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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줄 아는 요리의 수가 많지 않고 빵을 좋아하다보니 어쩌다 한번씩 요리를 하게 되면 주로 빵과 과자같은 걸 만든다.
시중에서 파는 무서운 군것질거리들 보단 몸에 좋은 통밀가루를 기본으로 하여 좋아하는 빵이나 과자를 만들어 먹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 하여 웬만하면 집에 있는 재료들로 최대한 활용하여 보려고 애를 쓴다.
만들어 먹고 싶은 것은 많으나 요리 솜씨는 시원찮으니 적은 요리 횟수 중에도 만들어 먹는 빵과 과자의 종류는 몇가지 되지 않는다.
전에 카페에 올렸던 것처럼 한창 과자 만들기에 재미를 붙일뻔 했던 적도 있었는데 푸짐한 걸 좋아하는 성격탓으로 들이는 노력과 정성에 비해 결과가 신통찮아 ( 즉 양이 적어 ) 그리 즐겨하지 않게 되었다...^^
풀천지 일기에서 보셨듯이 감자가 너무 많이 남았다.
회원님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풀천지 곳간에서 몸만 달아올라 서운해 하는 감자들이 모두 시집 장가를 갔으면 좋겠지만 워낙 조용한 풀천지의 상황상 한계가 있겠으나 맛있게 먹어서라도 감자를 달래야 할것 같다.
가족들과 어떻게 하면 감자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의논하던 중 감자에 대하여 재미있는 책도 알게 되었고 이런저런 감자 요리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다.
내가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감자 요리가 무언가 생각하니 그래도 카레빵이 가장 나은것 같았다.
원래 카레빵 레시피에는 소고기 간것과 양파 피망만으로 카레 속을 만들지만 오늘 상황에 맞는 적당한 재료들인 감자, 양파, 아라리 고추, 사과, 고구마, 야콘, 돼지고기 간것 등을 넣었다.
양을 적당히 하여 간단하게 만드라는 가족들의 충고를 듣는둥 마는둥 하고 부엌으로 와서 욕심대로 챙기다 보니 재료들 손질하는데만 시간이 엄청 걸렸다...^^
야채 손질을 대충 끝내놓고 카레빵 반죽을 시작하였다. 통밀가루에다가 소금을 살짝넣고 이스트와 당근 효소, 미지근한 물을 섞어 따뜻한 방에서 잠깐 발효시킨 액체를 붓고 잘 섞어 주었다.
원래는 이스트에다 설탕을 넣지만 발효를 진행시키는데에는 효소도 좋을듯 하여 넣어보았다.
거기에다 계란을 풀고 미지근한 물로 농도를 맞춰가며 슬슬 반죽을 시작하였다.
잘 반죽을 하고 나서 버터를 넣어서 다시 반죽을 해야 하는데 이번엔 버터를 중탕해서 녹여 넣어보기로 했다. 늘 버터를 적게 썼는데 이번엔 분량대로 80 g 정도를 녹였는데 그 전에 물을 조금 많이 부어 반죽이 살짝 질어져서 녹인 버터를 조금밖에 붓지 않았는데도 반죽이 꽤 늘렁늘렁 해졌다.
전에 이렇게 살짝 늘렁늘렁 할때 밀가루를 더 넣었더니 빵의 질감이 딱딱해진 적이 있어서 그냥 잘 치대기로 했다.
통밀가루 반죽은 부풀리기 어려워서 인터넷을 찾아 보았었는데 통밀가루 반죽은 물을 더 많이 먹는다는 글과 글루텐 가루를 넣으면 보통 밀가루랑 비슷하게 잘 부푼다고 하는 글을 보았다. 그 글을 보고 생각해 보니 통밀가루 반죽을 열나게 주무르다보면 글루텐이 발생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신나게 반죽을 하다보면 잘 부풀게 될거라는 기대에 부풀게 되었다...^^
그래서 늘렁늘렁한 반죽을 경험과 기록에 의해 자신감을 갖고 쳐대다 보니 물을 많이 먹는다는 글을 증명하듯 금방 보통 반죽 상태로 돌아 왔다. 수분을 더 넣어야 할까 망설였지만 그냥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일부러 평소보다 따끈따끈하게 만든 방에다가 이불을 씌워 1 시간 정도 발효에 들어갔다.
반죽을 발효시키는 동안 많이 남아버린 버터로 과자 만드려다 실수로 만든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드는 법도 간단해서 가끔 해 먹었던 카스테라 비슷한 부드러운 케잌을 이번에도 실수로 인하여 해먹게 되었다...^^
원래는 얼른 카레빵 속을 만들어야 하지만 워낙 양이 많다 보니 빠른시간내에 끝내기엔 힘이 들고 부엌으로 가서 아무런 성과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는 둘째 아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실 가족들을 위하여 내가 할수 있는 가장 빠른 빵인 이 요리를 먼저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굳어있는 버터를 잘 젓어서 하얗게 크림 상태로 만들어서 나머지 순서를 행하면 그야말로 쿠키가 되지만 완전히 액체상태로 녹여서 만들면 케잌이 된다.
먼저 녹인 버터에다 설탕과 계란을 넣고 잘 젓는다.
책에 보니 설탕을 한번에 넣으면 가라 앉고 산뜻한 맛이 떨어지니 나눠서 넣으라 하기에 절반 넣고 계란을 넣고 다시 반을 넣었다.
카스테라 만들 때 거품을 최대한 많이 내야 좋다고 하니 카스테라 비슷한 이 케잌도 신나게 거품을 내기로 했다.
여기에다 어레미에 두번 내린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 굵직하게 다진 땅콩, 호두 등을 넣고 잘 저어주면 되는데... 게으른 성격 따라 한번만 체에 쳐서 넣었다 ~ ^^
호두와 잣과 베이킹 파우더를 넣었고 원 레시피에는 선택적으로 흑설탕을 넣으면 좋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커피를 넣어 보았다. 아쉽게도 땅콩이 없어 넣지 못했다.
( 풀천지에선 커피를 구매하지 않은지가 꽤 오래 되었지만 손님들이 사오시는 커피로 인하여 엄마의 건강수행(?)에 큰 지장이 있다...^^ )
이렇게 잘 저어진 반죽을 오븐에 구우면 되는데 오븐은 없고 전자레인지는 안쓴지 무척 오래되었으니 피자나 각종 빵, 과자를 만들 때 늘 오븐 대용으로 써왔던 할머니께서 쓰시던 전기 후라이팬에 붓고 15 분정도 구웠다.
전에는 구워진 모양 그대로 꺼내기가 힘들었는데 이번엔 요건이 잘 맞았는지 부서지지도 않고 아주 만족스러운 빵이 되어 주었다.
부드럽고 잘 부풀어 식감도 괜찮았고 한입씩 맛을 보고 정말 맛있다는 가족들의 즐겁고 고마운 칭찬이 이어져 아주 기분좋은 시간이었다.
다만 호두가 좀 많이 들어간것이 흠이었다. 다음엔 호두양을 조금 줄여서 잘 다져 넣고 커피나 흑설탕을 빼고 담백하게 만들어볼까 한다.
한시간쯤 발효시킨 반죽은 두배 가까이 부푼 듯 해서 예전에 뜨거운 곳에 너무 오래 발효시켜도 좋지않았던걸 보았기 때문에 미리 이불속에서 꺼내 놓고 차분히 카레를 만들기 시작했다.
손질해 두었던 많은 양의 야채를 칼솜씨가 형편없다보니 도저히 자신이 없어 믹서기에 적당히 돌려서 잘게 다졌다.
내가 부엌에 들어온 후 수많은 시간동안 단 한번도 들르지 않으셨던 아빠께서
마침 냄비에 가득찬 야채를 한꺼번에 볶으려 끙끙대는 어느 멍청한 아이(?)를 두번이나 세번에 나눠서 하라는 정확한 충고로 바로잡아 주시고 필요한 그릇을 준비하여 주라고 엄마를 호출하시고 그간 있었던 어이없는 상황을 엄마와 충분히 대화하시고 잠 안 잘거냐는 점잖은 말씀을 잊지 않으신 채 역시 " 저 을게한 놈 ( 저 게으른 놈의 준말 ^^ ) " 이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신 엄마와 함께 흑기사처럼 퇴장하셨다.
카레빵 속에다가 칠리페이퍼를 듬뿍 넣어야 매콤하니 맛있다는데 종잇장인지 무언지도 잘 모를 칠리페이퍼는 없으니 매콤하다는 점 하나만 믿고 청양초가루를 넣을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두가지로 만들어야 할 상황이 되었으니 한가지는 간장과 후추 카레가루만으로 간을 하였고 한가지는 소금, 청양초가루를 첨가해 보았다.
평소 만두를 만들 때 속을 터지지 않을 정도로 때려넣는 솜씨를 십분 발휘하여 반죽의 두께를 조금씩 다르게 밀어보며 만두 만들기 대장정 ( 만두 모양으로 빚는 카레빵이니까 ^^ ) 에 들어갔다.
속을 최대한 많이 넣는 이유는 맛에 대한 이유도 있지만 속을 워낙 많이 만들어서 약간 찔리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원대로 많은 양의 카레빵을 빚어놓고 나니 날이 밝았다. 오전에 오시기로 한 삼촌의 방문 약속이 있어 전날 늦게 주무셨지만 약간 일찍 일어나신 엄마께 뒷정리를 맡기고 뒤이어 일어난 형과 아빠 대신 잠자리에 들었다.
일어나 보니 늦은 오후였다.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막 일을 시작하려는데 삼촌과 아빠께서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셔서 조금 일을 하다가 저녁상을 차리게 되었다...^^
가족들은 미리 카레빵 맛을 보셨었고 나는 이때 처음 카레빵을 먹어 보았는데 생각보다 잘 부풀지 않아 약간 딱딱했지만 맛은 썩 괜찮았다.
원하던 일을 한것이라 기분은 좋았지만 여러가지 반성을 해야겠다.
전에도 몇번 요리하다 시간이 오버되어 낮의 일을 못하게 된 경우가 있었다. 맛있게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일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니 앞으로는 욕심부리지 말고 적당한 양의 요리를 적당한 시간에 끝마쳐서 평화스런 국가와 민족... 까지 갈 필요 없이 풀천지의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해야겠다...^^
실제로 카레빵이 무엇인지 먹어본적은 없는 것 같다. 카레빵을 먹어보기도 하고 만드는 것을 실제로 한번 봤으면 만화책에 나온 진짜 빵처럼 반죽이 두툼하고 잘 부풀어있는 행복한 상태를 손수 만들어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래도 카레빵 레시피를 만화책에 나와 있는 한가지 방법에만 의존하지 말고 이것저것 찾아봐서 더욱 맛있고 빠른 카레빵을 완성할수 있도록 하여 즐거운 성취감에 따라오는 행복을 한가지 더 늘려보는것도 좋을듯 싶다...^^ |
첫댓글 맛나겟당ㅇㅇㅇ
멋져요!
넘 부러워 언제 자네가 만들어주는 카레빵 한번 맛볼 수 있을까 넘 먹음직 스러워...부럽다
먹고싶다 고생했어 고생과 잘못은 다음의 더 낫은 행복을 위함일거야 재홍이 파이팅!
봉화 아빠친구
안녕하세요 ? 풀천지 둘째 재홍입니다.
카레빵을 대접해 드릴수 있는 영광스런 기회를 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할것입니다.
늘 따뜻하게 격려해주시는 따뜻한 마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더욱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