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회원 여러분께
벌써 3월도 중순인데 꽃샘추위가 여전합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님들 댁 내외 두루 안녕하시기를 빕니다.
지난 번 총회에서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이은봉입니다. 십 수 년을 넘게 시인으로, 대학교수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한국작가회의 살림을 맡게 되어 걱정이 많습니다. 하지만 1984년 12월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재창립된 이래 늘 본회와 호흡을 해온 만큼 회원들의 문학활동을 돕고, 한국작가회의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김남일 사무총장의 잔여임기인 1년 동안만 소임을 맡기로 한 만큼 굳건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작정입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작가회의는 이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을 포괄하고 있는 문인단체입니다. 전임 최일남 이사장님, 도종환 사무총장 체제 이래 우리 한국작가회의는 재정 및 사업 면에서 명확한 반석 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이명박 정부의 질 낮은 문화정책으로 하여 경제적인 억압을 받고 있는 것이 한국작가회의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작년 이래 한국작가회의는 사업수행에 많은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크게 빚을 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워 작년에는 김병익, 최원식, 최두석, 나종영 회원 등으로부터 특별회비 형태로 큰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원 여러분들께서 적극적으로 회비를 내주시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큰 차질 없이 김근 사무처장, 박혜영 사무차장, 이태형 간사 등의 임금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근검절약하는 가운데 사무처의 경상비도 어김없이 지출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혜택을 드리지 못하는데도 CMS 등의 형식으로 꼬박꼬박 회비를 내주신 회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렇기는 하더라도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기로 해 각종 사업을 수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각종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무국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이와 더불어 저희 한국작가회의 조직과 관련해서도 몇 말씀 올리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난 2월 26일 제24차 정기총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어 제가 사무총장으로 보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체 조직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작년 김남일 사무총장에 의해 마련된 조직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승계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공석 중인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장과, 통일위원회 위원장만 새로 뽑았습니다.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장은 황규관 시인이, 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유종순 시인이 맡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이사장단의 구성에는 아래와 같이 특별한 변화가 없습니다.
* 이사장 : 구중서
* 부이사장 : 최원식, 이은봉, 도종환, 나종영, 노경실
특별한 변화가 없기는 2010년 총회에서 결의한 사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지침서(집회 불참 확인서)가 여전히 살아 있는 한 한국작가회의로서는 그간의 태도를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작년 2010년 총회에서 결의한 사항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 문화예술위원회의 사과여부와 상관없이 2011년에도 보조금 수령을 거부한다.
* 현 정권의 잘못된 문화정책이 개선될 때까지 이른바 ‘저항의 글쓰기 운동’을 전개한다.
그런 결과로 한국작가회의 ‘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에서는 올해 들어 4대강 개발사업 반대운동과 관련해 2권의 뛰어난 사화집을 간행한 바 있습니다. 합동시집인 『꿈 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아카이브)와 합동산문집인 『강은 오늘 불면이다』(아카이브)가 그것입니다. 지난 총회 때 참석해주신 모든 회원들께 나누어드린 이들 2권의 책에 대해서는 도하의 많은 언론에서 깊이 있게 다루어 준 적이 있어 회원 여러분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1) 따라서 2010년 총회 결의사항 중의 하나인 ‘저항의 글쓰기 운동’은 ‘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위원장 : 도종환 부이사장)를 통해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홈페이지에 연결된 별도 블로그 http://blog.daum.net/writers1974 “좋은 언어로 세상을 채우자” 참고)
2)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거부하기로 하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본회의 기관지인 《내일을 여는 작가》일 것입니다. 주간인 임동확 시인의 각오에 따르면 아무리 힘이 들어도 올해(2011년) 한 해 동안 전반기(통권 59호)와 후반기(60호)로 나누어 2권 정도는 《내일을 여는 작가》를 간행하겠다고 합니다. 임동확 시인의 노력에 회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를 부탁 올립니다.
3) 올해에 해야 할 일 중에는 시분과 회원들을 중심으로 사무국에서 기획해온 사화집을 간행하는 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은 4월 초까지 작년부터 추진해온 사화집 『2011년 내가 뽑은 나의 시』부터 간행을 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 곧바로 『2012년 내가 뽑은 나의 시』도 기획할 것입니다. 되도록 시를 쓰는 모든 회원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4) 올해에는 민족문학 연구소의 활동도 일정한 결과물을 낳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2000년대에 간행된 작품을 중심으로 가칭 ‘2000년대 시선집’, ‘2000년대 소설선집’, ‘春秋硏究’ 등의 형태를 취한 단행본이 간행될 듯합니다. 나름대로 문학사를 정리하는 기획이 될 이들 선집의 출간에 대해서도 회원 여러분의 깊은 관심을 부탁 올립니다.
5) 올해에는 반드시 〈작가회의 수첩〉을 제작하겠다는 것이 사무처의 각오입니다. 실제로 〈작가회의 수첩〉을 만들 수 있도록 경비를 보조해주겠다고 하시는 분이 있기도 합니다. 2008년에 작가회의 수첩을 간행한 이래 무려 4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주소나 전화번호가, 바뀐 분이 많을 것입니다. 우편물을 받을 수 있는 주소가 바뀐 분은 반드시 바뀐 주소를 이메일이나 전화로 작가회의 사무국에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정확한 〈작가회의 수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작가회의 사업 중에서 정부의 지원이 끊겨 가장 힘든 사업은 각각 1천만 원 정도의 경비가 요구되는 <세계 작가와의 대화>와 <제17회 전국 고교생 백일장>입니다. 이들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도 이런 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갑작스럽게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의 소임을 맡은 저로서는 아직도 모든 일이 서툴기만 합니다. 업무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 한 채 이런저런 일에 참여하고 있다 보니 어리둥절해 할 때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구중서 이사장님과 여러 회원들의 지혜를 모아 매사를 조심스럽고도 빈틈없이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한국문학 전체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 치졸한 정부와는 얼마간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듯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현재 및 민주화의 현재를 냉철하게 이해해 한국문학에 반영하는 데도 이 치졸한 정부와 일정한 긴장을 유지하는 것은 두루 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한국작가회의는 정부를 향해 지침서(집회 불참 확인서)를 철회하라고 필요 이상으로 아우성을 치지 않을 것입니다. 빵만을 늘려 배만 채우려 하지 않고 진정으로 이 나라의 문화를 증진시키려 한다면 정부가 앞장서 한국작가회의와 손잡고 일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도 한국작가회의 회원들은 앞을 다투어 많은 성금과 특별회비 등을 내주었습니다. 올해에도 많은 회원들이 자진해서 CMS 등을 통해 회비를 납부해 주고 있습니다. 본회의 발전을 위해 회비나, 특별회비, 성금 등을 내주실 분은 사무처 박혜영 차장 (02-313-1486~7)에게 연락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11년 3월 15일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이은봉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