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3월 20일 월요일 흐림
오늘은 1분회 형제님들을 만나는 날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 눈이 빠지게 고대하던 날이 왔다.
한 열흘을 젖은 짚단 태우듯 보냈는데 이제는 몇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진다. 우리 분회 형제님들의 면면이 스쳐 지나간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할 일을 모두 마쳐야 마음 편히 모임을 마주할 수 있으니까 ....
먼저 느리울 초 교장으로 승진한 박성동 형제님이 교장 자리에 앉은 모습이 보고 싶었다. 사진 한 장 찍어 올리고 싶었다.
“박교장님, 느리울초에 가서 뵙고 싶은데.... 점심식사나 같이 합시다”
“형님 고마우신 말씀인데, 오늘 학교설명회가 있어 정신이 없네요. 다음 주에 제가 전화드리면 안될까요 ?” ‘허, 미리 전화를 드려 볼 걸 그랬네’
“그래요. 그럼. 바쁘신데 미안합니다. 다음 주에 뵙시다”
처음 교장 자리에 앉았으니 정신이 없으실 거다. 교장이라는 자리도 만만한 자리가 아니니까 .... ‘꼭 가고 싶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네. 그럼 다음 일은....’
송촌 건강원과 가나안 건강원에 들러 거름을 실어다 놓고, 흥화에 들러 고지톱 수리를 맡긴 것을 찾으러 갔다.
공구 상회에 들리면 꼭 사고 싶은 것이 나타난다.
일을 쉽게 빨리 하려면 연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으니까....
이 것도 사고 싶고, 저 것도 사고 싶고, 사고 싶은 게 자꾸 나타난다.
이리저리 둘러 보다가, 주목나무 전지를 할 손잡이가 긴 가위를 집어 들었다.
주목 나무를 심어 놓고, 여러 해 내팽겨쳐 두었다. 전지 방법을 모르니까, 손이 가지지 않았다. 배운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되겠다.
다음으로는 오가피나무를 자를 커터기 날을 사야 되겠다.
지난 주에 작두를 사갔는데 한가하게 작두질을 할 여유가 없을 것 같다.
“커터기 날 얇은 것 있어요” “뭐 하시 게요 ?” “오가피 가지를 자르는데 쓰려고요. 지금 날은 너무 두꺼워서 나무 조각이 튀고, 많이 부셔져 나갈 것 같아요. 작두로 자르기엔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고....”
“지금 쓰시는 커터 날은 3mm인데 2mm짜리가 있어요. 더 얇은 것은 없구요”
“지난 번에 사간 작두는 반환할 게요.” “예, 그렇게 하세요”
“얼마예요” “3만원입니다” 작두 값과 똑 같다. 일이 좀 쉬워질 것이다.
‘이젠 다 됐나 ?’ 그런데 휘발유를 넣고 쓰는 자동 전지기에 눈이 자꾸 간다.
‘빨리 가자. 머물러 있을수록 사고 싶은 것이 자꾸 나타난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또 남았다. 코다리를 사는 일이다.
지난 주 코다리 두 코를 사서 한 코는 집에 두고 한 코만 가져갔더니 장모님께서 시부정찮아 하시더라. 더 사가기로 했다.
그리고 집에서는 아들들이 그렇게 잘 먹는다니 더 사다 줘야지.
부모로서 자식들이 맛있게 잘 먹는 것을 보는 재미 또한 으뜸이 아닌가.
농수산시장에 가서 세코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자, 이젠 1분회 만남만 남았다. 몇 분이나 오실까 ?
한 시간 전에 먼저 가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기다린다.
내 제자 형중이가 고릴라 같은 몸으로 어슬렁거리며 나타난다.
‘자식이, 둔산에서 오기가 쉽진 않았을 탠데.... 고마운 놈’
“형중이 왔냐 ?” “아이구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그래, 와줘서 고맙다”
2등은 금순씨. 가입하신지 얼마 안 되고, 바쁘시다고 했는데 성의가 고맙다.
한 분, 한 분 자리를 채워 주시고....
그런데 저기 민옥이와 정옥이. 그리고 그들이 모셔온 장사장님이 나타난다.“야, 반갑다. 우리 민옥이, 정옥이, 이 게 얼마만이냐. 장사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민옥이, 정옥이는 활동을 그만 두었다가, 운사모를 못 잊어 다시 들어오면서 장사장님까지 덧붙여 가입을 했다. ‘새옹지마’가 떠 오른다.
‘저렇게까지 반가울까 ?’ 나만 좋은 것이 아니라 모두를 더할 수 없이 반가워펄펄 뛰다시피 한다. ‘그동안 못 보고 어떻게 살았을까 ?’
운사모는 정말 잘 생겨난 모임이다. ‘만들기를 정말 잘했구나’ 또 느껴진다.
왁자지껄, 하하 호호, 술잔도 돌고 돈다.
좀처럼 술에 젖지 않는 인주도 “나 오늘 대리운전 할 거야”하며 털어 넣는다.
여기저기서 “나도 대리” 소리가 연달아 터지면서 술잔 돌리는 속도가 빨라져요. 이런 날은 안 먹고 못 견딜 테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분위기에 빠져 든다.
거기까지면 좋았을 텐데.... 내 제자 형중이가 또 발동을 건다.
“제가 10만원 낼 테니까, 2차로 노래방 갑시다” 척 하니 사임당 두 장을 내민다. 너도 나도하며 즉석에서 군자금이 마련되고, 썰물처럼 노래방으로 빠져 나간다. ‘하이고, 오늘 또 죽었다.’ 하면서도 발걸음은 가볍다.
길 건너 노래방을 잘 갔지. 모두들 가수가 되어 춤추고 노래하고 이런 신나는 판을 어디서 또 보겠나 ? 민옥이 등 복귀파는 그동안 못한 한을 푸는지 정신 없다. 운사모는 서로 형제라고 한다. 70이 넘으신 읍장님부터 40대 까지 조금도 격의 없이 둥글 듯 어울린다. 정말 고마운 형제들이다.
“회장님, 노래방 주인께 운사모를 말씀드렸더니 자기도 가입하겠대요.” 총무님이 말씀 하신다. 우리 총무님 참으로 보배다.
귀가 번쩍 띄인다.
“정말요 ?” “예, 나가서 만나보세요”
정말이네. 운사모에 가입하신다네. 이렇게 좋은 일이.....
금쪽같은 형제 한 분을 얻었다.
정말 싫컷 놀고 나왔다. 이러니 다음 모임을 기다릴밖에....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오늘 모두 잘 들어가셨겠지 ? 복 받으세요. 우리 형제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