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가의 형식
1) 시형의 구분
① 4구체
4구체 향가는 4줄로 되어있으며 단순하고 소박한 민요형태이다. 민요가 두 줄, 네 줄로 된 것이 많으며 황조가, 구지가 등 상고시가 또한 4줄의 형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민요로부터 분화되지 않은 향가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민요와는 달리 그 작자가 비교적 분명하며 개인 서정시가적 측면이 강하다. 작품으로는 서동요, 풍요, 헌화가, 도솔가가 대표적이다.
② 8구체 (4구체 + 4구체)
8구체 향가는 8줄로 된 향가로, 즉 4구체를 중첩시킨 형태이다. 작품으로는, 모죽지랑가, 처용가가 대표적이다.
③ 10구체 (4구체+4구체+낙구+2구체)
10구체 향가는 10줄로 된 향가이다. 8구체에 감탄사로 시작되는 2구가 더해진 형태이다. 10구체 향가는 향가의 완성 형태로 통일 신라 시대를 전후하여 등장했다. 결사의 첫 구에 동반하는 감탄사는 시조 종장 첫 3글자의 형식적 원형을 제공했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작품으로는 원가, 제망매가, 혜성가, 원왕생가 등이 있으며, 보현십원가의 11수도 이에 속한다.
크게는 1-8행, 9-10행의 두 부분으로 2분절하거나 1-4행, 5-8행, 9-10행으로 3분절 할 수 도 있다. 제 9행의 첫 머리에 감탄사가 오는 것이 10구체 향가의 가장 큰 특징이다.
2) ‘삼구육명’의 해석
‘삼구육명’이란 균여전 제8<역가현덕분자>에서 최행귀가 역가의 서문을 달면서 언급한 구절이다. 이 구절을 통해 향가의 형식을 설명하고자 많은 학자들이 노력해왔고, 그 만큼 많이 다루어지는 내용이다. 최행귀가 말한 ‘삼구육명’은 아래와 같다.
詩構唐辭 磨琢於五言七字 한시는 중국 글자로 엮어서 다섯자, 일곱자로 다듬고
歌排鄕語 切磋於三句六名 향가는 우리말로 배열해서 삼구육명으로 다듬는다
여기에서 우리는 최행귀가 지적한 한시와 향가의 형식에 주목한다. 위의 구절은 한시와 향가를 비교하며 설명한 것인데, ‘오언’과 ‘칠자’는 중국 한시의 형식을 일컫는 것으로 ‘오언’은, 즉 오언고시·오언절구·오언율시, 그리고 ‘칠자’는 칠언고시·칠언절구·칠언율시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오언칠자’의 대구라고 할 수 있는 ‘삼구육명’ 역시 향가의 형식에 대한 설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 ‘삼구육명’의 의미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① ‘삼구’와 ‘육명’이 아홉가지 차사라는 주장
최철은 ‘삼구’와 ‘육명’을 차사의 종류로 보고 ‘삼구’를 후구ㆍ격구ㆍ낙구로 ‘육명’을 아야ㆍ후언ㆍ타심ㆍ성상인ㆍ탄왈ㆍ병음으로 보았다. 기발한 착상이기는 하지만 구와 명를 차사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약하고 이를 실제 향가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② 10구 중 특정 3구가 6음절로 이루어진다는 주장
김완진은 10구체 향가에서 1구, 3구, 7구가 8구체 향가에서는 1구, 3구, 5구가 여섯 음절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은 3구가 6음절이라는 것을 찾는데만 치중하여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고 실제 향가에서도 들어맞는 경우가 보현십원가 2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우리 전통시가는 자수율이 아니라 음보율을 통하여 율격을 형성한다는 점에서도 보편성을 얻기 힘들다.
③ ‘삼구’와‘육명’은 다른 시형의 형식이라는 주장
성호경은 ‘오언칠자’가 한시와 오언시와 칠언시를 지칭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삼구육명’도 ‘삼구’와 ‘육명’의 항가의 다른 형식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삼구’는 ‘구’를 장으로 치환하여 3장으로 구성된 10구체 향가를 ‘육명’은 ‘명’을 ‘자’로 치환하여 한 행이 여섯 글자로 이루어진 4구체 향가로 보았다. ‘삼구’와 ‘육명’을 다른 시형의 나타낸다고 본 것에서는 의의를 찾을 수 있지만 삼구형과 육명형의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 자수율의 우리시가의 율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④ ‘삼구’는 삼단 구성, ‘육명’은 각 2행이 여섯 단어라는 주장
정창일과 양희철은 ‘삼구육명’ 해석의 근거를 불교문학에 찾았다. 그 중 양희철은 불교의 게송이나 명구라는 말을 면밀하게 조사ㆍ분석하여 ‘삼구육명’에 적용하였다. ‘삼구’는 10구체 향가의 3단 구성을 뜻하는 것으로, ‘육명’은 2행마다 어근이나 어간으로 이루어진 단어 6개가 포함되어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 주장은 보현십원가에만 적용된다는 점 향가의 형식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한다는 문제가 있다.
⑤ ‘삼구’는 3장, ‘육명’은 일행 6자라는 주장
홍기문은 ‘삼구’를 시조형의 삼장 구성형태로 ‘육명’을 각 행이 여섯 글자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으며, 김사엽이 이 의견을 따랐다. 하지만 보현십원가 115수 110행을 대상으로 하였을 때 한행이 6자인 행은 단지 13행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또 ‘육명’을 3ㆍ3조의 자수율로 보고 이것을 육자박으로 관련시키는 것 역시 육자박 곧 육자배기가 호남지역의 토속음악이라는 점, 육자배기는 음악적 장단구조이지 문학적 자수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⑥ 향가는 삼연 각 연 여섯 단어라는 주장
이탁은 언어학적 단위를 빌어 ‘삼구육명’을 분석하였다. ‘구’를 통사적 단위의 연으로 보고, ‘명’을 형태소 단위의 단어로 보았다. 보현십원가의 10구체 향가가 3개의 의미단위인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의미 단위는 여섯 개의 단어나 어절, 문절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10구체 향가가 3개의 의미단위로 나누어졌다고 하여 3연으로 부를 근거가 없으며 각각의 의미 단위가 6개의 어절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주장도 실제와 다르다는 한계가 있다.
⑦ ‘삼장 육구’라는 주장
지헌영이 주창한 이래 많은 연구자들이 따르고 있는 설이다. 시조의 삼장육구를 응용한 것으로 10구체 향가에서 1~4구, 5~8, 9~10구가 각각 한 장 식으로 구성되며 각 장이 두 구씩으로 나누어 전체적으로 3장 6구를 이룬다는 주장이다. 삼장육구설은 다시 두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차사를 하나의 명으로 인정하여 9구와 분리시켜 제 5명으로 보는 견해와 차사를 하나의 명으로 인정하지 않고 9구에 포함시켜 제 5명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 주장도 ‘명’의 자의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 하나의 결함이다. 삼구를 삼자응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향가의 육명을 시조의 육구로 바꿀 수 있는 지는 의문이 남는다.
⑧ 3행과 각행 6음보라는 주장
강길운은 문학적, 언어학적 측면에서 논의되던 삼구육명을 음악적 구성을 염두에 두며 분석하였다. 강길운은 처용가를 제외한 고려속요의 거의 모든 작품이 후렴을 제외하면 시조와 같이 3행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 6음보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고대에는 6음보의 시형이 보편적으로 존재하였다고 확인하였다. 이를 향가에 소급하여 4구체 향가가 삼구 육명형으로 구성되었으며, 10구체 향가는 그 배형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그가 일차 자료로 선택하였던 고려가요가 실제로 3장 6음보 형식으로 구성되었는가는 극히 회의 적이고 6음보설을 확정하는 방법으로 음수율의 통계에 의존하였는데 우리의 가요문학에 음수율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위의 주장들은 ‘삼구육명’을 향가 한 수의 형태로 파악하여 논의를 전개해 나간 주장들이고 ‘삼구육명’을 향가 한 행의 형태로 파악한 주장을 살펴보자.
⑨ ‘삼구’는 3글자, ‘육명’은 6글자
이병기는 ‘삼구육명’의 ‘구’와 ‘명’을 모두 ‘자’로 파악하였다. 오언칠자에서 ‘언’과 ‘자’가 같은 의미이듯이 ‘구’와 ‘명’을 같은 의미인 ‘자’로 파악하였다는 것은 탁견이라 할만 하지만 실제 해독된 향가를 놓고 볼 때 ‘구’와 ‘명’이 ‘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타당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⑩ 하나의 행이 3음보 6음절을 이룬다는 주장
김수업은 ‘구’를 글자가 모여서 만드는 덩이, ‘명’을 소리의 덩이로 해석하여 ‘구’는 음보로 ‘명’을 음절로 규정하였다. 하나의 구는 2음절로 이루어져있고 2음절로 이루어진 구가 하나의 음보를 이루며 이런 음보가 3개 모여 하나의 행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 의견을 증명하기 위하여 처용가, 풍요, 서동요 등을 예로 들었으나 다른 작품에는 맞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3음보 6음절로 맞추기 위해 3음절어를 2음절어로 무리하게 해독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⑪ 하나의 행이 3구와 6어절로 이루어진다는 주장
이근영은 10구체 향가를 5행시로 보고, 각 행을 가구(歌句)로 보았다. 그리고 한 가구는 뜻덩이인 ‘명’이 두개 모여 하나의 ‘구’를 만들고 이러한 ‘구’가3개 모여 한 행을 만든다고 보았다. 앞에서 살펴본 김수업의 주장과 비슷한 점이 많으나 김수업이 10구체 향가를 10행으로 파악한 것에 반하여 이근영은 10구체 향가를 5행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배수의 차이가 난다. 이 주장은 가구라는 말의 근거가 약하고, 해체하여 재구성한 형식과 노래의 내용이 조응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많다.
⑫ ‘삼구’와 ‘육명’은 별개의 시형, ‘구’와 ‘명’은 같은 의미라는 주장
김문기는 ‘오언칠자’와 ‘삼구육명’이 대구를 이룬다는 점에서 착안하였다. ‘오언칠자’의 ‘오언’과 ‘칠자’는 서로 다른 시형인 오언시와 칠언시의 한 행의 구성을 나타내는 말이라면 대구인 ‘삼구육명’ 또한 그렇게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삼구육명’의 ‘삼구’와 ‘육명’또한 서로 다른 시형의 한 행의 구성을 나타내는 말이고 각각 단형인 4구체 향가 장형인 8구체, 10구체 향가를 나타낸다고 보았다.
그리고 ‘오언’과 ‘칠자’의 ‘언’과 ‘자’가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삼구’와 ‘육명’의 ‘구’와 ‘명’도 같은 의미로 보아야 하며 그 의미는 마디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았다. ‘삼구’는 3마디 향가로 ‘육명’ 6마디 향가로 보고 각각을 단형 시가, 장형시가로 보았다. 그리고 6마디 장형 시가는 3마디 단형시가의 배 형식으로 보았다. 가이러한 분석을 현대시적 관점으로 옮겨와 ‘삼구’는 3음보격 4구체 향가로 ‘육명’은 3음보격 8구체, 10구체 향가로 본 것이다. 이를 실제 향가 작품에 적용하여 해독하였을 때에도 대부분의 작품이 3음보격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첫댓글 고전문학사 시간에 교수님이 삼구육명이 중요하다하셨는데 정말 삼구육명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삼구육명이 중요하군요!^^ 새롭게 배우고 갑니다~ㅎ
아 근데 출처가 어디인지 안나와있네요?ㅎㅎ
삼구육명이란 형식이 있었는지 몰랐는데 새로운 점 알게 되었네요^^
4, 8 10구체는 고등학교 시절에 다양한 작품으로 배운 기억이 나는데- 삼구육명이란 형식은 새롭네요. 좋은 자료 잘 읽고 갑니다. ^^*
삼구육명형식에 대해 자세히 알게되어서 좋았습니다. 사실 향가하면 4구체 8구체 10구체가 일반적이라고 생각되었었거든요.
향가의 형식을 자세히 알게 되었네요.^^ 좋은 자료 잘 읽었습니다.^^
으으 그냥 훑어보기엔 좀 어렵네요 ㅠㅠ
참 인기충천의 글입니다. 일완님 안녕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