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동네 다가구앞에서 호규가 통화를 했다.
[밥먹었어?]
"아니..라면"
[고기도 안먹는데 매일 라면만 먹고 어떻게 사니]
"어차피 스프에 동물성 기름도 섞였을 건데 뭐"
[너 때문에 팜유튀김인가로 바꿔야겠다]
"꼭 그럴 필요는 없어. 나 그렇게까지 까탈한 놈 아냐. 눈가리고 아웅이지만 계란 안먹는 것만도 어딘데"
[지금 어디?]
"우리집 202호 방안이네"
[괜찮아?..거긴?]
"거기라니?"
[거기 말야. 난 아직도 얼얼하단 말야]
"나..나도 실은..이거 누가 우리 통화 엿들을지 몰라 불안하네"
[못들어. 들어본들 무슨 문제야? 문제 있겠니?]
"아니. 없어.."
[호규야. 나랑 살래?]
"사..살다니.."
[몰라서 묻니?]
"...."
[누구 눈치도 안보고 떳떳이 살고 싶단 말야. 식은 안올려도 좋아. 혼인신고 따위 안해도 좋아. 내 애들 신경 안써도 좋아. 네게 무엇 하나도 요구하지 않아!]
"...."
[당장 대답안해도 좋아]
"아니 나도 살고 싶어. 하지만 혼인신고도 하고 결혼식도 올려야 해. 가능하다면 누나 아이들도 책임지고 싶어. 남 눈치 보고 떳떳하지 못할 이유가 뭐야"
[여..역시..이내 갈게 좀 이따 봐]
"누..누나 산다면 그렇게 한다는 거지, 당장 살 수는 없어"
[당장 못살 이유는 또 뭐니?]
"나난..빚이 많아.."
[내가 모두 갚아줄게 그깟..]
"물질적인 빚이 아니라 마음빚이 많다고...내 말 뜻 모르겠어?"
[알아..그럼 호규야 네 모든 빚 갚을 때까지 기다려줄게. 마지막까지 난 널 기다릴거야. 맹세해..그동안 네가 누구와 바람피워도 심지어 결혼까지 해도 좋아. 사랑한단 말야 심호규! 난 네게 홀딱 반했다고. 옆에 있다면 다시 널...넣고 싶어..]
"누나..."
[지금 내가 너무 들이대는 중이니? 피곤해? 싫어? ]
"아니 좋아. 좋아죽겠어. 겁날 정도라고..아아..."
[좋아. 한시간내로 만날 수 있을 텐데...오늘은 밤새는 거야]
"누나 너무 오바하지마..₩%^&
* 폰섹 비슷한 19금이라서 일부 자진 삭제합니다..ㅠ
다시 방안 풍경 공허해진 호규의 얼굴이었다.
[호규야 알겠지만 난 결혼도 했었거든? 두 아이도 낳아봤고..근데 너와 궁합은 환상이야..앞으로 인생을 몇번 살아도 다시는 없을 것 같아. 너도 그렇다고 말해줘. 지금 당장]
"나도 그래"
[우..우리 낭군..서방..내 남편..호규야...내말 오해말고 잘들어..당장 쏴줄게 지금 필요한 돈이 얼마니?]
"보시오 부인 나는 콜걸..아참 콜보이가 아니외다. 고정하시는 것이 좋겠소"
[코호호홋...아니오 서방님. 당장 효실이에게 빌린 돈도 부담일 거고..석현이던가]
"내 채무요.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다만..다만..내빚 갚을 때까지 화장품 값은 기대 않는 것이 좋겠구려"
[알겠사와요..헌데 어머님 아버님 옷 사이즈는 알려주셔야겠소이다]
"일제나 외제 알아볼 눈은 없으니 들어와서 나와 같이 고르는 것이 낫겠구려"
[그렇게 하겠사와요..그럴게 호규 마이다링..이제 놔줄게..잘자..공부 너무 하지 말고..쪼옥]
호규가 전화를 접으며 눈이 몽롱해졌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가?..첫사랑이라서 그런가?...다시 없을 마지막 사람이라서 그럴까?'
고물상 전경. 이사장이 호규를 이상하게 아래위로 훑어봤다.
"느그 뭔일 있나?"
"아뇨 왜요?"
"어째 기운이...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서. 거참 뭐랄지...복권도 안 맞었단 말여?"
"도사는 못속이겠네요. 실은 로또 백억짜리가 당첨 되었거든요"
"요즘 로또는 일이십억밖에 안된단다..하여간.복권이나 사봐라 사람팔자 모르니까. 누가 아냐"
"당첨되면...고급술로 열병만 사드리지요. 그런데 복권살 이백원이 없네요"
".....복권이 이백원이라고..?"
"아..안올랐나? 여태 백원인가요?"
"헐 관두자 관둬...너 정말 개그에 소질있는지도 몰거따"
"저기요..말난 김에 가불 좀 해주세요..복권도 사고..."
"학생이 가불이라니 요건 신종개그냐?"
"내, 낼이 엄마 생신이거든요...근데 돈이 떨어져서..차비도"
어이가 없어지는 이사장이었다.
"근데 왜 간조날?..."
"본래 570만원이나 있었거든요. 방 옮기느라 백만원 쓰고.."
"그래 날자에게 이백 내놨고 그렁게 아즉 이백칠십은 남었단 야근디..."
"후배와 친구 사정 때문에...탈탈 털었네요"
"...그래서 시방 월매나 필요하단 거시여?"
"왕복 차비..만원에..아버지 술과 엄마 과자 사탕..3만원이면 되겠네요"
이사장이 오만원짜리 지폐를 건네었다.
"나머진 느이 고향 괜찮은 술로 사와봐라"
"술 어제 끊었던 것 아닌가요?"
"...그.그..그..내가 지금 잔돈이.."
"우리집 가훈이 남의 술 심부름은 절대 하지 말라는 것이라서 이만원은 돈으로 확실히 거슬러드릴게요"
걸어가는 호규를 얼이 빠져서 바라보는 이사장이었다.
'돈 때문에 고민한 적은 한번도 없는데...막상 떨어지니까 왜 이리 불안해지는 건지 모르겠어'
흠칫 전화를 꺼내 통화하는 호규였다.
"어..형 간만이네..나야 늘 그렇지..사무실은 잘 돌아가? 나 지금 집에 가는중..어엉? 상혁이가 코로나? 그럼 무대는 누가?..재성이나 주식이..."
"어어...난 안돼..아니 그건 아니고 나 당분간..."
'일당 20만원이면 지금 내처지로는 큰 돈인데..'
"잠깐..나..다시는 그런데 안나가..그래 절대로! 허니 앞으로 난 잊어줘. 형전화도 즉각 지울거야. 로또 맞은 걸로 알아. 끝!!"
폰을 주머니에 넣는 호규의 얼굴이 이상해졌다.
'정들고 모두 괜찮은 애들이지만 연연해선 안돼. 내가 일단 잘되어야 걔들도 진정으로 기뻐해줄거니까. 푼돈 때문에 그런 마굴로 다시 전락할 수는 없다고!'
버스 창밖 풍경..고향집..다시 고물상..다가구..
며칠후, 다시 고물상 비닐하우스안에서 초라하게 식사중인 호규와 이사장이었다.
'공부는 지진부진, 라면만 먹기도 물리고, 일하기는 힘들고, 날자와의 사랑은 까마득한 먼 옛날의 꿈만 같고'
라면을 먹는 이사장도 맥이 풀린 기색이었다.
"김치는 둘째치고 이삼일내로 올 줄 알았더니 일주일이 넘도록! 이것이 애비 사업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한거야! 그러지 않고선 이럴 리가 없다고!!"
호규의 전화가 울리고 전화를 받자, 이사장이 집중해서 바라봤다.
"영애누나!" 호규가 반가이 소리치자
이사장이 맥풀리고 호규는 한동안 통화를 끝내고는.
"저기...사장님. 터미널쪽에 가봐야 되는데..."
"가불해 줄 돈 읎다! 지금 시국이 비상이란 거슨 알거시고..너 혹시 날자랑 무슨 문제 일으킨 건 아녀?"
"아무 문제 없었네요"
호규가 멀어질수록 갈등하며 안절부절하는 이사장이었다.
터미널 다방에서 영애와 만나는 호규였다. 30가까운 나이에 캐쥬얼이었지만 낡은 옷을 입은 미모의 영애가
환하게 웃으며 팔을 벌리자..호규가 덥썩 안겼다.
나란히 앉아 어깨를 어루만지며 말도 없는 포근한 영애
"누나 나 열흘간 밥한끼도 못 먹었어..밥좀 사줘 김치찌개 곱배기로"
"그래 호야. 나도 배고픈 참이야. 우리 삼인분 시켜서 나눠먹자"
손 붙잡고 다정히 다방을 나가는 호규와 영애
"언제까지 있을 수 있는거야?"
"호야가 원하는대로 하고 싶지만 내일까진.."
"그럼 항구 가서 배도 타보고 맥주도 마시고 영화도 보자. 여관서 같이 자고 낼 아침은 ㅁㅁ동&&식당가서 먹고"
"그래 그러자"
"정말? 진짜?"
"그래...부부처럼 신혼여행온 셈 치지 뭐"
"좋아. 아주 좋아..근데 나 정말 돈이 없거든. 한푼도 없어. 농담아니고 진짜야"
"걱정마 누나 보너스 타서 돈 많거든. 필요하면 네 용돈도 많이 줄거거든"
"용돈까지는 필요없거든. 가불 천만원 해준다는 것도 뿌리치고 왔거든"
다정한 애인처럼 붙어서 길거리를 걷는 젊은 남녀
"누나에게 첨 털어놓는데 나 여자..애인 생겼거든"
"옴맘마! 정말 잘됐다얘. 같이도 잤어?"
"으응..나 요즘 많은 걸 알게 되었어"
"그래. 나도 너니까 첨 털어놓는데 나도 남자...있었어...한둘도 아니었고"
"슬프다. 난 내 애인 끝까지 갈 생각이거든...첫여자기도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어떤 남자는 끝까지야. 몸은 비록 멀어졌어도"
서로 웃으며 끌어안는 모습.
"그럼 우리 같이 끌어안고 자도 아무 지장없겠네"
"벗지만 않는다면....무슨 문제겠니"
"그래..나 누나에게 물어볼...할 얘기가 많아. 배울 것도 있고..."
"그럼 시간 아까우니 영화는 보지 말자. 저녁만 먹고 아참, 너 술도 못먹잖아"
"누나와 함께라면...세잔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럼..두병만 사도 충분하겠다"
다음날 한낮. 터미널 의자에 바싹 붙어서 앉아있는 호규와 영애였다.
"그렇게 많은 얘길 했는데도 헛소리만 한 것 같아 챙피하다얘"
"아니 아주 많이 배웠어. 깨닫고 확인도 했고..."
"그, 글쎄..?"
"무엇보다도....그렇게 힘든데도 내내 학원다니며 공부했다니...그래서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지. 과연 누난..진짜였어!"
"그래. 다시 말하지만 호야. 힘내 넌 반드시 잘될거야. 내말을 믿어. 넌 내 진짜 동생들보다 몇배 나은 동생이니까. 우리 열심히 살자."
차장이 손짓하고 여객들이 버스에 오르기 시작했다.
"근데 너..정말 서운하고 실망이야. 누나가 주는 용돈을 왜 그리 안받는거니? 받아주면 정말 난 기쁘겠다"
"그럼 줘. 딱 만원만. 그거면 충분하고도 남으니까"
"호호홍..진작 그랬어야지..근데 겨우 만원이라니.."
"나중에 내가 누나한테 용돈 줄 날도 있을 건데 무조건 받아야 된다는 조건이야"
"그래. 호야가 주는 용돈이라면 당연히 받아야지. 자.."
지폐를 꺼내 손에 쥐어주자 호규가 와락 껴안고 영애 뺨에 입술을 갖다대었다.
"가능한 빨리...갚으러 갈게"
"인천 생각보다 머니 무리할 것 없어얘"
"누나 사랑해..사랑하는 누나 잘가"
"그래..날자에게 다정해주고.."
"그래. 누나도 매..매형 배신하지마"
"너 때문에 쪼금 배신할지도..큭큭큭"
"나도 누나때문에 날자를 배신할 것 같은 ..예감이...."
"얘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나같은 할머니를.."
"그런 농담 싫어! 누난 한참 젊고 아직 무지 예뻐.."
"차 떠나겠다. 그만"
하더니 입술을 호규입술에 붙였다 떼고는 차에 올랐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