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었던 KBL 컵대회가 마무리 되고 이제 개막까지는 일주일도 남지 않은 KBL 프로농구. 아시안쿼터 확대, 감독들과 선수들의 이적, 오리온의 매각 등 굵직한 이슈가 많았던 지난 비시즌을 지나 이제 본 시즌이 시작 된다. 확실한 강팀도 우승후보도 쉽게 예단하기 힘든 시즌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 팀 씩 새 시즌에 대한 프리뷰를 필자의 시각으로 적어보려 한다. 순서는 지난 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철저히 필자의 주관적 시각이 들어간 글이다 보니, 반박과 의견 제시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서울 삼성 썬더스
21-22 시즌 10위, 9승 45패
IN
은희석 (감독)
이매뉴얼 테리 (용병)
마커스 데릭슨 (용병)
이정현 (FA)
신동혁, 박민채 (신인)
OUT
아이재아 힉스 (용병)
재키 카마이클 (용병)
김동량 (FA 이적)
박민우 (상무)
배수용, 정준수 (은퇴)
● 22-23시즌 로스터
가드 | 이동엽, 이호현, 이정현, 김시래, 김현수, 김진영 (* 27경기 출장 징계), 박민채, 전형준 |
포워드 | 마커스 데릭슨, 정희원, 장민국, 임동섭, 차민석, 강바일, 크리스찬 데이비드 (아시안쿼터), 신동혁 |
센터 | 이원석, 조우성, 이매뉴얼 테리 |
●예상 선발 라인업
새로운 감독과 함께 NEW 삼성
길고 길었던 이상민 감독 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감독과 시즌을 맞이하는 삼성 썬더스. 새롭게 삼성의 키를 잡은 수장은 대학농구에서 잔뼈가 굵은 은희석 감독이다. 공교롭게도 은희석 감독이 연세대에 부임했을 때도 삼성의 현재 상황과 마찬가지로 여러모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경기력은 로스터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였고, 감독의 박치기 사건 등 뒤숭숭한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빠르게 팀을 수습한 이후, 볼 핸들러의 적극적인 투맨 게임을 기반으로 한 모션 오펜스와 분업화 시스템 농구가 자리잡히며 연세대에게 대학농구 왕좌 타이틀을 다시 안기는데 성공한 감독이다.
은희석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기대되는 점은 선수 육성이다. 연세대에서 자신이 구축한 시스템 아래, 선수들에게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면서 한 단계 씩 성장시켰던 경험이 풍부한 은희석 감독이었다. 마침 삼성에는 미래의 주축으로 성장시켜야 될 두명의 1픽 차민석과 이원석이 있다. 그간 삼성의 큰 문제 점은 상위픽을 뽑고도 어떻게 써먹어야 될지 (혹은 선수가 사고를 치기도) 했다는는 점이다. 연세대에서는 빅맨에게 단순히 리바운드, 수비 뿐만의 수동적인 역할이 아니라 탑에서 피딩을 하거나, 투 맨 게임이후 픽앤롤, 팩앤팝 파생 전술을 끊임없이 요구했던 하였다.
그러나 컵대회만 보면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제대로 된 골밑 파트너가 없는 이원석은 아직 외곽과 골밑 어디에 치중을 둬야 할지 해매는 모습이었다.
연세대 때의 허훈, 박지원, 양준석 등 질 좋은 가드진과 함께 했을 때와 달리 삼성은 겉으로 보기에 많은 가드진에 비해서 핸들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드진이 굉장히 한정적인 팀이다. 삼성은 지난 시즌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대부분 스탯 기록에서 하위권에 위치한 팀이다. 특히나 김시래를 제외하면 경기를 풀어나가는 감각이 부족하여 어시스트 수치가 최하위였고, 평균 85.5 실점을 기록하는 최악의 수비 팀이었다. 공격에서는 가드, 포워드, 센터진이 끈임없이 움직이면서도 창의적인 움직임을 요구하고 수비에서는 빅맨의 적극적인 햇지와 스위치를 장려하는 은희석 감독의 색을 입히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애매한 전력 보강과 용병 구성
은희석 감독이 부임하면서 FA 선물로 베테랑 이정현이 삼성에 새롭게 수혈되었다. 이졍현은 풍부한 경험과 승부처에 한 방을 꼳아줄 능력을 갖추었고 보조리딩도 가능한 삼성에게 필요한 차원이지만 이제 풀 타임으로 활약을 기대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은 상황이다. 아시안쿼터로 애초에 합류하기로한 윌리엄 나바로가 갑작스럽게 계약이 불가능해지면서 대신 영입한 크리스찬 데이비드도 어느정도 역할을 할지 미지수다.
사실 삼성의 가장 큰 문제는 용병에 있다. 새롭게 합류한 용병 듀오인 이매뉴엘 테리와 마커스 데릭슨도 컵대회 모습을 보면 합격점을 주기가 매우 힘들다. 그래도 외곽 득점력에서 녹슬지 않은 감각을 선보인 데릭슨은 선방했다 쳐도 테리가 굉장히 실망스러운데, 박스 안에서는 몸싸움이 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밖에서 부터 시작하는 플레이가 원활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스윙맨의 모습을 보였다. 두 용병이 골밑에서 비벼주지를 못하니, 같이 나오는 이원석이 어쩔 수 없이 골밑으로 더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신장과 윙스펜에 비해 몸싸움이 약점이 이원석이라 안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해매는 모습을 보였다. 코트를 보다 넓게 활용하고 싶은 은희석 감독의 의도는 알겠지만 두 용병은 아직 용병의 역할 비중이 큰 KBL에서 확실한 메리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허약한 포워드 라인도 고민거리다. 지난시즌 큰 기복을 보여준 임동섭, 장민국 등은 컵대회에서 확실한 인상을 남기는데 실패하였다. 그렇다고 가드 라인업을 늘리기에도 이동엽, 김현수, 이호현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신동혁이 기대이상의 활약을 하긴 했지만 엄연히 신인인 만큼 큰 활약을 기대하기엔 어렵다. 가드진과 이원석의 고리 역할을 해줄 3번 포지션에 대한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대학농구를 보아오면서 은희석 감독이 과연 어느시점에 어떤 프로팀으로 향할지는 굉장히 궁금한 점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삼성이란 점에서 의아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아마 농구에서 수준급의 선수를 모아왔던 연세대와 달리 삼성은 누구나 인정하듯 현 KBL에서 최약의 로스터를 가지고 있는 팀이다. 좋게 보면 백지 상태여서 본인의 색을 입히기엔 안성맞춤일 수도 있지만 나쁘게 보면 원하는 경기력을 수행하기엔 기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제 은희석 감독이 상대하는 팀은 연고대를 제외하고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대학농구 팀들이 아니다. 도전자의 자세로 첫 시즌인 만큼 성적 보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될 것이다.
전주 KCC 이지스
21-22 시즌 9위, 21승 33패
IN
이승현, 허웅 (FA)
론데 홀리스 제퍼슨 (용병)
박경상 (트레이드)
송동훈, 여준형, 김승협 (신인)
OUT
송교창 (상무)
곽동기 (군대)
유현준 (FA 보상선수)
● 22-23시즌 로스터
가드 | 유병훈, 허웅, 김동현, 박재현, 정창영, 송동훈, 김지완, 김승협, 박경상, 이진욱 |
포워드 | 론데 홀리스 제퍼슨, 전준범, 이근휘, 여준형, 이승현, 김상규, 곽정훈 |
센터 | 김진용, 박세진, 라건아, 서정현 |
● 예상 선발 라인업
과감한 FA 투자의 결과는?
지난 시즌의 부진은 이번 비시즌의 추진력을 얻기 위한 1보 후퇴였을까? 에어컨리그에서 FA 빅6 중 가장 대어였던 이승현과 허웅을 각각 첫 해 보수 총액 7억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5년이란 계약 기간으로 영입하는데 성공하였다. 라건아와 호흡을 맞출 골밑 선수의 부재와 이정현의 노쇠화로 해결사 역할의 고민에 빠져있던 전창진 감독에게는 회심의 한 수 같은 영입이었다. 작년 팀 리바운드 9위 (평균 36개)로 제공권에 약점을 보이고. 3점슛 성공률 32.5%라는 다소 아쉬운 수치를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체운 영입이었다. 여기에 벤치에서 쏠쏠하게 스코어러로 활약 할 수 있는 박경상도 무상 트레이드로 영입하였다. 팀 내 최고 스타였던 송교창이 상무에 입대한 것은 아쉽지만, 말그대로 탄탄한 보강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용병 계약. 타일러 데이비스를 재영입하면서 2년 전, 화려한 돌풍을 다시 꿈꿨지만 데이비스의 미적지근한 계약 이행에 견디다 못해 계약을 포기하고 대신 NBA 경력이 풍부한 론데 홀리스 제퍼슨을 영입하였다. 커리어 평균 9득점 5.5리바운드 1.9어시스트를 NBA에서 기록한 제퍼슨. 급한 영입 치고는 빅 네임을 데려오는데 성공했으나, KCC와 전창진 감독이 그간 원했던 라건아의 떨어진 보드 장악력을 매꿀 용병 스타일과는 다른 포워드 형이라는 것이 걸린다.
문제는 볼 핸들러
하지만 그보다 KCC의 더 큰 문제는 볼 핸들러의 부제이다. 송교창은 입대하고 유현준은 FA 보상선수로 DB로 이적하면서 (군입대로 1년 뒤에 합류) 온전한 볼 핸들러 역할을 할 선수가 부족해졌다. 모션 오펜스를 추구하는 전창진 감독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드 혹은 메인 볼 핸들러에게 리딩과 디시젼에서 많은 역할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포지션에 대한 중요도는 말 할 것도 없지만 당장 KCC의 로스터를 보면 이 롤을 수행할 인원이 마땅치 않다.
이승현은 탑에서 피딩이 좋은 빅맨이지만 하프코트에서 부터 리딩을 전담할 수 없고, 허웅은 리딩 보다는 스코어러에 더 집중된 선수이다. 그렇다고 기존 로스터를 돌아봐도 딱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간 좋은 활약을 한 가드 정창영이나 김지완도 리딩 가드라기 보다는 2번이나 3번에 가까운 듀얼 가드 스윙맨 자원이다. 결국 온전한 리딩 가드 역할을 할 선수는 이진욱이나 박경상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 선수들 역시도 패스나 경기 조율에는 큰 장점이 없는 선수들이다.
전창진 감독이 신인드래프트에서 양준석을 정말 많이 원했을 것 같으나 현실은 4픽이었다. 고심 끝에 전창진 감독은 리딩이 가능한 자원인 송동훈을 지명하였다. 지명 당시에는 물음표가 남았으나, 컵대회에서 기존 가드진이 압박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충분히 납득이 되는 선택이었다. 많은 팀들이 아시안쿼터 가드 자원으로 쏠쏠한 보강에 성공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KCC도 엔트리 정리를 좀 더 해서 필리핀 가드진을 컨택해 보는 것은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지션 밸런스를 얼마나 빨리 맞출 수 있냐가 관건
KCC는 허웅, 이근휘, 전준범 등 외곽에 좋은 슈터진과 골밑에 이승현 - 라건아라는 든든한 국밥 조합이 버티는 팀이다. 이 라인업을 살리기 위해선 일선에서 공을 공급해 줘야할 자원의 임무가 막중하다. 송교창 없이 첫 시즌을 맞는전창진 감독이 과연 이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시즌 초에는 최대한 많은 조합으로 최적의 라인업을 뽑아내는 작업을 하는 부침을 겪지 않을까 예상된다.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자한 KCC의 이번 시즌 향방은 빨리 포지션 밸런스를 잡아내는 것이 될 전망이다.
첫댓글 하....요즘 농구 잘 안보지만 나의 삼성이 저리 망가질줄이야....꼴찌만 면했음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을듯 하네요
올해까지는 발판을 다지는 시즌으로 봐야될거 같습니다
KCC 가드에 오타가 있네요 ~ 김동현이요 ~
좋은 분석글 잘 읽었습니다 ^^
어이쿠 이런 실수가.. 감사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제 의견하고 비슷하네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컵대회가 전부는 아니지만 컵대회만 봤을 때는 삼성과 KCC가 이번 시즌에도 6강 탈락 후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두 팀이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으면서 좋은 경기 펼쳤으면 좋겠네요. 특히 KCC는 6강 탈락한다면 전창진 감독의 자리도 위태로울 것 같습니다. 삼성은 지난 시즌 9승 ㅠㅠ 두자리 승수도 못 올렸네요. 이번 시즌은 다르겠죠? 화이팅입니다.
은희석 감독의 색을 입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내요. KCC는 그래도 6강 경쟁을 할것 같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대부분 고개 끄덕이면서 읽었네요 ㅎㅎ 올시즌도 곧 시작이네요 두근두근
토요일 개막 전까지 프리뷰 다 쓰는게 목표인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ㅠㅜ. 곧 개막입니다 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