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 용문면에 있는 금당실 전통마을은 이성계가 조선의 수도로 정하겠다고 생각했던 곳 중 하나다. <정감록>의 십승지 중 한 곳이기도 한 이 마을에는 반송재고택, 사괴강고택 등 아름다운 한옥과 정자들이 남아 있다.
2008년 경북도청 이전지가 결정되고 8년 만인 올해 3월 10일, 대구시 북구 산격동에 있던 도청을 검무산(劍無山·332m) 남쪽자락으로 이전했다.
검무산은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문수지맥에 서있다. 문수지맥은 백두대간 함백산~소백산 주능선상의 옥돌봉(玉石山·1,244m)에서 남쪽으로 문수산(1,207m)으로 흘러 내려 온 산줄기가 서남쪽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학가산(874m)으로 이어진다. 학가산에서부터 서쪽으로는 고도가 낮아지고 검무산을 지나 내성천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지점 나부산(333m)에서 산줄기를 내려놓는다.
새 경북청사는 뒤에는 병풍 같은 검무산이 북풍을 막아 주고, 앞쪽에는 낙동강이 흘러 고매한 정기를 받게 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장풍득수(藏風得水)의 명당 터다. 24만4,628㎡(약 7만4,000평)의 대지 위에 건축면적 14만2,148㎡(약 4만3,000평)에 이르는 새 청사는 본관, 의회, 복지관, 다목적공연장의 4개동으로 구성되었는데 우리나라 고유의 멋을 최대한 살린 아름다운 건물로 지어졌다.
새 도청이 들어선 곳은 천하제일의 복지(福地)로 천년의 도읍지가 된 서울의 지세를 빼닮았다. 학가산(874m)은 새 도청의 진산이 되었고, 정산(289m)과 거무산(227m)이 좌청룡 우백호, 남북으로는 시루봉(185m)과 검무산이 주작(朱雀)과 현무(玄武)가 되었다.
검무산은 이름 그대로 ‘칼이 없는 검무(劍無)’로 평화를 상징하는 현무가 되었는데, 앞쪽으로는 생명의 원천이자 뭇 백성을 사랑한다는 뜻을 가진 저수지인 호민지(好民池)가 있다. 주작(안산)인 시루봉 앞으로는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강 건너편으로는 조산인 봉화산(400m)이 솟았다. 낙동강 왼쪽으로는 안동 하회마을이 있고 하류 쪽에는 예천 내성천의 회룡포가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한양을 도읍으로 정할 때 풍수지리적 요소를 아주 중요하게 여겼다. 산과 강, 그리고 동서남북의 방위가 사람과 한 지역의 운명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풍수지리적인 자연관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합리적인 풍수사상이 검무산 자락을 새 도청지로 결정하게 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새 도청의 소재지인 안동과 예천에는 중앙고속도로가 남북으로 관통한다. 도청의 청룡인 정산에서 서안동나들목까지는 10분 거리고 인접 지역인 문경(27km), 영주(28km), 의성(30km), 상주(35km)까지는 100리길 안쪽이다. 예천이나 안동에서 고속도로를 타면 대구까지가 1시간 남짓, 서울과 부산도 2시간 30분대로 닿을 수 있다. 멀게 느껴지는 전라도 광주도 3시간이면 갈 수 있다.
평화의 산, 검무의 푸른 산, 푸른 산이 천년만 가리! 맑은 물 고매한 정기의 낙동강, 낙동강 강물이 흘러흘러 만년만 가리! 경북도청의 오늘이 천년을 가고 만년을 가면서 크게 번창하길 바란다.
제주복집
야채복불고기가 선사하는 식도락의 행복

바다와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예천에 복집이 있는 것도 뜻밖인데 옥호에 ‘제주’라는 지명이 들어가 있는 것도 이채로웠다. 흔히 ‘복집’은 콩나물국이나 북어국과 함께 술로 쓰린 속을 시원하게 풀어 주는 해장국집으로 인기가 좋다.
복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제주복집의 대표 메뉴는 야채복불고기다. 이 요리로 10년 동안 연륜을 쌓으며 유명업소의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안정숙 대표의 빼어난 미모와 음식에 관한 철저한 학구열, 그리고 손님에 대한 각별한 정성이 손님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벽에 걸린 방문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안 대표가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음식을 차려내는지 알 수 있었다.
단골식당(별관)
"용궁 가서 순대국 먹고 오자"

면내에는 11곳의 순대국 식당이 있다. 이 중 ‘단골식당(별관)’은 3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의 업소다. 지금은 김정애·박철휘 모자가 운영하고 있다.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면내 최대 규모에 주차장도 매우 넓다.
청기와
도시 사람들 입맛도 사로잡은 감자탕과 보쌈

예천은 군청소재지의 읍(邑)으로 전에는 대도시 사람들의 내왕이 많지 않았던 고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경북도청이 들어서게 되면서 예천은 안동과 함께 도청 소재지가 되었다.
예천군청 정문에서 50m의 거리에 있는 식당 ‘청기와’의 장덕호 대표는 예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문직종 공부를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고향에 돌아와 누구 못지않은 식당을 차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청기와’를 탄생시킨 것이다.
부인 엄순희씨와 함께 차려내는 음식들은 서울을 위시, 대도시 어느 곳에 내어 놓아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받는다. 예천요산회 회원으로 산을 즐겨 찾던 장덕호 대표는 식당을 연 후 예천 주변의 산을 찾는 대도시 산악회들과 인연이 닿았고 덕분에 단골손님이 많이 생겼다. 장씨 부부의 감자탕과 보쌈이 도시 사람들의 입맛도 사로잡은 것이다.
터줏대감
하회마을에선 안동간고등어와 찜닭을

안동 학가산이나 천등산을 다녀오는 길에 하회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 중 하나다. 1984년 중요민속자료 제122호로 지정된 하회마을은 2010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낙동강이 마을을 감싸며 ‘S’자형으로 흐르고 있어 하회(河回)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 마을은 풍산류씨(豊山柳氏)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대표적인 동성마을이다. 이 마을은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柳成龍) 선생이 자란 곳으로도 유명하다.
기와집과 초가집들이 오랜 세월 속에서도 잘 보존되어 있고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마을이 유명해지면서 수많은 음식점들이 생겼다. 마을 안에는 10여 곳의 식당이 있는데, 그중 ‘터줏대감’은 목 좋은 곳에 위치한 대형업소다. 안동간고등어와 찜닭이 주 메뉴다.
황토집 손두부
‘면서기’가 추천하는 단골 맛집

안동사람들은 자신의 고장을 역사의 향기와 전통의 숨결이 살아 있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로 자부하며, ‘유교문화의 본향’, ‘불교문화의 정수’, ‘민속 문화의 보고’로 설명한다. 찬란한 유교문화와 불교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에서 봉정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신라 문무왕 12년(672) 의상(義湘)이 부석사에서 종이로 봉황(鳳)을 만들어 날려 봉황이 앉은 곳에 절을 짓고 봉정사라 칭했다는 전설이 있다. 봉정사 극락전(국보 제15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천등산 산행나들목에는 ‘경상북도 도청대표음식 127곳’으로 선정된 ‘황토집 손두부(대표 주민경)’가 있다. ‘면서기’가 추천하는 단골 맛집으로 알려져 있는데, 시골에서 지역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추천하는 만큼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맛집이다.
봉추찜닭 안동점
안동산맥산악회 회원들의 참새방앗간

2000년 서울 대학로에 ‘안동찜닭’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개업했다. 경북 안동의 시장골목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찜닭이 서울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찜닭열풍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 업소에서는 ‘안동찜닭’에 대한 서비스 출원을 했지만 고유명사인 ‘안동’이라는 지명에 ‘찜닭’이란 음식이름을 붙일 수 없다는 판정으로 서비스 출원이 불허되었다. 업소 측에서는 다시 출원을 신청해 결국 ‘봉추찜닭’으로 상호를 바꾸게 되었다. 현재 서울과 경기도를 위시, 전국적으로 170여 개 업소가 ‘봉추찜닭’이란 이름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옥동에는 안동산맥산악회 이인직(李仁職) 부회장이 운영하는 ‘봉추찜닭 안동점’이 성업 중이다.
100명이 넘는 산맥산악회 회원들이 이 식당을 수시로 찾아 와서 산행의 즐거움을 반추한다니 봉황의 병아리 ‘봉추’가 ‘참새방앗간’이 된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일직식당
안동간고등어 이동삼 명인의 집

과거 동해바다에서 잡힌 고등어가 내륙의 안동까지 오자면 낙동정맥의 높은 고개를 넘어야만 했다. 황장재와 창수재, 구주령 중 한 곳을 넘고 진보 땅을 밟은 다음 임동면의 채거리장터까지 오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동안 고등어는 상하게 마련이라 바다를 떠나기 전 창자를 제거한 뱃속에 소금 한 줌씩을 넣어야만 했다. 이것이 얼간재비 간고등어다. 임동장터에서 한 번 더 안동장까지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고등어 뱃속에 소금을 한 줌씩을 더 집어넣어야만 했다. 이것이 ‘안동간고등어’의 유래다.
염장을 하면 상하기 직전 생선에서 나오는 효소가 소금과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내게 된다. 안동역에서 동쪽으로 지척 거리에 안동간고등어 이동삼 명인의 집 ‘일직식당(대표 이정건)’이 있다. 명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아들과 며느리가 대를 이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황소곳간
한우사육농가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마당

한우는 한때 농부들의 일손을 도운 큰 일꾼이었고, 농촌 젊은이들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는 수단이었다. 지금은 외국산 수입소고기에 당당히 맞서 우리의 식탁을 지켜내는 토속먹거리로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안동은 예부터 소를 팔고 사는 집산지였다. 깨끗한 물과 알맞은 기후 등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자란 안동한우는 특유의 맛과 향이 어우러진 질 좋은 소고기로 높이 평가된다. 이러한 안동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현지 사육농가 13명 회원들이 풍산명품한우작목회 영농법인을 설립,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직매장 ‘황소곳간’을 운영하고 있다.
조옥화 명인의 민속주 안동소주
한국 술의 자부심이자 최상급 명주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통민속주인 소주는 곡물을 발효시킨 후 증류해 만든다. 전통민속주의 역사성과 문화재적 가치를 보존, 전승하고 있는 안동소주는 1987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된 조옥화(趙玉花) 여사가 기능보유자로 인증 받았다. 국내 민속주 중 알코올 도수가 가장 높은 45도라 목젖을 타고 흐르면서 느껴지는 화끈함과 입안이 개운해지며 엷게 번지는 취기가 일품이다.

조옥화 여사는 2000년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20호로도 지정되었는데, 아들 김연박 박사와 며느리 배경화 박사는 안동소주 전수자가 되어 선대의 위업을 계승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며느리는 대학에서 식문화를 강의했고, 아들은 문화관광부에 등록되어 있는 안동소주박물관에서 관장을 맡고 있다. 이 박물관에서는 안동소주의 양조과정을 위시, 민속주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볼 수 있다. 특히 1999년 4월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이 안동을 방문했을 때 조옥화 여사가 직접 차렸던 여왕의 생일상이 눈길을 끈다. 안동소주는 2015년 대한민국 명가명품대상을 수상했다.
전화 054-858-4541 찾아가는 길 경북 안동시 강남로 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