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수도 순천
산, 바다, 강이 어우러진 축복의 땅
순천시내에서 차로 10여 분가량 이동하면 도착하는 순천만은 국내에서 경관이 가장 아름답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순천만은 남북으로 길게 여수반도와 고흥반도가 에워싸고 있어 마치 항아리 모형의 내만이다. 순천만은 강 하구를 비롯 갈대밭·염습지·갯벌·섬 등이 다양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주변에는 광활한 논(간척지)·양식장·갯마을·수로·낮은 구릉 등이 어우러져 있어 계절별로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낸다. 순천만에서 반대 방향으로 차를 돌려 30여 분가량 달리면 천년고찰 선암사와 승보사찰 송광사를 품고 있는 조계산을 만난다. 산 주변에는 우리나라 조선시대 생활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낙안읍성이 자리하고 있다. 순천시가지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동천과 옥천의 맑은 물 등은 삼산이수(三山二水)의 고장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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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 날고 짱뚱어 뛰는 ‘생태 보고’
순천만은 순천시내에서 남쪽으로 8㎞ 가량 떨어져 있다. 지난해 람사르총회가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람사르가 총회 공식방문지로 지정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지난 2005년에 불과 50여 만 명이 찾았던 순천만에 지난해 260여 만 명이 다녀갔다. 이로 인한 경제적 부가가치도 1000억 원대에 달한다. 세계 5대 연안습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순천만이 각광받게 된 것은 2568㏊의 넓은 갯벌과 갈대, 철새가 조화를 이루며 청정하게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순천만의 S자 ‘수로(水路)’에 비친 ‘낙조(落照)’는 비경으로 꼽힌다. 순천만 넓은 갯벌에는 짱뚱어가 뛰고, 염생식물인 칠면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동천하구의 갈대밭은 길이가 4㎞에 달한다. 용산 전망대에서 바라 본 순천만은 누군가 정성 들여 가꾸어 둔 정원과도 같다. 순천만을 구성하는 다양한 자연공간들은 자연스럽게 하천과 개울로 이어져 서로를 껴안고 어우러져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순천만은 소설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순천만을 “무진교를 걷다 보면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지는 갈대와 갯벌, 철새의 환상적인 만남이 이어진다”고 노래한다. 순천시는 순천만에 ‘자연생태관’과 국내 유일의 ‘평지천문대’를 만든 데 이어 생태자원의 보존을 위해 ‘전봇대 뽑기’와 ‘내륙습지 복원’, ‘환경저해 시설 이전’ 등을 추진 중이다.
1 조계산 자락에 위치한 순천 낙안읍성. <순천시청 제공>
2 순천시는 도서관 40여 곳에 52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순천시청 제공>
3 송광사는 고려 때 보조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우리나라 삼보사찰 가운데 하나다. <경향신문>
4 2568ha의 넓은 갯벌과 갈대밭이 어우러지는 순천만. <순천시청 제공>
문화예술의 혼 숨쉬는 ‘역사 도시’
순천만에서 반대쪽으로 30여㎞ 거리에는 천년고찰 송광사와 선암사가 조계산 품에 안겨 있다. 송광사는 고려 때 보조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전통 승맥을 계승하면서 모두 16국사를 배출한 우리나라 삼보사찰 가운데 하나다. 사찰 입구 불일폭포와 삼청교를 지나 경내로 접어들면 은은한 향내와 풍경소리에 몸과 마음이 절로 경건해진다. 대웅전과 목조삼존불감, 국사전, 비사리구시 등은 송광사의 자랑거리이다. 반대편에는 신라 말기 도선국사가 중창한 선암사가 있다. 태고종 본산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승선교(보물 제400호)가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 있는 것이 신비롭기만 하다. 우리나라 ‘가보고 싶은 숲길’ 가운데 하나인 진입도로는 푸른 계곡물과 각종 나무숲이 조화를 이뤄 그림 같다. 사찰 내 와송과 홍매화는 신비로움을 더한다. 대웅전과 삼층석, 마애불은 선암사의 자랑거리로 꼽힌다. 선암사를 중심으로 자연스레 조성된 조계산 작설차 밭은 인접 일본은 물론, 유럽까지 명성이 나 있다. 선암사 입구 ‘야생차 체험관’은 은은한 차 향을 음미하며, 다도(茶道)를 체험하도록 잘 꾸며져 있다. 송광사에서 선암사로 넘어 오는 등산로 길목의 ‘천자암’에는 800년 수령의 ‘쌍향수’ 가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다. 고인돌 공원은 선사시대에서 신석기·청동기시대까지의 순천지역 선대의 생활상을 엿보게 해준다. 순천시는 향림사를 비롯해 정혜사·동화사·금둔사·흥륜사 등 많은 사찰과 함께 국가지정 문화재만 62점을 보유하고 있다.
소박한 인심과 풍요로움 넘치는 곳
순천 낙안읍성은 국가 사적 제302호로, 조계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조 태조 6년(서기 1397년)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김빈길 장군이 흙으로 축조한 것을 인조 4~6년(서기 1626~1628년) 군수로 부임한 임경업 장군이 돌로 쌓아 만든 것으로, 높이 3m짜리 성곽만도 약 1400m에 달한다. 성 안에는 동헌·낙안루·낙안객사·돌샘과 주민이 거주하는 크고 작은 초가집 140여 채가 놓여져 있다. 성밖에도 초가집 57여 채가 있어 낙안읍성 성 내외 초가집 200여 채에는 모두 120세대, 280여 주민이 소박하게 생활하고 있다.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생활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다. 주변의 넓은 농경지와 과수원은 풍요로움을 더한다. 최근 들어 낙안배와 청정오이 등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가을이면 성안 초가 지붕 위에 누런 호박과 감나무에 매달린 연시 등이 넉넉함을 말한다. 밥 때에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가 마을을 덮는 풍경은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어 정감 어리게 다가온다. 주민들은 매년 음력 정월 보름이면 임경업 장군 비각에서 제를 올리고 널뛰기와 그네뛰기, 성곽돌기 등 다양한 민속행사를 열고 있다. 순천시는 10여 년 전부터 봄에는 민속문화축제를 열고, 가을에는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도록 ‘남도음식문화축제’ 를 열어 관광객에게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다.
세계적 생태정원, 녹색성장 잰 걸음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 는 생태도시 순천의 녹색성장 틀을 확고히 해줄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시는 순천만 상류 쪽 풍덕·도사동 일원 152㏊(약 46만평)에서 ‘2013 순천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해 시민과 한마음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다. 국제정원박람회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순천시는 최고의 ‘명품정원’을 만들어 천혜의 자연정원인 순천만과 연계하여 세계 유일의 ‘에코 그린타운’을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이곳에는 ‘세계정원’과 ‘테마정원’, ‘한국정원’ 등 국내외 정원이 조성되고, 토목·치수·IT(정보통신) 등 다양한 문화와 기술이 총체적으로 모아지게 된다. 순천시는 이를 위해 지난 4월17일 정부로부터 국제행사 승인을 받은 데 이어 같은 달 24일부터 26일까지 국제행사 승인 기관인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의 현지 실사까지 마쳤다. 오는 16일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열리는 AIPH총회에서의 최종 승인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행사는 2013년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열릴 예정이다. 순천시는 이와 함께 최근 녹색성장 기반의 하나로 해룡산단에 국내 최대의 자전거 생산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행보도 가속화하고 있다. 비옥한 간척지 등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은 국내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다.
넘치는 학습열기, 교육 중심지
순천은 생태자원뿐 아니라 시민들의 학습 열기도 높다. 전남 동부권 최대 교육도시로 명성이 나 있다. 이는 각종 학습시설들이 고루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도심은 물론, 농어촌에서도 손쉽게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순천시의 시민 1명 당 도서관 장서가 전국 평균의 2배, 시민 7000명 당 도서관 1개, 국내 기초 지자체 평균의 8배에 이르는 ‘작은도서관’ 등은 순천시민의 학습열기와 독서문화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순천시는 지난 2003년 11월 전국 최초의 ‘기적의 도서관’을 유치하여 개관한 것을 시작으로 독서열기가 확산되기 시작하여 현재는 크고 작은 도서관 40여 곳을 갖추고 있다. 보유 장서도 52만여 권으로, 시민 1인당 1.9권의 장서를 확보하여 전국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도 도서관 개설사업은 이어지고 있다. 행사도 다양하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텔레비전보다 책을 더 가까이하도록 ‘TV 안 보는 날’을 정해 운영하고, 독서 관련 문화행사도 다양하게 열어 시민들이 자연스레 책을 곁에 두도록 하고 있다. 순천시는 시민들의 독서 열기를 돋우기 위해 매년 ‘한 권의 책’을 선정, 보급한 뒤 가을에 해당 작가를 초청하여 시민들과 대화를 통해 문학체험을 하도록 하고 있다. 순천시는 2003년 전남에서 처음으로 정부로부터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받았다. 이후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목요일에 유명 인사를 초청, ‘순천사랑 아카데미’를 열어 시민들의 학습 열기에 부응하고 있다.
해질녘의 순천만
서산 너머로 저녁 해가 지는 전남 순천만. 바다로 난 수로를 따라 한줄기 석양빛이 흐른다. 숨가쁜 일정을 오가던 쾌속선도 마지막 궤적을 그리며 하루를 마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와 전라선 철도를 이용하면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남해고속도로는 서울 쪽에서 올 경우 광주를 지나 순천 IC를 통해 시내로 진입하고, 철도는 순천역을 이용하면 된다. 전라선 열차의 서울~순천간 운행은 하루 10여 회, 소요시간 무궁화 기준 5시간 가량이다. 고속버스는 순천~서울간 오전 6시부터 다음날 0시까지 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소요시간 4시간 30분, 우등 요금 2만8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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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신택리지, 나영석, 경향신문)
2023-11-17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