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어느 덧 3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하고 명승부를 연출하며 국민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선사해왔다. 22연승의 불사조 박철순, 0점대 방어율의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프로야구 10회 우승의 명장 김응용, WBC 준우승의 덕장 김인식 등 대한민국 야구를 대표하는 야구인들과 김영삼 前대통령,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국내 정관계 및 체육계 주요인사가 지난 3월 28일 한자리에 모였다.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이 꽉 메워진 가운데 열린 프로야구 3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청사진을 볼 수 있었다.
[Past] 프로야구의 지난 30년을 돌아보다
리셉션 입구에는 30주년 기념 영상물과 전시물이 1980년대부터 2000년대 프로야구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2012년 말에 지어질 야구박물관의 축소판인 듯 보였다. 프로야구 명장면과 명승부 장면이 화면을 통해 재생되며 많은 참석자들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 날 행사에서는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한 야구인들에게 공로패를 시상하였다. 이용일 KBO(한국야구위원회) 초대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김응용 전 삼성라이온즈 사장, 김인식 KBO 규칙위원장 총 3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프로야구의 30년이 있게 한 주역들이며 이들의 노력과 수고가 있었기에 2011년 한국 프로야구 관중 600만 명 돌파라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사실 프로야구의 태생은 3S정책의 일환이었다. 3S정책은 1980년대 독재정권이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 섹스(SEX)를 통해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3S에 돌리기 위해 펼친 정책이다. 하지만 태생의 목적이 어찌됐던 간에 지난 30년 동안의 프로야구는 수많은 야구인들과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이뤄낸 ‘국가대표 프로스포츠’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 2층 리셉션 입구에 전시되었던 30주년 기념 영상물과 전시물 일부
[Present] 야구로 하나 되는 아시아,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이번 리셉션에서는 일본 대지진로 인해 일본 프로야구 개막전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가토 료조 일본프로야구(NPB) 커미셔너와 대만프로야구(CPBL) 커미셔너 자오쇼오보도 참석했다. 카토 료조 커미셔너는 축사를 통해 “어려울 때 돕는 한국이 진정한 친구”라고 말했다. 특히 KBO와 8개 구단이 함께 모금한 1억원을 무토 마사토시(주한 일본 대사)에게 전달하며 일본은 라이벌이기 이전에 공생해야하는 친구임을 보여줬다. 30년의 역사를 맞이한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지역연고제도가 무르익었고, 여성 팬과 가족단위 팬이 증가하며 팬 층의 다양화와 제9구단 창단을 확정하는 등 프로야구의 성장 속도는 비약적이다. 하지만 이에 반해 프로야구의 근간(根幹)이 되는 유소년, 초·중·고 학생야구와 '보는' 스포츠에서 '하는' 스포츠로 영역을 확대하며 성장하는 사회인 야구 등의 지원이 원활하지 않다. 현재 전국에는 5200여개의 (등록된)사회인 야구팀이 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야구장은 220여개로 알려져 있다.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국민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야구장 인프라 확충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KBO 유영구 총재도 30주년 기념사에서 “모든 야구인들의 숙원사업인 인프라 확충을 위하여 야구계는 물론 정부 및 지자체, 기업과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고 밝혔다. 프로야구 50주년, 100주년을 맞기 위해서 이는 필수적이다.
▲ 30주년 기념사를 발표하는 KBO유영구 총재(좌) / 야구인들과 주요인사들의 싸인볼이 담긴 30주년 기념물(우)
[Future]2020년 한국 프로야구를 꿈꾸다
“Tomorrow Better Baseball”은 이번 30주년 기념 리셉션의 주제였다.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가 나아가야할 비전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2020 Vision5>라는 제목으로 야심차게 발표된 계획은 아래와 같다.
1. 10구단 체제 확립
2. 1000만 관객 시대 개막
3. 프로야구 통합 손익분기점 플러스 돌파
4. 하위리그 체제 개편 및 유소년 야구 지원 시스템 구축
5. 야구박물관 및 명예의 전당 개관
2020 Vision5 청사진을 바탕으로 가상시나리오를 작성해보면, 2011년말 잠실야구장, 고척동야구장, 인천문학경기장의 후보지 중 한 곳에 야구박물관이 착공되며, 2012년말 완공한다. 2013년에는 WBC 우승에 도전하여 한국 야구의 우수성을 알리고, 2014년엔 10구단 체제가 갖춰지며 팀당 144경기, 전체 720경기를 소화한다. 연간 1000만 관중을 달성하며 구단들은 적자에서 흑자운영이 가능해진다. 2015년에는 KBOP(KBO 자회사)가 KBO.com 통합 플렛폼을 구축. 능동적인 수익사업 구조 확립으로 1000억원의 수익을 낸다. 2016년에는 한·미·일 리그 우승팀간 월드시리즈를 실시하며, 2017년에는 2만 5천석(이상) 규모의 야구장 7곳을 확보하여 WBC 아시아 1라운드 경기 개최를 일구어낸다. 2020년까지 퓨처스리그(2군리그)와 독립리그(3군리그격), 유소년 야구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EPL(영국 프로축구)과 MLB(미국 프로야구)와 같은 명문리그 이미지를 확립한다. 마지막으로 2020년 올림픽에 다시 한번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한국 야구에 더 이상 바랄게 없다.
▲ 올시즌 663만관중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미로 6.63m 길이의 떡을 맞추고 커팅식이 진행되었다.(좌) / KBO.com의 롤모델이 되는 MLB.com, MLB는 MLB.com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및 제공하고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우)
옥에 티는 프로야구의 현재·미래 ‘주인공’ 부재
야구인, 현직감독, 교수, 언론관계자, 정치계인사 등 약 600여 명이 자리를 빛냈지만, '현직' 프로야구선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프로야구라는 무대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선수’다. 주인공 없는 잔치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30주년 기념행사였기 때문에 지난 30년을 빛낸 분들이 참석하는 자리임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발표된 2020 Vision5를 통해 알 수 있듯 분명 미래를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프로야구를 재미있게 만들고 만들어 가야 할 현직선수가 분명히 참석해야 하는 자리였다. 최소 각 구단의 주장들만이라도 참석했으면 어땠을까? 좀 더 생각해보면, 미래 프로야구의 주역이 될 유소년, 초·중·고 야구 꿈나무들도 참석해서 야구 장학금 전달 등의 행사가 이뤄지고,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이뤄졌다면 좀 더 의미 있는 30주년 기념행사가 됐으리라 생각해본다.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하게 하는 이유가 아닌가? 벌써부터 2020 Vision5가 달성되는 40주년 기념 리셉션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