 놈들을 보며 안도하다가 문득) 게다가...만에 하나 내가 몇 대 때리기라도 해봐.
S#10. 황금빌딩 앞 (밖/낮)
구경꾼이 웅성대는 황금빌딩 정문앞.
코에 휴지를 말아끼운채 119대원에 의해 부축되어 나가는 고등학생들. 놈3은 들것에 실려나간다.
기자가 프레임 인되면서.
기자 : 오늘 낮 서서 만화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30대 중반의 만화가게 주인이 고등학생을 폭행한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오늘 오후 3시 30분경, 빌리지도 않을 만화책을 40분동안이나 서서 읽는다며
고등학생을 폭행, 전치 3주의 중상을 입힌 만화가게 주인 김모씨가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기자 뒤로 수갑을 찬채 경찰들에게 연행되는 용수의 모습.
주민들이 계란을 던지고 우유팩을 던지고 야유한다. 카메라를 향해 계란이 날라온다.
S#11. 만화가게 (안/낮)
여전히 책상앞의 용수. 마치 진짜로 계란이 날라오는 듯 움찔한다.
(용수) : 이래봐봐. '자녀 바르게 키우기 어머니회'같은데서 들고 일어날테구.
폭력만화를 봐서 그렇다는둥, 일본만화가 그렇다는둥, 만화계를 싸잡아 비난할테구,
그럼 전국 수천개의 도서대여점이 존폐의 위기에 처할텐데... 우와.... 클날뻔했다.
만화책을 보던 고등학생들 돌아보다가 용수와 눈이 마주친다.
용수가 아주 아주 친절하게 히죽 웃어준다.
고딩1 : (겁 먹었다. 친구를 툭 치며) 야, 가자..
놈들 슬금 슬금, 만화책을 꽂고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가버린다.
용수, 옷 속으로 배를 벅벅 긁으며 왜 저러지 싶다.
---용수의 브릿지(애니메이션)---
뒤돌아 서 있는 세일러문 류의 다섯명의 여전사. 휙휙 돌아서면서 각자 포즈를 취한다.
맨 마지막에 돌아서는 세일러 문, 용수다.
S#12. 흥신소 사무실 (안/저녁)
5평 남짓의 사무실.
쓸만한 책상과 의자가 있고. 조금 후지기는 했지만, 5인용 가죽 소파와 테이블도 있다.
한쪽구석엔 행운목이 시들어 죽어있다.
어쩐지 김창렬 느낌의 중국집 배달원 짱게(10대후반. 남-*이사람은 다시 등장합니다)가 짜장, 짬뽕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무열과 용수가 나무젓가락을 뽀갠다.
무열 : (나무젓가락을 비비면서) 아줌마 지는 헬스다 수영이다 지 몸에 좋은건 다 하면서 애들 몸에 투자를 안해요.
영어만 배우면 뭐하나? 몸이 곯는데... (그대로 이어서 배달원에게) 군만두는?
짱게 : (뚱하게) 시키셨어요?
무열 : 서. 비. 수!!
짱게 : 짜장, 짬뽕에 서비스가 어딨어여?
무열 : 자금성! 너 자꾸 이러면 만리장성으로 바꾼다.
짱게 : 배달 줄으면 나야 고맙져... 맛있게 드세여.
배달원이 나간다.
무열 : (배달원의 뒤에 대고) 저, 저... 주인정신 없는 놈. 저놈! (용수에게) 어디까지 했지?
S#13. 황금빌딩 앞 (밖/저녁)
빌딩에서 나온 짱께가 오토바이를 출발시킨다. S자로 곡예하듯 차선에 끼어드는 오토바이.
빵하는 경적소리. 짱께, 힐끗 돌아볼 뿐 그냥 가버린다.
검은색 고급차가 갓길 주차를 한다. 운전석에서 명품으로 도배 한 듯한 잘 빠진 호피 무늬 사모님(40대)이 내린다.
빌딩을 힐끔 올려다보고 안으로 들어간다.
S#14. 흥신소 (안/저녁)
무열이 전기밥솥에서 밥을 퍼 남은 짜장면 소스로 짜장밥을 만든다.
용수, 일어나기 귀찮아서 허리를 길게 빼고 정수기의 물을 받느라 좀 흘린다.
무열 : 여기 아저씨들은 정수기 물도 다 못 먹고 어딜 간 걸까?
용수 : 알고잡냐?
무열 : (짜장밥을 밀어넣으면서 용수를 본다)
용수 : (무열의 짜장밥을 뺏어먹으며) 여기 주 종목이 뭐냐? 불륜 확인이잖어. 여관이 주 무대구.
그날도 결정적 사진을 찍을려고 여기 아저씨들이 여관에 잠복 들어 갔는데... 하필 옆방에서 마약거랠 하고 있었던거지.
카메라에 뭐가 찍혔는지도 몰라도, 경찰이랑 조폭이랑 번갈아가면서 쫓아댕기는데... 보증금도 못빼고 튀었대잖어....
무열 : (흥미만빵) 진짜야?
용수 : (간단하게) 아니... 그냥 상상해봤어.
무열 : (용수가 계속 떠먹자 숟가락으로 용수 숟가락을 탁 치며) 그만 먹어...
용수 : (굴하지 않고 떠먹으며) 재밌을 거 같지 않냐?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그대로 있다간 조폭한테 죽고..
(생각한다) 뭐드라? 이런 만화가 있었는데...영환가...
(사모님) : 실례합니다!!
열린 문으로 호피무늬 사모님이 들어온다.
한입 크게 떠 넣을려다가 멈추는 무열.
무열 : 예?
사모님 : (기분나쁘게 실내를 쓰윽 훑어보고는 탐탁치 않지만) 우리 애가 없어졌거든요. 3일전부터 안보여요.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무열과 용수, 사모님을 올려다볼뿐....
용수 : (어쨌든간에) 아, 예...걱정되시겠네요.
사모님 : 경찰은 들은 척도 안하고...내가 이래서 세금을 안내는 거야.
무열 : (애매하게) 예...
사모님 : (마이페이스다) 최근에 살이 쪄서 식사량을 줄였더니...삐졌는지.... 어쨌든 걱정돼 죽겠어요. 빨리 좀 찾아주세요.
밥을 먹지고 못하고, 그렇다고 숟가락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있던 무열과 용수. 문든 창문의 광고문구가 보인다.
(거꾸로이긴 하지만...무슨일이든 도와드립니다. 어떤 돈이든 받아드립니다. 어떤 놈이든 찾아드립니다)
무열 : (그제서야) 아...저기 그게요. 뭔가 오해하신 모양인데 우리는...
사모님 : (핸드백에서 수표 두장을 꺼내 탁 테이블에 놓는다) 이거면 되겠어요?
무열과 용수, 액수를 확인한다. 오호...'20만원!!!'
사모님 : 찾으면 다섯장 더 드리겠어요.
용수의 젓가락에서 단무지가 뚝 떨어진다.
딸깍. 무열이 젓가락을 단호하게 내려놓고 벌떡 일어난다.
무열 :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하고는) 제대로 찾아오셨습니다. 사모님... 우리 전문이 미아찾기입니다.
사모님 : 다행이네요. (핸드백에서 사진을 꺼내며) 우리 애 사진이에요.
사모님께옵소 테이블에 사진을 턱 올려놓는다.
사진으로 줌인해 들어간다. 길고 가는 하얀털. 노란색 눈동자. 금목걸이...
한눈에도 싸가지 없이 도도해 보이는 페르시안 고양이로 극 줌임하면 어디선가 '야옹' 소리가 들린다.
S#15. 골목 (밖/낮)
앞씬의 고양이 사진, 화소가 떨어지면서 줌아웃하면 전단지에 프린트된 사진으로 변한다.
'고양이를 찾습니다. 위 고양이를 보신 분은 연락바랍니다. 010-XXXX-XXXX'
무열과 용수가 골목마다 전단지를 붙이고 다닌다.
S#16. 횡단보도 - 고층 빌딩 사이길 (밖/낮)
횡단보도를 건너면 황금빌딩과 대조적으로 고급스런 빌딩숲.
빌딩 벽에 전단지 붙이는 용수와 무열.
문득 용수가 후다닥 뛰기 시작한다. 왜 그러나 돌아보던 무열도 뒤따라 도망간다.
경비아저씨가 소리지르며 쫓아온다.
죽을둥 살둥 도망가는 용수를 여유있게 추월하는 무열.
경비아저씨, 쫓는 걸 포기하고, 중얼 중얼 욕하면서 전단지를 떼어간다.
빈벽... 잠시후, 다시 나타나는 용수와 무열, 그 자리에 전단지를 다시 붙인다.
S#17. 덕수궁 돌담길 (밖/낮)
걸어오는 용수와 무열.
무열은 고양이 포획용 철망과 쥐포를 들고 있다. 용수는 지쳤다.
용수 : 무열아아..
무열 : 뭐어.
용수 : (터덜 터덜 무열 뒤를 쫓아가며) 대충하자. 너 왜 그렇게 열심히 하니? 열심히 살면 얼마나 피곤한데.
그냥 10만원씩 먹고 떨어지자.
무열 : 형 시야가 왜 그렇게 짧어? 좀 멀리 봐. 구체적으로 얼마나 멀리? 50만원어치 멀리. 좋잖어. 50만원. (생각만해도 흐뭇하다)
용수 : 흥신소 그거 불법이야.
무열 : 불법? 애완고양이 찾아주고 돈 좀 받는게 뭐가 나뻐?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파괴되는 이 시대에 애완동물은 곧 가족이야.
가족을 잃어버린 심정을 법이 외면하면 안되는 거잖어. 가족 찾아주고 돈 좀 받겠다는데 뭐가 나뻐.
(비장하게) 그래도 불법이라면... 좋아. 나는 죄를 짓겠어. 이 시대의 무법자로 살아주지.
(촐싹맞게 골목샛길을 향해) 야옹아! 어딨니? 쭈쭈쭈쯧... 나비야... 나비야...
용수, 할 수 없이 무열을 쫓아서 골목 샛길로 들어간다.
(무열) : 형. 그 고양이 이름이 뭐랬지?
S#18. 공원 (밖/낮)
커플들 전용인듯... 러브 러브 모드의 공원.
은은한 가로등 불빛아래 앉은 남녀. 잔디밭에 손수건 깔고 앉은 남녀. 벤치에 앉은 남녀. 남녀. 남녀....
'자기야''바보야''애기야''베이비'등등의 낯간지러운 호칭이 난무하는 가운데...
멀리서 들리는 씩씩한 소리 '허니!!'
처음에는 무시하다가 계속되는 '허니'외침에 커플들, 서로 다른 커플들을 바라본다.
굵은 목소리로 허니를 부르며 무열이 나타난다. 용수와 함께...
무열 : 허니! 어딨니? 허니!!
자기들끼리 귓속말하며 무열과 용수를 바라보는 커플들.
용수가 애매하게 웃는다. 무열은 신경도 안쓴다.
공원 쓰레기통에서 고개를 드는 고양이. 어둠속이라 자세한건 안보인다.
무열 : (긴장해서) 허니?
고양이 도망간다.
무열 : (쫓는) 허니. 거기서 허니!! (버럭) 야 허니!! 얏마!!
용수, 어쩔 수 없이 쫓아간다. 열심히는 뛰는데 속도가 안난다.
S#19. 동네 거리 (밖/낮)
도망가는 고양이. 날쌔다.
쫓아오는 무열... 재빠르다.
한참후에 뛰어오는 용수...느려터졌다.
(무열) : 허니. 얌마. 게섯거라. 허니이!!
사람들 뭔 일인가 내다본다.
S#20. 막다른 골목 (밖/낮)
어두운 골목. 궁지에 몰린 고양이. 등을 곧추세우고 털을 세운다.
무열이 고양이를 주시하며 철망을 연다.
무열 : (쥐포를 흔들며) 이게 뭐게? 쥐포야. 쥐포...그냥 쥐폰줄 알지? 하나에 1000원하는 고급쥐포란다...
(냄새맡는 시늉하며) 흐음...아 이 비릿내...죽인다. 맛있겠지? 다 니거야. 자, 여기에 넣어둘게...
무열이 철망속에 쥐포를 넣고 뒷걸음질친다.
무열 : 어여 먹어. 오빠가 봐서 부끄러워? 내숭 떨기는...안볼게 먹어.. 자 안본다. 오빠 안본다.
무열, 안보는척 고개를 돌리는 순간, 고양이가 날쌔게 지나간다.
무열이 고양이를 잡아 올린다.
헤헤...무열이 웃는 순간, 고양이가 무열의 얼굴을 할퀸다. 고양이가 무열 다리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제서야 용수가 헉헉대며 뛰어온다.
용수 : 잡았냐?
무열, 얼굴을 감쌌던 손을 떼면 피가....
무열 : (분노에 찬) 이런....개같은 고양이!!
S#21. 약국앞 (밖/저녁)
약국앞 계단 같은데 앉아 용수가 무열의 얼굴 상처를 소독하고 반창고를 붙여준다.
무열 : 살살해, 감정 싣지 말고.
용수 : (켈켈 웃으며 일부러 한번 꾹 누른 다음에) 나중에라도 열나고 붓거든 병원가봐,
고양이는 발톱이 날카로워서 개한테 물린 것보다 더 위험해.
무열 : 그래?
무열, 불꺼진 유리창을 거울삼아 들여다본다. 병원에서 한것처럼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무열 : (툭툭 털며 일어난다) 형 손재주 있다? 이런 것도 만화책에 나와?
용수 : (무열을 따라 걸으며) 만화책에 안나오는게 어딨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폭력, 범죄까지...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난 만화책에서 배웠다.
무열 : (걸으면서) 포획용 그물을 살까? 비싸겠지? (생각하다가) 뭐 쉬운 방법 없나? 돈 안들고, 고양이가 제 발로 걸어 오는거.
용수 : 개다래 나무를 흔들어.
무열 : 뭘 흔들어?
(인서트)
캣츠...같은 만화에서 개다래 나무를 흔드는 장면.
(무열) : 그거 어디가면 있는데?
S#22. 흥신소 (안/밤)
씻고 나온 무열과 용수의 대사가 앞씬에 이어진다.
용수 : (소파에 길게 누워 TV를 보면서) 펫숍에 가면 있지 않을까?
무열 : (수건으로 머리 털며) 돈 들잖어. 그냥 야산에는 없어?
용수가 발을 길게 뻗어 발가락으로 TV채널을 돌린다. 리모콘이 고장난 TV다.
무열 : 텔레비전만 보지 말고 생각 좀 해봐라. 형은 두뇌파라며...
용수 : (득도한듯) ...50만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고...
무열 : 못난 인생.
용수 : 무욕의 삶이라 불리기도 하지.
무열 : 생각 좀 해봐.
용수 : 생각 안나.
무열이 용수팔을 잡더니 암바를 건다.
무열 : 이제 생각나? 생각나지. 마구 마구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용수 : (아파한다) 얏마. 야...야... 생각났어. 생각났어....(버럭) 생각났다구!!
무열 : (늦추며) 뭔데?
용수 : (여전히 암바자세인 채로) 고양이 입장에서 생각해 봐봐. 니가 고양이야. 왜 집을 나갔겠냐?
배부르고 등 따숩고. 목욕까지 시켜주는데 왜 너는 집을 나갔을까?
무열 : 나 같으면 안나가지.
용수 : (그대로 수긍한다) 그렇지. 나 같아도 절대 안나가지.
그러나..고양이에겐 밥만큼 아니 밥보다 중요한게 있었으니... 그게 뭐겠냐?
무열 : 뭔데?
용수 : 니 어깨위에 그건 장식이냐?
무열 : (팔을 꺽는다)...
용수 : (고통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짝짓기. 교미. S.E.X!!
무열 : 그래서?
용수 : 암컷이냐 수컷이냐만 알면 방법이 있다구.
무열 : (감탄하며 힘을 푼다) 아아...
용수 : (암바기술에서 빠져나오며) 무식한 자식. 쟤랑 같이 있으면 섬세한 내 삶이 부서져.
용수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무열, 전화기를 든다.
무열 : (통화한다) 저기 사모님. 밤늦게 죄송합니다. 흥신솝니다. 예... 궁금한게 있어서요... 허니가 암컷인가요? 수컷인가요?
수화기를 통해 뜨문 뜨문 들리는 '지랄'하는 소리...'교양없이...어따대고.. 모욕적인.... 사과해요..'
무열,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듣다가.
무열 : 예. 예... 죄송합니다. (전화를 끊는다)
용수 : (쳐다본다)....
무열 : 숙녀시래는데...
----무열의 브릿지 (애니메이션)
태권복 차림의 무열이 멋있게 360도 돌려차기를 시도하고 제대로 착지하는 듯.... 그러나 균형을 잃는다.
안넘어질려고 옆걸음질치다가 결국 넘어진다. 쿵!!
S#23. 3층복도 (안/밤)
음산한 음악. 불 꺼진 복도는 더욱 길어 보인다.
'운명을 믿는 자...아란샤'라는 정체불명의 상호...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까만 긴 머리. 하얀 얼굴. 집시풍으로 옷을 겹쳐 입은 희경이 나온다.
카메라 앞을 표표히 걸어간다.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고 미끄러지듯 걷는 초절정 고수의 보법.
S#24. 2층복도 (안/밤)
계단을 내려오는 희경. 카메라를 지나쳐 흥신소를 향해 걸어가다가. 시선을 느낀 듯 스윽, 카메라를 노려본다.
그 서늘한 눈빛에 질린 듯 카메라 주춤하는 순간, 희경이 화면에서 사라진다.
화면밖에서 들리는 우당탕... 안에서 들리던 TV소리가 뚝 끊긴다.
'뭐야?' 용수와 무열이 나온다. 태권도장과 연결된 전깃줄에 걸려 넘어진 희경.
희경 : (복도를 가로질러 있는 전깃줄을 신경질적으로 밀치며) 남의 전기 끌어다 쓰는 거 불법이라 그랬지? 확 고소해버린다.
무열 : (희경에게 손을 내밀면서) 코앞도 못 보시는 분이 어떻게 미래를 보시나?
희경 : (무열의 손을 잡고 일어나면서) 그 입 다물지 않으면 한대 맞으리라는건 확실히 보인다.
용수 : 안 다쳤어?
희경 : 까졌어... (팔꿈치 까진데를 호호 분다)
무열 : 이 야심한 시각에 어인 일루다...?
희경 : 출장 의뢰가 들어 왔는데...
무열 : (도망치듯 돌아서며) 아, 졸려. 갑자기 잠이 쏟아지네.
용수 : (무열을 쫓아가며) 너도냐?
희경 : (급하게) 끝나고 삼겹살을 먹어볼까 하는데....
용수, 무열 멈춰 서지만 돌아서진 않는다.
희경 : 소주도 두어병 곁들여서...
그제서야 헤헤 웃으며 돌아서는 용수. 무열.
S#25. 계단 (안/밤)
희경을 필두로 무열, 용수가 따라온다.
무열 : 지난번처럼 미친 사람 붙잡는 거면 누나 각오해. 우리 엄청 먹을 거야. 그치 형?
용수 : 당연하지. 그때 내가 머리 붙잡혀서 이렇게 된거 아냐?
(생각난 듯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톡 두드려 자극주며) 가뜩이나 없는 머리. 참 그 아저씬 괜찮아졌어?
희경 : (아무렇지도 않게) 정신병원으로 갔대.
무열 : 누나도 참 죄 많은 인생이다.
희경 : 내가 뭘? 난 최선을 다했어.
용수 : 이번 일은 뭐야?
희경 : 뭐냐면... 오늘 아침에 말이야.
세사람 화면을 빠져나간다.
S#26. 아란샤 (안/낮)
집시풍의 점집. 현관에는 색깔 있는 구슬로 엮은 발이 늘어져 있다.
카메라 발을 젖히고 들어서면, 집시풍 옷을 입은 희경의 뒷모습. 왼쪽엔 침실로 통하는 문이 있다.
(희경) : 아침엔 영이 깨끗해서 멀리까지 보이거든. 비온 뒤에 공기중의 먼지가 걷혀서 멀리 보이는 것처럼.
그래서 난 늘 아침 시간에 인간의 미래와 운명에 대해 명상하곤 해.
카메라 희경을 돌아서 앞모습을 비춘다. 눈을 감고, 테이블 위에 손바닥을 아래로 가게 해서 기를 모으는 듯한.
오른손을 서서히 끌어당겨 손바닥안의 뭔가를 뒤집는다. 화투패다.
재수떼기를 하고 있었던것. 비광이다.
희경 : 손님이 오고. (그 다음패를 젖히면 똥이다) 앗싸... 돈도 나오고.
운명 교향곡같은 벨소리.
희경, 마지막 패를 넘기려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테이블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던 화투패가 바닥에 천천히 떨어진다.
(고속촬영) 조커다. 조커로 줌인하면서.
(용수) : (음산하게) 그때는 몰랐다. 그 벨소리의 주인공이 몰고 올 파란만장한 사건들을...
S#27. 황금빌딩 앞 (밖/밤)
계단을 내려오는 세사람.
용수 : (목소리 깔면서) 처참한 사건의 시작은 그렇게 평범했다.
희경 : (용수를 빤히 쳐다보다가) ...재밌어?
용수, 헤헤 웃는다.
12시가 가까운 거리는 한적하다.
희경, 황금빌딩 1층의 슈퍼로 향한다.
무열 : 누가 왔는데?
S#28. 아란샤 현관 앞 (안/낮)
희경이 문을 열자 70대 할아버지가 서 있다.
팔에 토시를 낀 짠돌이 느낌의 할아버지가 미스테리풍의 실내를 약간 찝찝한 듯 둘러본다.
(용수) : 집주인 할아버지가?
S#29. 슈퍼 (안/밤)
양초 네 개와 소주 한 병을 계산하는 희경. 무열과 용수가 뒤에 서 있다.
무열 : 누나 집세 밀렸구나? 얼마나 밀렸어?
희경 : 널 기준으로 날 가늠하지 마. 아직은 무사해.
(잔돈을 받고 슈퍼 주인에게 대충 인사하고 나가면서) 여기 4층에 독서실 있잖어.
S#29-1. 황금빌딩앞 (밖/밤)
세사람은 황금빌딩 지하실로 내려가고 카메라는 4층 독서실을 올려다본다.
독서실 간판과 불 켜진 독서실 창문.
(희경) : 3일인가 전부터...
S#30. 독서실 (안/밤-3일전 과거)
공부하는 중고등학교 아이들. 빈자리가 없다.
시계는 밤 11시를 향하고 있다. 사각 사각 연필 움직이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희경) : ... 한밤중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래.
환기구 옆에 앉아서 문자질하던 중학생 여자아이가 흠칫 놀라 고개를 든다. 두리번거린다.
옆에 여자아이가 왜? 라고 입모양으로 묻는다.
여자아이, 대답없이 귀를 기울인다. 애앵, 애앵...간난아기 우는 소리.
여자아이 '들었지? 들었지?' 주위의 애들도 수군댄다.
긴장감 속의 정적...아니었나 싶은 순간, 애앵...다시 들리는 간난아기 우는 소리.
여자아이들, 귀를 막고, 책을 던지고, 소리지르고 난리다.
S#31. 계단-지하실 (안/밤)
건장한 고등학교 남자아이들 세명이 계단을 내려온다.
아까 낮에 용수의 만화가게서 서서 보던 그 놈들이다.
(희경) : 겁 없는 남자애 몇 명이서 소리를 따라갔대.
(용수) : 영화에서 보면 그런 놈들이 맨첨에 죽던데...
전구도 없는 어둠속 지하실문 앞. 땅위에 바로붙은 창문으로 새들어온 불빛에 겨우 윤곽이 보일뿐이다.
반지하 문에 귀를 대는 세놈들.... 잔뜩 긴장해서 터질 것 같다.
그때 한놈이 계단 한켠에 쌓아놓은 박스를 건드려 무너진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세놈들. 엎어지고 자빠지고, 자빠진 친구를 건너뛰고 난리다.
빈계단...
S#32. 지하실 계단 (안/밤)
앞씬과 이어지듯, 빈 계단을 희경과 용수, 무열이 내려온다.
희경 : 애들이 독서실 안 간다고 환불하라고 난리랜다.
(가방에서 손전등을 꺼내며) 이렇게 어두우니까 귀신이 나오지. 백열전구 하나 매달면 얼마나 좋아. 그거 얼마나 한다구...
(손전등으로 발밑을 비추며 내려간다) 어디까지 얘기했지? 아, 그래서 낮에 가봤거든. 짠돌이 집주인 할아버지랑.
반지하방 문 손잡이.
S#33. 반지하방 입구 (안/낮)
열쇠뭉치가 차르릉....
집주인 : (열쇠 꾸러미에서 열쇠를 찾아 꽂는데 긴장해서 잘 안들어간다) 그저 공부하기 싫으니까 이때다 싶어서 이것들이....
아직 여름도 안됐는데 귀신 얘기나 해쌌고. 있긴 뭐가있어? 안그래?
그순간, 턱! 희경의 손이 어깨를 집자 집주인 할아버지, 소리도 못지르고 콧김만 뿜어대며 놀란다.
희경 : (음산하게) 그 열쇠가 아닌 듯 싶습니다마는...
할아버지, 다른 열쇠를 바꿔서 끼우기를 시도한다. 사방을 둘러보는 할아버지 눈이 겁에 질려있다.
할아버지를 보며 씨익 웃는 희경.
(희경) : 그 할아버지 겁 되게 많더라구. 그런 사람은 조금만 튕겨주면 돈을 쏟아내거든.
S#34. 지하실 (안/낮)
희경과 집주인할아버지가 들어온다. 땅위에 붙은 창으로 들어오는 불빛이 전부라 실내는 어둡다.
부서진 책상. 매트리스가 바닥에 굴러다닐 뿐. 그야말로 빈 지하실이다.
오랫동안 비워둔 실내는 꿉꿉하고 눅진하고 아무튼 기분나쁘다.
할아버지는 겁에 질려서 사방을 둘러본다.
집주인 : (겁에 질려 목소리는 마구 떨리면서도) 하하..있긴 뭐가 있어. 암것도 없지? 가뜩이나 세 안빠지는데.. 소문나면 곤란..
희경 : (울음을 토해내듯) 하아~ 어쩌면 좋아.
집주인할아버지 주춤한다.
희경 : (슬픔에 겨운 표정으로 뭔가를 느끼듯) 엄마없는 애기가...배가 고파서...배고파서 울다 죽은 애기가...
(애기의 슬픔과 배고픔을 대신 느끼는듯) 하아... 엄마, 엄마, 엄마!!! 목이 터지도록 울어도...
안아주는 손이 없어... 먹여주는 손이 없어... (눈물이 뚝 떨어진다)
집주인할아버지 주춤 주춤 물러선다.
희경 : (갑작스럽게 무서운 눈으로 할아버지를 노려보는) 어린 것이 굶어죽은 것은 누구 탓이냐?
집주인 : (자기탓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희경 : (무시하고 홱 돌아서며) 배고픈 영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법. 이치를 모르는 어린 영혼은 말도 통하지 않아.
집주인 : (질려서) 예. 예...그렇죠.
희경 : (더욱 무섭게) 죽은 자가 배를 주리면 산자도 먹지 못하리.
집주인 : 예. 예...어떻게, 어떻게 하면 될까요...말씀만 하십쇼.
희경 : 배고픔을 달래줘야지. 49일 동안 배부르게 먹이고 정성으로 기도하면..
집주인 : (공포를 잊고) 49일이나요?
그순간. 애앵...애기 우는 소리.
집주인할아버지는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가는데, 희경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역시 다르구나...싶은 순간,
희경, 부처님처럼 손가락 모양을 만들면서 뒷걸음친다. 구석 구석을 응시하며.
희경 : (떨리는 목소리로) 바하바라밀다... (뒷걸음질쳐서 문을 막 나서는데)
(용수) : 잠깐만
S#35. 반지하앞 (안/밤)
문을 열려는 희경의 손을 용수가 잡는다. 희경이 쳐다본다.
용수 : (겁먹었다) 진짜 들었어?
희경 : 어...
용수 : (겁에 질린) 그럼 진짜 있다는 얘기잖아?
무열 : (시큰둥한) 있긴 뭐가 있어?
용수 : 희경씨가 들었대잖아.
희경 : 괜찮어 괜찮어. 이건 직업비밀이라 얘기 안할라 그랬는데...
귀신소리라고 하는 것들 대부분이 나무가 뒤틀리거나, 환풍기 소리거나 벽에 구멍같은 데로 새는 바람소리거든.
용수 : 들었다며?
희경 : 듣긴 들었는데 잘못 들었어. 분명히, 틀림없이. 결단코 잘못 들은 거야. (문을 연다) 그러니까 무열씨 먼저.
무열 : 레이디 퍼스트는 어쩌구?
들어가려던 무열이 우뚝 멈춰선다. 등뒤에 붙어 따라오던 용수와 희경이 잔뜩 긴장해서 멈춘다.
무열, 씨익 웃으면서 장난칠려는데...
용수 : (바짝 긴장해서) 너 이분위기에서 장난쳤다간 내손에 죽는다.
무열 : (김샜다, 다시 걸으면서) 형이 귀신해라.
세 사람 안으로 들어간다.
S#36. 지하실 (안/밤)
어둠속을 휙 훑는 손전등 불빛.
희경이 손전등을 용수에게 건넨다. 용수는 무열 팔을 잡고 바짝 붙어있다.
무열 : (낮은 소리로) 형!
용수 : (역시 긴장해서) 응?
무열 : 아무리 무서워도 꼬집진 마라.
용수 : 미안...
희경이 슈퍼에서 산 양초 네개를 꺼낸다.
전에도 셋이 함께 이런 일을 했던 듯, 무열이 알아서 촛불을 붙이는 동안.
희경이 소주를 사방 구석에 뿌린 다음, 촛불앞에 잔을 놓는다.
용수, 손전등으로 사방을 경계하느라 불빛이 춤을 춘다.
희경 : 나이트 왔어? 잘 좀 해.
용수 : (손전등을 희경에게 맞춰주며) 대충해. 대충하고 빨리 가자.
희경 : (역시 겁먹었지만) 이 직업은 신뢰가 생명이야.
무열 : (중얼거리는) 누나 입에서 신뢰라는 단어가 나왔으니 용수형한테서 성실이라는 말만 끄집어내면
세상은 구원받을거야, 아무렴.
희경이 하얀 창호지를 꺼내 촛불앞에 펼친다.
희경 :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중얼대는) 내리소서. 내리소서. 떠도는 넋이라면, 이곳에 내리소서.
원한도 슬픔도 이승의 것. 뿌리치고 내리소서.
희경이 촛불앞에서 넋종이를 접는 순간, 휙!! 촛불이 꺼진다.
용수가 뒷걸음질친다. 무열도 긴장한다.
애매한 얼굴로 돌아보는 희경.
희경 : (배시시 웃으며) 미안. 긴장했더니 콧김이 세지네.....
용수...십년감수했다.
무열이 다시 초에 불을 붙이고, 희경이 넋종이를 접어 파란 보자기에 싸고 다시 빨간 보자기에 싸는 순간.
애앵... 울음소리.
얼어붙는 세사람.
무열이 소리나는 쪽을 찾으려고 정신을 모은다.
다시한번...애앵. 벽속에서 파란 불빛 두개가 번쩍인다.
비명을 지르면서 희경과 용수가 우왕좌왕하는데..... 어둠속에서 파란 불빛이 휙 날라온다.
희경은 얼떨결에 머리를 감싸쥐며 허리를 구부려 피하고 용수는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짧은 비명을 지른다.
파란 불빛이 주저앉은 용수에게 날라온다.
용수의 눈동자가 공포로 터질 것 같다.
#희경의 브릿지(애니메이션)
신비로운 음악.
집시풍의 희경의 뒷모습. 희경이 정신을 모아 수정구슬을 응시한다.
온몸을 부르르 떤다. 자동기술하듯 손가락을 신비롭게 움직이더니...
희경이 돌아선다. 두손으로 들고있는 것은? 숫자가 색칠된 로또...
로또 복권을 두손으로 들고 희경이 씨익 웃는다.
S#37. 지하실 (안/밤)
목젖이 다 보이도록 비명을 지르는 용수, 파란 불빛이 주저앉은 용수에게 날라온다.
그순간 무열이 파란 불빛을 낚아챈다.
무열이 낚아챈 것을 촛불 쪽으로 옮긴다. 고양이다. 꾀죄죄한 고양이.
무열 : 고양이야 고양이. 별것도 아니네. (희경과 용수에게 고양이를 던지는듯한 포즈를 취하며) 어이.
희경 : 하지 마아!!
용수 : 아우 머리 아퍼... 너무 놀랬더니 머리가 아프네. 오늘은 하루종일 고양이 때문에...
문득, 말을 멈추는 용수. 용수가 무열에게서 고양이를 받는다.
목걸이가 번쩍!! (cg활용해도 좋을듯)
용수 : (목걸이의 이름을 확인하며) 허니?!!
용수와 무열이 시선을 나눈다.
S#38. 황금빌딩 골목 (밖/밤)
막 시작한듯한 20대의 남녀. 가로등밑에서 첫키스를 시도중이다.
머뭇 머뭇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가는데, 결정적인 순간,
어디선가 들리는 굵직한 환호성. "이예!!!"
남자 깜짝 놀라서 떨어진다.
눈감고 마음의 준비를 하던 여자도 뻘쭘해 주위를 둘러본다.
S#39. 지하실 (안/밤)
용수와 무열이 고양이를 들어 올린채 환호하다가 '앗싸 50만원!!' 소리지르다가 끌어안았다가 난리다.
희경은 왜 그러나 쳐다보다가 촛불을 벽이 허물어진 쪽으로 가져간다.
고양이가 날라온 곳은 벽돌이 무너지고, 안으로 구멍이 뚫려있다.
구멍뚫린 곳, 바로 옆에 창문이 있고, 창문밖으로 빗물홈통이 나있다.
빗물홈통은 옥상까지 연결되어 있다. (아마도 소리는 그렇게 올라갔나보다)
희경 : 뭐가 더 있는데...
니이야옹(어떻게 들으면 애기울음소리같은)
들여다보면...새끼고양이 세 마리가 오종종 모여있다.
희경 : 니들이구나.
희경이 한손에 한 마리씩 두마리를 꺼낸다.
무열 : (신났다) 이러면 어떻게 되는거야? 돈 더받어?
용수 : 당근빠따쥐.
무열이 더 안쪽에서 나머지 한마리를 꺼내는데. 그순간, 새끼고양이 발톱에 뭔가가 걸려나온다.
새끼고양이 발톱엔 헝겊인지 종이인지가 매달려 있고. 거기에 둘둘 말려있던 것이 두두둑 떨어지는데...그것은?
손바닥만한 나뭇잎 모양의 황금덩어리가 세 개!!
S#40. 다시 황금빌딩 근처 골목 (밖/밤)
38씬의 두남녀. 대문앞에 섰다.
남자, 여자를 돌려세우고 다시 한번 입맞춤을 시도하는데
역시 결정적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더 큰 환호성. (이번엔 세명이 내지르는 환호성이다) 이예!!!!
남자, 또 깜짝 놀라 떨어진다.
남자 : (머쓱해서) 오늘 축구한다 그랬어요?
S#41. 지하실 (안/밤)
바닥에 떨어진 황금을 각자 집어들며 소리 지르는 세사람.
희경이 금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주위를 둘러본다.
용수가 금을 깨물어본다.
무열 : 구리야? 구리지? 구릴거야. 나한테 무슨 이런게... 말해봐. 뭐야?
용수 : 가만 있어봐. 이빨 들어갔어. 봐봐. 이빨 들어가면 뭐야? 금 맞지?
희경 : 세상에 세상에...이런 복을 주실려고 아침부터 똥광이 패로 뜨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구 하느님 아버지. 나무아미타불... (문득) 더 있을지 몰라.
희경이 무너진 벽쪽으로 달려든다. 무열과 용수도 합세한다.
깨진 벽돌이 뒤로 던져지고, 흙이 파헤쳐지고. 셋다 정신없다.
어미고양이가 새끼고양이들을 핥아주면서 무심한 얼굴로 세사람을 바라본다.
좁은 구멍에 어깨를 비비며 움직이는 세사람.
(무열) : 뭔가 있다.
(희경) : 잡아다녀봐.
(용수) : 촛불 촛불!!
용수가 촛불을 가져간다.
순간. 희경과 무열이 엉덩방아를 찧는다. 용수가 촛불을 떨어트린다.
공포에 질린 세사람. 소리도 못지르고 입만 떡 벌리고 있다.
바닥에 떨어진 촛불을 조명삼아 보이는 벽 속에서 끄집어 내온것. 뼈만 남은 인간의 손.
S#41-1. 황금빌딩앞 (밖/밤)
빌딩의 머릿돌 '황금빌딩 1988년 10월 4일 완공 시공업체 동명건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수선집. 수선집 여자가 일을 마친다. 불을 끈다.
S#41-2. 지하실 (안/밤)
구석에 오종종 몰려앉은 세사람. 세사람의 시선은 벽속 구멍에서 뻗어나와 걸쳐 있는 하얀 손가락뼈를 향해 있다.
그 와중에도 각자 황금은 꼭 끌어안고 있다.
무열, 이가 딱딱 부딪히고, 무릎이 덜덜 떨린다.
용수 : (무열의 무릎을 꾹 집는다) 정신없다.
무열 : (덜덜 떠는) 형은 안 무서워?
희경 : 귀신이 무섭지 해골이 뭐가 무섭냐?
용수 : 맞어.
무열 : (여전히 떠는) 귀신이 뭐가 무서워? 시체가 무섭지. 이상해. 형이랑 누나는 너무 이상해.
희경 : 어떡할 거야?
용수 : (희경을 보며) 희경씬 어떻게 했음 좋겠는데?
희경, 눈을 가늘게 뜬다.
희경 : 생각해봐. 왜 금덩어리가 세갤까? 두개도 아니고. 네 개도 아니고 하필 세 개. 응? 이게 우연일까?
하나씩 나눠 갖으라는 계시고 운명이야. 안그래?
(하얀 손가락뼈를 흘깃 보면서) 저건 일단 다시 집어 넣자. 우리끼리만 입 다물면 누가 알어?
운명을 거스르려 하지 마. 우리 앞에 펼쳐친 황금빛 미래를 생각해 보라구.
S#42. 백화점 명품관 (안/낮-희경의 상상)
(빠르게 경쾌하게, 그리고 부티나게 보여지는...)
희경이 들어가자 2열로 늘어선 백화점 종업원들이 일제히 인사한다.
마치 사열받는것처럼 들어가는 희경.
명품 구두매장. 희경이 구두를 신고 거울에 비춰본다.
일련의 행동이 뚝뚝 끊어지듯 보여지는데 그때마다 구두의 색상이나 모양이 바뀐다.
명품 시계매장. 역시 희경이 시계를 채우고 어울리나 보는 일련의 행동들. 시계가 계속해서 바뀐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거울앞에 서는 희경.
쭉 이어지는 일련의 행동이지만 옷이 계속해서 바뀐다.
S#43. 백화점 앞 (밖/낮)
양손에 쇼핑백을 든 희경이 모델 워킹하듯, 또각 또각 걸어나온다. 행복에 겨워 두 손을 번쩍 들고 하늘을 본다.
카메라 그녀를 가운데 두고 빙글 빙글 돈다. 행복은 모두 그녀의 것이다.
(희경) :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구.
(남자) : 정희경씨!!
희경 : (콧소리 섞어서 우아하게 돌아본다) 네에.
카메라 돌기를 멈추면 희경의 코앞에 펼쳐지는 경찰 뱃지.
정복경찰을 대동한 사복 경찰이 희경의 손목을 잡고 수갑을 채운다.
사복경찰 : 당신을 형법 360조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S#44. 지하실 (안/밤)
용수가 희경의 손목을 잡고 있다.
용수 :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수 있으며, 당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수갑채우는 시늉하며) 찰칵.
희경 : (주눅 들어서) 안 들키면 되잖아.
용수 : 들키게 돼 있어.
희경 : 부정적인 인간.
용수 : 그리고... 저거, 저것도 한때는 사람이었을텐데... 가족도 있고, 어떻게 다시 집어 넣고 모르는척 하냐?
무열 : 좋은 수가 있어.
희경과 용수가 돌아본다.
무열 : 일단 저거는 경찰에 신고하고, 금은 나눠갖자. 깔끔하지?
용수 : (무열의 팔목을 잡으며) 당신을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체포합니다. 찰칵!!
희경 : (짜증섞인) 용수씨 생각은 뭔데. 어쩌자구?
용수가 알면서 그러냐는 듯 쳐다본다.
희경 : (금괴를 부둥켜안으며) 싫어. 이건 내거야. 누가 뭐래도 내거야.
희경, 갑자기 후다닥 뛴다.
용수 : 희경씨!!!
무열 : 누나!!!
S#45. 황금빌딩 현관앞 (밖/밤)
희경이 금을 꼭 끌어안고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 올라온다. 탐욕에 눈먼 듯, 세상끝까지라도 달려갈듯한 얼굴로...
그러나 계단을 헛디뎌 무참히 자빠진다. 금이 희경의 손에서 떨어져 저만치 앞에 떨어진다.
엎어진 채로 금을 바라보는 희경의 안타까운 시선. 희경의 심리를 보여주듯 금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희경) : 금을 발견하는 순간 신고부터 해야겠다....
S#46. 황금빌딩앞 (밖/아침)
희경 : 그것이 민주시민의 자세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희경이 이야기하는 동안 쉴새없이 터지는 카메라 후레쉬.
기자들이 희경의 말을 받아적고 있다.
S#47. 아란샤/지하실 (안/낮)
기자와 인터뷰중인 희경.
사진기자가 앞뒤로 오가면서 사진을 찍는다.
희경 : 그날 왜 지하실에 가게 됐냐면요..? (사진기자에게) 저기 사진은 기왕이면 오른쪽에서..
제가 이쪽 얼굴이 카메라를 잘 받거든요. (얼굴을 돌리고 애교있게 웃는다)
제가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는 했나요? 아, 아까 했죠. 어디까지 했더라...
맞다. 왜 지하실에 가게 됐냐면요. 소리가 들렸거든요.
아란샤 화면이 반으로 줄어들면서 오른쪽에 지하실 화면이 뜬다.
지하실에선 경찰들이 시체를 옮기고 있다. 해골이 담긴 백의 지퍼가 닫히고, 경찰들이 들고 간다.
경찰들이 왔다갔다 바쁘다.
희경 : 영이 부르는 소리가... (연기한다) 언제부턴가 가끔씩 몸이 눌리는 듯 아파오면서...
그게 마치, 마치 내 몸이 갇힌듯한 왜 그럴때 있잖아요. 깨있었는데도 가위눌린 것 같고. 답답하고...
그럴때면 지잉하는 소리와 함께 저 밑에서 호소하는 영혼의 목소리가..'나를 꺼내줘'
기자들이 희경의 말을 받아적고 있다.
희경, 신났다.
S#48. 지하실/태권도장
아란샤의 화면이 사라지고 오른쪽에 있던 지하실 화면이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화면 오른쪽에 태권도장이 등장한다.
-지하실
경찰이 사진을 찍는다. 감식반이 벨트의 부속품, 반지...등의 유류품을 '증거용 봉투'에 넣는다.
-태권도장
차렷자세로 서서 인터뷰하는 태권도복을 입은 무열. 책을 읽듯 말한다.
무열의 뒤에서 꼬마들이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고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민다.
무열 : (말할수없이 뻣뻣하다. 책을 읽는 듯 뚝뚝 끊기는 말투) 고양이를 (모션하면서) 이렇게 안아드는데...
뭔가 툭툭 떨어지는 것입니다. 아뿔싸...금이구나!..이럴수가! 생각을 하면서..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금을 집어들었습니다.
S#49. 태권도장/황금빌딩앞
지하실 화면이 사라지고 태권도장 화면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한뒤. 오른쪽엔 황금빌딩현관이 등장한다.
-태권도장
무열에게 마이크를 대준던 기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카메라 뒤의 피디를 바라본다.
피디가 안되겠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황금빌딩앞
폴리스라인 밖에 사람들이 빙 둘러서있다. 구경꾼들이다.
구경꾼들이 폴리스라인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경찰이 제지한다.
이 소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정복 경찰. 그가 장택수다. 황금빌딩 지하실을 못마땅하게 쳐다본다.
S#50. 기원 (안/저녁)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
주인집할아버지(그는 주인집 할아버지이자 기원주인이기도 하다)가 바둑 돌을 닦고 있다.
동년배의 할아버지가 주인집 할아버지에게 뭔가를 조르고 있고.
조르는 할아버지 그가 이산이다. '생각을 해보라니까는...응?'
주인집 할아버지는 들은척도 안한다.
문소리와 함께 용수가 들어온다.
집주인 : 또왔어?
용수 : 시끄러워서요. (기보를 들고 혼자 바둑판앞에 앉는다)
집주인 : 태권도랑 점쟁이는 아침저녁으로 텔레비 나오두만..
용수 : 예...
집주인 : 어렸을 때는 빠릿빠릿하고 그러더니... 갈수록 사람이 못나지나?
젊은 사람이 어째 그렇게 숫기가 없어? 하긴 이제 젊지도 않지만서두...
이산 : (집주인에게) 생각 좀 해봐. 이 낡아빠진 건물 갖고 있어봤자 세받아 먹기만 힘들구.
이 기회에 헐어버리구, 땅한번 파보자 응.
집주인 : ...
이산 : 인생 없어. 그냥 한방이여. 한번 불살라 보자. 응...유택아.
집주인 : 안 바쁘냐? 그만 가라.
이산 : 도대체 이해가 안 가네. 벽속에 황금이 묻혀있는데 그걸 그냥 두냐? 내 땅 같으면 벌써 갈아엎었다.
집주인 : 공무원들이 와서 다 조사했잖어. 암것도 없다고. 발표 못봤냐?
이산 : 나이 일흔에 아직도 순진한 놈.. 그 말을 믿냐? 공무원이 한 말을 믿어?
발표는 그렇게 해놓고, 기다렸다가 잠잠해지면 그때 파고 들어갈라고 그러지...
두고봐라 너 좀 있다가 건물 팔라구 뒷구멍으로 들어온다.
집주인 : 그럼 오죽이나 좋냐? 얼씨구 팔아버리지.
이상 : 그럼 나한테 팔어라.
집주인 : 돈만 가져와라.
이산 : 황금 나오면 줄게.
집주인 : (짜증난다)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허구 바둑 안둘거면 니네 집에 가. 서울 한복판에 무슨 금이 있다구.
이산 : 1980년, 마포 아파트 공사때...금맥이 발견됐다는거 너 알고 있냐? 금맥도 나오는데 황금이 왜 없어?
집주인: 그래서 금을 캤다더냐?
이산 : (우물쭈물)...아니 뭐..딱히 그런거는 아닌데... 너 6.25때 한국은행의 금 일부가 없어진거 모르지?
집주인 : 알고 싶지도 않다.
이산 : 그뿐이냐. 일본이 2차대전중에 끌어모은 야마시타 골드라는게 있는데...
집주인 : (참다못해 바둑통을 꽝하고 내려놓는다)...
이산 : (움찔한다)....
용수 : (큭하고 웃는다)
이산 : (버럭) 왜 웃어?
용수 : 안웃었어요.
집주인 : (질렸다) 아! 질긴놈... 저놈처럼 금 좋아하는 놈이 또 있을까? (자리를 뜬다)
S#51. 경찰서 (안/아침)
10여명의 사람들이 민원실에 북적거린다.
50대 아줌마를 상대하는 장택수,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50대 아줌마 : 10년전에 집나간 우리 애 아빠가 틀림없다니깐요?
장택수 : 글쎄 무슨 근거로요?
50대 아줌마 : 그냥 느낌이 그래요. 우리 애아빠 키가 175정도 되거든요.
장택수 : 대한민국에 키가 175되는 사람이 한둘입니까? 뉴스에 나온거 말고 특징을 말해보세요.
50대 아줌마 : (당황하는) 특징요? 너무 오래돼서 생각이 안나는데 암튼 꿈도 이상하고 우리 애 아빠 맞다니깐...
장택수 : (한심하다는듯) 접수 받았으니까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예. 다음.
50대 아줌마 : 확인되면 금은 우리가 받게 되는 거죠?
장택수 : 예. 예. (아줌마 뒤를 보며 조금은 신경질이 묻어난다) 다음.
70대 할아버지가 창구로 온다.
70대 할아버지 : 우리 아들이 4년전에 실종됐는데...
장택수,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쉰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10여명은 된다.
S#52. 황금빌딩 앞 (밖/낮)
티격대는 소리가 먼저 들린다. '그게 아니래니까는...' '아니긴 뭐가 아니예요'
장택수가 40대의 남자를 끌고 나온다. 남자는 삽같은 땅파는 도구를 들고 있다.
지하실 입구에는 폴리스라인이 처져있다.
장택수 : 여기가 금광입니까? 삽까지 들구...
남자 : 그게 아니라.....
길 건너편. 전봇대에 뭔가를 붙이던 희경이 그들을 흘깃 쳐다본다.
'벽속의 시체를 찾은 신통력. 미녀 타로 마스터 아란샤. 지금 그 명성을 확인해보십시오'류의 빳빳한 전단지가 붙어 있다.
(시간경과)
빳빳했던 '아란샤'광고 전단지가 너덜너덜 바람에 펄럭인다. 시간이 꽤 지났다보다.
황금빌딩 지하실로 가는 문에 서 있던 경찰도, 폴리스 라인도 보이지 않는다.
#은재의 브릿지(애니메이션)
일곱 살짜리 여자아이가 로타리 한가운데 서 있다. 사방 여덟갈래의 길.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주변을 둘러본다.
카메라는 더 빠르게 아이 둘레를 돈다. 어지럽다.
S#53. 아란샤 (안/낮)
심드렁한 얼굴로 희경이 작은 구술을 꿰서 문에 건다. 문에 걸려 있었던 발의 실이 끊어졌던듯...
그순간 전화가 온다. 급하게 전화를 받느라 정강이를 부딪친다.
희경 : (그 와중에도 목소리를 깔고) 여보세요. (듣다가) ...이사람들이 지금 때가 어느땐데...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으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정부시책에 따라야지... 땅 살돈이 어딨어요?
그리고 나 사모님 아니예요. (툭 끊는다)
다시 발을 고치러 간다.
S#54. 만화가게 (안/낮)
용수가 엎드려 자고 있다. 만화책을 보던 강모가 용수앞에 놓인 과자를 슬쩍 가져가는것도 모른채...
S#54-1. 태권도장 (안/낮)
무열이 매트 찢어진 곳을 꿰매고 있다. (혹은 펀치볼 찢어진 것을 꿰맬 수도 있다) 참 궁색맞다.
그들은 한가롭고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장택수) : 뭐하시나?
돌아보면, 장택수가 실내를 슬쩍 슬쩍 보면서 들어온다.
무열 : 어쩐 일이실까?
장택수 : 순찰 돌다가 들렀지.
무열 : (비아냥대는) 오올. 민중의 곰팡이...
벽에 붙여놓은 신문, 잡지등에서 오린 '무열과 희경의 사진'을 본다.
장택수 : (비웃으면서) 이 약발도 떨어지고... 이제 뭘 먹고 사나?
무열 : 요즘 사건사고가 없긴 없어요. 그쵸? 얼마나 한가하면 장경사님이 내 걱정을 다하실까?
장택수 : (궁색한 도장을 둘러보며) 그저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이 그냥 짠해. (이것저것 들었다놓으며) 이게 뭐야. 이게...으이그!
무열 : (발끈하려다가) 올해 구민 잔치는 언제 열린대요? 혹시 아세요?
장택수, 움찔한다.
게시판같은 곳에 꽂힌 사진. '종로 구민잔치. 태권도 입상자'라는 제목의 사진에 1위자리에 무열이 2위자리에 장택수가 있다.
무열은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데 장택수는 똥씹은 얼굴이다. 왼쪽눈은 퍼렇게 멍들었다.
무열 : 작년에 산 썬글라스, 잘 있죠. 올해 또 필요할 걸요.
장택수 : 그때는 내가 급성 장염에 걸려서...
무열 : 예. 암요. 암요. 그러믄입쇼.
장택수 : (자존심 상했다) 어이 태권도!! 요즘 만화랑 둘이 흥신소한다는 제보가 있어?
무열 : 누가 그래요?
장택수 : 내가 딱 보면 알어.
무열 :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과학적인 감정수삽니까? 만년경사, 장경사님!!
장택수 : (째려보다가)....내가 지켜보고 있다는것만 명심해라.
무열 : (부끄럽다는 듯 두손을 교차해 가슴을 가리며) 어머, 어디를요?
장택수가 툴툴대며 나가자 무열이 픽 웃는다. 문득.
무열 : 아...빨래...
무열이 밖으로 나간다.
S#55. 옥상 (밖/낮)
무열이 계단을 올라온다. 옥상에 널어놓은 빨래를 걷는다. 빨래집게를 빼자 팬티가 날라간다.
팬티를 집으려던 무열이 문득 멈춰선다. 여자의 다리가 보인다.
틸업해보면, 20대 중반의 여자가 쓰러져있다.
무열이 자기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본다. 멀리 경운궁의 모습이 보인다.
무열 : 여보세요.
무열이 여자의 몸을 바로 누인다. 머리카락에 가려졌던 여자의 얼굴이 드러난다.
여자의 아름다움에 무열이 자기도 모르게 감탄한다.
무열 : (어떻게 만지지도 못하고 쭈그리고 앉아) 여보세요. 저기요.
여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번외편(제목:흥신소를 사랑을 싣고)
-2층 복도
긴장된 얼굴로 들어서는 고양이를 잃어버린 호피무늬 사모님. 심호흡을 하고 흥신소로 들어간다.
-흥신소
기다리고 있는 용수, 무열.
사모님 : (들어오자마자 목메인) 허니!! 어딨니? 엄마야!! 허니!!
용수 : 다시 한번 불러보세요. 큰소리로!
사모님 : (애절하게) 허니!!
그순간, 'tv는 사랑을 싣고' 음악이 흐르면서 고양이를 안은 희경이 문으로 들어온다.
사모님 : (울음이 터지는) 허니!!
사모님이 고양이를 끌어 안는다. 감동에 겨운 모습 고속촬영.
고양이와 인간의 교감. 사모님이 고양이를 뺨에 부빈다.
용수, 무열, 희경도 뿌듯한 얼굴로 눈물을 살짝 닦아내는데....
사모님 : (눈에는 눈물을 매단채로) 근데 목걸이는요?
음악 뚝 끊기고.
감동에 겨웠던 용수, 무열, 희경의 얼굴 허물어진다. 허니 목에 목걸이가 없다.
(점프)
-복도
사모님이 고양이들을 데리고 나온다. 허니 목에 걸린 황금 목걸이가 유난히 반짝. (cg를 활용해도 좋을듯)
열린 문틈으로 용수와 무열이 희경을 탓하고. 희경...내가 뭐? 하는 얼굴로 툴툴거린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