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태풍'의 시간..9호·10호·11호 태풍 한반도 영향은?
찌는 듯한 더위도 끝이 보입니다. 폭염경보 기준(35℃)을 넘나들던 낮 기온이 이번 주말 폭염주의보(33℃) 수준으로 내려오고 다음 주에는 30℃ 선까지 낮아질 전망입니다. 열대야도 다음 주 중반 이후로는 없는 날이 많겠습니다.
가을의 문턱으로 접어든다는 '입추' 절기가 토요일(7일)입니다. 조금만 견디면 선선한 가을을 맞게 될까요?
아직 방심할 수 없습니다. 짧고 굵게 퍼부은 장맛비와 이후 '열돔' 폭염을 지나 이제 우리에게는 '태풍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 한반도 남쪽에서 9호, 10호, 11호 태풍 연이어 발생
올여름 육지가 뜨거웠던 만큼 바다도 펄펄 끓었습니다. 아래 위성영상을 보면 한반도 남쪽 해상에 3개의 소용돌이 구름이 포착되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어제(4일) 타이완 서쪽 해상에서 9호 태풍 '루핏'으로 발생했습니다.
'루핏'은 필리핀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잔인함'을 의미합니다.
오른쪽 2개의 소용돌이는 오늘 오전까지 '열대 저압부'(TD) 상태였습니다. 열대 저압부는 태풍으로 발달하기 전 단계를 의미하는데요. 오늘 오후 3시 기준으로 열대 저압부들이 10호 태풍 '미리내'와 11호 태풍 '니다'로 발달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남쪽에서 3개의 태풍이 동시에 북상하게 되는 건데요.
태풍은 어디로 향하고,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9호 태풍, 오는 10일 일본에 '재상륙'할 듯
먼저 9호 태풍 '루핏'을 보겠습니다. 태풍은 현재 중국 산터우 북동쪽에 상륙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해안과 가까운 육지를 지난 뒤 다시 해상으로 빠져나오겠고 계속 동쪽으로 이동해 일본 가고시마 북서쪽에 상륙할 전망입니다.
지금 예상 대로 북상한다면 태풍이 우리나라와 가까워지는시점은 오는 10일쯤입니다. 저기압인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로 북상하는데요. 현재 우리나라로 확장해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음주 초에는 더 동쪽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태풍이 한반도로 직접 북상하지 않고 동쪽으로 향하겠다고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태풍들과 진로가 다른 이유는 태풍이 북위 20도 이상 고위도에서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적도 가까이에서 태어난 태풍들은 대부분 서쪽으로 향하다가 중위도에서 편서풍대를 타고 우리나라 쪽으로 방향을 틀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태풍 '루핏'은 발생하자마자 서풍 계열의 바람인 몬순(계절풍)을 타고 오는 건데요. 10호 태풍 '미리내'와 상호 작용으로 속도가 느려지는 데다가 태풍을 끌어주는 바람이 약한 상태라 이동 속도가 매우 느리겠습니다.
또 태풍으로 발생한 뒤 곧장 육지에 상륙하면서 세력을 크게 키우지 못해 중심기압 990헥토파스칼(hPa) 정도의 약한 강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 부근 바다와 남해상에 간접 영향이 예상되지만 아직은 변동성이 큽니다. 세계 각국의 수치예보 모델마다 조금씩 다른 진로를 예측하고 있어 우리나라 영향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 10호 태풍 '미리내' 발생, 9호보다 먼저 우리나라 영향?
오늘 오후 발생한 10호 태풍 '미리내'의 경우 우리나라 바로 남쪽에 위치한 만큼 9호 태풍보다 거리가 더 가깝습니다. 태풍은 도쿄 남동쪽을 스치듯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10호 태풍의 진로는 9호보다 더 동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우리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겠습니다. 다만 태풍이 가까워지는 7~8일에 동쪽 지역에선 주의를 해야합니다.
태풍의 중심에서 불어나온 동풍이 동해안으로 밀려들겠고 특히 태백산맥에 동풍이 부딪히며 강한 비구름대를 만들 것으로 보여 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11호 태풍 '니다'의 경우 일본에서도 멀리 떨어진 해상으로 올라올 것으로 보여 한국과 일본 모두에 영향이 없겠습니다.
■ 태풍 지나고 폭염 끝? 체감온도 높아 '폭염주의보' 지속
9호 태풍 '루핏' 위성영상
이전에 6호 태풍 '인파'와 8호 태풍 '네파탁'이 지나며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를 흔들어놓았죠. 태풍 통과 이후 뜨거운 열돔이 흩어지고 상층 찬 공기가 밀려오며 국지성 강수가 잦아졌는데요. 이번 태풍들 역시 폭염에 영향을 줄까요?
[연관기사] 한반도 ‘열돔’ 잡으러 온 ‘태풍’…언제까지 더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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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태풍 통과로 다음 주 한낮 기온은 30℃ 안팎으로 내려가겠지만, 일시적으로 많은 수증기가 공급돼 습도는 여전히 높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체감온도에 의한 폭염특보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기온 자체는 내려가도 여전히 폭염주의보는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인데요. 폭염의 절정은 지났지만 여름이 완전히 물러갈 때까지 건강을 잃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8월 4일 기준)
또 우리나라 남쪽에서 한꺼번에 3개의 열대성 소용돌이 구름이 만들어질 정도로 현재 바다는 뜨거운 상황입니다. 해수면 온도를 보면 우리나라 남서쪽 타이완부터 적도 부근 필리핀까지 30℃ 안팎의 고수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0호 태풍 이후에도 뜨거운 바다에서 언제든지 강한 태풍이 발생할 수 있고 위치에 따라 한반도에 상륙할 수도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태풍의 개수는 평균 3.4개, 그러니까 서너 개 정도입니다.
올여름엔 아직 본격적인 태풍의 영향에 들지 않은 만큼 막바지 폭염과 함께 태풍이 몰고 올 강풍과 폭우에 대한 대비도 서둘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