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4. 거침없는 무(戊) 대표! 일인지하 만인지상을 꿈꾸다
그의 시야에 푸르디 푸른 하늘과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이 들어왔다.
본사의 55층 그의 집무실에는 특이하게 사이드로 설계된 1인 풀장이 구비된 루프탑이 있었는데,
각종 결제및 사안보고에 지칠때마다, 루프탑으로 나와 와인을 마시며 한강을 내려다보는 것의 그의 취미였다.
' 이곳은 참으로 마음에 든단 말야, 본사의 최상단층이라서 그런지 일조량이 상당해, 파란 하늘과 여기 파란 강물이
마치 서로 맞닿은 듯한 풍경이 절로 눈을 시원해지는군. 4년전, 피의 숙청(七人會의 亂)이 끝난 이후로 회장님과
대주주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내가 너무 웅크려 있었던 것 같군. 하지만 소나기가 내릴때는 피해가는게 상책이지....'
한강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도 아련한 듯 파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4년전 丙申년의 속칭 七人會 난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 노쇠한 회장님을 장막에 감싸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회장님의 비서실 7인과 그들의 지지를 받던 둘째형, 또 그를 지지하는 네째형까지 한번에 숙청해버렸지.... 그 탓에 회장님의 진노를 사기는 했지만, 풋~ 어쩔수 없는게 아닌가. 이곳은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황금의 제국 이클립스(Eclipse)그룹이야.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원칙이 적용되는 곳! 어짜피 七人會와 형들을 내가 먼저 제거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내가 당했을 꺼야. 겉으로는 화려함과 품격을 자랑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썩은 냄새 풍기는 음모와 배신이 만연한 아수라(阿修羅))장이니...
그동안 형제간의 골육상쟁으로 나빠진 여론과 주주들의 눈치를 보느라 웅크려 있었는데 이제는 슬슬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재개할 때가 왔어... 그 사이에 신(辛) 부사장과 갑(甲) 이사가 제법 활개를 치고 회장님의 암묵적인 지지아래 나의 영역을 들쑤시고 다닌다지? 오히려 잘됐어... 어린노무 새끼들을 처리하면 무정하고 냉혈한 소리를 듣기 쉽지만, 이제는 슬슬 경영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지금은 이 두 녀석을 처리해도 잡음이 없을꺼야. 통통하게 살이 올랐으니 손 맛이 괜찮겠군 어차피 세상은 승자의 역사로 쓰여질테니말야. 흐흐 '
작별하는 태양빛에 크리스탈 와인잔이 반짝이고 있었고, 파란 물감같은 하늘에는 어느새 하얀 뭉게구름이 생겨났다.
입가에 묻은 와인이 피의 색깔처럼 더욱 붉게 보였고, 입술이 씰룩거리면서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 풍운(風運)이 일고 있음이야. 亥子丑의 절태양의 시기에 辛 부사장과 甲 이사가 내게서 가져갔던 것들을 찾을꺼다. 반드시 다시 찾을꺼다 '
" 찾으세요 ! "
" 암, 찾아야지...... 으흥? "
한층 몰입되어 있던 감흥이 한 순간에 깨지자, 평소답지 않게 포커페이스같은 그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 축(丑) 비서, 뭐냐? "
평소답지 않은 노기어린 목소리에 축(丑) 비서가 흠칫 당황했다.
" 저기..... 부회장님이 찾으신다고요.. 몇번을 이야기 드렸는데, 못들으셔서.... 죄송합니다 "
" 그랬군. 아, 미안,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있느라고 못들었어, 얼른 가봐야겠군, 어머님이 웬일일까? "
戊 대표는 丑 비서를 대동하고 부회장실로 찾아갔다.
부회장실... 아니 그전에는 회장실이였던 그곳에는 戊 임시대표의 어머님이자 음(陰) 부회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70세에 가까운 그녀는 에스테릭 관리와 몇번의 리프팅으로 잘 관리되어 40대 후반으로 보일만큼 고운피부를 가졌지만
염색을 전혀하지 않은 백발은 그녀의 고운 피부와 묘한 대칭을 이루면서 웬지모를 현기로움을 풍기고 있었다.
늘 검은색 가죽 재킷을 즐겨 입었는데, 곱상한 얼굴과 꽤 잘맞는 매칭을 이루고 있었다.
160도 안되는 작은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의 음(陰) 부회장이지만 전혀 작거나 가냘프게 느끼지 않는 이유는
그녀의 안광에서 나오는 강렬한 눈빛때문일까? 그렇다. 북두칠성의 우두머리를 상징하는 괴강(魁罡)의 기운이다.
카리스마 작렬하며 주변을 압박하며 깊은 음(陰)의 기운이 강렬한 임진(壬辰)일주 괴강살의 부회장이였다.
" 戊 대표, 3월 주총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준비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가? 압도적인 지지로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해
내 말 잘 알아 들었지? "
" 네 어머님, 아니, 부회장님! 亥子丑 자숙의 시기동안, 우호지분을 최대한 끌어모았습니다. 어차피 대세는 제가 아니겠습니까? 그룹의 실세이신 부회장님도 계시고.... 눈치빠른 대주주들도 다들 우리 라인쪽으로 선을 대려고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철새같은 놈들이지만 약자이니 어느쪽에 무게중심이 실려있는지 귀신같이 알아채는 족속들입니다. 아무 걱정 마십시오 "
" 아니야~ 아니야~ 마음놓고 있을 일이 아냐. 갑(甲) 이사야 들고 날고 설쳐대니 행동반경과 나올 액션이 뻔하지만
신(辛) 부사장은 그렇지 않아. 그는 냉철하고 차가운 심장을 가졌어. 4년전 숙청한 네째가 그녀석의 동복형 이잖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칼을 갈고 있을꺼야. 어릴때부터 봐왔지만 은원(恩怨)은 확실한 아이니깐 戊대표, 보이는 위험보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위험이 더 무서운 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
"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신(辛) 부사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노린다는 것을요. 걱정마십시오. 녀석의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합니다. 회장님을 지지하는 일부 원로의 도움과 그룹내 실무진을 자기편으로 만들었다지만, 주총은 표(票)의 대결이고, 세(勢)의 대결 아니겠습니까? 이미 적의 심장부에 독을 바른 비수를 감추어두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 비수가 신(辛) 부사장의 폐부로 들어가 박힐 겁니다. "
" 원 녀석, 호언장담을 하기는... 하긴 세상 인심이라는게 세력이 큰쪽으로 따라오기 마련이지..
그래도 천려일실(千慮一失)의 우를 범하지는 마라. 비겁다자라서 그런지 戊 대표는 자신을 너무 믿고 과신하는게 문제야"
" 부회장님도 전과 다르게 노파심이 많이 느셨군요 "
" 뭬이야~ 노파심? 너 지금 나에게 기어오르려는 거냐? 그런거야? "
순간, 그녀의 백발이 위로 곤두서며 그녀의 분노를 드러냈다.
" 아!... 아닙니다. "
당황한 戊 대표는 황급히 말문을 이어갔다.
" 계(癸) 실장에게 대주주들의 우호지분 확보를 다시 점검하겠습니다. 비서실의 진(辰) 실장, 미(未) 차장에게는 갑(甲)이사, 신(辛) 부회장과 그들의 측근들의 동향을 파악해 놓으라고 하겠습니다. 홍보실의 오(午)실장에게는 주요 방송국과 언론사에 충분히 마사지(언론등에 우호적인 기사를 내게 하는것)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총전에 저에 대한 홍보기사및 동향이 기사와 방송으로 뜨게 할것입니다. 그리고 자금부의 해(亥) 이사에게는 해외 헤지펀드쪽이 소유한..... "
장황한 무(戊) 대표의 설명에 음(陰) 부회장은 귀찮은 듯 손을 내젓으며 말했다.
" 아아... 됐다. 그런것은 큰 프레임에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야.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는 말처럼 세밀하게 점검하고 체크해야 할것이야. 신(辛) 부사장 라인의 임(壬) 부장은 그룹내 최고의 브레인이자, 과거에도 불가능한 몇 건의 프로젝트를 기적적으로 클리어한 전략의 천재야. 그룹내에서 잔뼈가 굵어 그룹전반의 상황을 꿰뚫고 있으니 어쩜 부사장보다는 그를 경계해야 한다. "
" 그 양반이 고집이 쎄서(子월에 壬수로 양인격) 돈으로도, 직위로도 넘어오지 않더군요. 이사 자리를 가지고 딜을 했는데 미동도 안하더라구요. 그래봤자 한낱 부장일 뿐입니다. 지가 할 수 있는게 한계가 있어요 "
" 항상 적을 경시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도 들어먹지를 않는구나. 그러다가 낭패를 볼 수 있어 "
" 하하하... 걱정마십시오, 압도적인 세력으로 신(辛) 부사장 따위는 확 매금(埋金)해 버리겠습니다. 수백톤, 수천톤 쏟아지는 흙더미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끼게 하겠듭니다. ㅎㅎ "
모자(母子)의 다정한(?) 이야기는 깊어가고 어느새 주총의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