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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빛나는 봄햇살에 안겨 따뜻했던 영사모
참석자 5명 송은상 김평화 이경은 최혜경 배은영
작년 겨울 카일리 블루스를 관람한 이후로 오랜만에 방문한 압구정
어느덧 화사한 봄으로 계절이 바뀌어 있었지요..
이른 시간 상영관 안에는 열 명이 채 안되는 관람객들이 있었고
우리가 그 중심에 자리하고 숨막히는 두 시간을 보냈답니다
충격과 놀라움으로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달래기 위해 경은씨와 만나
봄볕의 온기를 빌어 사진부터 찍으며
심호흡을 해야만 했던 극사실주의 영화 사울의 아들!
벗들과 함께였기에 관람도 식사도 가능했답니다 ~
극장 근처 갤러리처럼 꾸며진 정원이 예쁘고 실내 안락한 까페에서 긴 뒷풀이를 시작!
리얼토크쇼를 방불케한 열띤 시간이었죠!
(재밌고 뿌듯하고 솔직하고...강렬했던 대화들..진짜 좋았습니다 ^^)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준 경은이 마이크 제대로 잡고 피자까지 사먹여가며 이끌어준 기억 여행들!
정리할 시간이라고 내쫓길 때까지 쭈욱 이어졌어요 ^^
압구정 극장에 처음 와봤다는 혜경씨에겐 생생한 추억으로 남을 하루였겠지요?
** 사울의 아들 **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를 봤지만...이렇게 완벽한 원 톱 캐스팅에 성공한 영화는 처음이었어요
잔인하다 ..참혹하다..처참하다..이런 수식어를 붙여서 기억에 심어둔 영화도 정말 많았지만
이토록 관객의 멱살을 부여잡고 현장 속으로 끌고 들어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하는 영화는 정말 처음!
많은 영화에서 다루었던 홀로코스트 아우슈비츠.. 그 기록들은 그야말로 세포검사 조직검사에 불과한
표층적인 묘사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우리는 두 시간 동안 아우슈비츠의 피비린내 나는 공간 속에 갇혀 있게 됩니다
사울을 연기한 게자 뢰리히는 필로그래피가 하나도 없어요...
1977년생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처녀작인 이 작품에서 최고의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입니다
감독의 친구였는데 애초에 조연으로 출연시키려 염두에 두었다가
사울의 캐릭터에 가장 완벽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발탁되었다 합니다..
수용소의 시체처리반 존더코만도.. 하지만 그들 역시 머지 않아 소각된 시체로 변해갈 운명에 처해있지요.
시체들은 토막 몇 개라고 불립니다 ..생명의 존엄성이란 개념은 존재조차 하지 않습니다...
감독은 세상에서 역사상 가장 참혹한 공간을 소리로 설명합니다...
사울의 아들에서 음향을 제거한다면 이 영화는 죽은 영화가 될 수도 있을 정도로요...
거기에 게자 뢰리히의 텅 빈 듯 하면서 강렬하기 그지 없는 눈빛과
애가 끊어질만큼 타들어가는 가슴을 안고 랍비를 찾을 때만 열리던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사울에게 투사되어 그의 시선을 따라 뒷모습에 얹힌 채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관객들의 공감각...
화면비 4대 3의 좁은 시야에서 우리는 어느 누구도
잔혹한 이 죽음의 공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압박감과 혼돈의 느낌으로 떨게 되지요
사울을 관찰하던 관객은 어느새 사울의 의식 속에 들어가
그와 함께 절망하고 탄식하고 운명에 쫓기고 삶의 마지막 여정앞에서
단 하나의 순수하고 숭고한 이념을 실행하기 위한 몸부림에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맙니다
사울의 아들은 누구일까요?
세계역사의 그릇된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모든 인간존재들 휴먼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입니다
그는 구원받아 마땅하고 그래서 사울은 목숨을 건 투쟁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지요
그에게는 자신이 인간존재로서 가장 올바른 의식의 행위를 치를 수 있는
최후의 희망인 대상.. 아들로 나옵니다
마지막에 사울은 아들을 구원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세상을 하직하지요
모든 종교와 이념..탐욕과 학대..권력과 폭압에 저항하는 순수한 인간의 상징인 사울..
어떤 연기자가 이토록 완벽한 사울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어요..
게자 뢰리히 란 이름의 배우에게 무한한 궁금증이 일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젊은 감독 라즐로 네메스가 처음 만든 영화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순간이기도 했고요
국내에서 2만명 조금 넘는 사람이 관람했네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앞다투어 러브콜을 했던 영화 사울의 아들을 보고난 느낌
귀향은 너무 순화되었고 너무 아름답고 부드러웠다는 평가를 하게 되더군요
수많은 생물학적 종과 속 가운데에서 굳이 인간이란 이름으로 아름답게 포장된 동물...
과연 그들이 보여주는 악의 종말은 어디이며 그들 속에 내재하는 선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건지..
어떤 철학이 이 문제를 속시원히 거리낌없이 자신만만 해결할 수 있을는지..
커다란 의문 하나를 가슴에 안고 극장을 나섰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70억 세계인구 ..우리들 앞에 진정한 생명의 의미와 존재의 가치에 대해
깊이를 잴 수 없는 어두은 의문과 비밀스런 과제를 던져준 영화...사울의 아들!
(저의 좁디 좁은 소견으로는 도저히 냄새조차 맡을 수 없는 거대한 철학의 집성체
영화를 감상했다고 말하기도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삶을 다루고 가치를 구현하고 이상을 보여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문화로서의 영화예술...
그 극점에 놓고 싶은 한 편의 완성작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 회계 **
문화비 105000 (4명 2만원씩 그리고 이경은 25000)
영화 -32000 (4명 cgv가 좌석별 차등요금제를 하고 있어 원래 만원씩이었는데 조조개념으로 할인)
점심 -36000 (5명)
커피다과 -56800 (모처럼 커피 피자 아이스크림 맥주로 호화롭게 ^^)
지출 -124800 잔액 -19800 총잔액 104900
영화도 못 본 경은씨가 (다행인가? ^^) 멀리 와서 회비 많이 내고 ...(흥미진진 뒷풀이도 주도하구 ㅎ)
맛깔스런 고르곤졸라 피자와 아이스크림 사줬어요
아들이 준 효도성금으로요 ~~ 아이구 부럽고 고맙다! 덕분에 곱절 풍성했던 봄나들이!
내일 신사동 모임은 미니영사모 예상하구요...(다들 봄이 오는 길목에 꽃향기 맡으러 서계신 듯...^^)
다음 주는 수요일입니다....영화 결정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또 만나요!!!
참고자료
ABOUT MOVIE : 사울의 아들
칸부터 아카데미까지, 압도적인 수상 행렬!
전세계가 감탄하고 탄식한 “올해의 영화”
전세계 영화제에서 38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압도적인 수상 행렬의 주인공 <사울의 아들>이 드디어 국내 관객들과난 만난다. 2015년 칸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의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으로 경쟁 부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주목을 받았던 <사울의 아들>. 영화가 공개되자 칸은 라즐로 네메스라는 새로운 감독의 발견에 열광했고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사울의 아들>에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을 필두로 국제비평가상, 기술상(음향 부문), 프랑소와 샬라이스 명예상 등 무려 4개의 상을 수여함으로써 이 작품에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애정을 표현했다. 칸에서의 영광은 시작에 불과했다. 칸의 쾌거 이후, 전세계 영화제를 휩쓸며 수십 여 개의 트로피를 석권한 <사울의 아들>은 화제의 중심을 미국으로 옮겼다. 소니픽쳐스클래식에 픽업된 <사울의 아들>은 아카데미 시즌을 맞아 북미에서 개봉되었고 미국의 4대 비평가협회로 통하는 뉴욕비평가협회, 전미비평가협회, LA비평가협회, 시카고비평가협회에서 외국어영화상과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또한 헝가리 영화로는 최초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으며 다가오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문의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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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준비된 천재, 라즐로 네메스 감독
지난 제7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현실이 아닌 것 같다”며 말문을 연 뒤 “이제는 홀로코스트도 추상적인 관념만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저는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의 얼굴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진짜 얼굴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헝가리 출신으로, 파리 소르본 대학과 뉴욕 필름 스쿨에서 영화를 공부한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올해 38세 밖에 되지 않은 젊은 신인이다. 하지만 그는 데뷔작 한 편으로 놀라운 자질을 보여주며 차세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피해자들의 비극이나 감성적인 영웅담을 보여줬던 기존의 홀로코스트 소재 영화들과 달리,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진짜 민낯을 영화에 담아내고자 한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나치에 의해 학살된 시체를 처리하던 유대인 비밀작업반 ‘존더코만도’를 소재로 삼았다. 10년 전, ‘존더코만도’의 생생한 증언들이 기록된 책을 우연히 접한 뒤, ‘죽음의 공장과 다름 없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한복판으로 걸어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사울의 아들>에서 영혼 없는 유령처럼, 살아 있는 시체처럼 살아가던 주인공 ‘사울’이 처리해야 할 시체더미 속에서 아들의 주검을 발견하면서 생의 마지막 임무를 ‘인식’하게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유대인의 장례법에 따라 시신을 묻어주기 위한 ‘사울’의 맹목적인 여정을 어떤 감상에도 빠지지 않고 오직 ‘사울’의 곁에 붙어 따라가게 만드는 연출법은 어떤 감정의 판단도 허락하지 않는 본질적으로 다른 패러다임의 홀로코스트 소재 영화를 완성냈해다.
FOCUS ON
완전히 새로운 & 완벽에 가까운!
영화를 체험하게끔 하는 극한의 방식!
기존의 홀로코스트 영화들과 다른 영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사울의 아들>의 기술적 방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울의 아들>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마티야스 에르델리 촬영감독과 함께 하나의 규칙을 정했다. ‘카메라는 항상 ‘사울’을 따라다녀야 하며 그의 시야, 청각, 실재의 범위를 벗어나지 말 것.’ 두 사람은 이 규칙에 따라 관객의 시야를 극히 제한하고 인물의 눈높이를 유지해서 따라가는 섀도우 촬영 기법을 도입하기로 한다. 이러한 촬영으로 관객들은 <사울의 아들>에서 ‘사울’의 여정에 동참하면서 그가 눈으로 보는 것을 함께 보고, 그가 가는 곳으로 함께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 속 ‘사울’은 잔혹한 현실을 버티기 위해 희생자들의 주검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데, 이로써 관객들은 화면의 정중앙이 아닌 가장자리에서 그 모습들을 보게 된다. 즉, 이 촬영 기법은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함으로써 가장 극적인 몰입감을 선사하는 셈이다. 아울러 제한적인 공간의 느낌을 주는 4:3의 화면비와 동시에, 디지털 대신 감성적인 울림이 가능한 35mm 필름 촬영을 선택함으로써 영화의 물성을 강화시켰다. 또한 두 사람은 주로 긴 호흡을 가진 롱 쇼트 위주로 영화를 구성했다. <사울의 아들>은 107분의 러닝타임 동안 85개의 쇼트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기본이 되는 쇼트를 먼저 찍고 각 인물의 표정과 클로즈업 등 부가적인 쇼트를 촬영하는 일반적인 영화 촬영 방식과 달리 <사울의 아들>은 장면 하나를 한 번에 촬영하는 좀 더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에르델리 촬영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게’ 촬영 전 미리 머리 속으로 장면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구상했다. 각 엑스트라의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장면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세심하게 계획되었고, 이를 구현해내기 위해 전 제작진은 충분한 토론을 거쳐야 했으며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완벽한 지휘로 현장을 이끌며 촬영을 진행했다. 3~4분에 달하는 한 장면의 촬영을 위해 배우들과 스탭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했고, 그러기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리허설에 할애해야만 했다. 28일이라는 짧지만 긴 시간의 촬영 동안 모든 배우와 스탭들은 영화 속 세계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울의 아들> 속 모든 장면들은 리듬감과 활력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사울의 아들>은 배제된 이미지를 보충하고 더욱 완벽한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인공적인 효과를 거치지 않은 생생한 사운드를 그대로 살렸다. <사울의 아들>에는 독일군이 ‘존더코만도’ 부대에 작업을 지시하는 소리, 가스실을 솔로 닦는 소리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동시에 독일군이 사용하는 독일어와 유럽 각국에서 온 유대인들의 다양한 언어 등 8개의 언어가 뒤섞여 있다. 음향 디자이너인 자니 라이크는 “많은 감독들이 음향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이런 경우는 <사울의 아들>이 처음이었다” 라고 말하며 혀를 내둘렀다. 보통 한 편의 장편영화를 작업하는 데 대략 두 달의 시간을 할애하는데 그에 비해 <사울의 아들>의 경우에는 그 두 배인 넉 달이 걸렸다. 이렇게 풍성하고 다층적으로 구성된 <사울의 아들>의 사운드는 섀도우 촬영 기법으로 보여줄 수 없는 이미지를 보완하게 된다. 가령 ‘사울’이 들어가지 않는 가스실 안에서의 학살은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대신, 죽어가는 유대인들의 비명 소리와 잠긴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등 강렬한 사운드로만 전달하는 것이다. 이렇듯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들려주는 방식을 통해 <사울의 아들>은 소리만 들어도 그 현장을 직접 보고 있는 듯한 극강의 현장감을 이끌어낸다. 관객의 충격을 극대화시키는 이러한 사운드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서 새로운 체험으로 영화적 의미를 확장시킨다. 소리만 들어도 이미지가 연상되는 이 탁월한 음향은 아이맥스(IMAX)를 넘어서는 이어맥스(EarMAX)라는 새로운 영화적 스타일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날 것 그대로의 과감한 사운드를 최대한 활용하여 관객을 몰입도를 극대화시킨 이런 방식은 전세계의 극찬을 받았다. 칸영화제의 음향 부문 기술상 수상과 전미음향감독협회의 베스트 사운드 디자이너 부문 노미네이션이 이 기술적 성취를 증명하고 있다.
FOCUS ON
결국, ‘사울의 아들’은 누구인가?
모든 것을 묻어버리던 인간 앞에, 생을 묻다!
유대인의 장례법에 따라 아들의 주검을 24시간 안에 묻어주려는 남자 ‘사울’, 하지만 영화의 끝에 다다르면 우리는 하나의 의문에 도달하게 된다. 소년의 주검은 진짜 ‘사울의 아들’인가? 아니면 ‘사울의 환상’인가? “진짜 아들인지, 아닌지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스토리가 발전함에 따라 본능적으로 지금의 결말을 만들게 됐죠. 스토리의 심장부에 의심스러운 내용을 묻어둔 이유는, 비밀을 가슴에 품고 있는 영화들이 훌륭하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인터뷰 중) ‘사울의 아들’의 정체에 미스터리가 더해짐으로써 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바는 좀 더 명확해진다. 아들의 주검을 발견한 아버지가 마지막 장례를 치뤄주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에서 ‘이미 예전에 죽었던’ 것처럼 살고 있던 남자가 생애 마지막으로 인간다운 행위를 하는 이야기로 확장된 <사울의 아들>은 영화 내내 무표정을 유지한 채 어떤 감정도 내보이지 않았던 ‘사울’이 마침내 화면을 응시하며 미소를 짓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생한 민낯을 다룬 이 영화가 끔찍하고 섬뜩한 지옥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사울’의 표정 덕분일 것이다. 끝없는 어둠의 터널을 통과했을 때 마주할 수 있는 아주 미약하지만 분명한 빛은 ‘사울’과 여정을 함께 한 관객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인간다움을 발견한 듯한 안도감을 안긴다.
PRODUCTION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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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 ‘아우슈비츠의 비밀 문서’를 발견하다!
<사울의 아들>이 지금까지의 홀로코스트 소재 영화들이 다루지 못한 영역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한 권의 책 덕분이었다. 10여 년 전, 우연히 아우슈비츠 증언자들의 기록을 모아놓은 한 권의 책([잿더미로부터의 음성])을 발견하게 된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존더코만도’들이 1944년 반란을 일으키기 전까지 수용소의 운영 방식과 유대인 학살에 대한 규칙들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되었고, 이를 영화화하기로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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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칙, “아름답거나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
라즐로 네메스 감독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가장 강조했던 것은 ‘아름답게 보이거나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오직 주인공 ‘사울’의 시점을 통해 그의 시야에 잡히는 그림, 그가 듣는 소리만을 잡아내는 방식을 택한 감독은 관객들을 ‘사울’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지옥 같은 ‘죽음의 공장’을 돌아다니게끔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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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의 정석, “선입견을 배제한 리얼리티”
헝가리 부다페스트 외곽에 위치한 낡은 창고를 개조해 만든 세트는 기존의 홀로코스트 영화들 속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굉장히 심플해서 깨끗한 느낌마저 들었던 것. 영화의 세트를 만든 라즐로 라이크는 1944년 수용소의 일부가 신축되었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세트를 만들었다. “기존의 영화 제작자들은 홀로코스트의 학살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더럽고 냄새 나는 것이라는 관념을 심어주었죠. 하지만 당시 수용소 생존자들의 증언을 보면, 철조망에는 아직도 광이 남아 있고, 건물에서 새로 칠한 페인트 냄새가 났다고 해요” 헝가리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라즐로 라이크는 이미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주립 박물관에서 헝가리 측 영구 전시를 디자인한 경험을 십분 살렸다. “화장터의 구조를 똑같이 재건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공장이 가진 기능적인 구조, 용광로, 탈의실, 샤워실, 수술실 사이의 공간들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으스스한 분위기의 촬영장 덕분에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 영화를 찍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 놓여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긴 장면들이 많았던 것도 한몫 했는데, 모두들 훨씬 본능적으로 한 마음이 되어 촬영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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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계획, “28일의 촬영 기간, 107분의 영화에 85개의 샷이 전부”
모든 준비가 끝나자, 촬영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샷 하나하나를 미리 계획해 둔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꼼꼼함은 촬영을 마치 일상처럼 규칙적으로 만들었고 모든 것은 28일 만에 끝이 났다. 그리고 107분의 영화는 4분이 채 안 되는 롱 테이크들이 만나 겨우 85개의 샷으로만 완벽하게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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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의 방식, “35mm 필름, 간단한 조명 기술”
관객들에게 감성적인 울림을 주기 위해서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기술을 이용해야 했다. 아무리 좋은 디지털 사진이라도, 루브르 박물관의 명화가 가진 느낌을 실제로 담아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35mm 필름을 통해 세상의 이미지를 어떤 후가공도 없이 담아내고자 했는데 그 과정이 영화의 이미지에 불안정함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제한된 화면비의 40mm 렌즈를 사용하고 최대한 간단한 조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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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효과, “이미지의 역할을 대신한 사운드”
촬영은 무리 없이 끝이 났지만, ‘음향’이라는 또 다른 작업이 남아 있었다. <사울의 아들>에서 소리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주인공 ‘사울’의 시야에 보이는 것들만 카메라에 넣었던 라즐로 네메스 감독은 소리로 지옥 같은 현장의 생생함을 잡아냈다. 그는 단순하면서도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현장음들을 뭉쳐 다양하면서도 때로는 상반된 소리의 층을 쌓았다. 재생산하거나 다듬는 것을 배제한 전혀 가공되지 않은 소리, 그것을 ‘들려줌’으로써 보이지 않는 현장을 ‘보여주기’에 성공한다.
첫댓글 시종일관 백프로 영혼을 지배하는 영화였어요
우리끼리 손잡고 보지 않았다면....호흡곤란으로 쓰러지지 않았겠나 싶은 영화였지요...
어쩐지 관람석도 다닥다닥 붙여 끊고 싶더라니요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11.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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