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아닌 사랑과 친절한 사랑
돈보스코 성인께서 창립하신 살레시오회가 막 태동의 몸부림을 치던 초창기 때의 일이다. 돈보스코 성인께서 생활하셨던 최초의 공동체였던 토리노의 첫 오라토리오가 너무 커져서 분가(分家)가 필요했다.
그 첫 공동체인 미라벨라의 원장으로 루아(현재 福者) 신부를 파견하시면서 돈보스코는 한가지 당부말씀을 건넸다.
“루아 신부, 내 자네에게 한 가지만 당부하겠네. 다른 무엇에 앞서 회원들과 아이들이 자네를 사랑하도록 만들어보게. 결국 최종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뿐이라네.”
돈보스코 성인이 창안하신 예방교육 역시 ‘사랑의 교육학’이었다. 교육자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아이들로부터 사랑받는 교육자가 되는 것이란 진리를 돈보스코는 잘 알고 계셨던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목숨이 붙어있는 한 평생 되풀이해야 할 노력은 결핍된 사랑의 보완이다.
결국 사랑만이 전부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젊음도, 성공도, 명예도, 재물도, 그러나 사랑만은 영원히 우리 앞에 남아있다. 우리가 구원된다면 우리가 실천한 사랑으로 구원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죄는 사랑하지 않는 죄이다.
사랑이라고 다 똑같은 사랑이 아닐 것이다. 이쪽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사랑한다고 발버둥치지만 저쪽에서는 거의 죽음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릇된 사랑, 왜곡된 사랑, 사랑 아닌 사랑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던 돈보스코였기에 이런 명언을 우리에게 남겼다.
“청소년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 부족합니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십시오.”
참 사랑은 느끼는 사랑이다. 참 사랑은 눈빛으로, 분위기로, 다정다감한 말투로, 결국 온 몸과 마음으로, 삶 전체로 알게 되는 사랑이다.
예방교육의 3대 요소 이성, 종교, ‘친절한 사랑’ 가운데 세 번째 ‘친절한 사랑’은 앞의 두 가지 요소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예방교육을 실천하는 살레시안들은 이성, 종교를 바탕으로 친절한 사랑을 청소년들에게 적용하는 교육자들이다. 결국 ‘이성’ ‘종교’는 ‘친절한 사랑’이라는 수단과 방법을 통해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친절한 사랑은 살레시안들의 기본적이고도 일상적인 태도인 동시에 삶의 원리이자 기초이다. 청소년들을 향한 친절한 사랑의 마음 없이는 그 누구도 예방교육을 실천할 수 없다.
예방교육학 안에서 친절한 사랑은 꽤나 복합적이다. 물론 교육자와 청소년 사이에 오고가는 인간적인 사랑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돈보스코의 친절할 사랑은 철저하게도 복음적이다. 돈보스코는‘친절한 사랑’이 표면적, 인간적인 차원에서 멈추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길 잃어 헤매는 어린 양 한 마리를 찾아나서는 착한 목자가 지닌 관대한 사랑, 돌아온 탕자를 무조건적으로 환대하는 자상한 아버지의 사랑, 결국 청소년들에게 가장 좋은 곳, 영혼 구원과 천국에로 이끌려는 뜨거운 하느님의 사랑을 ‘친절한 사랑’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살레시안들은 사도 바오로가 노래한 “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하며”(고린토 13장)라는 사랑의 찬가를 자신의 것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랑만이 희망의 유일한 원천이며, 끝까지 인내하는 친절한 사랑만이 청소년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며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처럼 예방교육의 중심축은 친절한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돈보스코는 자주 이렇게 강조했다. “교육이란 사랑에 관계되는 일입니다.”그의 제자 까빌리야 신부는 더 나아가서 이렇게 강조하였다. “사랑이 없는 사람은 살레시안이 될 수 없습니다.”
돈보스코가 로마에서 보낸 편지에는 친절한 사랑이 청소년들을 교육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교육자들이 청소년들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청소년들로부터 사랑받는 교육자가 되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청소년들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은 그들로부터 모든 것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돈보스코에게 있어서 친절한 사랑은 다음과 같은 교육자의 마음가짐과 외적인 태도로 표현된다.
청소년들 가운데 교육자의 지속적이고 친밀하며 교육적인 현존, 교육자와 청소년들 사이에 스며든 가족정신, 청소년들을 신뢰하는 마음, 청소년들과 맺는 진실한 우정, 청소년들에 대한 깊이 있고 지속적인 관심,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마음...
한 교육자가 청소년들 가운데 자상한 친아버지처럼, 절친한 친구처럼 교육적이고 구원적 현존을 계속해나가는 것이 예방교육의 본 모습이다. 교육자가 친절한 사랑을 실천해나감을 통해 한 청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를 신앙심이 투철한 착한 시민으로 성장시킨다는 것이 예방교육의 목표이다.