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관리소장이 전기안전관리자를 겸직해서는 안된다는 국토해양부의 유권해석과 상반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관리소장의 전기안전관리자 겸직허용을 놓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민사2부는 최근 울산 북구 M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과 전기안전관리자의 겸직이 불가능함에도 이를 겸직하면서 전기기사 자격수당과 시간외 수당, 전기검침수당 등으로 횡령한 총 1천8백27만여원을 달라.”며 이 아파트 전(前) 관리소장 A씨와 관리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횡령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대표회의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2심 판결을 인정, 원고 대표회의의 상고를 기각했다(본지 제941호 2012년 12월 10일자 1면 보도).
재판부는 “주택법이나 전기사업법의 어느 규정을 보더라도 상호간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며 “관리소장이 전기안전관리자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한 이를 겸직한다고 해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겸직으로 관리업무를 소홀히 하는 등의 임무 위반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그로 인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국토해양부는 관리소장의 전기안전관리자 겸직과 관련해 지난 2010년 1월 주택법 제43조 제4항, 동법 시행령 제53조 제1항 및 제6항과 관련한 [별표4] 및 동법 시행령 제69조 제2항에 따라 전기사업법 등에서 규정하는 기준 이상의 기술자를 갖춰야 하므로 주택관리사(보)는 관리사무소장직 외에 전기안전관리자직을 겸직해서는 안된다고 유권해석 했으며, 지난 2011년 3월에도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에 배치되는 관리소장은 주택법 제55조 제3항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직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관리소장이 고도의 주의력을 요하는 전기안전관리자를 겸직하는 경우 관리자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처럼 국토부의 유권해석과 정반대로 내려진 법원의 판결에 대해 일부 관리소장 및 관계자들은 전기안전관리자를 겸직하고 있는 관리소장의 권익이 침해돼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서초구 A아파트 관리소장은 “이번 판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택관리사가 관리소장 외에 전기안전관리자의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며 “국토부는 명문화된 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자의적 해석으로 행정규제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 수원시 B아파트 관리소장은 “지난 2011년 일부 지자체는 관리소장이 전기안전관리자를 겸직해서는 안되므로 벌금과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공문을 공동주택에 보냈고, 해당 공동주택은 이 공문을 근거로 전기안전관리자 겸직 관리소장의 퇴직을 권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법령에 존재하지 않는 겸직금지 조항이 어떻게 위법사항이 될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인천 계양구 E아파트 관리소장은 “주택관리사로서 전기기사의 자격을 취득하고, 전기안전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공동주택 설비의 기능적인 개량과 함께 관리비 절감을 목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진 산물”이라며 “관리소장의 전기안전관리자 겸직이 위법이라면 경리 겸직이나 방화관리자의 겸직 등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제재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 성동구 D아파트 대표회장은 “주택관리업자와 전기안전관리자의 업무를 한 사람이 수행함으로서 해당업무를 해태한다고 할 수 없다.”며 “전기안전관리자의 업무를 전기안전대행업에 위탁관리시 보통 주 1회의 방문을 통해 유지관리 업무만 수행하는 것에 비해 전기안전관리자로 선임된 관리소장은 상시점검이 가능한 것은 물론 해당 단지의 에너지 절감사업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관리소장의 전기안전관리자 겸직금지는 당연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경기 부천시 E아파트 대표회장은 “국토부가 관리소장의 전기안전관리자 겸직을 금지하는 것은 그만큼 공동주택에서 전기업무가 중요하다는 방증”이라며 “관리소장이 전기안전관리자를 겸직하고 있는 단지에서 전기관련 사고가 발생하거나 겸직허용을 구실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법령을 준수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F아파트 관리소장은 “아무래도 관리소장과 전기안전관리자를 겸직하게 되면 두 업무에 모두 충실할 수 없다.”며 “방화·조경관리자 등과 달리 전기는 아파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업무의 겸직과 동등하게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주택관리사 단체의 한 관계자는 “일부 공동주택에서 관리소장 채용시 전기안전관리자 자격을 먼저 요구하는 등 주택관리사(보) 자격은 곁가지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주택관리사(보) 자격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전기안전관리자 겸직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아파트 관리 전문가들은 “이같은 논란은 주택관리사(보)의 겸직에 대해 명확하게 법령에 명시하지 않은 채 두리 뭉실한 입장만 내세웠기 때문”이라며 “단지 규모에 따라 부분적으로 겸직을 허용한다는 등의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