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처녀에게>
- 2004. 4. 20. 화. 신형호-
그래 오랜만이네.
몸이 조금 좋아졌다니 정말 다행이다.
봄이란 놈은
여기도 사정없이 온통 뒹굴고 야단이다.
연일 수은주가 초여름이 그리운지
20도 후반을 오르락 내리락 한단다.
지난주엔 나도
설악산쪽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었지.
개인적으로는 정말 10여년 만에
밟아보는 설악산이었단다.
일정을 빡빡하게 잡은 관계로
사흘 밤낮을 파김치 되어 다녔다.
돌아오자마자 또
몸살이 스믈 스믈 살아나더라.
꼬박 이틀 누워 있었건만
아직도 몸이 비실거리네.
늘 운동하고 몸 관리하는 데는
남보다 신경을 쓴다고 한다마는
독감 바이러스가 제철을 만난 양
이제는 목으로 와서 간질거리며
연신 기침을 하도록 하네.
난 바보 인가봐.
강원도 평창 ‘봉평’의‘이효석문학관’을 거쳐
양양의 ‘낙산사’와 ‘의상대’
그리고 ‘통일 전망대’를 지나
설악산의 ‘신흥사’와 ‘비선대’
다시 모래시계로 유명한 ‘정동진’
속초의 ‘환선굴’을 거쳐
나의 마음이 고향이자 초임근무지인
태백과 봉화의 산골을 둘러 다녀왔었지.
한편으로는 새로운 감회로
마음이 흐뭇했지만
바쁜 일정에 애들 관리하랴
몸은 정말 피곤이 겹쳐오더라.
선거 날 봄산을 산책하니
여긴 이미 그렇게 찬란하게 자랑하던
진달래도 개나리도 산수유도 목련도
모두다 팔랑 사라지고
새로운 연두빛 순이 아름답게 그자리를
메우고 살랑거리며 나그네를 맞아주네.
다행히 겹으로 핀 분홍의 살구꽃인지
배꽃나무와 청도 가는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복숭아꽃만이 마음속을 붉게 물들이더구나.
봉우는 언제나 조용하구나.
광수도 아무 소식도 없고
병준이도 낙서판을 고치지 못하고 있으니
더욱 깜깜한 마음 같네.
하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고
인간세상살이 흥망성쇠의 연속이 아니더냐.
지금의 침체기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
아침 출근길이 유난히 가슴 설레더라.
파릇파릇한 은행잎이 줄지어 반겨주고
좀 이른 흰색과 보라빛의 라일락이
짙은 향기를 토하면서 출근길의 강가를 수놓고 있더라.
곱게 가꾼 팬지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고 있고
산새 몇 마리 아침 산책을 하느라 분주하더군.
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잠시의 수채화 한 장이지만.
하루빨리 건강 회복하고
좋은 꿈 고운 꿈만 꾸고 살아라.
여건이 되면 얼굴 볼 날도 있겠지.
행복한 날
사랑하는 날
감사하는 날만 되기를...
<꽃비가 오시네.>
- 2004. 4. 25. 월. 백장미-
여명은 으슬함 으로 오고
풋 자란 잎사귄
여명이 그리워 수줍어하기에
내 눈 속의 여명을 넣고
나무 위에 여명을 던진다.
새로운 날은 가슴을 열게 하고
돌아 볼 날은 가슴에 묻으며
어설픈 날도 아름답고
아픈 날도 아름다운
세월의 나이테 속에 서서
주황빛 그리움은 피안이고
노랑빛 그리움은 영안이라
흔적 없는 그리움에 묻혀
살아 갈 꽃 벽을 만들며
꽃비를 뿌려 본다.
요동치던 아이는
어느 새 잠잠하여 화안하고
아픈 만큼 성숙한 모습으로
새로운 꽃비 속에
그늘 없이 서 있다.
진한 향기 풍기는
시간 속으로 함께 들어 가
아이도 나도 꽃비를 맞으면
중천에 떠오를 해님이 질투 할 것도 같아
손잡고 뛰어 본다.
아침이 열리면
노랑나비도 꽃비도
무지개 타고 날아 갈 것 같아
이 쪽 에서 저 쪽 까지
마구 마구 내 달아 본다.
아마도
가슴속엔
가득한 꽃비가
영원한 화인이 되어
남은 날을 살게 하리라.
꽃 보다 아름다운
내 아득한 날들이
시간 속에 서서
못 다 본 곳으로 인도 할 것 같아
다시 시간 속으로 기쁘게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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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디어 늙으려는지
너도나도 몸살이 난리구나.
우선
평안을 얻고 건강하고 난 후
즐겁게 할 일을 찾아보자.
무슨 이유인지도 몰라도
봉우는 마냥 조용하고
내 그리움은 끝이 없는데
사월은
어느 새 마지막 주를
미련 없이 내 달리네.
오월이 오면
조금은 생기 도는 모습으로
다들 편히 나타났으면 싶다.
좀더
많이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내일을 향해 가면 좋으련만.
건강해라.
갈수록 말을 아껴야 하는 게
조금은 섭섭하단다.
그동안 너무 말 못 하고 산
이방인 인 탓이라
남들이 하는 툭탁거림이
별로 익숙지가 못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