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길을 내지 않고도 언제나 자유롭다. 시조문학의 묘미는 종장 첫 음보는 3음절, 둘째 음보는 5음절 이상의 엄격한 율격이다. 진정한 자유가 법과 질서라는 테두리 안에서 유지되듯이 시조를 쓰는 우리들은 한정된 종장의 어휘들을 찾으면서 외려 무한한 자유를 느끼는 이치와 같으리라.
- 서정교 충북시조문학회장 발간사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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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청풍명월 전국시조백일장 초등부 장원작>
바코드/ 권우진(청주 창신초등학교 5학년)
가는 줄 굵은 줄이 나란히 줄을 서네
바코드 선들 위에 젓가락을 올려보자
이것은 수타면이네 후루루룩 군침 도네
가는 줄 굵은 줄이 나란히 줄을 서네
바코드 선들 밑에 우산을 받쳐주자
이것은 빗방울이네 주루룩 시원하네
가는 줄 굵은 줄이 나란히 줄을 서네
바코드 선들 위에 손가락을 올려보자
이것은 피아노건반 띵똥띵똥 듣기 좋네
가는 줄 굵은 줄이 나란히 줄을 서네
바코드 선들 위에 아빠 얼굴 올려보자
이것은 줄무늬 셔츠 열심히 일한 아빠 냄새
가는 줄 굵은 줄이 나란히 줄을 서네
바코드 선들에서 다섯 감각 찾아보자
이것은 예술품이네 아름답다 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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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값/ 노영임
손바닥만 한 햇살 값이 얼만 줄 아시나요?
“창 달린 지하방은 7만 원쯤 더 얹어야죠.”
햇살 값
참, 비싸네요
한 줌 될까? 고 정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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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안부/ 윤현자
더러는 지난 세월이 상처보다 아픕니다
죽을 만큼 힘들어도 선뜻 놓지 못하고
두 눈을 질끈 감던 날, 뒤숭숭 밤도 깊습니다.
더러는 가슴 한 켠 젖은 날도 있습니다
아릿한 생채기가 도지다 또 도지다가
끝내는 굳은 옹이로 울멍줄멍 박힙니다.
절반을 넘기고야 비로소 펼쳐보는
남루한 생의 갈피 가만가만 넘겨보면
들국화 마른 한 떨기
툭
안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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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처럼/ 윤상희
파도가
너울너울
모난 돌을 타이르네.
둥글게 둥글둥글 몽돌처럼 살아보렴.
파도가
하얀 파도가
철썩철썩 타이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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