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카페 덕분으로 100분 토론에 다녀오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실내 촬영장에 들어가니 정준희 교수님과 유시민 전장관님이 잘 보이는 자리는 이미 다 차서
정준희 교수님과 홍준표시장님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방송을 봤습니다.
그 위치엔 홍시장님을 좋아해서 지방에서 올라온 분도 홍시장님 저서를 챙겨온 분도 계셨습니다.
진행자인 정준희 교수님이 처음 자리잡으시고
유시민 전장관님께서 들어오셨는데 방송 스텝들하고 간단한 대화를 하시며
스텝들 긴장을 풀어주려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았습니다.
이후 들어오신 홍준표시장님은 처음뵀는데
건강이 괜찮으신 지 걱정이 될 정도로 굉장히 왜소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래서 나이땜에 지난 대선이 마지막 출마라고 했구나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방송 전에 홍시장님은 유전장관님께 시청률 잘 나오게 세게하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고
유전장관님은 홍시장님이 준비해오신 서류를 테이블에 올려두자 반칙이라고
장난스럽게 이의제기하셨습니다.
홍시장님은 굉장히 당황해 하면서도 끝까지 서류를 가지고 토론을 하셨습니다.
토론 방송을 오래 보았지만 현장에서 보는 것은 tv로 보는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토론자의 발언이 말의 뉘앙스, 표정, 태도, 호흡, 가까운 거리에서 전해지는 미묘한 감정들 등으로 전달되는데
내가 그동안 연극을 영상으로 보듯 토론방송을 보았구나 싶었습니다.
앞으로는 되도록 토론을 현장에서 봐야겠구나 생각했고
많은 분들이 한번이라도 현장에서 토론을 지켜보실 수 있게
방송사에서 지역을 돌며 토론방송을 진행하면 좋겠단 생각도 했습니다.
어느 분께서 투표를 하기 전엔 꼭 후보자들을 만나보고 이야기 나눠봐야 한다,
그러기 전엔 그 사람을 알 수 없으며 방송으로 보는 것으론 그를 알 수 없다고 하신 이유를 체감했습니다.
유시민전장관님은 정치인일 때, 박근혜정부 때, 어제 세번 뵀습니다.
정치인일 땐 많이 지쳐보여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고
박근혜정부 땐 너무 아파서 누구와도 눈마주치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젠 괜찮은 척이 익숙해보였지만 여린 그 마음이 느껴져 제가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웠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려는 그의 진심에 무어라 대답해야할 지 아직도 모르겠는 저의
자기방어적 눈물이 날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부끄러움에 관한 글을 써보려 할 때마다
언제 가장 부끄러운지 떠오르지 않아 쓰지 못했는데
어제 유시민 전장관님을 뵙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부끄러움이 너무 수치스러워 지워버리며 살고 있고
그로 인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지조차 모르며
그의 진심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것이 부끄러워
마주한 존경하는 이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구나.
100분토론을 방청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해도
제가 유시민 전장관님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 이유가 뭔지 알 수 없었는데
방청후기를 쓰다보니 깨닫게 되어 부끄러움에 관하여도 함께 글을 남깁니다.
사람마다 누군가를 만날 때 느끼는 인상은 다 다를 겁니다.
저는 이러했다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첫댓글
궁금한자 님 글도 이렇게 잘 쓰시는 거였어요? ^^*
어제 감사드립니다. 🥰
와 감동적이잖아요~~~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코 끝이 찡~하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궁금한자님 좋은 후기, 진심담긴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토론은 가급적 현장에서 볼 수 있도록 더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해요!
궁금한자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에게 부끄러움은 뭘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궁금한자님의 글이. 부끄러움은 때로느 저의 강한 척, 똑똑한 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이고, 때로는 제 일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내적 에너지인 거 같아요. 둘 사이 간극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서 좀 줄이고 싶은데 지금껏 정반대 방향으로만 훈련이 돼 와서 쉽지 않구만요. 쩝.
궁금한 자님!후기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저를 반성하게 되네요 어제 현장에 있었지만 컨디션 난조로 토론이 귀에 잘 안들어왔어요 지금 다시보기하고 있는데 유작가님 많은 말씀하셨네요 눈빛으로도 말씀하시는 분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4.11 01:04
궁금한자 !! 님 소중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갑자기 슬퍼지네요..
예전 멋진 캐주얼정장의 장관 시절 부터..
많고 많았던 여정들까지 ..
고맙습니다
후기 잘봤습니다 토론장에서 많은 여럿 생각들 하신거 같에요
나중에 글한번 다시 보게 될것 같군요
축하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